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에서 드론을, 컬리에서 소파를 판다? 빅 블러로 읽는 이커머스 트렌드

올리브영에서 드론을, 컬리에서 소파를 판다? 빅 블러로 읽는 이커머스 트렌드

이제 올리브영에서 드론을 보고 컬리에서 소파를 고르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커머스 업계에 이런 독특한 조합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전문 카테고리로 성장한 플랫폼들이 영역을 넘나들며 고객의 장바구니를 넓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업종과 카테고리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상을 ‘빅 블러(Big Blur)’라고 합니다. 원래 빅 블러 현상은 금융, 유통, IT, 콘텐츠 등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변화를 설명할 때 자주 쓰였는데요. 최근에는 이커머스 업계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플랫폼은 이 카테고리만 판다”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죠.

기획자와 마케터는 이 흐름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이번 아티클에서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빅 블러 현상이 빈번해지는 이유와 카테고리 확장이 플랫폼에 가져오는 기회 및 리스크를 함께 살펴봅니다. 더 나아가 앞으로 커머스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재편될지, 그리고 브랜드가 카테고리 확장을 고민할 때 반드시 점검해야 할 실무 인사이트까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왜 이커머스는 자꾸 옆 카테고리로 넘어갈까?

가장 큰 이유는 성장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과거 버티컬 커머스의 성공 공식은 명확했습니다. 특정 카테고리에 깊게 들어가 전문성을 확보하고 취향이 분명한 고객을 모은 뒤, 큐레이션과 커뮤니티로 충성도를 높이는 방식이었죠. 무신사는 패션, 컬리는 신선식품, 올리브영은 뷰티·헬스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장이 성숙해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신규 고객을 계속 유입시키기 어려워지니 기존 고객의 구매 빈도와 객단가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해져요. 한 카테고리 안에서만 성장을 이어가기에는 한계가 생기기 때문이죠. 그래서 플랫폼들은 이미 확보한 고객의 생활 반경 안에서 다음으로 살 만한 상품을 찾게 되는 겁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카테고리 확장은 단순히 상품 수를 늘리는 일이 아닙니다. 플랫폼 안에서 발견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장면’을 늘리는 일’에 가깝죠. 패션을 보러 온 고객에게 향수와 뷰티를, 장보기를 하러 온 고객에게 주방가전과 리빙을, 뷰티 제품을 사러 온 고객에게 건강식품과 생활가전을 보여주는 식으로요.

카테고리 확장, 플랫폼에는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먼저, 카테고리가 확장되면 객단가를 높일 수 있어요. 식품보다 뷰티, 가전, 리빙 상품은 상대적으로 객단가가 높고 패션 플랫폼 입장에서도 디지털 기기나 주류처럼 화제성이 큰 상품은 구매 전환뿐 아니라 방문 유도 효과를 만들 수 있거든요.

둘째, 고객 데이터를 더 입체적으로 쌓을 수 있어요. 한 고객이 어떤 옷을 사고, 어떤 향을 선호하고, 어떤 식재료를 고르며, 어떤 리빙 제품에 반응하는지 알게 되면 플랫폼의 추천은 더 정교해집니다. 단일 카테고리 데이터만으로는 보이지 않던 생활 패턴이 보이기 때문이죠.

셋째, 멤버십과 락인 효과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한 플랫폼에서 여러 상품군을 해결할 수 있다면 앱을 삭제할 이유가 줄어들겠죠. 특히 무료배송, 적립, 쿠폰, 멤버십 혜택이 결합되면 “여기서 사는 게 편하다”라는 습관이 만들어집니다. 관성적인 이용과 구매가 반복되어 LTV가 높아지는 거죠.

카테고리 확장의 장점 요약

1️⃣ 객단가 증액

2️⃣ 입체적인 고객 데이터 확보 가능

3️⃣ 락인 효과 강화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가장 큰 리스크는 플랫폼 정체성이 약해진다는 겁니다. 패션을 잘 골라주는 플랫폼이 갑자기 너무 많은 상품을 팔기 시작하면 고객은 “여기가 원래 뭐 하는 곳이었지?”라고 느낄 수 있어요. 카테고리 확장이 큐레이션이 아니라 단순 입점 확대처럼 보이면 브랜드 신뢰가 약해집니다.

운영 복잡도도 커지겠죠. 식품, 패션, 가전, 주류, 뷰티는 각각 필요한 물류, CS, 반품, 인증, 재고 관리 방식이 다릅니다. 특히 고가 가전이나 주류처럼 규제와 신뢰가 중요한 카테고리는 잘못 다루면 플랫폼 전체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또 하나의 문제는 입점 브랜드끼리의 경쟁입니다. 플랫폼이 카테고리를 넓히면 더 많은 브랜드에게 기회가 생기지만, 동시에 노출 경쟁은 훨씬 치열해질 수밖에 없죠.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늘어나겠지만 브랜드 입장에서는 전문몰 안에서도 다시 광고비와 프로모션을 써야 보이는 구조가 강화될 수 있어요. 브랜드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플랫폼에 입점하려는 시도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카테고리 확장의 단점 요약

1️⃣ 플랫폼 정체성의 희석

2️⃣ 운영 복잡도 증가

3️⃣ 입점 브랜드간의 경쟁 심화

앞으로 커머스는 ‘취향의 확장판’이 된다

이커머스의 카테고리 확장은 각 플랫폼의 고객 이해도를 기반으로 한 ‘취향의 종합화’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요. 단순히 최대한 많은 것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각자가 확보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안에서 인접 카테고리를 넓혀가는 방식으로요.

무신사가 뷰티와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하는 이유는 패션 고객의 취향 데이터와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컬리가 뷰티, 리빙, 패션으로 확장하는 이유는 장보기 고객의 생활 루틴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고요. 올리브영이 식음료와 가전까지 넓히는 이유도 뷰티를 넘어 건강, 자기 관리,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인식되려는 흐름과 연결됩니다.

이 과정에서 같은 상품도 플랫폼에 따라 다른 맥락으로 제안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여러 플랫폼이 향수를 판매하더라도 패션 플랫폼은 옷차림에 어울리는 스타일링 아이템으로, 뷰티 플랫폼은 자기 관리 루틴의 일부로 소개할 수 있죠. 카테고리가 겹치더라도 각자가 쌓아온 고객 이해도와 큐레이션에 따라 제안은 달라지는 거예요.

기획자와 마케터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명확합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까지 팔 수 있느냐”가 아니라 “우리 플랫폼에서 팔 이유가 있느냐”예요. 카테고리 확장은 상품을 더 많이 들여오는 일이 아니라, 고객의 다음 맥락을 설계하는 일이죠. 이를 위해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우리 고객은 어떤 상황에서 이 상품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까?”입니다.

카테고리 확장 전 고민해볼 POINT

1️⃣ 기존 고객의 플랫폼 이용 맥락과 연결되는가?

2️⃣ 우리 플랫폼의 큐레이션 신뢰를 해치지 않는가?

3️⃣ 단기 매출이 아니라 재방문·체류·멤버십 강화에 기여하는가?

이커머스의 빅 블러는 상품군을 늘리는 전략이 아닙니다. 고객이 “왜 여기서 이걸 팔지?”라고 느끼는 순간, 확장은 오히려 브랜드의 개성을 흐립니다. 경계가 흐려질수록 브랜드의 기준은 더욱 선명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결국 앞으로의 커머스 경쟁력은 ‘무엇까지 팔 수 있는가’보다 ‘우리 고객에게 어디까지 제안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새로운 카테고리 확장을 고민하고 있다면, 우리 브랜드의 다음 장바구니는 어디까지 자연스럽게 넓어질 수 있을지 한번 점검해 보면 어떨까요?

*외부 필진이 기고한 아티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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