편의점 음료 코너 앞에 서면 묘한 장면을 발견할 수 있어요. 스포츠 이미지가 강한 게토레이, 강렬한 색감의 파워에이드, 청량한 포카리스웨트, 그리고 비교적 가볍고 산뜻한 인상의 토레타. 모두 갈증을 해소하고 수분을 보충하는 이온음료인데 광고 속 주인공과 상황은 꽤 달라요. 그렇다면 왜 같은 카테고리의 브랜드지만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걸까요?

국내 이온음료 시장은 오랫동안 포카리스웨트·파워에이드·게토레이가 경쟁하는 구조를 형성해 왔어요. 2026년 7월 매출 기준 주요 3개 브랜드의 비중은 포카리스웨트 35.5%, 파워에이드 25.5%, 게토레이 16.1%로 집계됐고요. 최근에는 러닝 열풍과 제로·저당 제품의 확산으로 경쟁 영역이 다시 넓어지고 있습니다. 시장 자체가 성장하는 동시에 브랜드 간 경쟁도 이어지고 있죠.
이처럼 선택지가 많아지고 소비 상황이 다양해질수록 제품의 기능이나 성능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요. 결국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어떤 순간에 브랜드를 떠올리느냐’죠. 이온음료 시장도 마찬가지로 ‘어떤 제품의 성능이 좋은가?’를 넘어 ‘소비자의 어떤 순간을 차지하느냐’의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고요. 그렇다면 각 브랜드는 자신들의 영역을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4개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 게토레이 : 운동하는 순간, 퍼포먼스를 이어가다
게토레이의 가장 강력한 브랜드 자산은 단연 스포츠입니다. 게토레이는 1987년 국내 출시 이후 스포츠음료라는 정체성을 꾸준히 유지해 왔어요. 롯데칠성음료 역시 게토레이를 스포츠와 운동 상황에서 수분과 미네랄을 보충하는 제품으로 설명하고 있고 국내 스포츠 종목과 연계한 마케팅을 지속해 왔죠. 이러한 스포츠 자산을 바탕으로 게토레이는 ‘운동 중 필요한 음료’라는 구체적인 상황으로 좁혀 기억하게 만드는 전략을 오랫동안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게토레이에서 흥미로운 변화가 나타났어요. 스포츠에서 ‘러닝’으로 한 단계 더 좁혀진 거예요. 2026년 출시한 ‘게토레이 런(RUN)’은 이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게토레이 런은 100ml 기준 당류 2.5g 미만, 20kcal 미만으로 설계한 저당·저칼로리 제품인데요. 제품 패키지에서도 ‘RUN’이라는 이름과 역동적인 러너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광고를 보면 러닝 상황과 ‘짜릿한 완주의 맛’이라는 핵심 카피가 등장해요. 완주했을 때의 짜릿함을 내세우며 ‘러너를 위한 음료’임을 명확히 전달하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러닝을 새로운 소재로 활용했다는 점보다 기존의 스포츠 이미지를 러닝이라는 구체적인 소비 상황과 연결했다는 점입니다. 이로써 ‘운동할 때 마시는 음료’라는 기존의 이미지를 ‘러닝 타깃’에게까지 선명하게 만들었습니다.
💪 파워에이드 : 스포츠를 넘어, 한계를 돌파하는 순간
게토레이와 마찬가지로 파워에이드 역시 스포츠·운동을 주요한 커뮤니케이션 영역으로 삼고 있어요. 그렇다면 같은 스포츠를 다루면서도 두 브랜드의 차이는 어디에서 만들어질까요? 파워에이드는 스포츠의 ‘상황’보다 그 안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순간’을 강조하며 게토레이와 다른 의미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나만의 순간, 멈추지 않는 파워‘ 캠페인이에요. 이 캠페인에서 프로야구 선수 김도영은 경기 중 압박받는 상황에서 잠시 멈추고 자신을 다 잡은 뒤 다시 결정적인 타구를 보여줘요. 여기서 파워에이드가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히 “운동했으니 수분을 보충하세요.”가 아닙니다. 오히려 “결정적인 순간에도 다시 움직일 수 있는 힘“이라는 감정적 편익을 전달하죠. 다시 강조하자면 게토레이와 파워에이드는 모두 스포츠를 활용하지만, 스포츠를 해석하는 방식이 달라요. 게토레이가 ‘운동이라는 행동’에 밀접한 브랜드라면, 파워에이드는 ‘도전과 돌파라는 심리’를 강조하는 브랜드에 가깝거든요.
그런데 최근 파워에이드에서도 한 가지 흥미로운 변화가 나타났어요. 바로 러닝과의 접점이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코카콜라는 공식 브랜드 콘텐츠에서 파워에이드를 러너들이 선택하는 스포츠음료로 소개하고 있고 2026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등 러닝 관련 행사와의 접점을 확대했어요.
다만 여기서도 강조하는 지점은 동일합니다. 대표적인 콘텐츠로 션과 함께한 ‘썰스티‘가 있어요. 해당 콘텐츠에서는 러닝 중 수분 보충이 필요한 순간 “파워!”를 외치면 파워맨이 등장해 파워에이드를 건네는 장면이 반복돼요. 단순히 수분을 보충하는 음료를 넘어, 힘든 순간에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앞선 캠페인과 같은 방향성을 보여줬어요.
🌊 포카리스웨트 : ‘청춘’을 더 선명하게 만들다.

포카리스웨트는 파란색, 바다, 여름, 청춘, 신인 여성 모델 등의 이미지를 오랫동안 반복해 사용하며 하나의 일관된 브랜드 세계관을 만들어왔어요. 이른바 ‘포카리걸’로 대표되는 모델 전략 역시 시대별 대표 여성 모델을 통해 브랜드의 청량하고 풋풋한 이미지를 축적하는 데 기여했고요. 이처럼 오랫동안 쌓아온 ‘청춘’의 이미지는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죠. 다만 최근에는 이를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6년 포카리스웨트 광고는 아일릿과 함께 ‘파랑만장한 우리의 여름‘이라는 콘셉트로 공개됐는데요. 아일릿이 내레이션과 CM송에 참여하면서 제주도의 바다와 자연을 배경으로 여름방학을 보내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그러나 단순히 청량한 여름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아요.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여행하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며, 그 순간들을 다이어리에 기록하는 장면을 담았죠. 또한 나레이션을 통해 “좀 어설프면 어때”, “넘어져도 괜찮아”, “어떤 결말일지 몰라도”와 같이 완벽하지 않은 순간까지 긍정하고요.
이를 통해 포카리스웨트가 현재 보여주고자 하는 청춘은 완벽하게 빛나는 모습보다, 서툴더라도 마음껏 경험하고 그 순간을 기록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청춘’ 이미지를 1020의 구체적인 경험과 연결하며 이미지를 더욱 선명하게 가져가는 것이죠.
🔆 토레타 : 격렬한 운동보다, 가볍게 움직이는 일상
토레타는 강한 운동과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기존 이온음료의 커뮤니케이션과는 다른 방향으로, 일상 속 가벼운 움직임에 주목했어요. 핵심 차별화 포인트는 10가지 과채 수분이에요. 스포츠 전문성이나 청량감을 내세우기보다 과채를 활용한 수분과 싱그럽고 가벼운 이미지를 통해 이온음료를 보다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음료로 표현해 왔죠. 이후 저칼로리와 제로칼로리 제품까지 확장하며 ‘가벼움’이라는 이미지를 제품 차원에서도 뒷받침했는데요. 최근에는 이를 일상 속 다양한 움직임과 연결하며 음용 상황까지 넓혀가고 있어요.
대표적인 사례가 윈터와 함께한 캠페인이에요. 2024년에 토레타는 윈터의 일상을 보여주며 “가볍게 흘리고 가볍게 채워봐”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어요. 요리하고, 산책하고, 취미를 즐기는 일상을 보여주고 토레타를 마시는 모습을 담아냈죠. 2026년 캠페인에서는 페스티벌과 가벼운 러닝의 상황을 활용해 ‘가볍게 이온 실천’이라는 키워드를 토레타와 연결했고요. 이처럼 토레타는 소비자가 소소하고 즐거운 일상을 살아가는 순간마다 부담 없이, 가볍게 토레타를 더할 수 있도록 음용 상황과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어요.
🧷 이온음료 4사에서 발견한 3가지 마케팅 전략
1️⃣ 제품이 아니라 ‘상황’을 점유하라
이온음료의 기본적인 기능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고 갈증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기능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렵죠. 그래서 브랜드는 제품의 기능을 특정한 상황이나 의미와 연결합니다. 소비자가 자신의 상황에서 특정 브랜드를 떠올리도록 만드는 거예요.
2️⃣ 이미 가진 연상에서, 구체적인 상황을 찾아라
브랜드가 가진 연상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는 구체적인 소비 상황을 더하는 거예요. 게토레이가 대표적인 사례예요. 스포츠라는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러닝이라는 구체적인 상황과 연결했는데요. ‘운동할 때 마시는 음료’라는 기존의 연상에 러닝이라는 구체적인 상황을 더해 브랜드가 떠오르는 순간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 것이죠.
3️⃣ 고정된 문장이 아니라 ‘계속 관리하는 영역’이다
포지셔닝은 한 번 정한 뒤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변화에 맞춰 그 영역을 계속 관리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어요. 파워에이드는 스포츠에 ‘도전과 돌파’라는 의미를 더하며 브랜드만의 메시지를 이어가고, 포카리스웨트는 오랫동안 쌓아온 ‘청춘’ 이미지를 더 어린 새로운 세대의 경험과 연결하고, 토레타는 ‘가벼움’이라는 제품 특징을 일상 속 움직임으로 확장했어요. 브랜드마다 방식은 다르지만 기존에 형성된 연상을 시장의 변화에 맞게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입니다.
*외부 필진이 기고한 아티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