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제품을 고를 때는 저마다 익숙한 기준이 있습니다. 빨래엔 향 좋은 섬유유연제를 찾고, 건강식품을 살 땐 단백질 함량부터 확인하는 것처럼요.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익숙한 기준에 ‘정말 그럴까요?’라고 질문하는 브랜드들이 눈에 띄어요. 소비자가 의심 없이 따르던 기준을 깨뜨리는 순간, 브랜드는 새로운 선택의 이유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요. 오늘은 당연함에 질문을 던지며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낸 캠페인 사례 네 가지를 소개할게요!
🧼 유연제는 못해도 항균제는 한다! [랩신]
랩신은 항균 핸드워시, 손소독겔 등 일상 속 위생 관리를 위한 제품을 선보여온 브랜드예요. 2022년 7월에는 국내 최초의 런드리 새니타이저 제품인 ‘랩신 섬유항균제’를 선보이며 세탁 시장에도 진출했는데요.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했던 이 카테고리를 알리기 위해, 랩신은 2024년부터 빨래 냄새의 원인은 세균이며 향기만으로는 잡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해 왔죠.
지난 7월 공개된 캠페인에서는 이러한 섬유유연제와 섬유항균제의 차이를 더욱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영상 초반부터 ‘핑크로즈 땀내’, ‘시트러스 찌든 내’처럼 섬유유연제의 향기 이름에 불쾌한 냄새를 붙였어요. 향으로 냄새를 덮더라도 결국 악취와 뒤섞일 수 있다는 점을 재치 있게 표현한 거예요. 이후에는 냄새의 원인을 세균으로 제시하며, 향을 더하는 대신 섬유항균제로 냄새의 원인을 관리하자는 명확한 해결책을 제안합니다.
그렇다면 랩신은 왜 굳이 자사 제품을 섬유유연제와 비교했을까요? 소비자가 빨래 냄새를 관리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섬유유연제를 기준으로 삼으면, 낯선 카테고리인 섬유항균제와의 차이점을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어떤 향이 좋은지가 아니라 냄새의 원인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로 질문을 바꾸며 익숙한 제품 선택 기준을 흔든 셈이죠.
🥣 단백질이 많으면 무조건 좋은 걸까? [Purely Elizabeth]
요즘 마트에서 단백질이라는 글자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아요. 과자부터 음료, 간편식까지 단백질을 앞세운 제품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미국의 프리미엄 그래놀라 브랜드 Purely Elizabeth는 신제품 프로틴 그래놀라를 출시하며, 이런 과열된 단백질 열풍을 유쾌하게 꼬집는 ‘Protein Product Madness’ 캠페인을 선보였어요.

이 영상에서는 젤리부터 와인, 치약처럼 뜻밖의 제품들이 하나같이 단백질을 앞세워 등장해요. 이어 이런 제품에 들어간 단백질은 어디서 오는지 묻는 방식으로 단백질이 무작정 강조되는 시장에 의문을 던지는데요. Purely Elizabeth의 그래놀라에는 단백질을 따로 첨가하는 대신, 견과류·씨앗·귀리 등 실제 원재료에서 얻은 단백질을 담았다고 설명합니다.
짧은 영상 하나로 첨가 단백질과 실제 원재료에서 얻은 단백질을 소비자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대비시킨 거예요. 단백질 함량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단백질의 출처라는 새로운 선택 기준을 제시한 셈이죠. 단백질 열풍에 무작정 편승하기보다 그 이면을 짚어내며, 자연의 원재료를 중시하는 브랜드의 정체성까지 한 번에 보여줬습니다.
🥰 499유로짜리 소파? 0.00000063유로짜리 행복! [이케아]

우리가 소파를 살 때 가장 중요시하는 건 뭘까요? 브랜드나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결국 가격표 앞에서 한 번 더 고민하게 되는데요. 이케아는 이 가격을 바라보는 방식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어요. 포스터를 보면 원래의 가구 가격보다, 사진 속 장면과 그 아래 적힌 낯선 숫자가 먼저 눈에 들어와요. 제품이 일상에서 만들어내는 수많은 순간의 가치를 쪼개 새로운 가격표를 붙인 거예요. 예를 들어 소파의 가격이 499유로라면, 아이가 소파 위에서 뛰어노는 순간에는 0.00000063유로라는 가격을 매겼죠.

이케아가 벨기에에서 이 캠페인을 선보인 배경에는 유통 시장 속 치열한 가격 경쟁이 있었어요. 이케아는 오랫동안 합리적인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이끌었지만, 경쟁사들도 거센 저가 공세를 펼쳤거든요. 그러나 이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는 “499유로짜리 가구를 산다”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할 수천 번의 행복한 순간을 산다”고 느끼게 돼요. 가구를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도구로 프레이밍하며 가격을 넘어 감성적인 가치로 차별화를 만든 셈입니다.
🍎 대단하지 않은 나는 그냥 나니까! [애플]
브랜드가 질문을 던져야 하는 대상은 제품 선택 기준에만 한정된 것이 아닙니다. 애플은 학생 접근성 캠페인의 일환으로 뮤지컬 형식의 영상 ‘I’m Not Remarkable’을 공개했는데요. 영상에서는 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운동하고, 파티에 가는 등 대학 생활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일상의 순간마다 VoiceOver, 확대기, 이름 인식 등 애플의 다양한 접근성 기능이 활용되는 모습도 자연스럽게 담겼어요.

그런데 이 영상이 더욱 인상적인 건 장애인을 바라보는 익숙한 시선 자체를 유쾌하게 비틀었다는 점이에요. 학생들은 ‘나는 대단하지 않아’, ‘내게서 동기 부여를 찾지 마’ 등의 가사를 노래하며, 장애가 있는 사람의 평범한 삶을 무조건 감동적이거나 특별한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반박합니다.
즉, 애플은 장애가 있는 사람은 특별한 존재라는 익숙한 프레임에서 벗어나, 누구나처럼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에 집중했어요. 접근성 기능 역시 기술을 과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자가 공부하고 친구를 만나는 평범한 일상을 뒷받침하는 도구로 자연스럽게 풀어냈고요. 모두가 자신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의 역할을 경쾌하고도 깊이 있는 방식으로 보여준 것이죠.
네 브랜드 사례의 공통점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기준에 질문을 던졌다는 거예요. 섬유유연제는 정말 냄새를 없애고 있는지, 단백질은 정말 많을수록 좋은지처럼요. 레드오션 시장일수록 브랜드는 스펙과 함량, 최저가라는 익숙한 경쟁 축에 매몰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준에 물음표를 붙이는 것만으로도 우리 브랜드만의 선택 이유를 만들 수 있어요. 새로운 캠페인을 기획하고 있다면 우리 카테고리에서 소비자가 너무 익숙해서 의심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세요. 어쩌면 브랜드 차별화의 시작은 새로움 대신 익숙함 안에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외부 필진이 기고한 아티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