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호퍼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광고대행사, 미술관, 스타트업, 브랜딩 회사 등을 거쳐 현재 IT회사인 카카오에 정착해 브랜드 마케터로 살고 있는 이호퍼(@2.hopper)입니다. 카카오에서는 2020MMA, 이모티콘&톡서랍 플러스, 카카오 뷰 등을 브랜딩하고 마케팅했어요. 지금도 계속 카카오와 함께 나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다양한 부캐를 운영하면서 마케터로서 스펙트럼을 넓히려 노력하고 있어요.

Q2. 프로부캐러가 된 계기와 현재 어떤 부캐를 운영 중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부캐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거창하지 않아요. 일을 하다 보니 나라는 사람이 ‘일하는 나’로만 함축되는 것 같아 아쉽더라고요. 저는 훨씬 더 다양한 영역을 가진 사람인데… 그래서 ‘일하는 나’ 말고 나의 다른 모습들은 어떤 게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다양한 부캐들을 운영하는 것까지 이어지게 되었답니다. 현재 제가 운영하고 있는 부캐들도 가볍게 설명드릴게요!

1️⃣ 본업을 더 잘하게 해주는 부캐

• 브런치 ‘이호퍼’

브런치에서 <주니어 생존일지>와 <오피스 해방일지> 등을 쓰면서 주니어 마케터로서 일에 대한 성찰과 회고를 하고 있어요. 어찌 보면 일의 연장선이기도 하네요. 이 부캐는 본업을 더 단단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주니어 생존일지> 시리즈 중 하나인 ‘신입 커리어를 망치는 회사들’의 경우 저와 비슷한 주니어분들에게 많은 공감을 받아 꾸준히 바이럴 되고 있고, <오피스 해방일지>의 ‘아무도 없는, 강릉 바닷가에서 일하기’의 경우 워케이션, 디지털노마드와 같은 키워드가 잘 먹혀 브런치 인기글을 기록하기도 했죠.

• 인스타 ‘레퍼창고’ 운영

마케터라는 직업은 24시간 365일 영감의 촉을 세우고 있어야 되더라구요. 그래서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 모은 영감들을 다듬지 않은 로우한 상태로 업로드하는 레퍼창고를 운영하고 있어요. 말 그대로 ‘창고형’ 레퍼런스 공간입니다. 업무를 할 때 영감이 필요하면 뒤적거리기 좋아요!

통일감 있는 표지와 일상 속 사소함에서 캐치한 영감을 주제로 운영하고 있는데요. 가공되지 않은 로우함이 인스타에 핏해 더 사랑받는 것 같아요. 크게 홍보하지 않았음에도 매일 1-10명 정도 팔로워가 생기고 있습니다. (특히 같은 IT업계분들이나 마케터분들이 많이 팔로우하시더라고요.)

2️⃣ 본업이 아닌 부캐

• 인스타툰 ‘김토비’

’일하는 나’ 말고 ‘사고하는 나’ 혹은 ‘살아가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어떤 게 있을까 고민하다가 김토비라는 가상 인물을 만들게 되었어요. 토비는 판교를 살아가는 IT 주니어예요. 늘 빠르게 돌아가는 거대 도시에 집어삼켜지지 않기 위해 자기 마음속 목소리를 들으려 애쓰고, 인간적인 면면을 잃지 않기 위해 늘 두리번거려요. 주위의 작은 사건에 영감을 얻어 4컷짜리 작은 툰 형식으로 일상을 기록하는 캐릭터입니다. 친구와 둘이 운영하는 계정이라 업로드가 일정치는 않지만, 애정을 갖고 꾸준히 진행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예요.

• 블로그

블로그는 거의 6년 정도 꾸준히 운영하고 있어요. 저는 일기 쓰고 기록하는 걸 좋아해서 다녀온 장소들, 꿀팁 등을 대부분 블로그에 작성하는데요. 얇고 길게 오랫동안 운영하다 보니 일 1천 명 이상의 사람들이 방문하고, 누적 방문자수 300만을 훌쩍 넘을 정도로 성장했죠.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아 블로그 링크는 따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아주신 덕에 블로그로 애드포스트나 협찬 등이 들어오고 있답니다.

이 외에도 에세이를 쓰거나, 사이드잡의 연장으로 동생이 운영하는 스마트스토어 초기 브랜딩을 하기도 했고, 현재는 국내 정통 요식업 브랜드의 리브랜딩을 준비하고 있어요. 다양한 강연이나 인터뷰도 진행하고 있고요.

Q3. 정말 많은 부캐를 운영 중이신데요! 부캐 활동을 통해 이룬 유의미한 성과가 있나요?

1. 브런치

브런치에는 주로 일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올리다보니, 주니어 마케터의 일과 삶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덕에 브런치 부캐로 다양한 강연, 인터뷰 등을 진행해왔습니다. 마케터 부캐를 살려 커리어 성장 서비스 ‘원티드’와 함께 취업 준비와 관련된 인터뷰와 여성 마케터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다루는 ‘우리들의 마케팅 레퍼런스’ 뉴스레터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크리에이터 레벨업 커뮤니티 MBNC에서는 ‘프로 부캐러’ 키워드로 앰배서더로 3개월간 활동하며 부캐 관련 노하우를 나눠드리기도 했고요.

2. 인스타툰

인스타툰은 국가 지원사업(대구청년 꿈꾸는대로 응원펀딩 등)에 선정되어 지원금을 받았는데요. 이 과정에서 특허 등 지식재산권 등록도 완료했답니다! (아무래도 비주얼적인 증거물이 있다 보니 사업비를 잘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현재 기업의 인터널 브랜딩, 인스타툰 제휴 등이 들어오고 있는데요. 토비의 아이덴티티와 꼭 맞는 제휴사례를 만들어 나가 볼 예정이에요. 혹시 독자분들 중 관심이 있다면 연락주세요😉

3. 블로그

꾸준히 애드포스트, 협찬 등을 받고 있어요. 거창한 수준은 아니지만 생활비를 크게 아끼고 있어, 제가 갖고 있는 부캐들 중에 가장 먹고 사는 데에 도움이 되는 부캐예요! 탄탄한 파이프라인을 하나 갖고 있는 셈이죠.

대부분 저의 부캐 활동은 개별적으로 움직인다기보다 ‘이호퍼’라는 한 사람의 마스터 브랜드 아래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이호퍼’라는 ‘일하는 본캐’로 다양한 섭외가 많이 들어오기도 하는 것 같아요.

Q4. 부캐를 만들고 싶은 분들을 위한 팁! 나만의 부캐를 어떻게 만들고 설정할 수 있을까요?

저는 ‘주니어 마케터 이호퍼’라는 제 본캐의 효용성을 더 높이기 위해 부캐를 운영하고 있어요. 일에서 나오는 성취와 자아만족감이 소중해 본캐 효용성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무튼 본캐와 연관성이 깊다보니 다른 부캐들도 조금씩 이호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중심점이에요. (참고로, 저는 지금 3년차로 들어선 2년차 마케터예요. ‘신입’이라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연차범위를 넓혀서 ‘주니어’라고도 부르고 있어요. 미들도 시니어도 아닌 주니어죠.)

다른 분들이 부캐를 만드실 때도 이렇게 ‘나’라는 사람을 중심으로 목적을 잘 설정하는 것이 어떨까요? 내가 만약 ‘글까지 잘 쓰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면 ‘디자이너’라는 본캐를 두고 ‘글쓰기’ 연습을 하는거죠. 자기가 원하는 본캐의 이상향에 무엇이 부족한지 잘 파악하고 그 영역을 부캐로 키우면 결과적으로 부캐도, 본캐도 탄탄해질 수 있어요.

Q5. 다양한 부캐를 본업과 함께 병행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한정된 시간 내에 어떻게 많은 부캐를 운영할 수 있었나요?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버거워하지 않는 선에서 부캐를 운영해야 롱런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처음부터 리소스를 많이 들여서 힘을 빡 주고 시작하면, 대개는 한두 달 내에 지쳐버리고 말더라고요. (실제로 그렇게 운영하다가 그만둔 부캐들도 수두룩하고요.) 그래서 저는 달성해야 할 목표치를 하루 단위로 작게 나눠서 잡아요. ‘일주일에 브런치 하나 작성하기’보다 ‘하루에 브런치 한 줄 쓰기’ 정도로요. ‘내가 생각보다 꾸준히 하고 있네?’라는 동력을 스스로에게 불어넣기에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사실 위에서 설명드린 부캐들도 단시간에 이루어지진 않았어요. 아직 성장 단계지만 다나카가 “이 짓을 4년 동안 했다”고 말한 것처럼 저도 이 부캐들을 꾸준히 더 오래오래 운영할 생각이에요.

Q6. 운영 중인 부캐 중 가장 많은 협업 제안이 들어온 채널은 어디인가요? 추가로, 부캐의 어떤 포인트에서 매력을 느끼고 협업 제안이 들어온 것 같다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많은 제안이 들어온 건 브런치예요. 작가 제안 툴이 잘 구축되어 있기도 하지만, 제 본캐와 가장 잘 얼라인 되는 부캐여서 퍼스널리티가 가장 또렷하게 잡혀있죠. 마케터로 살아가는 본캐와 일을 잘하고 싶은 주니어 마케터인 브런치 부캐가 잘 어우러지니까요.

해당 채널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아무래도 ‘솔직함과 공감’인 것 같은데요. 흔히 말하는 아주 작은 중소기업부터 공기업, 대기업까지 조금씩 맛본 저의 경험에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일을 잘하기 위해 글을 쓰며 회고하는 걸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고요. 실제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들은 ‘일 못하는 주니어 특징’이나 ‘신입 커리어를 망치는 회사들’ 같은 가감 없는 솔직한 아티클들이기도 해요.

Q7. 부캐별 채널(플랫폼)을 선택 할 때 고려했던 포인트나 호퍼님만의 채널 운영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무엇보다 저는 본캐의 힘을 키우려 노력했던 것 같아요. 본캐의 영향력을 키우면 부캐 역시 영향을 받더라고요. 결과적으로 제가 부캐를 만드는 이유는 부캐를 메가채널로 키우고 싶다기보다, 본캐 ‘이호퍼’를 더 다각화하고 단단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부캐를 운영했던 것 같아요. 그렇기에 모든 기준들도 ‘이호퍼’라는 마스터 브랜드 아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가이드를 짰어요. (그러고 보니 부캐 관리도 일처럼 했네요😂)

부캐 개설 및 운영은 플랫폼 별 특징을 최대한 활용했는데요. 일에 대한 회고 콘텐츠는 별도의 이미지가 없고 글 위주로 진행되니 브런치로, 캐릭터툰은 빠르고 숏하게 비주얼라이징 돼서 읽혀야 하니 인스타로 정했죠. 마지막으로 저는 부캐들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적이 없어요. 대부분이 오가닉하게 유입된 팔로워예요. 다른 분들이 제 게시글을 태그한 걸 리그램한다거나 친구들 단톡방에 보낸다거나. 이정도로만 아주 소극적으로 홍보했죠. 그래서 더 운영에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리소스 관리가 편하고 이탈되는 팔로워가 적다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Q8. 본업에 대한 시너지를 포함해 부캐 활동이 호퍼님에게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나요?

일단, 부캐를 많이 관리하다 보니 본업에 더 충실하게 돼요. 같이 일하는 조직원들에게도 그렇고 다른 주니어들에게도 선례를 남기기 위해 ‘부캐만 관리한다고 본업은 못하는 애’가 되지 않으려고 더더 노력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업무 밖 환경에서도 영감을 얻고 나를 다듬다 보니까 마케터라는 직업에 크게 도움이 되죠. 브런치/블로그를 통해 글쓰는 연습을 해서 카피라이팅 실력도 늘었고, 인스타툰, 레퍼창고 등을 운영하며 콘텐츠 마케팅적인 역량도 키울 수 있었고요.

일을 벗어나서 생각하면, 회사 밖의 다양한 영역을 경험해 볼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요즘 프리워커, 리모트워커, 파이어족 등… 일찍이 회사 밖에서 가능성을 찾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런 삶을 꿈꾸는 분들이라면 부캐 운영 먼저 해보시는 걸 추천해요. 한 가지 일을 A to Z 내 손으로 다 매니지먼트 해본다는 게 회사 일에서는 쉽지 않은 경험이니!

Q9.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               )다.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질투다.

저는 저와 관계없는 업계/분야의 분들이 뛰어난 걸 보면 마냥 멋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잘하고 싶은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러움과 질투가 섞인 마음이 들어요.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누군가의 성과를 보고 건강하게 질투한다는 건 곧 ‘그 영역에서 나도 잘해내고 싶다’는 마음의 반증인 것 같아요. 저는 끊임없이 멋진 마케터들, 일잘러가 되기 위한 주니어 마케터들, 영감을 주는 부캐를 운영하는 분들을 트래킹하면서 제 마음 속 긍정적 질투심을 자극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