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는 왜 무료로 카톡 이모티콘을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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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없어… 진짜 사람들 명품 다 있고 나만 없어…”

프라다 백팩을 멘 대학생, 디올 스니커즈를 신은 사회 초년생. 주위를 보면 경제 불황은 다른 행성 이야기 같죠. ‘고급스럽고 호화로워 자주 누릴 수 없는’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무색할 만큼, 요즘 소비자는 쉽고 빠르게 명품을 소비합니다. 여기엔 가치소비에 눈 뜬 밀레니얼 세대와 온라인 플랫폼에서 명품을 접하는 Z세대의 힘이 컸고요.

살아남기 위해선 선택받아야 하는 법. 콧대 높던 명품 브랜드가 그간의 고집을 버리고, 디지털 네이티브에 다가가기 위해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었습니다. 소비자와 가장 가까이에서 소통할 수 있는 곳, 거대한 노란 공동체 카카오에서 말이죠.


STEP 1. 알게 하기 | 카카오톡 채널

출처 (좌) 디올 카카오톡 채널에서 제공하는 위치 찾기 서비스, (우) 서비스 화면

저는 디올과 카톡 친구입니다. 다시 말해, 디올의 소식을 카카오톡 채널로 받아보고 있습니다. 때가 되면 새로운 컬렉션을 공유해 주는데, 제품을 사지 않을(못할) 때도 수시로 누르게 되더라고요. 시그니처 패턴으로 꾸며진 대화방을 보면 매장에 방문한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카카오톡 채널의 옛 이름은 ‘플러스친구’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알림톡이나 쿠폰 전달 위주로 운영되어, 명품 브랜드를 찾기는 쉽지 않았을 거예요. 로열티가 높은 명품 시장에서 크게 유효한 기능은 아니었으니까요.

변화는 카카오톡이 ‘플러스친구’를 ‘채널’로 업데이트하면서 찾아왔습니다. 채널에 주문•결제•예약•알림•상담 기능이 더해지면서 CRM(고객관계관리)이 가능해진 겁니다. 서비스 사용자가 늘어나니 이벤트나 캠페인을 진행할 때의 전환율도 높아졌고요.

디올이나 샤넬은 채널 보드를 소셜 미디어처럼 운영하는데요. 자신들의 헤리티지를 이미지나 영상 콘텐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수혈하려는 의도가 보입니다. 활성화를 논하기는 이르지만, 카카오뷰와의 연동성을 생각한다면 확장성을 기대해 봐도 좋겠죠? =>



STEP 2. 오게 하기 | 카카오톡 이모티콘

출처 (좌) 펜디의 펜디디 이모티콘, (우) 프라다 X 베니 이모티콘

명품 브랜드가 채널 활성화를 위해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배포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무료로!(🎁) 매장 오픈이나 신제품 출시에 맞춰 채널을 추가하면, 한정판 이모티콘을 선물하는 방식입니다.

초기에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녹여 럭셔리함을 시각화하는데 집중했는데요. 최근에는 잠재 소비자 유입을 위해 귀여운 캐릭터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펜디가 오스카 왕이 디자인한 캐릭터 ‘펜디디’를, 프라다가 국민 토끼 캐릭터 ‘베니’ 이모티콘을 선보인 것처럼요.

출처 불가리 X 잔망루피 이모티콘

지난 밸런타인데이, 불가리는 Z세대 밈 ‘잔망루피’를 게스트 엠버서더로 선정해 리미티드 이모티콘을 출시했습니다. 평소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와는 상이하지만, 타깃이 친숙하고 재밌게 느낄만한 캐릭터를 선정한 건데요. 반응은 뜨겁다 못해 화끈했습니다. 불가리 채널에서 잔망루피 이모티콘 이벤트 종료를 알리는 게시물에 “제발 팔아달라”라는 류의 댓글이 3만여 개나 달렸을 정도니까요.


STEP 3. 사게 하기 | 카카오톡 선물하기

타깃과의 접점을 넓히고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 그 궁극적인 목표는 판매 증대죠. 여기 모바일 커머스의 신예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주목해주세요.

지난해 8월 카카오는 선물하기에 명품 선물 테마관을 신설하고 샤넬 뷰티, 에스티로더, 티파니, 스와로브스키, 비비안웨스트우드 등 100여 개 명품 브랜드를 유치했습니다. 각 브랜드관을 누르면 시즌 컬렉션이나 베스트셀러를 쉽게 확인할 수 있고, 결제 및 배송도 간편합니다.

접근성과 편의성이야 다른 모바일 커머스 플랫폼도 갖춘 덕목. 선물하기만의 강점은 무엇일까요?

출처 카카오톡 선물하기 디올 뷰티 각인 서비스

정답은? 유일무이한 ‘선물용 서비스’입니다. 조말론, 디올 뷰티 등은 무료 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품을 정성스러운 포장으로 전할 수 있어서 인기가 좋습니다. 밀레니얼과 Z세대 사이에서 ‘나에게 선물하기’로 하는 쇼핑이 트렌드이기도 하고요.

명품 브랜드가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볼 수 없는 리미티드 세트를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선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확인된 수요를 위한 확실한 공급이죠. 


브랜드에 카카오란 OOO다

지금까지 카카오가 명품 브랜드에 유효한 마케팅 플랫폼임은 확인했습니다.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면서 영 타깃을 포섭할 수 있는 디지털 창구니까요.

온라인 거래의 일상화, 라이브 커머스의 성장, 면세점에 가지 못하는 팬데믹의 영향까지 고려한다면… 앞으로 카카오는 많은 브랜드의  D2C(Direct 2 Consumer) 마케팅 플랫폼으로 기능할 것 같아요.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보다 안전하고, 관계 형성을 기반으로 해 탄탄하니까요.

기대에 부흥하듯 2022년 카카오는 이커머스 사업을 전담하던 ‘카카오커머스CIC’(커머스CIC)를 해체하고, 본사가 직접 이커머스 사업을 운영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공개된 개편안 중에는 카카오톡 채널을 쇼핑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넣은 이커머스 플랫폼 ‘톡채널2.0’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방향도 포함되었다고 해요. 메신저로 시작한 작은 말풍선이 마케팅 생태계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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