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길고도 험난했습니다. 서브 캐릭터에서 메인의 자리를 꿰차기까지요.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의 주인공 뽀로로의 친구 캐릭터였던 루피. 이제 ‘잔망루피’라는 이름으로 인스타그램 팔로워 14만 명(2022.02 기준)을 거느리고, 유명 브랜드와 콜라보 하는 셀럽이 되었습니다. 데뷔한 지 약 2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어떻게 MZ세대에게 사랑받는 아이콘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요?
원래 루피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며 마음씨가 따뜻한 여자 아이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터프하기 짝이 없는 짤로 재생산 되었죠.(feat. 군침이 싹 도노) 이에 원제작자인 ICONIX(아이코닉스)는 ‘루피가 귀엽고 착한 이미지라, 사람들이 괴롭히고 망가뜨리며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다’고 덧붙였는데요. 그렇게 루피 짤은 각종 커뮤니티와 SNS를 접수했습니다.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날 것 같던 짤들은 사실 주연 데뷔를 위한 발판이었습니다. ICONIX는 2020년 7월 카카오톡 이모티콘 ‘잔망루피’를 선보였는데요. 출시한 지 1년 7개월이 지난 지금도 인기 순위 21위(2022.02 기준)에 자리하고 있고 현재 시즌 4까지 순항 중입니다. 매순간 화제를 몰고오는 잔망루피의 마케팅 포인트, 하나씩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잔망루피 인스타그램은 개설 1년 만에 팔로워 10만 명을 넘겼습니다. 포스팅 마다 수만 회의 ‘좋아요’와 수 천개의 댓글은 기본이고요. 게다가 팔로워 수도 날로 고공행진 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불소(=불타는 소통)에 있습니다. 다양한 소통형 콘텐츠로 팔로워에게는 끈끈한 유대감을 선사하고, 일반인에게는 팔로우 해야 할 이유를 던져주죠.
먼저, 잔망루피는 흩어져있는 뤂덕(=루피 덕후, 루피의 팬을 칭하는 말)을 모으고, ‘리그램’이라는 무기로 라포를 쌓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MZ세대는 스토리를 올릴 때 브랜드 제품이 등장하면 해당 브랜드를 꼭 태그하는데요. 잔망루피는 이를 활용해 언급되는 모든 스토리를 리그램했습니다. ‘루피가 내 스토리를 리그램해줬다!’라는 특별함에 팔로우 버튼을 꾹 누를 수밖에 없도록 말이에요.
어느 정도 팔로워를 확보하자 ‘그려두려뤂’이라는 시리즈를 발행하며 적극적으로 소통하기에 나섰습니다. 댓글이나 DM으로 원하는 루피짤을 말해주면 직접 그려주는 것이죠. 팔로워들은 자신의 현재 모습이나 꿈을 루피로 투영한 짤을 받아 보며 캐릭터에게 깊은 애정을 갖게 됩니다. 자발적으로 바이럴하는 건 물론이고요. 노출 확대뿐만 아니라 고정팬층까지 형성하는 데 성공!
이제 인터랙션 추이를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도 쌓였겠다, 팔로워의 취향을 저격하는 콘텐츠를 꾸준히 포스팅하며 이탈을 막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SNS에서 유행하는 밈을 빠르게 캐치해 잔망루피 버전으로 재구성하고 있는데요. 팔로워들이 밈에 밝은 1020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반응이 매우 뜨겁습니다.
콜라보를 했다 하면 대세감은 물론, 완판 신화를 써 내려가 수많은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는 잔망루피. 최근에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명품 브랜드 불가리의 앰버서더가 되었다죠. 이처럼 다양한 콜라보 케이스 중 도미노피자와의 만남은 유독 주목을 받았는데요. 그 스토리를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도미노피자 직원이 된 잔망루피는 첫 출근 날 아니, 출근하기 전부터 점장 자리를 노리는데요. 일단 숨죽이며 일개 직원 생활을 하던 도중, 점장 캐릭터인 ‘도디’에게 갑질(?!)을 당하고 점장 자리를 건 결투를 신청합니다. 대결 종목은 인기투표. 도미노피자 공식 홈페이지에서 진행된 투표는 약 4천 표를 웃돌았고(21.11.21 기준), 접전 아닌 접전 끝에 잔망루피는 당당히 점장직을 거머쥐었어요.
도미노피자는 콜라보 시즌 동안 잔망루피의 인스타그램 피드인가 헷갈릴 정도로 캐릭터의 세계관을 온전히 흡수했는데요. 여타 브랜드처럼 단순히 캐릭터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을 넘어, 잔망루피의 거침없는 말투와 잔망스러운 성격까지 콘텐츠에 구현해냈습니다. 덕분에 뤂덕에게 우호적인 인상을 남겼고요.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요즘 소비자들은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 나아가 팬심에 기댄 소비를 즐기는 추세’라고 합니다. 즉 탄탄한 팬덤이 형성되어있는 잔망루피에게 커다란 시장성까지 열려있는 셈이죠. 결과적으로 잔망루피는 IP 커머스 시장에 진입했고, 성공 가도를 달리는 중입니다.
① 공식 굿즈 펀딩
아이돌에게 꼭 있어야 하는 건 뭐다? 바로 공식 굿즈죠. 아이돌급 인기를 자랑하는 잔망루피에게도 공식 굿즈 출시는 응당 필수 코스였습니다. 이전부터 굿즈를 내달라는 성원은 수차례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결국, 지난여름 잔망루피는 텀블벅 펀딩을 통해 굿즈를 선보였습니다. 펀딩은 목표 금액에 도달해야 제작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구매 후기도 없고, 실제품의 퀄리티도 직접 확인할 수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 금액의 8410%를 달성, 1억 6천만 원을 모금할 수 있었습니다. 오로지 잔망루피의 캐릭터 IP에서 나온 힘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② 캐릭터 라이선스 제공
혹시 위 이미지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셨나요? 잔망루피의 제작업체는 ICONIX인데 왜 굿즈를 파는 업체들은 제각각일까요? 그 이유는 와디즈의 ‘팬즈 메이커’(FANZ MAKER) 프로젝트 때문입니다. 이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게 유명 캐릭터 IP를 제공해 제품 개발을 돕는 프로젝트로, 잔망루피가 첫 타자가 되었어요. 현재 해당 라이선스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었고, 최고 펀딩률 16290%를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매우 우호적입니다. 화제성은 그야말로 따 놓은 당상이니 제조업체에는 매출 증대를, 캐릭터에게는 IP 파워를 강화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이죠.
③ 메타버스 굿즈 출시
네 그렇습니다. 이 녀석 메타버스까지 진출했습니다. 바로 이용자 수만 2억 5천 명이 넘었다는 제페토에서요. 뤂덕이라면 착용하지 않고는 못 배길 코디템을 선보였죠. 잔망루피가 그려진 티셔츠뿐만 아니라 직접 루피가 될 수 있는 아이템까지.. 무과금 유저인 저까지도 현질 욕구가 턱 끝까지 올라왔답니다. 일전의 한 아티클을 통해 제페토에서는 상황극을 할 수 있다는 요소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참고: 제페토에서 떡상하는 브랜드 TPO 알려드림!) 실제로 루피의 모습을 하고 상황극을 벌이는 콘텐츠를 유튜브 이곳저곳에서 확인할 수 있답니다. 역시 메타버스에서까지 제대로 놀 줄 아는 비버네요. 잔망루피의 다음 발자취를 기대하며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그래서, 잔망루피의 성공 포인트를 요약해보자면
1. 팔로워의 특성을 캐치하고 이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콘텐츠 기획
2. 흔들림없는 세계관을 구축하며 과몰입 유도
3. IP의 매력을 커머스로 승화, 팬덤소비 유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