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부터 쉬인까지, 요즘 브랜드가 ‘서브 브랜드’에 진심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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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은 기업이 ‘서브 브랜드’를 활용해 브랜드를 확장하고 있어요. 이때 ‘자회사’와 헷갈리실 수 있는데요!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정체성의 연계’에 있어요. 자회사는 독립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갖고 별도의 시장에서 운영되는 반면, 서브 브랜드는 모브랜드와의 연결성을 기반으로 신뢰를 구축하고, 그 위에 새로운 타깃을 위한 맞춤형 전략을 전개한다는 특징이 있죠.

특히 최근 서브 브랜드는 단순히 브랜드를 파생하는 개념을 넘어, 특정 타깃을 세분화해 공략하거나 기존과는 전혀 다른 카테고리로 확장하기도 하고, 실험적인 운영 방식을 도입하는 등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기업들이 서브 브랜드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지! 지금부터 살펴볼까요?

세분화된 타겟을 공략하기

필리밀리의 ‘밀리’

출처 올리브영

‘밀리(MILLI)’는 올리브영의 대표 뷰티 툴 전문 브랜드인 ‘필리밀리‘의 서브 브랜드예요. 론칭과 함께 쿠션 퍼프, 화장솜 등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뷰티 소모품을 2,000원 균일가로 선보이며 가성비를 중시하는 1020 세대를 집중 공략했죠. 이는 뷰티 소비 연령이 낮아지는 트렌드를 고려한 대응으로, 젊은 세대의 구매 경험을 브랜드 충성도로 연결시키려고 한 전략으로도 볼 수 있어요. 메인 브랜드의 감도는 유지하면서 가격 장벽을 낮춰 미래의 고객 기반을 선점한 거예요.

쉬인의 ‘데이지’

출처 인스타그램 @sheinkorea (1) 티셔츠 룩북 (2) 아우터 룩북

최근 중국의 글로벌 쇼핑몰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초저가 플랫폼이 인기를 끌고 있죠! 그런데 그중에서도 한국 소비자를 타깃으로 서브 브랜드를 출시한 곳이 있어요. 바로 ‘쉬인‘인데요. 쉬인은 글로벌 SPA 패션 브랜드로, 강력한 생산공급망을 바탕으로 다양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Z세대를 공략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한국에서도 가성비 쇼핑 플랫폼으로 높은 인지도를 얻었죠.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쉬인은 한국 소비자층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서브 브랜드 ‘데이지(Dazy)’를 론칭했어요.

출처 인스타그램 @sheinkorea

데이지는 한국 소비자 취향에 맞춘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제품을 ‘출근룩’, ‘캠퍼스룩’ 등 친일상과 밀접한 카테고리로 분류하며 적극적인 인플루언서 협업 광고와 할인 혜택을 통해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있어요. 또한 지난해 6월 성수동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에서는 데이지 제품만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운영하고, 글로벌 앰버서더 김유정이 큐레이션한 라인업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롬앤의 ‘앤드바이롬앤’

출처 인스타그램 @andbyromand

쉬인과 반대로 서브 브랜드를 통해 해외 시장 공략을 시도한 사례도 있는데요. 그 주인공은 바로 국내 뷰티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 롬앤입니다! 롬앤은 본격적인 일본 진출을 위해 ‘앤드바이롬앤(&nd by rom&nd)’이라는 서브 브랜드를 론칭했어요. 일본 여성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명도가 낮고 분위기 있는 브라운 컬러를 중심으로 제품을 구성하고, ‘일상의 작은 행복(Small happiness in your day)’이라는 따뜻한 슬로건을 내세우며 감성적으로 접근했죠.

출처 인스타그램 @andbyromand

특히 일본 전역에 12,0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편의점 로손과의 협업도 눈에 띄어요. 백화점이나 뷰티 편집숍보다 접근성이 높은 공간에 소용량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선보이며, 소비자가 일상 속에서 부담 없이 제품을 접할 수 있도록 했죠. 최근 많은 뷰티 브랜드들 역시 다이소 전용 제품을 앞다투어 출시하며 서브 브랜드 시장에 뛰어들고 있듯이 롬앤은 이러한 전략을 일본 시장에서 먼저 시도한 셈이에요.

이처럼 서브 브랜드는 본 브랜드가 미처 도달하지 못했던 타깃을 공략하는 유연한 전략 도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세 사례 모두 기존 브랜드의 감도나 신뢰도는 유지하되, 각기 다른 시장과 소비자 특성에 맞춰 가격, 디자인, 유통 채널 등을 타깃에 맞게 조정한 것이 핵심이에요.

새로운 카테고리로 브랜드 가치 확장하기

올리브영의 ‘디플롯’

출처 페이스북 디플롯

디플롯(D.PLOT)’은 올리브영이 운영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에요. 기존 올리브영이 뷰티 제품 위주였다면, 디플롯은 홈데코, 조명, 가구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다루고 있는데요. 자체 매거진 ‘디매거진’을 통해 브랜드의 잘 알려지지 않은 스토리를 소개하며 제품을 큐레이션 된 콘텐츠로 제공하는 게 특징이에요. 브랜드의 론칭 계기부터 매니아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유명해진 과정,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브랜드 소개까지 다채로운 콘텐츠를 통해 고객들이 자신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출처 디플롯

올리브영은 매거진을 통해 최신 뷰티 트렌드를 소개하며, 콘텐츠를 기반으로 제품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지도록 설계된 쇼핑 경험을 만들어왔어요. 이번 디플롯 론칭은 이러한 콘텐츠 중심의 커머스 전략을 뷰티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확장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락고재의 ‘하우스 오브 헤리티지’

출처 인스타그램 @houseofheritage

안동 하회마을에 위치한 한옥 호텔 ‘락고재’는 ‘옛것을 즐기는 집’이라는 슬로건 아래 한국 전통의 멋과 미학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이 브랜드는 숙박을 넘어 한국적인 멋의 ‘경험 자체’를 브랜드 자산으로 삼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락고재는 자신들의 브랜드 철학을 주류 분야로 확장하며, ‘하우스 오브 헤리티지(House of Heritage)’라는 서브 브랜드를 론칭했어요.

한약재를 활용해 만든 ‘코리 진’과 ‘코리 보드카’는 서양 주류에 한국의 정체성을 입힌 시도로, 숙박업과는 완전히 다른 카테고리임에도 브랜드의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죠. 서브 브랜드를 통해 브랜드 정체성이 반영된 주류를 출시하면서 락고재와 마찬가지로 주류에서도 소비자가 한국적인 정취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거예요.

출처 인스타그램 @houseofheritage (1) 라핀부쉬 팝업 (2) 더현대 팝업

또한 주류 박람회, 호텔 파티, 팝업스토어 등을 통해 브랜드 체험을 유도하고, 홈텐딩 키트 제공 등으로 일상 속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전략도 함께 병행했어요. 예를 들어 여의도 라핀부쉬, 순대실록과 협업해 ‘칵테일 파티’를 개최하고, 더현대 팝업스토어에서는 ‘홈텐딩 키트’를 증정하며 소비자가 집에서도 전통의 미감을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감성, 그리고 ‘한국적인 것의 재해석’이라는 메시지를 다양한 접점에서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죠.

이처럼 서브 브랜드는 단순히 제품군을 늘리는 수단이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을 더욱 선명하게 전달하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다층적으로 확장하는 전략적 도구로 활용될 수 있어요. 낯선 카테고리에서도 정체성을 유지한다면 새로운 시장에서도 브랜드의 힘은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죠. 또한, 이러한 새로운 경험이 기존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며, 브랜드의 지속적인 성장을 돕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답니다

브랜드의 가능성을 실험하기

KFC의 ‘Saucy’

출처 구글맵 Saucy by KFC

KFC는 다양한 소스 옵션을 제공하는 실험적인 콘셉트 레스토랑, ‘Saucy’를 미국 올랜도에 선보였어요. 기존 KFC 인기 메뉴인 텐더를 중심으로 기본적인 메뉴들을 제공하고 있지만, 무려 11가지 소스를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이 핵심이에요.

출처 인스타그램 @beboldstaysaucy

Saucy는 자체 앱을 통해 소스의 종류와 양까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 약 4,000가지 이상의 조합을 할 수 있다고 해요. 기존 매장에서는 하기 어려웠던 자유로운 조합이 가능해지면서, 고객은 직접 자신만의 꿀조합을 탐색해 나가는 과정을 즐길 수 있게 되었죠.

무엇보다 KFC는 이 콘셉트를 기존 매장이 아닌 독립된 서브 브랜드로 분리해 운영함으로써, 브랜드 정체성에 대한 부담 없이 보다 유연하게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어요. 실제로 KFC는 Saucy를 통해 얻은 소비자 반응을 기반으로 향후 브랜드 확장 및 운영 모델 도입 여부를 단계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맥도날드의 ‘CosMc’s’

출처 인스타그램 @cosmcs

맥도날드는 ‘CosMc’s’라는 우주 테마의 콘셉트 레스토랑을 선보였어요. 이 브랜드는 1980년대 맥도날드 CF에 등장했던 외계인 로봇 캐릭터 ‘코스맥’이 지구에 차린 매장이라는 재미있는 설정을 지니고 있는데요! 최근 맥도날드가 자사의 고전 마스코트 캐릭터 중 하나인 ‘그리머스’의 생일을 기념해 한정 메뉴굿즈를 출시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것처럼, 코스맥스 역시 맥도날드가 보유한 IP를 활용한 사례예요. 자체적인 세계관을 서브 브랜드에 녹임으로써 소비자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는 전략을 펼친 거죠.

출처 CosMc’s

하지만 단순히 레트로 감성을 소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음료에 특화된 드라이브 스루 매장으로 기존 맥도날드 매장과는 다른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CosMc’s에서는 맥도날드에서 판매하는 커피부터 다양한 스파클링 에이드, 부스터 음료 같은 독창적인 메뉴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는데요. KFC의 Saucy처럼 소비자가 시럽과 토핑 양을 직접 조절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료를 커스텀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에요. 이는 기존 맥도날드에서 제공하지 않던 ‘커스텀’ 서비스의 사업성을 실험해 봄으로써 브랜드의 수익성을 다각화 해보려는 전략으로도 볼 수 있어요.

KFC와 맥도날드 모두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글로벌 브랜드지만, 그만큼 정형화된 메뉴와 고객 경험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서브 브랜드는 새로운 타깃층을 위한 실험을 보다 유연하게 실행할 수 있는 전략적 ‘실험실’ 역할을 합니다. 특히 Z세대를 중심으로 ‘내 입맛에 맞춘 커스터마이징’, ‘새로운 조합을 탐험하는 재미’가 중요해지는 지금, 서브 브랜드를 통해 이런 니즈에 대응하면 보다 쉽게 브랜드 혁신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죠.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와 시장 환경 속에서 서브 브랜드는 브랜드의 경계를 유연하게 넓히는 방식이자, 브랜드의 미래를 실험하는 플랫폼이 되고 있습니다. 브랜드 확장 과정에서 공략하고 싶은 명확한 타깃과 시장이 있다면, 서브 브랜드 전략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는 것도 좋겠죠?

*외부 필진이 기고한 아티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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