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의 이름값에 의존하지 않는 PD [프라이데이 스튜디오 인터뷰]

셀럽의 이름값에 의존하지 않는 PD [프라이데이 스튜디오 인터뷰]

2019년 ‘슈스스TV‘로 시작해 ‘노필터tv‘, ‘당분간 공효진‘, ‘이영자 TV’ 등
프라이데이 스튜디오는 셀럽과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채널을 만들어 왔습니다.

이처럼 이름값 있는 채널을 줄줄이 만들어온 제작사인 만큼
그간 파트너를 확보한 노하우를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먼저 나선 적은 많지 않고, 셀럽도 브랜드도 대부분 먼저 찾아왔다는 겁니다.

그 어느 때보다 콘텐츠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셀럽과 브랜드가 러브콜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매력은 뭘까요?
프라이데이 스튜디오에게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프라이데이 스튜디오 Friday Studio

류현철 대표

박지수 PD

이영재 PD

2026년 8월 21일, 프라이데이 스튜디오

셀럽 유튜브, 유명세가 전부다?

Q. 지금은 배우나 셀럽이 유튜브 하는 게 당연하지만, 초창기에는 이 시장 자체를 낯설게 보는 시선도 많았잖아요. 어떤 마음으로 셀럽이 출연하는 유튜브를 시작하시게 되었나요?

사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어떤 철학을 가지고 접근한 건 아니었어요. 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온 거죠. 그런데 이 일을 하다 보니까 셀럽이든 일반인이든 접근 방법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출연자의 인지도가 물론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출발점이 다르다거나 하지는 않다고 봐요. 인지도는 그 사람이 가진 장점 중 하나일 뿐이고요.

유명한 사람이 나온다고 해서 보는 시기는 이제 지났다고 생각하거든요. 유명하고 유명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 명확하게 전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느냐, 시청자들이 시간을 소비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가 중요한 거죠.

Q. ‘가치 있는’ 메시지는 어떻게 찾아내시나요? 단순히 출연자에 대한 조사를 많이 하거나 고민을 오래 한다고 해서 나올 것 같지는 않은데요.

사람들이 각자 갖고 있는 본인만의 고유한 내러티브가 있는데, 그걸 끌어내기 위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합니다. 이때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요. 만나서 얘기도 많이 해야 하고, 처음엔 몰랐지만 채널을 같이 만들어 나가면서 알게 되는 이야기들도 있고요. 그래서 “요즘 뭐 먹었어요?”, “새로 생긴 친구 없어요?” 같은 질문들을 계속 던지면서 출연자를 귀찮게 하죠.

희재홀릭’ 채널이 그런 경우였는데, 강희재 씨와 처음 미팅을 할 때만 해도 도회적이고 이지적인 이미지들이 강했어요. 그런데 촬영을 하고 대화를 할수록 빈틈 있고 친근한 모습들이 보였고, 그걸 콘텐츠로 담았을 때 조회수라든지 지표도 훨씬 더 좋게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기획물 위주의 콘텐츠에서 좀 더 날것을 보여주는 느낌으로 방향을 틀었어요.

이렇게 이미 다른 매체에서 알려진 이미지와 전혀 다른 결을 보여주고, 새로운 이미지가 다시 다른 매체로 이어졌을 때 이전보다 더 다채롭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죠. 이런 선순환을 만드는 게 내러티브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해요.

Q. 날것을 매력적으로 담아내는 게 짜여진 기획안대로 만드는 것보다 오히려 더 어려울 것 같아요. 콘텐츠에서 어떤 건 덜어내고 어떤 걸 보여줄지에 대한 기준이 있으신가요?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 사람이 하는 이야기가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할 이야기여야 한다는 거예요.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면 사실 일기장이나 다름없거든요. 그래서 기획자가 생각한 캐릭터, 출연자 스스로가 생각하는 본인의 캐릭터, 그리고 시청자가 기대하는 캐릭터. 이 세 가지를 일치시켜 가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게 가능하려면 제작자가 먼저 그 사람의 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팬으로서 영상을 보는 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탐구하고, 그걸 만들어내는 거죠.

당분간 공효진’ 채널의 경우엔 유튜브를 처음 시작했으니 레거시 미디어에서 잘 보여주지 못했던 공효진 씨의 이면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그래서 러프하게 찍어 자연스러움을 살린 콘텐츠가 메인이었는데, 채널이 크면서 다른 게스트와 함께 있는 모습으로 또 다른 면모를 보여드리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흔히 말하는 ‘좋은 때깔’을 가미해서 찍었더니 반응이 좋았어요.

‘진정성’ 있는 콘텐츠란

Q. 여러 가지 면모를 보여준다고 하면, 최근엔 브랜드 채널 콘텐츠도 정제된 PR 메시지보다는 조금 더 러프한 이야기를 많이들 담는 것 같아요. 이런 콘텐츠 전략도 비슷한 맥락일까요?

맞아요. 콘텐츠와 광고 시장 자체가 전반적으로 변화하는 것 같아요. 그런 맥락에서 채널 규모가 커야만 수익으로 이어지던 시대도 이제 지났다고 봐요. 불특정 다수가 본 100만 뷰보다 명확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본 1만 뷰가 더 좋은 평가를 받는, 말하자면 퀄리티가 높은 조회수가 되는 시대가 온 거죠.

구독자가 많지 않더라도 내실 있게, 취향이 담긴 코어 팬을 가지고 있는 채널이 되는 게 생존 전략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셀럽 채널은 보통 그 사람에게 호감을 가진 구독자들이 모이면서 시작되잖아요. 브랜드 채널은 그런 팬층이 없는 채로 시작해야 하는데, 그래도 앞서 말씀하신 문법이 그대로 적용될까요?

아무래도 브랜드 채널은 긴 호흡으로 서사를 쌓아가면서 시청자와 유대감을 쌓기가 비교적 어렵죠. 그래서 최대한 차별성 있는 모습을 담아내야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요새 듣고 싶어 하는지’라는 관점에서 고려했을 때, 브랜디드 콘텐츠에서는 특히 다른 곳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새롭게 발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보통 브랜디드 콘텐츠는 시리즈 고정 MC를 비롯해 다양한 게스트들이 오고 가잖아요. 그럼 그들이 기존의 미디어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면모를 끌어내 보는 거죠. 그 사람이 나왔던 인터뷰들을 다 뜯어보고 거기서 나왔던 질문들은 다 배제하는 식으로요.

29cm의 ‘29오픈하우스’만 봐도, 큰 틀이 되는 포맷 외에도 디테일한 부분들에 차별점을 만들었어요. 콘텐츠 기획 측면에서는 물건을 사는 취향과 개인적인 공간을 공개하도록 한다면, 출연자에게 던지는 질문도 다른 데서 나오지 않았던 것들로 구성해 색다른 이야기를 끌어내는 식으로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의 경쟁력

Q. 지금까지 여러 전략들을 말씀해주셨는데, 프라이데이 스튜디오 콘텐츠만의 정체성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뭘까요?

저희는 모든 채널에서 공통적으로 ‘핵심 내러티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쉽게 풀면 ‘이 콘텐츠로 사람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인데요. 핵심 내러티브가 있느냐 없느냐가 일단 어떤 채널이 출발할 때 무조건 클리어해야 되는 목표예요.

조회수가 잘 나오면 당연히 저희도 좋지만, 그게 첫 번째 목표는 아니에요. 그래도 조회수만을 위해서 어떤 인물을 자극적으로 소모시키거나 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멀리 봤을 때 이 사람이 해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한 번 더 고민을 하는 거죠.

Q. 그런데 최근에는 AI가 콘텐츠 제작 과정의 많은 부분을 대체하고 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온다고 보세요?

결국 ‘사람이 해야 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게 AI 시대의 큰 화두잖아요. AI가 발전하면 제작하는 스킬이나 과정 같은 건 당연히 훨씬 더 쉬워지겠죠.

그런데 그 사람의 취향과 관점을 찾아내는 과정까지는 AI가 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이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갖고 있고, 자기 본인도 모르는 어떤 매력을 갖고 있고, 그것을 어떻게 풀어냈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 이런 것들은 사람과 사람의 대화로만 완성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는 PD 본인이 더 또렷한 취향과 관점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봐요. AI가 클릭 몇 번에 결과물을 뚝딱 만들어주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사람이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대체될 수 없으니까요.

🎙 Editor’s Comment

유튜브를 안 하는 셀럽을 찾기가 더 어려운 시대입니다. 이렇게 유명인의 채널이 넘쳐나는 시장에서, 프라이데이 스튜디오의 채널들은 자극적인 소재나 순간적인 화제성으로 눈길을 끌려하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화제성보다 내러티브를, 숫자보다 이야기를 먼저 보고 있었거든요.

눈앞에 보이는 숫자는 언제나 유혹적입니다. 하지만 프라이데이 스튜디오는 그만큼 눈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중요시합니다. 하나의 방향성을 믿고 올곧게 자신만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단단한 취향이야말로 무언가가 감히 대체할 수 없는 경쟁력이 아닐까요?

수수 아바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