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일까 저격일까? 아메리칸 이글 vs 갭, 화제의 데님 광고 살펴보기

우연일까 저격일까? 아메리칸 이글 vs 갭, 화제의 데님 광고 살펴보기

청바지 광고라고 다 같은 광고가 아니죠? 👖

같은 업계의 광고가 전혀 다른 반응을 얻게 된 사연이 궁금하다면? 지금 확인해 보세요!

최근 갭(GAP)이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와 함께 선보인 광고 영상이 전 세계에서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어요. 중독성 있는 음악과 파워풀한 댄스 퍼포먼스로 시선을 사로잡은 데님 광고였는데요. 그런데 이 캠페인이 이렇게까지 주목받은 데에는 조금 더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비슷한 시기에 먼저 공개된 아메리칸 이글(American Eagle)의 데님 광고가 논란에 휩싸이며, 두 브랜드의 광고 메시지가 비교 대상이 되었거든요.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아메리칸 이글, 언어유희가 불러온 논란

출처 유튜브 Page Six

지난 7월 말, 미국의 캐주얼 패션 브랜드 ‘아메리칸 이글’은 배우 시드니 스위니를 모델로 한 가을 데님 캠페인을 공개했어요. 광고는 시드니가 데님 셋업을 입은 채 도발적인 포즈를 취하며 “유전자는 부모로부터 자식에게 전해지며 외모와 성격에 영향을 준다”는 내레이션을 읊조리면서 시작하는데요. 이어서 “내 유전자는 파랗다(My genes are blue)”는 말과 함께 그녀의 푸른 눈동자를 클로즈업합니다. 마지막엔 “시드니 스위니는 멋진 청바지를 가졌다(Sydeney Sweeney has great jeans)”라는 슬로건이 등장하며 마무리되죠. 청바지(jeans)와 유전자(genes)의 유사한 발음을 활용해 중의적 의미를 담은 캠페인 영상이었어요.

문제는 이 언어유희가 단순한 말장난으로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특히 ‘Great jeans’라는 표현이 ‘Great genes(위대한 유전자)’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광고가 ‘우생학’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했거든요. 우생학은 인간을 유전적 특성에 따라 선별하려는 비윤리적 이론으로,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과도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주제예요. 게다가 시드니 스위니의 백인 피부, 금발, 파란 눈 등은 공교롭게도 우생학이 가리키는 ‘우수한 유전적 특성’에 해당했기에, 단순한 우연이라기엔 지나치게 상징적이었던 셈입니다. 이에 소비자와 전문가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가수 도자 캣(Doja Cat)까지 SNS를 통해 직접 조롱 메시지를 남기며 논란은 더욱 확산되었어요.

물론 너무 과한 해석이다라는 반론도 있었습니다. 아메리칸 이글은 “이번 캠페인은 시드니의 스타일과 그녀의 청바지에 관한 이야기였다”라며 논란을 일축했고요. 결국 현재는 문제의 장면들이 포함된 광고를 대부분 내린 상태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캠페인이 애초에 의도적으로 논란을 유발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 한 전략이 아니냐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어요. 실제로 광고 직후 아메리칸 이글의 주가는 일시적으로 최대 23% 상승했고, 시드니의 이름을 딴 제품은 빠르게 매진되었거든요. 하지만 리테일 분석 기업 패스바이에 따르면 광고 공개 이후 2주간 아메리칸 이글 오프라인 매장 방문자 수는 전년 대비 9% 감소하면서 광고 직전까지만 해도 상승세였던 유입률이 꺾인 것으로 나타났어요. 주목은 얻었지만, 소비자 반응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았음을 알 수 있죠.

GAP, 다양성을 입은 데님 광고를 선보이다

출처 유튜브 GAP

아메리칸 이글이 논란에 휩싸인 지 얼마 지나지 않은 8월 초, 또 다른 대표 데님 브랜드 ‘갭’이 새로운 캠페인 영상 ‘Better in Denim’을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걸그룹 캣츠아이가 2000년대 히트곡 켈리스(Kelis)의 ‘Milkshake’에 맞춰 파워풀한 댄스 퍼포먼스를 펼치는 영상으로, 그 시절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콘셉트가 돋보였는데요. 하지만 단순히 멋진 퍼포먼스만으로 끝나는 광고는 아니었어요. 광고 전반에 걸쳐 ‘다양성’이라는 메시지를 녹여낸 점이 특징이었죠.

우선 모델로 발탁한 캣츠아이부터가 다양성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캣츠아이는 한국, 미국, 프랑스, 스위스, 필리핀 등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멤버들로 구성된 글로벌 걸그룹으로, 일부 멤버는 최근 커밍아웃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기도 했어요. 즉 각기 다른 스타일의 데님을 입은 캣츠아이 멤버들은 단순히 팬덤 파워를 지닌 대상이 아니라 브랜드의 포용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모델이었던 셈이에요.

안무도 같은 맥락에서 설계되었습니다. 안무가 로비 블루는 “서로 다른 장르에서 활동하는 30명의 댄서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죠. 이와 같은 연출 덕분에 GAP은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모두를 위한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한층 더 진정성 있게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포인트는 광고에 사용된 노래의 가사였어요. 밀크셰이크 가사 중 “네 것보다 더 나아(It’s better than yours.)”라는 구절을 보고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혹시 아메리칸 이글을 겨냥한 거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거든요. 이는 아메리칸 이글의 광고에 불만을 품던 소비자들에게 사이다를 선사한 셈이 되면서, 공개 이틀 만에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2천만 뷰를 돌파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댓글에선 소비자 뿐만 아니라 핀터레스트, 스포티파이 등 다양한 브랜드가 댓글을 남기기도 했고요.

사실 갭이 정말 경쟁 브랜드를 겨냥하고 기획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그저 “문화적 다양성과 개성”을 담아냈다고만 설명했을 뿐이죠. 실제로 갭은 과거부터 가수 타일라와의 ‘Linen Moves‘ 캠페인, 트로이 시반과 함께한 ‘Get Loose. Now live.’ 캠페인 등에서 다양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는데요. 이번 광고 역시 그 연장선 중 하나로 보여집니다. 그동안 일관되게 쌓아온 브랜드의 태도가 우연히 좋은 타이밍과 맞물리며, 더 큰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된 거예요.

현재 마케팅 씬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을 불러온 두 브랜드의 캠페인,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어떻게 보면 이번 사례는 마케터에게 익숙한 딜레마를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해요. 논란을 감수해서라도 순간적인 임팩트를 노릴 것인가, 혹은 브랜드가 지켜온 방향성을 지켜갈 것인가. 방식은 달랐지만 모두 주목을 받은 만큼, 어떤 선택이 더 효과적이었는지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죠.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다양한 배경과 신념을 가진 불특정다수의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브랜드일수록, 누구나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언어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런 태도가 곧 브랜드를 오래가게 만드는 힘이 되어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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