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카겔 붐은 온다’ 실리카겔이 등장하는 게시물마다 빠지지 않는 댓글이에요. 인디밴드 실리카겔의 음악이 곧 대세가 될 거란 의미를 가진 밈이죠. 그리고 해당 문장을 실감한 무대가 있었으니…! 바로 작년 연말 대표 시상식인 2023 멜론 뮤직 어워드(MMA)! 시상식의 시작을 연 건 다름 아닌 실리카겔이었어요😮 홍대 작은 무대에서 어느새 MMA까지 이들의 빠른 성장세도 놀랍지만, 이번 MMA 무대는 의미가 특별하게 느껴졌는데요. 대중음악의 지표인 멜론에서 주최한 시상식에 실리카겔이 선 걸 보면, ‘서브컬처(sub-culture)’에 대한 대중의 달라진 인식과 그 인기를 알 수 있으니까요.
한편 이렇게 서브컬처가 흥행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국내 영화계에선 흔하지 않은 오컬트 장르로 1,000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 <파묘>, 방대한 세계관을 가진 SF 소설 <듄>을 원작으로 ‘듄친자’를 만든 영화 <듄: 파트2>! 계속된 인기몰이의 요인은 서브컬처가 지식과 안목의 영역인 ‘지성의 소비’로 넘어가는 시점이기 때문이라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오늘은 색다르게 서브컬처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새로운 콘텐츠 시장을 노리고 있다면 서브컬처에 주목해 보세요😉
그 유명한 ‘한국 SF 팬덤 규모 짤’을 아시나요? ‘스타워즈’, ‘스타트렉’, ‘닥터후’ 모두 다 다른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이들의 팬덤을 다 합쳤을 때 SF 팬덤의 규모는 작품 하나의 팬덤 규모와 별 차이가 없죠😂 그만큼 해당 장르를 즐기는 사람이 몇 안 된다는 말! 한국 록 밴드 팬덤 버전의 짤도 있어요.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서브컬처는 한 사회 내에서 독자적인 정체성을 보여주며, 소수가 향유하는 문화를 말해요. 쉽게 말해 대중문화와 대척점에 있는 문화를 말하죠. 이 때문에 과거 서브컬처에 푹 빠진 사람들을 ‘오타쿠’라 부르는 등 부정적인 인식도 만연했어요. 그러나 현재 서브컬처는 과거와 달라진 입지를 맞이했죠👀
왼쪽 이미지는 화제가 되었던 태안 여자중학교 밴드부의 홍보 영상이에요. 각종 SNS에서 언급되더니 조회수 51만 회를 달성했죠. (실라카겔 김한주도 인스타그램으로 언급했다고!) 이렇게 서브컬처를 직접 즐기는 대중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반응도 뜨거운 걸 알 수 있어요. 오른쪽 이미지는 다양한 밴드 음악을 알려주는 계정이에요. SNS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것을 알 수 있죠. 한편 실리카겔은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의 첫 RPG 게임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와 독점 콜라보를 진행했어요👀 이렇게 같은 서브컬처 판에서 시너지를 내는 경우도 있죠.
꼭 음악 장르에 한해서 말하지 않아도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최애의 아이’, ‘주술회전’뿐만 아니라,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 웹소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등 다양한 분야의 서브컬처 인기를 우린 체감한 적이 있어요. 또한 SNS에선 스스로를 오타쿠(혹은 덕후)라 칭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이처럼 부정적인 이미지였던 오타쿠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 걸 알 수 있죠. 이젠 ‘특정 분야에 조예가 깊고 본인의 취향을 확실하게 잘 아는 사람’이란 의미로 통하고 있어요.
이렇게 서브컬처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지식과 안목의 영역인 지성의 소비로 넘어가는 시점이라 볼 수 있기 때문! 지성의 소비는 곧, 취향에서 지식으로 깊어지는 소비를 말하는데요. <2024 트렌드 노트>에 따르면 대표적인 지성의 소비에는 ‘페어링’이 있어요. 어떤 음식과 술의 조합이 잘 어울리는지 아는 것이 ‘먹을 줄 아는 지식을 갖춘 사람’이란 걸 보여주죠. ‘음악 듣기’도 대표적인 지성의 영역인데요. 주변에 ‘특정 장르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같은 한 장르 안에 어떤 아티스트가 있는지’ 등 음악 디깅을 하는 지인이 있지 않나요? 이 또한 음악을 듣는 경험이 많아지다 보니, 경험을 더 깊이 있게 만들어 줄 지성을 원하고 있는 거예요. 이 부분에서 에디터는 현재 서브컬처가 지성의 소비로 넘어가는 시점이란 걸 느꼈답니다!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볼까요? 수많은 크리에이터 중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 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가 뜨고 있는 걸 알 수 있어요. <2024 트렌드 노트>에선 이들을 ‘커뮤니케이터’라 부르고 있어요. ‘어떻게 지평좌표계로 고정하셨죠?’ 밈으로 유명한 <안될과학> 채널의 궤도는 과학이 전문 분야인 크리에이터인데요. 광기(?)가 느껴지는 설명으로 심오한 분야까지 다루고 있어요. 설명이 조금 어려울 법한데 댓글에선 ‘궤도님의 강의 너무 재밌다’, ‘궤도님의 과학 시간만 기다리고 있다’는 반응을 볼 수 있죠😮 한편 ‘편견 없는 음악 평론’으로 주목받은 스트리머 룩삼! 룩삼은 시청자와 함께, ‘음악 장르 월드컵’ 스트리밍을 진행하고 있어요. 편견 없는 태도가 현 사회 감수성에 맞아떨어지는 것도 있지만 ‘이 음악을 듣고 이렇게 말하다니 표현력이 너무 좋다’는 반응이 많아요. 또한 ‘많은 사람이 알 수 있도록 언급해 주셔서 감사하다’처럼 서브컬처 팬덤의 반응 또한 뜨겁죠.
이렇게 서브컬처에 대한 경험이 많아진 대중은 이젠 한층 더 깊이 있는 지성의 소비를 원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한편 내가 즐기는 비주류 장르의 언급조차 반가운 상태라면, 서브컬처에 대한 수요는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공략한 콘텐츠는 부재한 상황이라 할 수 있는데요. 따라서 이 간극은 앞으로 활용 가능성이 높고, 주목해 볼 만하죠. 그렇다면 이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브랜드 사례는 없을까요?👀
<머니그라피>는 금융 브랜드 토스가 운영하는 채널로, 이미 콘텐츠를 잘 운영하는 브랜드 사례로 유명하죠. 그동안 다양한 분야를 경제, 금융의 관점에서 풀어내는 ‘B주류경제학’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최근 음악 유튜버인 ‘우키팝’과 함께 음악 산업을 인터뷰하는 ‘머니 코드’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특정 장르의 대표적인 한국 아티스트를 초대해, 음악 장르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물론 초대한 아티스트의 팬덤을 공략하는 것도 있지만 해당 장르에 깊이 있는 해석 및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는 반응이 많아요.
에디터는 이러한 토스의 콘텐츠 제작 행보가 서브컬처를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를 콘텐츠화한 전략으로 보여요. 아티스트의 팬덤뿐만 아니라 해당 장르에 깊이 있는 견해를 원하는 시청자라면 이 콘텐츠가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을까요? 또한 앞서 언급한 스트리머 ‘룩삼’을 함께 데리고 온 점도 센스 있는 선택이라 할 수 있죠.
이와 유사한 채널 방향으로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도 언급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영화가 서브컬처의 분야는 아니지만, 전문가의 깊이 있는 견해를 전달하는 콘텐츠로 ‘SK’라는 브랜드를 내세우지 않은 채 운영하고 있죠. 이러한 사례들을 모아보았을 때, 서브컬처에서 새로운 콘텐츠 가능성이 보이지 않나요?😉
개인의 취향이 더욱 세분화, 파편화되고 있는 지금! 답이 되어줄 서브컬처!
이젠 더 이상 서브컬처를 비주류, 특정 소수들만 즐기는 문화로 여기기엔 어려울 것 같은데요. 지금 당장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긴 어려워도 편견 없이 이들을 바라보려는 태도가 먼저 필요하죠. 여기서 더 나아가 서브컬처는 더욱 세분화/파편화되고 있는 트렌드, 대중의 취향에 대한 답이 되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대중문화는 점점 옅어지는 지금, 새로운 콘텐츠 시장을 모색하고 있다면 서브컬처에 한 번 주목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