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왜 무료 폰트를 만드나요? [현대카드, 롯데마트, 쿠키런, LINE, 우아한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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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한글날에는 여러 기업이 앞다투어 무료 서체를 공개하거나, 유료 서체를 일시적으로 무료 제공하곤 했어요. 디자이너에게는 기다려지는 날이었죠. 그러나 요즘 날에는 한글날에만 서체를 배포하는 게 아니에요. 기업은 물론이고 공공기관 등에서도 새로운 서체를 개발한 직후 무료 서체를 배포해요. 이렇게 배포된 무료 서체는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일반 고객에게도 범용성 넓게 쓰이고 있어요.

지금 이 순간 배민에서 배포한 서체, 네이버 나눔서체 등 떠오르는 서체가 있을 텐데요. 서체를 만드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수고스러움이 함께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고객들 머리에 떠오르는 이미지, 즉 기업의 브랜딩의 일환으로 서체를 배포합니다.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만큼 부담 없이 다운로드도 쉽고 자연스럽게 널리 퍼질 수 있죠. 널리 퍼지는 만큼 해당 브랜드에 대한 친근한 인식도 생기고요.

누가 먼저 시작했을까?

한국에서 기업의 무료 서체 배포는 2003년 현대카드의 유앤아이체가 최초입니다. 당시에는 기업에서 서체를 개발하여 배포하는 일이 상상 초월이었는데요. 만드는 과정이 복잡할뿐더러 수고스럽게 만든 폰트를 굳이 배포할 생각은 아무도 하지 못했어요.

출처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
출처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

하지만 기업의 이미지는 로고에서 그치는 게 아니예요. 로고는 필요한 곳에만 쓰일 수 있지만, 텍스트는 어느 곳에서나 쓰일 수 있기 때문에 텍스트가 들어가는 곳에 현대카드의 서체를 사용하면 보다 빠르고 강렬하게 고객의 뇌리에 인식이 남을 수 있다는 것을 현대카드는 알았던 것이죠. 현대카드는 광고, 기업의 로고, 신용카드를 발급받으면 카드와 함께 전달되는 팸플릿, 현대카드의 사내 공간, 그리고 사용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카드에 서체를 적용하여 폰트만 봐도 현대카드를 떠올릴 수 있도록 각인시켰어요.


출처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

이 이후 2013년 유앤아이 모던체, 2020년 유앤아이뉴체를 발표했어요. 최근 배포된 유앤아이뉴체에서는 격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최적화를 보여줬어요. 디지털 환경에서는 서체의 가독성이 중요한데, 글자의 굵기를 정리하고, 자간(글자 사이의 간격), 장평(글자의 세로 대 가로 비율) 등을 개선하였습니다.

출처 현대카드

현대카드 홈페이지에 카드를 만들거나, 혹은 카드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어 들어간 고객이 홈페이지 곳곳에 타이틀로 적용된 서체를 보고 현대카드의 이미지를 인식하기 쉽죠.

현대카드 외에 좋은 무료 서체의 최근 사례

현대카드의 아쉬운 점은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이 금지되었다는 것이에요. 하지만 최근 기업/공공기관에서 배포하는 무료 서체는 상업적 이용이 가능하게끔 배포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상업적인 용도로까지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저작권에 따라 인쇄물로도 출력이 가능하죠. 보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인데요. 고객은 브랜드와 관련이 없는 곳에서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고, 자주 볼수록 해당 브랜드에 대한 친근감도 생기겠죠. 최근 주목할만한 서체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함께 살펴보도록 해요.

롯데마트 더잠실체

출처 롯데마트

올해 2월 1일, 롯데마트에서는 새로운 서체인 더잠실체를 배포했습니다.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고, 고객들이 젊고 변화된 롯데마트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서체 개발을 진행했다.’고 해요. 브랜드 이미지 뿐 아니라 잠실의 역사성까지 녹여내었다고 해요. 국문과 영문뿐 아니라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어까지 개발하였습니다. 더잠실체는 롯데마트 내 홍보물, 사인물, 가격표, 인터넷 홈페이지, ‘롯데마트GO’ 모바일 앱 등 고객과 만나는 곳에서, 그리고 롯데마트 임직원들이 사용하는 문서, 명함, 사원증 등에도 적용이 될 예정이라고 해요.

작은 글씨마저 가독성 좋은 더 잠실체는 6가지의 굵기로 세밀화 되어 보다 범용성 넓게 사용될 수 있을 거라 예측됩니다. 상업적인 사용 또한 가능하니 몇 개월 뒤면 꽤 많은 곳에서 더 잠실체를 발견하게 될 거예요.

쿠키런체

쿠키런체는 우리에게 익숙한 서체예요. 쿠키런의 역동적인 느낌을 가득 담은 쿠키런체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기 위해 출시되었어요. 쿠키런 : 오븐브레이크, 쿠키런 : 킹덤 두 게임 내의 텍스트에는 쿠키런체가 적용되어 일관된 이미지를 보여주고, 정돈된 느낌도 들게 해요.

쿠키런체의 한글에서는, ‘용감한 쿠키’의 이미지를 반영하였는데요. 민글자(한글 글자꼴에서 받침이 없는 글자)에서 닿자(자음)가 홀자(모음)보다 큰 형태로 제작되었어요. 또한 서체의 중심선은 글줄 상단에 두고, 밑줄에 높낮이를 주었습니다. 덕분에 서체의 개성을 살리고, 가독성까지 높였어요.

해당 서체를 개발한 데브시스터즈의 이병옥 팀장은 “기업 전용 서체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 역할을 넘어 더 좋은 2차 창작물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라고 했는데요.

출처 유튜브 ‘쿠키런’ 검색
출처 유튜브 김효진

그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쿠키런을 콘텐츠로 하는 유튜버들의 썸네일 등에서 쿠키런체가 쓰인 것을 볼 수 있어요. 이처럼 브랜딩의 역할에서 확장하여 해당 게임의 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가 된 것이죠. 썸네일을 보면 누가 봐도 쿠키런 콘텐츠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요.

더욱 재밌는 점은, 쿠키런체 역시 상업적인 용도로도 사용이 가능하지만 “게임 산업군”에서는 사용이 불가능 하다는 점이에요.

LINE Seed체

출처 LINE Seed

LINE Seed체는 라인에서 처음으로 출시하는 서체입니다. 아마 디자이너라면 공감하겠지만, 서체를 사용할 때는 보통 한글 서체와 영어 서체를 따로 지정하여 사용할 때가 많은데요. LINE Seed체는 이 점을 보완하여 하나의 문자처럼 보일 수 있도록 서체의 볼륨과 무게중심의 밸런스를 맞추어서 사용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려 했다고 해요. 익숙한 고딕 서체이지만 모서리에 둥근 효과를 주어 차별성이 돋보여요.

위와 같이 라인의 웰컴키트, 굿즈, 공간 디자인 등에 고루고루 사용되었는데요. LINE Seed체는 기업/개인 상관 없이 상업적인 용도로도 사용이 가능하여 사용자들도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필요할 때 사용하기 좋은 서체예요. 웰컴키트의 예시로 쓰였으니 인쇄물로 사용하기 좋다는 뜻이죠.

출처 LINE Seed

국문/영문 폰트 외에도 태국어와 일본어까지 총 4개국의 언어를 지원하고, 언어끼리도 일관성을 보이고 있죠. 이로 인해 사용자에게 라인하면 태국과 일본에서도 전용 서체가 필요할 만큼 글로벌 기업이라는 인식도 심어 줄 수 있어요.

무료 서체 배포는 소통창구가 될 수 있다.

위와 같은 예시 외에도, 흔히 알고 있는 배달의민족 또한 여러 서체를 배포했습니다. 오래된 간판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서체가 많은데요. 실제로 거리의 오래된 간판을 보면 ‘배민 서체같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되죠.

단순한 배포에서 사용이 아닌, 기업과 고객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셈이에요. 자음과 모음을 만들고, 글자를 결합하여 모양을 정돈하고, 글자 간의 사이를 조정하는 등 서체를 개발하는 데에는 분명 무수한 노력이 들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서체로 인해 브랜드의 이름, 더 나아가 브랜드의 이미지가 떠오른다면 이보다 뿌듯할 수가 없다는 것은 분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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