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기획자⋅제작자를 위한 ‘좋은 레퍼런스’ 제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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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레퍼런스를 판단하는 기준은 뭘까?

프로젝트를 맡은 기획자나 제작자라면 “레퍼런스부터 제시해 주세요”, “레퍼런스 보고 의견 드릴게요”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고 있을 텐데요. 이는 마케팅/광고 분야에서 ‘레퍼런스’가 하는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죠. 특히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콘텐츠 기획안이나 제안서를 작성해 공유해야 한다면 문서 안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게 바로 레퍼런스입니다. 기획 의도와 표현법을 최대한 자세히 설명한다 해도, 그걸 보는 사람들은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상상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예상 결과물에 대한 사전 협의는 필수죠. 이때 필요한 게 바로 적절한 레퍼런스를 제시하는 스킬입니다.

단순히 ‘많이 찾다 보면 좋은 게 나오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프로젝트 경험이 적고, 콘텐츠 제작 절차가 낯선 저연차 AE/디자이너라면 핀터레스트 무한 스크롤로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오늘은 마케팅 업계의 주니어 기획⋅제작자들을 위해 알파벳으로 기억하는 좋은 레퍼런스 제시 전략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DDB Needham의 R.O.I 광고 모델 전략 키워드 일부 차용)

1. 프로젝트에 R(Relevance) 맞는 레퍼런스인가?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좋은 레퍼런스를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은 ‘프로젝트와 레퍼런스의 렐러번스(Relevance: 연관/적합성)’ 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랠러번스는 프로젝트의 다양한 요소와 연결될 수 있는데, 프로젝트 시작 단계에서는 1️⃣기획 의도와의 연관성과 2️⃣규모 적합성을 보여줄 수 있는 레퍼런스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는 아웃풋의 비주얼이나 분위기를 잠작하게 하는 자료인 무드 보드(Mood Board)와는 다른 개념인데요. 통상적으로 “따듯한 색감의 레퍼런스로 찾아주세요”라는 식의 요청도 많기 때문에 이 둘을 혼동함으로써 서로 다른 결과물을 상상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1️⃣ 기획 의도에 맞는 레퍼런스

기획⋅제작자는 레퍼런스를 제시함으로써 “이 제작물을 통해 OO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의도를 직관적으로 보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운동화 브랜드 A사 신제품 촬영 기획안]과 같은 업무 요청이 왔다면, 곧바로 핀터레스트에 ‘운동화 화보’라고 검색하기보다 레퍼런스에서 얻고자 하는 포인트 키워드를 쭉 나열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도출해 낸 키워드에 맞춰 이미지를 고르다 보면 아래와 같이 디테일한 레퍼런스를 제시할 수 있게 되죠.

✅키워드
겨울 시즌 신제품 출시 / 쿠션감이 뛰어난 제품 / 셀럽 모델 적극 활용

Ref 1) 쿠션감을 강조한 포즈 레퍼런스
Ref 2) 쿠션감을 강조한 앵글 레퍼런스
Ref 3) 계절감(겨울)이 돋보이는 배경 레퍼런스
Ref 4) 모델 얼굴에 시선이 집중되는 전신 컷 레퍼런스

이처럼 강조하고 싶은 포인트, 즉 기획/제작 의도를 짚어가며 해당 레퍼런스를 제시하는 근거를 상세히 설명해 줘야 같은 이미지라도 훨씬 더 설득력 있는 자료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2️⃣ 적합한 규모의 레퍼런스

‘적합한 규모의 레퍼런스’란 한마디로 결과물 ‘퀄리티’를 예상하게 해주는 자료입니다. 촬영이든 그래픽이든 상관없이 주어진 기간과 예산 내에서 투여 가능한 리소스를 고려했을 때, 현실적인 제작 범위를 체크하는 건 매우 중요하죠. ”결과물이 실망스럽다”, “상상한 것과 다르다”라는 피드백은 보통 초반에 너무 거창한 레퍼런스를 보여줬을 때 보이는 반응이에요. 때문에 실무진들과 함께 제작 컨디션을 체크하고, 그에 적합한 자료를 추려내는 과정을 꼭 거쳐야 합니다. 이때, 함께 일하는 제작자와 기획자 간의 의견 차도 발생할 수 있기에 그 간격을 해소하기 위해서 레퍼런스에서 보이는 것들을 각각의 물리적인 요소로 뜯어보는 게 좋은데요.

앞서 말한 ‘운동화 브랜드 A사의 신제품 촬영’ 건에서 [Ref 3. 계절감(겨울)이 돋보이는 배경 레퍼런스]로 ‘야외 촬영 이미지’를 최종 레퍼런스로 제안하고 싶을 경우, 첫 번째 고려 요소를 ‘로케이션’으로 두고 최선의 옵션에 대해 논의하며 아래처럼 제시할 레퍼런스의 방향성을 좁혀나가야 합니다.

✅ 야외 촬영을 진행할 만한 기간과 예산이 있는지

✅ 없다면 소품이 배치된 컨셉 스튜디오가 나을지

✅ 그린 스크린 촬영 후 합성이 나을지

2D/3D 등의 그래픽 작업물을 만드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제작이 필요한 에셋의 양이나 활용 가능한 원본 소스의 유무 같은 물리적 요소를 고려하며 제작의 기준이 되는 ‘퀄리티 레퍼런스’를 명확히 정해야 하죠. 이러한 과정을 거치다 보면 결국 리소스를 최대한으로 활용했을 때, 실제로 산출할 수 있는 작업물의 완성도를 사전에 합의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상태에서 완성본을 리뷰한다면, 실망감보다는 “사전에 기획한 대로 제작됐다”라는 만족감이 들기 마련이죠.

2. O(Originality)히려 보지 못했던 독창적인 레퍼런스인가?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 독창성)가 있는 레퍼런스란 의외성이 느껴지지만, 브랜드나 제품 연관성이 높을 경우, 좋다고 느껴지는 자료입니다. 이미 너무 많은 캠페인을 해왔거나 기존과는 다른 컨셉을 시도해보고 싶은 니즈가 있을 경우, 가끔은 무난한 자료 보다 새로운 영감을 주는 레퍼런스가 필요할 때가 있죠. 이때, 의외의 레퍼런스를 제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1️⃣아예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거나 2️⃣다른 포맷까지 확장해서 참고해보는 데 있습니다.

1️⃣ 아예 다른 분야로 눈길 돌리기

사실 브랜드 마케팅을 하다 보면, 동종 업계 마케팅 사례를 먼저 찾아보는 게 당연한 수순인데요. 제품 USP(Unique Selling Point)를 색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 보면,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서 영감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랜드로버의 ‘올 뉴 디펜더’의 경우, [극한의 모험을 위해 탄생한 가장 강력한 디펜더]라는 메인 슬로건을 내세워 독보적인 오프로드 SUV로 포지셔닝하기 위한 캠페인을 펼쳤는데요. 강력한 성능을 강조하기 위해 차량의 소재나 메카닉한 기술력에 집중하는 대신 이 차량이 견딜 수 있는 극한의 환경, 즉 자연에서 오는 압도감을 이용하는 키비주얼을 제작해 눈길을 끌었죠. “하마 같다”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오는 이 이미지를 통해, 이 캠페인의 레퍼런스가 자동차 시장이 아닌 네셔널지오그래픽이나 디스커버리 같은 자연물을 담는 채널들의 이미지였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출처 (상) ROADScribe ‘랜드로버 이미지’ (하) WILDAMBIENCE ‘하마 이미지’

레퍼런스를 찾는 사고의 흐름
(Product) 오프로드 최적화 고성능 SUV

→ Unique selling point : 극한의 상황까지 견딜 수 있는 성능 강조
→ Campaign design : 오프로드 환경에 완벽히 적응/대응하고 있는 차량의 모습을 표현 → Idea : 아예 자연의 일부인 자연물/동물에 차량을 대입

(Reference) 거대한 몸집과 힘으로 늪지대를 군림하는 하마의 위압감 있는 이미지

실제로 물길을 가르고 나아가는 연출 덕에 차량의 절반가량이 가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체가 얼마나 높고 견고한지 단번에 인지됩니다. 같은 맥락으로 들판을 질주하는 차량의 모습, 숲속 이슬 맺힌 화장품같이 이미 흔해진 연상법들도 있는데요. 관행처럼 이어지는 연출들을 보면 자칫 의외성을 발견하는 게 쉬운 일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실무단에서 무언가 의외의/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도 사고를 확장하는 연습을 하는 게 좋습니다.

2️⃣ 다른 형식의 콘텐츠 참고하기

’분야’가 다름에서 오는 의외성 외에도 ‘형식의 차이’가 주는 의외성도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영상 제작물의 레퍼런스를 이미지로 두는 것, 혹은 이미지의 레퍼런스를 영상으로 두는 것 등이 그런 케이스인데요.

상반된 콘텐츠 포맷이 어떻게 서로의 레퍼런스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사진이 움직이는 것 같다”라는 표현처럼 역동성이 느껴지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영상을 참고하는 과정이 필수입니다. 순간의 장면이 영감을 줄 수도 있으니 말이죠. 그리고 이를 제안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건 바로 ‘실현 가능성’입니다. 아래와 같은 가능성을 생각하다 보면 처음에 이야기했던 R(Relevance/적합성)까지 자연스럽게 검토할 수 있게 되죠.

✅ 영상에서 보이는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는가

✅ 있다면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가

✅ 이를 구현할 만한 예산이 있는가

반대로 영상의 레퍼런스로서 이미지를 제시하고 싶다면, 후보정으로 만들어낸 이미지의 섬세함을 영상에서 얼만큼 구현할 수 있는지 현실적인 시각에서 판단해야 합니다. 또한 형식의 의외성은 움직임 여부뿐만 아니라, 제작 방식에서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2D의 레퍼런스를 3D 제작물에서 찾거나, 실 촬영 건의 레퍼런스를 애니메이션 같은 그래픽 제작물에서 찾는 시도를 해보는 것도 좋은 시도가 될 수 있습니다.

출처 (시계 반대방향으로) (1, 2) 핀터레스트 ‘이상한 나라 앨리스‘ 검색 결과 (3) 페이스북 ODDA magazine

✅애니메이션의 만화적 표현을 인물 화보의 레퍼런스로 활용한 경우

  • Paris Hilton의 대표적인 이미지인 ‘금발’, ‘푸른 눈동자’, ‘핑크’를 모두 강조
  • 패션 매거진으로서의 독창성을 드러내기 위해 과감한 앵글과 만화적 연출 시도

레퍼런스만 잘 골라도 절반은 완성한 거나 다름없다

좋은 레퍼런스 하나로 시작되는 프로젝트도 있을 만큼 그림에서 오는 설득력은 생각보다 크게 작용합니다. 이미 검증된 접근 방식과 디자인을 참고한다는 건 기획안 신뢰도를 높임과 동시에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동일한 목표를 공유해야만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레퍼런스’를 제시하는 과정 자체를 중요시해야 합니다.

물론 광고/콘텐츠 제작에는 정답이란 없기에 앞서 말한 전략들이 모든 프로젝트에 적용되는 법칙이라고 할 순 없지만, 적어도 오답은 피해 갈 수 있는 가이드로 참고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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