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켓몬은 왜 또 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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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말합니다. 과거 흥행 제품을 새로 내놓으면 무조건 인기를 끌 것이란 생각은 위험하다고. 또 다른 이도 거듭니다. 추억을 소환하는 마케팅은 실효성이 없다고. 그랬는데, 아니었습니다. 우리면 우릴수록 뽀얀 국물이 나오는 사골처럼 글쎄 복고가 또 통했다니까요.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포켓몬빵 품귀 현상 한 장 요약)

지난 2월, SPC 삼립이 16여 년 전 단종한 ‘포켓몬빵’을 다시 내놨습니다. 1998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띠부띠부씰 수집 열풍을 일으킨 제품으로, 소비자의 러브콜이 꾸준히 이어진 바 있습니다. 옛사랑의 힘은 엄청났습니다. 2022년 버전 포켓몬빵은 재출시 일주일 만에 판매량 150만 개를 돌파, 해당 브랜드 신제품 동일 기간 평균 판매량보다 6배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포켓몬빵을 구하기 위해 편의점을 돌아다닌다는 의미로 ‘편의점 오픈런’, ‘편의점 투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는데요. 아이돌 그룹 BTS 멤버 RM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인증샷과 함께 “제발 더 팔아주세요”라는 문구를 올리며 해외에서까지 화제를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현상을 압축하는 명확한 팩트, SPC 삼립의 주가는 포켓몬빵 출시 이후 15%가량(3월 14일 기준) 상승했습니다.

Q: “이게 왜 가능한거죠?”

출처 SPC 삼립(포켓몬빵은 총 7종, 띠부띠부씰은 총 159종입니다)

단순히 복고의 승리로 치부하기엔 궁금증이 남습니다. 사실 포켓몬은 이전부터 몇 번이고 복습되던 ‘이미지 소비가 심한’ 캐릭터거든요. 띠부띠부씰이라는 미끼도 진부합니다. 그 옛날 국진이빵, 핑클빵의 계보는 카카오프렌즈빵, 오버액션토끼빵 그리고 펭수빵이 이어왔는데 오늘날 소비자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다? 고개가 갸우뚱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켓몬빵은 해냈습니다. 저는 그 성공 요인이 복고라는 콘셉트가 아니라, 소비의 변화와 이를 꿰뚫은 전략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복고에만 통하는 공식은 아니니, 모두 고개를 들어주세요.

자 이제 시작이야, 새로운 소비 문화

출처 당근마켓

포켓몬빵은 5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랐습니다. 용돈을 쪼개쓰던 학생이면 몰라도 구매력 있는 성인에게 부담없는 가격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사지 못했던 응어리를 풀어버릴 기회가 온 거죠. 우린 ‘엑설런트 금색 프렌치 바닐라 맛만 골라 먹는’, ‘카레에 고기를 잔뜩 추가해 먹는’처럼 ‘포켓몬빵을 종류별로 쟁이는 어른’이 된 겁니다.

여기에 당근마켓, 번개장터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 상의 중고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제품이 소비자 판매 가격 이상의 가치를 지니게 됩니다. 띠부띠부씰 한 장이 정가의 7배에 달하는 1만원에 올라오고, 인기 있는 맛에는 ‘플미’(프리미엄)가 붙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품에는 ‘먹는 것’이라는 본질 대신 ‘소장’이라는 가치가 투영됩니다.

소비자가 사는 건? 희소성과 화제성

출처 유튜브 승우아빠 일상채널

소장을 하고 싶은 이유는 희소성입니다. 희소성은 화제성을 낳고요. 유튜브 채널 <승우아빠 일상채널> 속 ‘포켓몬빵 167개 샀습니다, 씰 교환하실 분?‘이라는 영상에서 승우아빠는 제품을 산처럼 쌓아둔 채 띠부띠부씰을 언박싱했는데요. 이는 곧 <허팝>, <오킹TV> 등 메가 채널의 소재로 이어지며 소셜 미디어 트렌드가 됐습니다.

크리에이터에게 띠부띠부씰이 콘텐츠 소재라면, 일반 사용자에게 띠부띠부씰은 어떤 의미로 사용될까요? 자신이 트렌드를 이해하고 있으며 이에 합류했다는 인증입니다. 책받침이나 교과서에 붙이지는 않지만 스마트폰으로 찍어 전시하고 자랑합니다. 인스타그램에 ‘#포켓몬빵’이나 ‘#띠부띠부씰’ 해시태그를 검색해 보세요. 각 3만 6천, 2만 2천에 달하는 콘텐츠를 확인하실 수 있답니다.

올 타임이 골든 타임, 각인하고 공유하라

출처 방구석 연구소 포켓몬 테스트

브랜드가 제품 마케팅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시기는 ‘출시 전’입니다. 적당히 많은 채널에 일반적인 유료 광고로 소식을 알리면 세일즈가 승승장구할 거란 기대죠. 안타깝게도 지금의 소비자는 너무 많은 채널과 또 너무 많은 제품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잠깐의 틈에도 금방 다른 대체재로 눈을 돌리고 만다니까요.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던 지경(?)에도 멈추지 않은 포켓몬빵의 마케팅은 그래서 더 눈이 갑니다.

SPC 삼립이 펼친 공격전은 대단했습니다. 일단 공식 소셜 미디어 채널에서 ‘띠부씰 자랑 대회’와 ‘인증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홍보했고요 누구나 쉽게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필에 참여 링크를 고정해놨습니다. 여기에 콘텐츠 플랫폼 <방구석 연구소>와 레이블링 게임 ‘포켓몬 성향 테스트’를 진행! 소비자가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공유할 콘텐츠를 쉴 새 없이 제공했죠.

전략 최적화? 타깃 FIT한 채널 확장!

출처 SPC 삼립 공식 직영몰

마지막, 잊으면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포켓몬빵은 편의점이나 슈퍼마켓과 같은 오프라인에서만 판매된 게 아닙니다. 완판의 주범은 사실 대량 구매와 택배 배송이 가능한 온라인몰이었다고요. 단적인 예는 티몬의 ‘단하루특가’ 프로모션입니다. 9시간 만에 6만 개의 포켓몬빵이 매진됐습니다. 구매자 수가 6천여 명인 걸 감안하면 인당 평균 10개씩 주문한 셈이죠.

SPC 삼립은 일찍이 D2C(Direct 2 Consumer)를 위해 공식 직영몰을 구축했는데요. 포켓몬빵의 인기로 재고 확보가 빠른 직영몰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고, 덩달아 이커머스 판매량이 확대되었습니다. 공식몰 라이브 방송에서 14개 패키지를 판매한 바 있는데, 최대 시청자 수 20만을 거뜬히 넘겼다고 해요. 최근 소비 채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됐고, 그에 따라 온라인 채널을 확보했기에 가능한 성과였죠.

포켓몬빵이 쏘아 올린 공🎈. 사정거리를 늘리는 건 공이 아니라 쏘는 이의 자세, 명확한 방향과 알맞은 힘 같은 요소 아니겠어요?

A: “복고라서 잘 된 게 아니라, 잘 되게 한 복고였다”

소비자, 미디어, 시장에 대한 이해까지. 복고의 성공은 매력적인 제품이 아니라 촘촘하고 치밀한 마.케.팅. 전략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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