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딱딱한 신뢰감을 강조하던 금융권 마케팅이 확 달라졌습니다. 토스의 ‘머니그라피‘ 채널이 큰 화제를 모은 것처럼 이제 금융사들은 뻔한 상품 설명 대신 타깃의 일상과 취향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브랜드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죠. 최근 시선을 사로잡은 금융권 콘텐츠 사례들을 통해 그 이면의 영리한 기획 포인트를 파헤쳐 보았습니다.
💭 무게감을 덜어낸 B급 전개형 광고
단순히 유명인을 등장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콘텐츠 전개 자체를 보다 가볍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점이 특징입니다. 거창한 메시지를 던지기보다는 엉뚱한 스토리나 특유의 B급 감성을 활용해 시청자가 광고에 대한 피로도나 거부감 없이 콘텐츠의 끝까지 시청하게 만들죠.
1️⃣ 우리은행X삼성 월렛: 세상에 업턴 혜택의 기술
우리은행 사례는 영상 초반부터 상품의 혜택을 대놓고 광고하지 않았어요. 대신 대세 아이돌 장원영과 인기 예능인 김원훈, 이수지가 뭉쳐 엉뚱하고 코믹한 B급 ‘피겨 스케이팅 중계’ 상황을 보여줬죠. 현장 기자인 장원영이 “우리 선수들이 세상에 없던 기술을 보여줄 것”이라며 운을 띄우자 피겨 선수복 차림의 김원훈과 이수지가 등장해 묘기에 가까운 화려한 기술을 보여주는 내용인데요. 유쾌한 콩트로 시청자를 몰입하게 만든 뒤 경기 상황에 혜택을 자연스럽게 녹여냈어요.

이수지가 김원훈을 번쩍 들어 올리는 과장된 피겨 기술 직후 점수판에 ‘3.5점’이 등장해요. 이는 3.5%로 올라간 금리 혜택을 스케이팅 기술 점수로 재치 있게 치환한 거예요. 이어진 회전 기술에서는 김원훈을 빙글빙글 돌리는 묘기를 통해 포인트를 다시 돌려준다는 페이백 혜택을 직관적으로 풀어냈고요. 즉 영상의 메인 카피인 ‘세상에 업턴(UP-TURN) 혜택의 기술’은 금리는 위로 올리고(UP) 포인트는 돌려준다(TURN)는 상품의 핵심 소구점을 나타내요.
시청자 댓글을 보면 영상에는 “피곤할 때 꾼 꿈 같다”, “까먹을 수 없는 금리다… 3.5…”, “대체 광고 담당자들의 머릿속이 궁금하네” 등 호평이 줄을 이었는데요. 맥락 없고 엉뚱한 B급 전개로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혜택 정보에 대한 거부감을 덜어낸 거예요. 이로써 이탈 없이 끝까지 영상을 보게 만듦과 동시에 혜택까지 각인한 사례입니다.
2️⃣ 우리은행: 유튜브 김선태 협업
우리은행의 파격적인 행보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전 충주시 홍보맨 김선태 채널의 첫 기업 콜라보 주자로 나서며 엄청난 파급력을 보여줬어요. 영상에서는 뻔하게 상품 혜택을 나열하기보다 실제 은행 직원과의 리얼한 인터뷰로 우리은행만의 사내 분위기를 유쾌하게 담아냈는데요. 김선태는 우리은행 내부를 투어하면서 구체적인 역사나 근무 환경을 소비자가 알 수 있게 했어요. 외환 거래를 담당하는 딜링룸에서는 환율을 예측하는 직원에게 “사실상 이거 무당 아닌가요?”라고 유쾌한 질문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본점 창구 투어 중에는 하루 3건만 응대했다는 직원에게 “현장 직원들이 느낄 박탈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며 매운맛 멘트를 날리는 등 직원들과의 거침없는 티키타카를 중심으로 영상을 이끌었고요.
이에 시청자는 광고 콘텐츠가 아닌 킬링타임용 콘텐츠처럼 끝까지 다 봤다는 반응을 보였어요. 영상 사이사이 브랜드의 헤리티지나 구체적인 서비스를 녹여 전달하면서도 보수적이고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은행의 이미지를 한결 가볍고 친근하게 만드는 결과로도 이어졌습니다.
📺 예능인을 앞세운 오리지널 웹 예능형
금융 상품이나 혜택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대중에게 친숙한 예능인들을 앞세워 오리지널 예능 시리즈를 론칭하는 전략입니다. 억지스러운 홍보나 딱딱한 이미지를 완전히 지우고 ‘콘텐츠 본연의 재미’에 온전히 집중해 시청자들이 다음 화를 기다리며 자발적으로 채널을 구독하고 정주행하게 만드는 것이 이 전략의 핵심입니다.
1️⃣ 농협은행 <올랭말랭?>
농협은행 콘텐츠인 <올랭말랭?>은 김원훈, 딘딘과 전현직 스포츠 선수들이 사회인 야구단, 대학 당구 동아리 등 실제 활동 중인 아마추어 스포츠 동호회를 직접 찾아가는 스포츠 웹 예능 시리즈예요. 매 회차 다루는 종목(야구, 당구 등)이 바뀌고 출연진이 아마추어 회원들과 함께 섞여 프로 선수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듣거나 미니 대결을 펼치는 생생한 과정을 담아냅니다. 그리고 프로그램 중간에 농협은행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홍보하는데요.

첫 에피소드인 야구 모임 편에는 이대호 선수와 구혜빈 아나운서가 게스트로 등장했어요. 일일 매니저를 맡은 구혜빈 아나운서가 아마추어 야구팀원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자연스레 ‘회비 관리의 고충’이 화두로 떠오르는데요. 바로 이때 이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단숨에 해결해 줄 맞춤형 상품으로 ‘NH 올원모임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소개했죠. 이처럼 <올랭말랭>은 ‘스포츠 예능’이라는 친숙한 포맷으로 재미를 극대화해 시청자들이 다음 에피소드를 기대하며 정주행하도록 이끌었어요. 동시에 아마추어 동호인, 즉 일반 소비자가 현실에서 겪는 상황 속에 꼭 필요한 은행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마케팅 효과까지 톡톡히 챙겼습니다.
2️⃣ 농협은행 <으랏차차 밥차차>
이전 기안84는 농협중앙회 공식 채널에서 <농부왕 기안84>를 통해 땀 흘려 쌀을 수확하는 찐 농사 콘텐츠를 선보인 바 있어요. 이어서 또 다른 농협은행 콘텐츠 <으랏차차 밥차차>로 돌아왔습니다. 전문 셰프, 든든한 게스트들과 함께 밥차를 운영하는 내용인데요. ‘직접 수확한 쌀로 밥을 대접한다’는 탄탄한 빌드업을 보여준 셈이죠. 이 시리즈는 대학생부터 소방관까지 우리 사회의 각계각층을 구성하는 인물을 찾아가 우리 쌀과 농산물로 만든 식사를 대접해요. 이는 쌀 소비 촉진 캠페인의 일환으로, 농협은행이 “젊은 세대와 공감대를 넓혀 쌀의 가치를 알리고 건강한 식문화를 찾길 바란다“며 기획 의도를 밝히기도 했죠. 이때 밥차 식권 증정 이벤트를 ‘NH올원뱅크’ 앱 내에서 진행해 시청자가 앱을 직접 설치하고 이용해 보는 계기도 제공했어요.
3️⃣ 하나은행 <무릎팍박사>
하나은행의 <무릎팍박사>는 과거 지상파의 인기 예능 ‘무릎팍도사’의 포맷을 부활시켜 자사 브랜드 앰버서더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토크쇼 콘텐츠예요. 원조 진행자인 강호동이 ‘무릎팍박사’로 출연하여 손흥민, 지드래곤처럼 월드클래스 게스트들과 진솔한 고민을 나눴죠. 이때 토크쇼 후반부에는 ‘하나뿐인 퀴즈’ 코너가 등장하는데요. 출연자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자산 관리 서비스 ‘하나 더 넥스트’나 외국인 전용 서비스 ‘하나 더 이지’ 같은 자사 상품을 자연스럽게 소개했어요. 이 시리즈는 이미 검증된 국민 예능 포맷을 재소환해 대중의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스타들의 가감 없는 모습을 담아냄으로써 화제를 모았고 주목도를 높였습니다.
👨💻 전문가를 앞세운 현실도움형
전세사기, 세금, 재테크처럼 어렵게 느껴지는 금융 정보를 전문가와 함께 쉽게 풀어내는 방식의 콘텐츠입니다. 복잡한 금융 지식을 예능의 문법으로 가볍게 풀어내어 정보의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추고 브랜드가 주는 신뢰도를 각인시킵니다.
1️⃣ 국민은행 <전문철>
KB국민은행의 <전문철> 시리즈는 한문철 변호사를 중심으로 부동산 전문가와 패널들이 전세사기와 관련된 사연을 제보받아 함께 시청하며 구체적인 예방법을 짚어줘요. 실제 영상에서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신축 빌라를 계약하려는 사연을 보다가 패널들이 직접 서류의 허점을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등기부등본을 뗄 때 별도로 체크해야만 확인할 수 있는 ‘공동담보 목록’의 존재를 알려주고 적정 시세를 모를 때는 ‘KB부동산 데이터 허브’를 통해 확인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시연하죠. 이러한 콘텐츠로 단순한 금융 기관의 역할을 넘어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고자 하는 전문성과 진정성을 보여주고 사회적으로 민감한 전세 문제에 대해 대중과 깊게 소통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었어요.
2️⃣ 신한은행 <쩐썰인>
신한은행의 <쩐썰인> 시리즈는 오건영 부장이 호스트로 나서 역사·심리학·뇌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금융 인사이트를 나누는 지식 토크쇼입니다. 이 콘텐츠의 핵심은 시청자에게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을 대하는 ‘태도’를 길러준다는 데 있습니다. 실제로 최태성 강사와는 ‘투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역사’를, 김경일 교수와는 ‘투자 위기 시 패닉에 빠지지 않는 심리 통제법’ 등을 심도 있게 다뤘는데요. 이렇듯 <쩐썰인>은 뻔한 투자 팁을 나열하기보다 자산을 바라보는 본질적인 철학이나 여러 관점을 공유하는 데 집중하며 소비자가 자산 관리에 있어 안목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요.
🌇 타깃 라이프스타일 반영
소비자의 일상 속 크고 작은 고민이나 관심사에 자사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소비자의 실제 삶과 맞닿아 있는 소재를 적극 활용해 콘텐츠를 거부감 없이 나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이도록 이끄는 영리한 전략입니다.
1️⃣ 카카오페이 <나의 저소비라이프>
<나의 저소비라이프>는 배우 홍경을 모델로 기용하여 일상 속에서 카카오페이를 사용하는 에피소드를 드라마 같은 감도 높은 숏 콘텐츠로 담아냈습니다.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저소비 라이프’에 활용 가능한 카카오페이의 혜택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이 특징입니다. 결제 혜택 편에서는 일상적 지출에서 카카오페이로 할인받아 작은 여유들을 쌓는 모습을, 통신 요금 편에서는 고정적인 통신비를 줄이고 그 아낀 돈으로 예쁜 꽃을 구입하는 과정 등을 보여주는데요. 이렇듯 타깃이 공감할 만한 일상 스토리를 통해 자사 서비스로 불필요한 낭비는 줄이고 나를 위한 가치 있는 소비와 혜택은 똑똑하게 챙길 수 있음을 자연스럽게 보여줬어요. 시청자 반응 역시 ‘영화 같다’, ‘일부러 찾아보는 광고다’라며 긍정적이었습니다. 배우가 주는 호감도와 영상미로 시선을 끈 뒤 일상과 연계된 혜택을 전면으로 드러낸 덕분에 “나도 카카오페이를 써봐야겠다”는 실질적인 반응까지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 있었고요.
2️⃣ 카카오페이 <제정신유지비용>
<제정신유지비용>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자신의 멘탈을 관리하고 행복을 찾기 위해 취미나 관심사에 투자하는 금액을 뜻하는 신조어를 차용한 웹 예능 시리즈예요. 카카오페이에서 진행한 것으로, 오마이걸 효정이 매회 러닝, 캠핑 등 특정 취미에 깊이 빠진 인물들과 해당 취미를 소개하고 체험하며 관련된 소비 경험을 드러내죠. 나아가 해당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했어요. 이는 소비자의 일상과 가까운 브랜드로 다가가기 위해서예요. 결과적으로 ‘제정신유지비용’이라는 공감 가는 소재로 시선을 끌고 이를 자연스럽게 금융 서비스와 연결해 접점을 확대한 사례입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딱딱하고 일방적인 정보 전달식 광고에 예전만큼의 주목도를 보이지 않습니다. 앞서 살펴본 금융권의 성공적인 콘텐츠 사례들은 이에 대한 훌륭한 해답을 제시해요. 공급자 중심의 ‘브랜드 언어’를 과감히 탈피하고 철저히 소비자에 맞춘 ‘타깃의 언어’로 소통했다는 점에서요. 혜택을 강요하는 대신 콘텐츠 자체의 매력으로 소비자 스스로 찾아오게 만드는 이 방식은 비단 금융권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고객이 진정으로 보고 싶어 하는 이야기와 일상적인 솔루션을 담아내는 기획력, 이제 여러분의 브랜드에도 적용해 볼 때입니다.
*외부 필진이 기고한 아티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