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020 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쇼핑 앱 ‘에이블리’가 국내 전문몰 앱 중 사용 시간 1위를 기록했습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에이블리의 1인당 평균 사용 시간은 총 59분, 월간 총실행 횟수는 무려 4억 600만 회라고 하는데요. 소비자들이 ‘쇼핑’ 앱에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머물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플랫폼의 커뮤니티가 확장되어 사용자들이 자신의 사진이나 영상 자유롭게 공유하고, 서로를 팔로잉할 수 있게 되면서 쇼핑 외의 방문 목적이 생긴 거죠. 물론 이와 같은 ‘커뮤니티 마케팅’은 갑작스레 등장한 트렌드는 아닙니다. 고구마팜에서도 여러 번 다뤘던 UGC, 리뷰 마케팅 등은 ‘소통’을 입에 달고 사는 마케터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개념인데요. 이전에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외부’의 커뮤니티(인스타그램, 블로그 등)를 마케팅 채널로 활용하는 것이 우선이었다면, 최근 1~2년 사이에는 다수의 플랫폼이 ‘자체’ 커뮤니티를 구축해 사용자를 락인(Lock-in)하는 것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개인의 경험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채널로서 역할을 하는 서비스를 ‘커뮤니티 커머스(Community Commerce)’라고 하는데요. 오늘은 국내 커뮤니티 커머스의 대표적인 사례들을 살펴보고, 성공적인 커뮤니티 형성을 위한 몇 가지 요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서드 파티 쿠키 제한으로 맞춤형 리타게팅 광고의 효율성 저하
그간의 퍼포먼스 마케팅은 서드 파티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의 관심사를 파악했습니다. 이런 정보를 기반으로 CTA 위주의 리타게팅 광고를 운영하며 플랫폼으로의 유입을 만들어 냈죠. 그러나 21년을 시작으로 강화된 IOS의 ‘앱 추적 투명성 정책’과 구글의 ‘서드 파티 쿠키 지원 중단’으로 리타게팅 광고에 어려움이 발생했어요.
이제 ‘커뮤니티’가 고객 관심사를 분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채널이 되고 있습니다. 구매 상황이 아니더라도 소비자들이 어떤 키워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반응하는지 파악하면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죠. 이처럼 환경적 변수에 대한 대비 측면에서도 ‘커뮤니티 서비스 강화’는 플랫폼들의 필수 과업이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 소비자 ‘평균’ 취향의 실종
모두가 따라가는 트렌드보다는 개인의 취향에 맞는 소비를 하고, 관심사와 관련된 무언가를 찾는 소비 성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죠. 이러한 영향으로 나와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를 찾게 되고, 내가 원하는, 또 필요로 하는 정보만 얻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졌습니다. 취향의 ‘평균’이 사라진 지금, 커뮤니티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할 수 있는 최적의 매체일 수밖에 없죠.
특히 최근 들어 특정 카테고리의 제품만 취급하는 전문몰(버티컬 플랫폼)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소비자들이 한곳에 모이고, 이들이 나눌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질이 고도화됨에 따라 커뮤니티 서비스의 성장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커뮤니티는 특정 카테고리의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버티컬 플랫폼(Vertical Platform)’에 적합한 서비스예요.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즐김과 동시에 타인의 취향에도 관심을 갖는 것이 핵심이죠. 이에 취향의 공유가 자연스러운 분야인 패션&뷰티, 라이프스타일 관련 플랫폼들은 비교적 고도화된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며 좋은 본보기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커머스 유형 1️⃣ : 패션&뷰티
’크리에이터의 감각적인 콘텐츠’
해당 앱들이 제공하는 커뮤니티 서비스는 단순히 댓글을 남기고, 제품에 대한 후기를 남기는 수준이 아닙니다. 구매한 옷이나 제품의 장점/단점을 나열하는 ‘리뷰’와는 다르게 커뮤니티 사용자들은 자신의 ‘스타일’을 셀링하죠.
직접 코디한 착장 사진을 올려 타인에게 추천하는 것은 물론 의견을 구하면서 취향과 감성을 공유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SNS의 본질을 그대로 가져온 거죠. 실제로 위 3가지 앱의 주요 기능과 UI는 인스타그램과 매우 흡사한데요. 타 사용자 계정을 ‘팔로우’하고,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남길 수 있으며, 나중에 찾아볼 수 있도록 ‘저장’하는 기능까지 제공하고 있죠. 때문에 이 곳에서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올리브영’과 ‘무신사’에서는 인스타그램의 블루 뱃지와 같은 형태의 인증 마크를 보유한 사용자들이 있으며, 이들에게 소정의 리워드를 제공함으로써 커뮤니티 활성화에 노력을 기울고 있다고 해요. 애초에 ‘구매’를 목적으로 설치한 앱이기에 인플루언서 콘텐츠에 대한 거부감이 낮은 것은 물론, 해당 인플루언서가 소개한 제품을 ‘어디서 사야 할까’라는 고민 자체가 생략되기에 콘텐츠 노출부터 구매 전환까지 빠르게 진행된다는 장점이 있어요.
커뮤니티 커머스 유형 2️⃣ : 라이프스타일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콘텐츠’
라이프스타일 관련 플랫폼들은 크리에이터의 개성에 집중하기보다 ‘이 플랫폼이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때문에 해당 플랫폼들은 인스타그램보다는 ‘블로그’에 가까운 운영 방식을 취하고 있죠. 특정 인물에 대한 호감도 보다는 콘텐츠 매력도가 앱 내 체류 시간을 결정하기에 기업들은 보다 다양한 성격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초기부터 커뮤니티 구축에 진심이었던 ‘오늘의 집’은 인테리어 전반을 보여주는 [온라인 집들이]를 시작으로 현재는 [살림수납], [홈스토랑], [플랜테리어] 등 총 11개 분야의 관심사에 맞춘 리빙/살림 팁을 제공하고 있어요.
컬리 또한 제품에 대한 리뷰가 전부이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깨고, 요리 ‘레시피’가 커뮤니티 탭의 메인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어요. ‘추운 겨울에 즐기는 뜨끈한 국물 요리’와 같은 시즌에 맞춘 콘텐츠 큐레이팅도 고도화되고 있죠.
반려인들의 필수 앱 ‘펫프렌즈’의 [집사 생활] 탭에서는 인스타그램처럼 자신의 반려 동물을 자랑할 수도, 블로그처럼 육아꿀팁을 공유하거나 전문가와의 상담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해당 앱이 반려동물 케어 전반에 도움을 준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죠.
눈치 빠른 분들은 알아채셨겠지만, 위에서 나열한 콘텐츠들이 다루고 있는 것은 특정 ‘제품’이 아닙니다. ‘팁’이죠. 물론 플랫폼의 최종 목표는 구매 전환이지만, 이를 이끄는 콘텐츠들은 사용자 개인의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앱을 단순히 구매 채널이 아닌, 유익한 정보를 탐색하는 서비스라고 인식하게 되죠. 구매 채널이 다양화된 요즘, 이와 같은 서비스 확장성은 플랫폼의 경쟁력이 되기도 해요.
1️⃣ 다양한 소비 상황의 제시와 맞춤형 콘텐츠 제공
위에서 소개한 사례들을 보다 보면, ‘그럼 커머스 앱은 인스타그램처럼 운영하면 되는 건가?’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렇게 단순한 개념은 아닙니다. 플랫폼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충성 고객 유치와 그에 따른 구매 증대이기 때문에, 오가닉한 사용자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하면서 자연스러운 구매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죠. 때문에 플랫폼은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고, 소비자들이 이 시점에 가장 보고 싶어 하는 혹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선제적으로 제시할 줄 알아야 합니다.
‘에이블리’ [코디] 탭의 경우 자신의 체형 정보를 입력하면 그에 맞는 콘텐츠만 필터링해서 보여주는 기능을 도입했고, 데이트/하객룩 등 시즌에 맞는 키워드 옵션을 상단에 나열하여 다양한 소비 상황을 연상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어요.
‘무신사’와 ‘올리브영’ 또한 사용자의 구매/장바구니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천 게시물을 랜덤으로 노출하고, 팔로잉할 사용자를 추천해 주는 등 커뮤니티 우호도를 높이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대중의 ‘평균’ 취향이 사라진 지금, 맞춤 콘텐츠의 제공은 플랫폼 매력도를 높여주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2️⃣ 개입의 최소화
플랫폼 내에 커뮤니티 서비스를 도입했다면, 이제 기업의 개입은 조금씩 줄여가야 합니다. 사용자들이 해당 공간을 더욱 자유롭게, 또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하죠. 그들의 소통에 개입하거나, 불필요한 제품 태그 등으로 짙은 상업성을 띠는 순간, 이 커뮤니티 서비스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커뮤니티 사용자 간의 결속이 강해지는 것은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특정 브랜드가 주도적으로, 혹은 플랫폼 자체적으로 과도한 콘텐츠 생산을 부추긴다면 소비자들이 빠르게 이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죠. 사실 다수의 플랫폼이 커뮤니티 초기 안정화를 위해 업로더를 모집하고 콘텐츠 내용과 업로드 주기까지 관리하고 있는데요. 이것이 대규모로, 또 오랜 시간 지속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마케터들의 필독서, [2024 트렌드코리아]에서 ‘디토(Ditto) 소비’라는 개념이 등장하죠. 이는 복잡한 절차를 모두 생략하고 특정 대상을 추종해 따라 구매하는 소비 현상을 말하는데요. 이는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 소비현상 한 줄 정리
1️⃣ 크리에이터나 연예인 같은 특정 인물을 따라 구매를 결정하는 ‘사람 디토’
2️⃣ 영화나 드라마 같은 콘텐츠에 등장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콘텐츠 디토’
3️⃣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전문몰에서 제안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커머스 디토’
그리고 이러한 소비 성향을 완벽하게 충족시켜 주는 것이 바로 ‘커뮤니티 서비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는 맹목적으로 각 대상을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가치관에 맞는 대상의 의미를 찾고 받아들이면서 능동적인 소비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커뮤니티 서비스의 본질과 맞닿아 있죠.
커뮤니티 커머스는 지금 소비자에게 가장 필요한, 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집중하기에 더 나은 선택에 대한 두려움(FOBO: Fear of Better Option)을 가진 현대인들에게 가장 적합한 구매 채널이 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버티컬 커머스들이 커뮤니티 서비스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며, 점차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티 커머스 플랫폼들이 출시될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