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에게 N주년은 그동안 쌓아온 스토리를 돌아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죠. 이 시점을 활용해 기존 팬과의 관계를 강화하거나 평소엔 하지 못했던 색다른 시도로 브랜드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고요. 그래서 많은 브랜드가 N주년을 축하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더욱 특별한 순간을 만들고 있어요. 모든 브랜드가 언젠가 맞이할 수 있는 기념일인 만큼, 다른 브랜드들은 어떻게 N주년을 기념하고 소비자에게 인상 깊은 경험을 선사하고 있는지 알아보면 좋겠죠? 이번 아티클에서 그 전략을 함께 살펴보자고요!🤩

간편 송금 시스템이란 편리함을 제공하면서 금융 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토스가 어느덧 1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이를 기념하고자 토스는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동시에 새로운 출발선에 다시 선다는 의미를 담아 인터랙티브 전시 ‘스퀘어 오브 토스‘를 열었어요.
전시 공간에서는 토스가 걸어온 10년의 브랜드 헤리티지를 사용자 관점에서 풀어낸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기업의 역사를 일방적으로 나열한 게 아니라 ‘토스를 통해 내 금융 생활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졌죠. 사용자 중심의 접근을 통해 관람객들은 브랜드의 여정을 각자의 경험과 자연스럽게 연결지어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또한 1월부터 12월까지 관람객들의 월별 소비 패턴을 엿볼 수 있는 콘텐츠도 마련됐습니다. 1월은 새해 다짐, 3월은 새 학기 새 마음, 5월은 가정의 달처럼 각 월의 특성을 반영한 내용을 실제 달력처럼 넘기며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했죠. 관람객은 이 캘린더를 보면서 사용자들이 토스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어떤 혜택을 받아왔는지 시각적으로 받아들이며 토스와 함께한 시간을 현실 속에서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나의 금융 성향을 알아보는 테스트, 결과에 따라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금융 성향에 맞춘 DIY 키링 제작 등 참여형 콘텐츠도 더해졌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금융 습관을 돌아보고 브랜드와의 접점을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한 거예요. 이렇게 토스는 지난 10년간의 여정을 사용자 중심의 전시 콘텐츠로 구현해 브랜드와 사용자 사이의 유대감을 더욱 공고히 했어요.

오랜 시간 게이머들로부터 사랑받아 온 넥슨! 이들은 30주년을 맞아 유저가 가입일부터 지금까지 플레이한 게임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나의 넥슨 기록‘ 이벤트를 선보였어요. 브랜드와 유저가 함께한 여정을 데이터로 되짚어 보며, 넥슨과 함께 해온 시간들을 자연스럽게 상기시키는 프로젝트였습니다.

‘나의 넥슨 기록’은 유저의 실제 플레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결과물을 제공한 점이 주목할 만해요. 회원 가입일은 물론이고 자주 플레이한 요일과 시간대, 지금까지 플레이한 게임 수, 생성한 캐릭터 수, 넥슨 게임의 총 누적 플레이 타임 등 유저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줬던 정보를 하나의 여정처럼 구성해 보여주었죠. 특히, 정보를 ‘바이트(Bytes)’ 단위로 표시해 디지털 게임을 제공하는 브랜드 정체성과도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넥슨은 이렇게 ‘기록’이라는 도구로 유저가 브랜드와 함께한 시간을 되돌아보게 하며 “나, 넥슨이랑 정말 오래됐구나”라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끌어냈습니다.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유저가 그동안 브랜드에 쏟아온 애착까지 다시금 떠올릴 수 있도록 한 셈이에요.

이외에도 넥슨은 ‘내 넥슨 기록 어텀?‘ 이벤트도 함께 진행했는데요. 넥슨플레이 앱에서 나의 넥슨 기록을 조회하면 자동 응모되는 방식이었고, 해당 영수증을 커뮤니티에 공유하면 무드등, 포인트 등 다양한 경품 증정 이벤트에도 참여할 수 있었어요. 유저들이 서로의 기록을 비교하고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추억을 환기하고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확산되도록 설계한 거예요.
바나나맛우유 하면 저절로 연상되는 게 하나 있죠? 바로 ‘단지’ 모양의 용기인데요.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 출시 50주년을 기념해 시그니처 패키지인 단지 용기를 활용한 ‘단지, 용기 하나면 돼‘ 캠페인을 선보였습니다. ‘단지 용기’라는 말에 ‘용기(勇氣)’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아,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일상 속 필요한 모든 용기를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했어요.

빙그레는 캠페인에 맞춰 새로운 단지 용기 에디션도 출시했습니다. 기존의 로고 대신 ‘단지 ~할 용기’라는 문구가 들어간 패키지로, 사람들이 직접 자신에게 필요한 ‘용기’를 적어 넣을 수 있도록 했어요. 예를 들어 ‘단지 사과할 용기’, ‘단지 고백할 용기’처럼 각자의 감정을 브랜드가 제공한 용기를 통해 표현해 보는 경험을 제공한 거예요.
SNS 이벤트도 함께 진행해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는데요. 50주년 에디션에 자신이 필요한 용기를 적고 간단한 코멘트, 해시태그와 함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는 방식이었어요. 이 중 매주 50명에게는 바나나맛우유 기프티콘을, 100명에겐 캐릭터 작가 김토끼 스튜됴와 콜라보한 50가지의 용기카드를 선물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SNS 이벤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문구인 ‘도전’을 스페셜 에디션으로 출시했어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이벤트 참여 게시물 속 다양한 ‘도전’ 글씨체를 AI로 분석하고, 각자의 손글씨 개성을 반영한 단 하나뿐인 디자인으로 완성한 거죠. 소비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메시지를 제품으로 만들어낸 인상적인 시도였어요. 이처럼 참여형 이벤트를 바탕으로 소비자와 함께 제품을 만들어가는 과정도, N주년을 기념해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의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있겠죠?

쿠로미, 폼폼푸린, 마이멜로디 같은 인기 캐릭터를 대거 배출한 산리오의 대표 간판 캐릭터! 헬로키티가 지난해 탄생 50주년이라는 상징적인 순간을 기념하며 여러 브랜드와 함께 ‘대규모 콜라보’를 펼쳤습니다. 뷰티, 패션, 라이프스타일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한 협업으로 그 어느 때보다 폭넓게 대중과 접점을 만들었어요. 그 중심엔 콜라보의 확장성을 극대화한 전략이 있었습니다.

뷰티 브랜드와의 협업에서는 헬로키티의 주요 팬층인 여성 소비자와 Z세대를 겨냥한 전략이 두드러졌습니다. Y2K 감성의 레트로 디자인부터 미니 캐리어 같은 리미티드 굿즈까지, 소장욕구를 자극하는 패키징에 집중해 팬심을 정조준했죠. 단순히 헬로키티를 얹는 데 그치지 않고 타깃의 선호도를 활용한 맞춤형 협업이 돋보였습니다.

패션 분야에서는 그보다 한 발 더 나아간 파격적인 시도들이 눈에 띄었는데요. 대놓고 팬심을 드러낼 수 있는 과감한 디자인부터, ‘일코템’으로 활용 가능한 아이템까지. 팬들의 다양성과 취향 스펙트럼을 충족할 수 있는 제품들을 볼 수 있었어요. 헬로키티 덕후라면 그 어느때보다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실용성도 놓칠 수 없죠! 신용카드와 생리대처럼 실생활에 꼭 필요하지만 보통은 귀여움과 거리가 멀었던 제품들과도 협업했습니다. 제품에 헬로키티를 입혀 “어차피 사야 한다면 귀여운 걸로”라는 심리를 자극했죠. 여기에 한정판 디자인, 실질적인 혜택까지 더해지며 콜라보 시너지를 극대화했고요.
이처럼 헬로키티는 다양한 카테고리에 걸쳐 브랜드와의 대규모 콜라보를 전개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어딜가든 헬로키티를 만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죠. 그 결과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동시에 대중에게까지 강렬한 인상을 남겨 50주년이라는 상징적인 순간을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었습니다.
과거의 브랜드 자산이 지금의 소비자에겐 오히려 새로운 가치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점을 캐치한 사례도 있어요. N주년을 맞아 ‘과거로 돌아가는 방식‘으로 브랜드와 고객 사이의 오랜 관계를 다시 잇고자 한 건데요. 이런 흐름을 잘 보여주는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할게요!

추억 속으로 사라진 제품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다면? 농심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브랜드의 상징이자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농심라면’을 재출시했어요. 특히 이 제품은 과거의 (구)롯데공업주식회사 시절 (현)농심이라는 이름을 만들게 된 결정적 계기로, 브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제품인데요. 농심은 ‘농부의 마음’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많은 이들의 향수를 자극했습니다.
농심라면 재출시는 단순한 복각판이 아니라 세대를 아우르는 전략이기도 했어요. 5060 세대에겐 잊혀져가던 추억의 맛을 선물하면서 감성을 자극하고, 2030 세대에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맛을 레트로 컨셉으로 어필해 구매를 부추겼죠. 실제로 농심라면은 1975년 조리법을 바탕으로 하되, 현재 입맛에 맞춰 리뉴얼 된 제품이거든요. 그 결과 출시 3개월 만에 1,000만 봉 이상 판매되면서 감성 소비가 실질적인 구매로 이어진 대표 사례가 되었어요.

반면 단종된 제품이 아니라 그때 그시절의 가격을 그리워한 적도 있지 않나요? 그래서 N년 전 제품이 아니라 N년 전 가격으로 돌아간 사례도 있습니다. 떡볶이 프랜차이즈 두끼는 10주년을 맞아 ‘오픈 당시 가격’으로 다시 찾아가는 이벤트를 진행했어요. 기존 10,900원이던 1인 식사권을 6,900원으로 낮춰 1만 장 한정 판매했는데, 무려 30초 만에 전량 매진되는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죠. 고객 성원에 힘입어 두끼는 1만 5천 장을 추가로 판매하는 앵콜 이벤트까지 진행했답니다.
고객 입장에선 가격 할인만큼 직관적이고 분명한 혜택은 없지 않을까요? 특히 ‘예전 가격’이라는 상징성이 더해지면 단순한 할인 프로모션을 넘어 브랜드와 함께한 기억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오랜 시간 브랜드를 응원해준 고객에게 진심을 전하고 싶다면, 이런 방식으로 고마움을 표현해보는 것도 좋겠네요!
브랜드에게 N주년은 그저 시간이 흐른 결과가 아니라 소비자와 함께 걸어온 시간을 기념하고 앞으로의 관계를 다지는 기회예요. 그러니 중요한 건 ‘기념’ 그 자체보다 소비자와 함께 추억을 만들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내야 하죠. 브랜드의 1년, 10년, 혹은 50년을 의미 있게 축하하고 싶다면! 이번 사례를 참고해 그동안 쌓아온 자산을 어떻게 보여줄지, 어떤 방식으로 함께할지 고민해 보세요! 🥳
*외부 필진이 기고한 아티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