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의 화제성만 잡으면 끝? 놓치면 안 될 유튜브 콘텐츠 기획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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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어떤 고민을 했을까요? 한 문장의 인사이트로는 정리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인터뷰로 전달합니다.더 많은 인터뷰 보러 가기


‘유튜브는 유명한 사람만 데려오면 장땡이다!’

오늘의 인터뷰는 이 문장을 반박하기 위한 일종의 가설 검증이라는 것을 밝히며 시작합니다. 유튜브 콘텐츠의 화제성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유명한 게스트가 나오기만 하면 끝이라고 하기엔 뭔가 찝찝한 구석이 있습니다. ‘섭외’가 기획의 전부는 아니니까요! 오히려 섭외라는 관문 이후에 캐릭터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판을 까는 모든 과정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번 아티클은 몇 달 전 첫 에피소드로 이소라-신동엽이라는 화제의 만남을 성사시키며 700만 조회수를 기록한 유튜브 채널 <슈퍼마켙 소라>의 성공 비결을 살펴봅니다. 이소라라는 캐릭터가 그의 친구들을 게스트로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이 기본적인 포맷을 가지고 어떤 기획을 시도했는지 제작자 김지욱 PD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슈퍼마켙 소라> 김지욱 PD의 모습

💡 인터뷰이 : 김지욱 PD
CJ E&M 온스타일 CP 출신으로 ‘겟잇뷰티’, ‘제시카&크리스탈’, ‘도수코 가이즈&걸스’, ‘채널소시’ 등 라이프스타일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아 수많은 히트작을 배출해냈다. 이후 SM C&C 본부장을 맡으며 ‘진리상점’, ‘펫셔니스타 탱구’, ‘소녀 포레스트’ 등의 작품 제작 총괄을 담당했다. 2023년 임우식PD와 메리고라운드 컴퍼니를 설립하며 다각도의 IP를 발굴하고 있다.

독보적인 캐릭터가 자신을 펼칠 수 있는 판을 깔아주기

가장 먼저 콘텐츠를 이끌어가는 ‘이소라’라는 인물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순 없겠죠. 그녀와 김지욱 PD는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를 함께 한 인연으로 10년간 이따금씩 만나 콘텐츠부터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까지 자주 이야기를 나눈 사이입니다. 김지욱 PD에 의하면 이소라는 연예인이고 모델이지만, 동시에 커머스와 콘텐츠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해요. 자연스럽게 함께 커머스형 콘텐츠를 기획하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토크쇼 포맷이 그 시작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출연자뿐만 아니라 프로듀서의 역할부터 그 시작을 함께한 셈이죠.

✅ 캐릭터의 완성도

헤어진 전 연인의 만남이라는 1화의 화제성에 가려지기 쉽지만, <슈퍼마켓 소라>의 성공 요인에는 MC로서 이소라의 역할이 상당히 큽니다. 자극적인 멘트 없이 ‘경청’으로 끌어낼 수 있는 대화의 흐름이 있죠. 과거 ‘연예가중계’의 진행자로 쌓은 구력이 토크 콘텐츠라는 포맷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이소라 님의 장점은 이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천천히 그러나 지루하지 않게 풀어낼 수 있다라는 것에 확신이 있었어요. 과거에 되게 좋은 MC셨고 그런 부분들을 다시 끄집어냈을 때 세월이 지나서 그때 20대에 만났던 사람들을 이제 더 나이가 들어 나누는 이야기들의 깊이 그리고 그걸 진행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여성 MC의 자질에 대해 저는 확실히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했죠.

– 김지욱 PD

✅ 슈퍼라는 공간성

토크가 이루어지는 공간 또한 기획의 고민이 들어간 결과물입니다. 공간 설정은 보통 캐릭터의 역할로 이어지기도 하죠. 일반적인 유튜브 토크 콘텐츠가 ‘편한 공간에서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정도로 진행되는 것을 생각해보면 대부분 콘텐츠에서 공간성이 빠진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슈퍼마켓 소라>는 어떤 고민을 거쳐 나왔을까요?

‘이소라 님을 생각했을 때 어떤 단어가 있지?’가 시작이에요. 너무 쉬운 발상이지만 ‘이소라’ 하면 당연히 슈퍼모델이고, 그럼 관련된 키워드들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일단 ‘슈퍼’라는 단어 하나가 나온거예요. 슈퍼라는 단어를 칠판에 써놓고 이렇게 보다가 하나씩 붙여보게 된거죠. 그러다 나온 것이 슈퍼마켓, 우리가 토크하는 공간이 좀 편안한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슈퍼마켓이라는 공간을 생각한 거죠.

특히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데다가 그 자체로 확장성도 보였죠. 이게 ‘슈퍼마켓’일 수도 있고 그냥 마켓일 수도 있잖아요. 슈퍼마켓이면 부담없이 올 수 있는 동시에 라이프스타일로 접근을 하기에도 좋은 단어였죠. 이소라 님과 커머스 관련된 것도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이전에 나누었는데 이렇게 보니 토크쇼로 슈퍼마켓을 차린 거예요.

– 김지욱 PD

<슈퍼마켙 소라>는 채널명에서 알 수 있듯 ‘슈퍼마켓’이라는 공간과 슈퍼마켓 주인 이소라가 게스트를 대접하며 대화를 나눈다는 상황으로 진행됩니다. 미술과 현장 세트 역시 ‘슈퍼’를 구현하게끔 꾸며졌고요.

<슈퍼마켙 소라> 세트장 속 김지욱 PD의 모습

이러한 공간 설정은 처음 들어온 게스트가 이소라와 인사를 나누며 슈퍼마켓를 둘러보는 첫 단계부터 그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슈퍼마켓 주인 이소라가 진열된 매대를 소개하며 공간의 설정을 자연스럽게 인지시킵니다. 광고로 소개되는 제품을 소개하는 데에도 렐러번스를 확보할 수 있었죠.

출처 유튜브 슈퍼마켙 소라

✅ 작-감-배의 신뢰 관계

<슈퍼마켙 소라>의 1화 러닝타임은 48분! 빠른 호흡이 중요하다는 것이 통념이었던 유튜브 콘텐츠에서는 꽤 긴 시간입니다. 놀라운 점은 대본이 아예 없다는 것인데요. 이소라와의 인연과 히스토리가 있는 게스트가 등장하는 만큼, 이소라는 그 게스트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두 리마인드해서 직접 노트를 빼곡히 작성해 온다고 합니다. 제작진이 준비하지 않은 이소라만의 대본이 되는 셈이죠. 그것도 제작진은 모르는!

토크가 어떤 순서로 흘러갈지 제작진이 모르는 상태에서도 대화는 물론 PPL까지도 적재적소에 진행됩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신뢰관계가 구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소라 님이 되게 여유로워 보이고 편하게 하시지만 저는 이소라 님이 여기에 인생을 걸었다고 생각하거든요. 후배들에게도 ‘이소라 님이 여기에 인생을 걸었는데 우리도 상체라도 걸어야 되지 않냐’ 할 정도의 믿음인 거예요. 자기의 삶에서 슈퍼 모델, 연예계 활동 그 수십 년의 인생을 <슈퍼마켙 소라>에 걸고 하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녹화가 있는 날이면 이 사람에 대해 공부하고, 생각하고, 어떤 이야기를 해야하는지 결정하면서 ‘이것은 내꺼’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죠. 내 이름을 걸고 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말 인생을 이야기하는 셈이니까요.

그렇게 되면 이제 ‘우리가 하는 이야기와 프로그램에 진정성이 있는데, 이런 것들이 조금 더 시청자에게 보여지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생기는 거죠. 지금의 인기있는 예능의 팔로워와는 다른 팔로워가 형성되지 않을까? 라는 기대죠.

– 김지욱 PD

핵심은 디지털이 아니라 스토리텔링

이렇게 콘텐츠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니 이쯤에서 문득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김지욱 PD의 전작 대부분이 레거시 미디어에서 보여진 만큼, 유튜브 콘텐츠에서 ‘디지털’이라는 환경을 고려한 지점이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디지털’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전하려는 스토리가 ‘디지털’에 부합했기 때문에 유튜브를 선택했다는 것. 김지욱 PD는 <슈퍼마켙 소라>가 유튜브의 호흡은 아닐 수 있다고 인정합니다. 다만, 이소라라는 인물을 가지고 스토리텔링을 하면서 지금 이 순간의 유튜브의 방식과는 다른 접근을 해보고 싶었다고 해요. 오히려 레거시의 방식으로 디지털을 입히는 것이죠.

스토리텔링은 김지욱 PD의 전작에서도 두드러집니다. MTV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덕분에 뮤지션과의 접점이 있었고, CJ E&M과 SM C&C에서 아티스트를 ‘사람’으로 콘텐츠화하는 시도를 할 수 있었죠. 소녀시대, 제시카와 크리스탈, 태연, 설리… 이들의 무대 위 모습이 아니라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를 스토리텔링으로 기획합니다. 관건은 아티스트와 소통하며 그들이 어떤 니즈를 갖고 있고, 무엇을 좋아하고, 취향은 무엇인지 파악하는거죠. 예를 들면 태연에겐 반려견 제로가 너무 소중한 존재였고, 제로와 아직 못해본 것이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해가며 콘텐츠를 만들어갔다고 해요. 리얼리티에서는 본인이 즐거워하는 것을 해야 억지스럽지 않으니까요!

IP와 커머스를 바라보는 시각

콘텐츠 사업을 수익화 관점으로 바라보면 IP와 커머스라는 키워드가 남죠. 김지욱 PD의 생각은 어떨까요?

회사명 메리고라운드 뒤에 ‘컴퍼니’라는 단어를 붙였어요. 스튜디오가 아니라요. 이유는 제작사를 하고 싶지 않아서요. 제작사가 IP 없이 외주 제작을 하면 첫 번째는 재미가 없고, 두 번째는 예산을 아껴야만 수익이 남는 구조가 되죠. 콘텐츠를 잘 만들어도 모자를 판에 비용을 아껴서 수익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면 넌센스죠.

그런 이유로 메리고라운드 컴퍼니는 철저하게 IP를 가지고 움직이려는 의도를 갖고 있어요.

– 김지욱 PD

모든 것을 콘텐츠 중심으로 본다는 김지욱 PD는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도 콘텐츠가 된다고 믿습니다. 커머스나 광고에 기여하는 방법 역시 콘텐츠가 되죠. 라이프 스타일을 다루는 예능이 있다고 하면, 숙면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과 베개를 만든다거나, 술을 좋아하는 사람과 숙취해소제를 만드는 것처럼 삶의 방식을 커머스로 연결하는 콘텐츠로 확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슈퍼마켙 소라>에서도 마찬가지죠! 광고가 들어오면 3주간 이소라가 직접 경험해보며 이것을 자신의 이야기로 전달할 수 있을지 판단합니다. 최근 공개된 엄정화 편에 광고로 붙은 매일유업의 어메이징 세트는 위스키 레시피에 맞춰 소개되었고요.

출처 유튜브 슈퍼마켙 소라

여기까지 모두 살펴봤다면 이번 아티클의 첫 문장을 다시 돌이켜 볼 차례입니다. 정말 유명하기만 하면 끝인가요? 인지도를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획이 모두 고려되고 있는 것이 맞나요? 김지욱 PD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의미 있는 것을 하고 싶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커머스를 잘하고 콘텐츠를 잘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저에 의미가 있을 때 진정으로 영향력이 발휘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요. 출연자의 인지도만으로 콘텐츠의 성공을 가늠하는 사람이 있다면 뜨끔할 만한 이야기입니다. 미디어 콘텐츠가 할 수 있는 문화적인 역할이 있겠죠? <슈퍼마켙 소라>의 다음 시즌을 다시 주목해봐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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