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끝나야 볼 수 있는 하인즈 광고?! 브랜드가 기다림의 가치를 활용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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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자에게 하인즈가 있나니

기다림조차 브랜드 자산으로 만드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지금 확인해 보세요!

하인즈는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케첩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맛은 물론이고 매번 신선한 아이디어로 주목을 받는 ‘마케팅 맛집’이기도 하죠. 특히 하인즈 케첩은 진~한 농도로 인해 병에서 천천히 흘러나오는 특성이 있는데요. 이 ‘느림’을 약점이 아니라 브랜드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로 승화시키며 여러 캠페인에서 유쾌하게 활용해 왔어요. 그리고 이번에도 ‘기다림’을 주제로 한 기발한 캠페인을 선보이며 또 한번 이목을 끌었습니다. 어떤 이야기인지 함께 살펴볼까요?

✋ 광고 보려면 기다리세요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간 뒤 짧게 나오는 ‘쿠키 영상’을 아실 거예요. 긴 크레딧을 다 참고 기다린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숨은 보상 같은 장면이죠. 하인즈는 이러한 문화를 재치 있게 활용해 지난 4월 9일부터 11일까지 두바이몰 릴 시네마에서 ‘포스트 포스트 크레딧(Post-Post Credits)’이라는 캠페인을 선보였습니다.

출처 유튜브 Brand-News

포스트 포스트 크레딧은 쿠키 영상을 뜻하는 ‘Post-credits scene’보다도 뒤에 등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그런데 영화 팬이라면 쿠키 영상을 위해서라도 남아 있을 수 있지만, 광고를 보기 위해 끝까지 앉아 있을 관객은 많지 않겠죠? 그래서 하인즈는 광고를 두 파트로 나누는 크리에이티브한 방식을 택했습니다. 영화 상영 전에는 이야기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전반부를 보여주고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간 뒤에야 후반부를 공개하는 방식이었어요.

보통은 영화나 드라마 사이에 광고를 끼워 넣어 광고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게 만들지만, 이 캠페인을 통해서는 오히려 광고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영화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게 만들었죠! 하인즈는 관객이 자발적으로 기다려야만 광고 한 편이 완성되도록 설계해 기존의 광고 문법을 거꾸로 뒤집어버렸습니다.

🎞️ 광고가 영화 쿠키 영상보다 늦게 나온 이유

출처 유튜브 Diego F-Cid

하인즈가 선보인 광고 ‘The Slow Heist(느린 강도들)’은 긴박한 도주극을 다루고 있어요. 세 명의 강도가 무엇인가를 훔쳐 급히 탈출한 뒤 대기 중인 차량에 올라타는데, 문제는 운전자가 핫도그에 하인즈 케첩을 뿌리는 데만 몰두해 전혀 출발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병에서 천천히 흘러나오는 케첩을 바라보며 시간을 끄는 운전자 때문에 강도들은 발을 동동 구를 뿐이죠. 그리고 이 긴장감 넘치는 상황은 “이 이야기의 결말을 보고 싶다면 끝까지 기다려주세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끊기게 됩니다.

출처 유튜브 Diego F-Cid

영화가 다 끝나고 다시 등장한 화면에서는 핫도그 위에 천천히 뿌려지는 케첩과 함께, 운전자가 마침내 완성된 핫도그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기다림조차 가치 있게 만드는 순간(When the wait is worth it)”이라는 메시지와 함께요. 하인즈는 답답할 정도로 느린 기다림도 결국 더 큰 만족을 위한 가치 있는 과정임을 유쾌하게 보여주고 싶었던 거예요. 정작 강도들을 발견한 경찰은 차량이 주차 금지구역에 세워진 것만 확인하고 주차 위반 딱지만 끊어 돌아서는 결말을 보여주며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물론 ‘광고를 이렇게까지 기다릴 사람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어요. 영화 쿠키 영상조차 정말 팬이거나 큰 기대가 없는 이상 기다리는 사람이 드문 게 현실이니까요. 그런데 하인즈는 그 점마저도 의도했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뒤 주어지는 쿠키 영상처럼, 하인즈 역시 충분히 기다릴 만한 가치를 가진 브랜드라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연결한 거예요. 또한 끝까지 기다린 관객에게는 하인즈 한정판 굿즈와 독점 할인 혜택 리워드를 제공해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음을 직접 체감하게 했어요.

❤️ 사랑은 기다리는 거야

출처 Heinz

사실 하인즈가 ‘기다림’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21년에는 웹사이트 로딩에 무려 57분이 걸리게 설정해 두고 이를 끝까지 기다린 사람에게 특별한 버거 키트를 증정하는 ‘Hold for Heinz‘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앞에서 다룬 사례와 마찬가지로 일부러 고객에게 기다림을 요구하며, 하인즈를 얻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기다림은 충분히 가치 있다는 것을 전한 거죠.

출처 유튜브 Heinz

또 지난해에는 소비자들이 하인츠 케첩을 기다리는 순간을 조명하는 글로벌 캠페인 ‘The Wait’을 선보였습니다. 시장 조사 기관인 Toluna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당시 미국 응답자의 85%는 레스토랑 음식이 나와도 양념을 기다리고, 그중 61%는 하인즈 케첩을 기다린다고 답했거든요. 이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설령 음식이 식을지라도 케첩을 기다리는 ‘비합리적인’ 고객들의 모습을 통해 하인즈에 대한 애정을 특별하게 조명했어요.

이런 사례들을 보면 하인즈는 모든 것이 빠르게 소비되는 이 시대에 기다림은 사실 사랑의 표현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듯 합니다. 뿐만 아니라 기다림을 기대감이라는 브랜드 매력으로 전환한 하인즈의 접근도 신선하고 영리했어요. 덕분에 하인즈는 기다림조차 사랑할 수 있게 만드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고요.

요즘처럼 광고 스킵과 광고 차단이 일상화된 시대에 하인즈는 소비자의 시간을 붙잡는 방법을 새롭게 제시했습니다. 단순히 메시지를 빠르게 전달하는 대신 관객이 스스로 인내하고 기다려야만 완성되는 구조를 설계한 거죠. 어쩌면 지금 필요한 건 더 많은 자극이 아니라, 소비자가 기꺼이 머물고 기다릴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주는 전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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