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매일 자기 일상을 편집해 올리는 시대.
그만큼 매일 수많은 사람의 편집된 일상을 마주하고,
내 모습을 그들과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일에 익숙해져 버렸죠.
그 사이 아름다움의 기준은 점점 내 밖에서 만들어집니다.
SNS 피드가 ‘이런 게 아름답다’고 끊임없이 보여주는 동안
나만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는 생각할 틈조차 없어지고요.
그래서 80년간 ‘아름다움’을 만들어온 아모레퍼시픽은
정답이 아닌 질문을 통해 자기다움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아모레퍼시픽 CSR팀을 만나 그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아모레퍼시픽 CSR팀 Amorepacific
나우리 차장
김소현 차장
강예린 과장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2026년 4월 13일
아름다움을 깊이 아는 브랜드만이 할 수 있는 질문
ㅡ 아모레퍼시픽은 한국 뷰티 시장을 이끌어온 회사잖아요. 설화수, 라네즈, 이니스프리, 헤라, 아이오페, 에스트라, 에스쁘아, 에뛰드 등 한국 소비자라면 한 번쯤은 써봤을 브랜드를 만들어왔고, 쿠션이라는 상품을 개발하기도 했고요. 그만큼 국내 뷰티 시장의 변화나 흐름을 주도하는 선두 기업으로서 책임이 남다를 것 같은데요.

아모레퍼시픽의 소명은 ‘사람을 아름답게, 세상을 아름답게’인데요. 저희 CSR팀은 그 소명을 가장 앞장서서 실천하는 조직이에요.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알리고, 미래세대의 정서·성장을 지원하고, 환경과 문화 영역에서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죠. 80년 동안 쌓아온 뷰티 산업의 내공과 자산을 사회적 가치로 연결한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ㅡ 브랜드의 자산을 사회적 가치로 확장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 사회 공헌이라는 큰 틀 안에서도 기업마다 접근 방식이 다른데, 아모레퍼시픽 CSR팀은 어떤 관점에서 일하고 있나요?

아모레퍼시픽은 아름다움이라는 주제를 가장 오래 고민해온 브랜드잖아요. 그래서 CSR도 그 전문성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는 방향으로 풀어가려고 해요. 모든 존재가 자기만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 그러니까 우리가 가진 뷰티의 언어로 사회와 만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거죠.
ㅡ 그런데 시대마다 ‘미의 기준’이 다른 것처럼 아름다움의 의미도 계속 변하잖아요. 뷰티 브랜드는 그 시대가 원하는 아름다움을 제품에 녹여내기도 했고요. 그렇다면 아모레퍼시픽에서 말하는 아름다움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한마디로 ‘자기다움’이에요. 소셜 미디어가 보여주는 획일적인 기준이 아니라, 자기만의 기준으로 본연의 매력을 발견하고 긍정하는 것 자체를 아름다움이라고 보고 있어요.
그 아름다움을 전하는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의 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다 사람들 한 명 한 명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고 하고 있어요. ‘이게 아름다움이에요’라고 제안하는 방식이 아니라, 질문을 던짐으로써 스스로 ‘나다운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소비자가 자기다움을 다시 발견하게 하다
ㅡ 최근에는 특히 1020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을 운영하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지금 1020세대는 어느 때보다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기 쉬운 환경에 놓여 있어요. 소셜 미디어와 AI가 일상이 되면서 자기 이해를 확립해야 할 시기에 너무 빠른 유행의 흐름에 영향을 받게 되거든요. 그 영향이 미래세대의 성장에 직접적으로 닿는다는 점에 주목해서 2024년에 ‘밋유어뷰티(MEET YOUR BEAUTY)’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어요.
밋유어뷰티 캠페인은 청소년과 청년들이 사회가 말하는 획일적인 기준이 아니라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자기다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인데요. 자신감, 취미, 지식, 건강 등 10가지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청소년 미의식 교육 프로그램인 ‘밋유어뷰티 클래스’부터 자기다움을 직무 및 사회와 연결하는 ‘밋유어뷰티 멘토링’, 그리고 뷰티·웰니스 크리에이터 양성 프로그램인 ‘밋유어뷰티 아카데미’까지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ㅡ 한 참여자가 세 단계를 모두 거치는 구조는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요. 이처럼 서로 다른 세 개의 프로그램을 하나의 캠페인으로 묶어낸 이유가 있나요?
물론 한 명의 참여자가 세 단계를 다 거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어요. 하지만 일회성 행사가 아닌 유기적으로 연결된 경험을 만들어야만 참여자가 실질적인 변화의 동력을 얻어갈 수 있다고 봤어요. 정서적 성장은 단 한 번의 이벤트로 완성되지 않으니까요.
특히 캠페인이 ‘발견–연결–성장’이라는 생애주기 단계별 고민에 맞춰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참여자가 어느 단계에 진입하든 자기다움 기반의 성장이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경험할 수 있죠. 가치관이 형성되는 어린 친구들에게는 ‘발견’이, 진로의 골든타임인 중학생에게는 ‘연결’이, 사회로 나아가는 청년에게는 ‘성장’이 가장 필요한 경험이라고 판단했고요.
ㅡ 소셜 미디어에서 문제의식을 발견했다면 온라인에서 이를 해결할 수도 있었을 텐데, 오히려 오프라인 경험으로 풀어낸 것이 독특해 보입니다.
온라인은 타인의 시선에 가장 예민해지는 공간이기도 해요. 특히 청소년은 아직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잖아요. 무수히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보다, 직접 눈을 마주 보고 대화하며 소통하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봤어요. 그런 연결 자체가 정서적 안정감이 되고, 결국 나를 성장시키는 힘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나 자신을 이해한다는 건 지식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체득의 영역이에요. 이런 물리적인 경험이 단단한 뿌리로 자리 잡아야 소셜 미디어 환경에서도 자기만의 심지를 잃지 않을 수 있다고 봤죠.
ㅡ 사실 자기다움이라는 것이 꽤 추상적인 개념이잖아요. 경험을 통해 그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이었나요?
먼저 밋유어뷰티 클래스는 다양한 창작 활동을 매개로 했습니다.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도구를 쥐여주는 거죠. 생각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더라도 사진, 그림, 음악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감정을 펼쳐낼 수 있도록요.
그런가 하면 밋유어뷰티 멘토링에서는 자기 탐색이 핵심이에요. 정보가 부족한 소외지역 청소년들에게는 나를 잘 아는 것이 곧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힘이거든요. 그래서 멘토들과 함께 ‘나는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할 때 가장 보람이 있나’를 먼저 들여다보게 한 거죠.
마지막으로 밋유어뷰티 아카데미에서는 ‘나다움’을 ‘대체 불가능한 나만의 크리에이티브’로 이야기해요. 화려한 영상 제작 기법이 아니라 나만이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고민할 기회를 만들어주려고 했습니다.
선두의 자리에서 시장을 바꿔가는 방식
ㅡ 이렇게 촘촘하게 설계한 메시지가 현장에서도 의도한 대로 전해졌는지 궁금한데요. 현장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밋유어뷰티 클래스로 이주배경 청소년 대상 워크숍을 진행했을 때가 특히 기억에 남아요. 다문화 학생들이 참여했는데 처음에는 활동 자체를 굉장히 낯설어했어요. 이주배경 청소년은 타지 문화에 맞춰 적응하는 것만이 최우선이었던 친구들이라, 나다움을 찾으라고 하니 처음엔 그 필요성 자체를 모르겠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특히 부담감을 많이 느끼던 친구에게 “좋아하는 걸 표현하는 게 어려우면 싫어하는 걸 표현해도 괜찮아”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그 친구가 도화지를 온통 새까맣게 칠해버리더라고요.
그런데 그 새까만 도화지처럼 부정적인 감정까지도 나다움으로 인정받은 경험이 그 친구한테 하나의 씨앗이 되었는지, 그 뒤로는 누구보다 과감하게 자기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냈어요. 마지막 수업 때는 가장 밝게 웃으며 클래스를 마무리했고요. 아이들한테 정말 필요했던 건 말이 서툴러도, 정답이 없어도 내 안의 답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환경 그 자체였다는 걸 실감한 순간이었죠.
ㅡ 기획할 때 예상했던 것 이상을 보여준 참여자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밋유어뷰티 아카데미 이후 마몽드 인턴으로 입사까지 하게 된 참여자도 있어요. 아카데미 당시 본인 채널에 항상 완벽하게 세팅된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스트레스라고 털어놓았었는데요. 커리큘럼을 거치면서 “카메라가 꺼진 후 나를 먼저 돌보는 건강한 일상이 바탕이 되어야만 롱런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고 피드백을 주시더라고요.
그 뒤로 무리하게 꾸며낸 모습 대신 솔직한 고민과 웰니스 루틴을 구독자들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마몽드 제품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브랜드 메시지에 공감하고 매력을 느껴 실제 입사로까지 이어지게 된 거고요. 저희 캠페인이 이야기하는 나다운 아름다움이 본인의 커리어까지 연결된 케이스라 특히 의미가 깊었습니다.
ㅡ 그렇게 쌓인 변화들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 이뤄나가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장기적으로는 자기다움이 성장의 동력이 되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해요. 참여자가 밋유어뷰티 캠페인을 통해 얻은 자기 긍정의 힘을 바탕으로, 타인의 시선이 아닌 각자의 속도에 맞춰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요.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참여자가 훗날 멘토로 돌아와 다음 세대를 이끌어주는 선순환까지 만들어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규모 측면에서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려고 해요. 밋유어뷰티 캠페인에서 다루는 문제의식은 전 세계 미래세대가 공통으로 마주한 과제거든요. 각 국가의 문화적 맥락에 맞는 현지화 모델로 확장해 나가면서, 동시에 웹진이나 영상 콘텐츠 등 온라인 포맷도 활용해 시공간 제약 없는 디지털 커뮤니티도 활성화할 계획이에요.
🎙 Editor’s Comment
뷰티 브랜드가 아름다움을 말할 때 보통은 그 중심에 제품이 있습니다. 좋은 성분, 완성도 있는 제형, 다양한 컬러 같은 USP를 이야기하면서요. 그런데 아모레퍼시픽은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방식에서 시작해 우리 모두가 함께 짚어볼 질문을 꺼내 들었죠.
브랜드가 자기 제품만 바라보고 있을 때의 경쟁 상대는 같은 카테고리 안의 또 다른 제품들입니다. 하지만 그 너머의 본질적인 가치까지 시야에 두는 순간, 브랜드는 훨씬 더 큰 무대에서 움직일 수 있게 돼요. 트렌드와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헤리티지는 결국 가장 본질적인 메시지 안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