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매력적인 굿즈가 많습니다. ‘소장각’인 굿즈는 필요하지 않더라도 구매하거나 받아오게 되는데요. 눈 떠보니 이미 추가 결제하고 있고, 사용하지 않더라도 간직하고 있더란 말입니다. 저는 최근 알라딘에서 머그잔 굿즈를 받기 위해 추가 결제를 했습니다😂 돈을 얼마간 더 지불할 용의를 만들어주는 굿즈, 알게 모르게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심어주는 굿즈. 이번에는 때마침 다녀온 ‘오브젝트 바이 프로젝트 – 해브 어 굿즈 데이’라는 전시를 통해 굿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해브 어 굿즈 데이’ 전시는 굿즈(goods)는 일정한 계획(project)에 의해 만들어지는 물건(object)이라는 핵심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굿즈와 굿즈가 모였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다양한 브랜드의 수많은 굿즈를 한데 모아 전시합니다. 전시는 8월 28일까지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진행되니 한 번 방문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예약 링크는 여기)
다시 원론적인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굿즈는 재화나 물품을 의미합니다. 보다 좁은 의미를 말하자면, 팬들을 위한 상품입니다. 아이돌부터 콘텐츠, 브랜드까지. 팬을 보유한 대상의 범위는 넓습니다. 굿즈는 일반 소비자를 팬으로 만들고, 팬을 더욱 찐팬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브랜드가 만들어야 할 굿즈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는 물성을 지닐 것. 통상적으로 굿즈는 손으로 움켜쥘 수 있는, 공간을 점유하는 물품을 칭합니다. 이번 전시도 브랜드마다 일정하게 공간을 나누고, 한정된 공간에 굿즈를 펼쳐놓았습니다. 두 번째는 매력적일 것. 아무리 화려한 조명이 매대의 굿즈를 감싸도… 매력적이지 않다면 소비자의 발걸음은 허망하게 떠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물품을 매력적으로 만들기만 하면 장땡일까요? 잘 만든 굿즈는 브랜드 방향성과도 연관됩니다. 굿즈를 통해 의도한 방향으로 브랜드를 알리고,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며, 브랜드 호감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굿즈는 단기적으로 단순하게 브랜드 로고나 캐릭터가 담긴 물품에 불과할지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브랜딩’인 겁니다. 지금부터는 ‘해브 어 굿즈 데이’에 전시된 브랜드와 굿즈를 일부 살펴봄으로써 굿즈 제작에 참고할 만한 포인트를 얻어 봅시다.
브랜드가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캐릭터를 보유했다면?
캐릭터의 확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단독으로 상품을 만들 수도 있지만, 다른 브랜드와 콜라보하기도 좋습니다. 굿즈 제작 포인트는 스토리텔링을 활용하는 것. 캐릭터에 담긴 이야기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발전시켜 굿즈 제작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무직타이거
[무직 ; unemployed] 직장을 벗어나 원하는 일을 하는 자유로운 삶을 지향합니다. 자의든 타의든 이 시대의 모든 무직을 응원합니다. 우리는 무직이고, 뮤직이고 또 무적이니까요.
브랜드 스토리도 멋진 무직타이거는 ‘뚱랑이’라는 대표 캐릭터 일러스트를 기반으로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입니다. 콜라보도 많이 했습니다. 스파오, 로지텍, 비타민씨 등등. 홈웨어에 쏙 들어간 스파오 뚱랑이, 어울리지 않게(?) 열일하는 로지텍 뚱랑이, 에너지 충전하며 늘어진 기운을 덜어내는 비타민씨 뚱랑이 등. 뚱랑이의 포인트는 늘어져 있는 모습인데요. 콜라보 브랜드 중에는 홈웨어를 제작한 스파오가 인상적입니다. 늘어진 호랑이와 늘어질 때 입는 잠옷의 조화!
얼굴 없는 브랜드(B2B)이지만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알리고 싶다면?
주로 기업을 상대로 하는 브랜드라도 브랜딩은 필요합니다.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브랜드를 많은 사람에게, 의도한 방향으로, 효과적으로 알려야 합니다. B2B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이미지가 딱딱하거나,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이미지가 없을 때가 많은데요. 굿즈는 얼굴 없는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 가교 구실을 합니다.
SK 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반도체를 제조합니다. 경제나 관련 산업군에 관심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SK하이닉스가 무얼 하는 곳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죠. 그래서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혹은 얼굴을 알리기 위해 택한 방식은 굿즈 제작입니다. 반도체를 만드는 브랜드답게 반도체 이미지를 다양한 굿즈에 녹여냈습니다. 이렇게 굿즈를 통해 브랜드의 얼굴을 만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판매하거나,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 않더라도 브랜드가 어떤 일을 하는지는 확실히 알릴 수 있죠.
콘텐츠 세계관을 확장하고 싶은 브랜드라면?
콘텐츠에 과몰입하게 되는 요소는 참 많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등장인물이 사용하는 소품을 따라 구매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책, 영상 등 콘텐츠를 보유한 브랜드라면 굿즈를 기획하는 일도 비교적 수월할 겁니다. 이미 콘텐츠에서 언급된, 사용한 물건을 굿즈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일상에서 굿즈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콘텐츠 세계관을 확장하고, 콘텐츠에 대한 몰입을 끌어 올릴 수도 있습니다.
왓챠 <시멘틱 에러>
드라마 <시멘틱 에러> 곳곳에 등장한 소품이 굿즈로 재탄생했습니다. 증명사진, 카메라, 기숙사 출입 카드 등. 과몰입할 수밖에 없는 포인트를 잘 짚어냈습니다. 하지만 콘텐츠를 알리고 싶다고, 세계관을 확장하고 싶다고 무작정 굿즈를 제작하는 건 지양해야 합니다. 구매해 줄 팬이 확실히 있을 때(수요가 확실할 때), 굿즈 제작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가 있을 때(동기가 확실할 때) 만들어야 합니다. 전시에서도 <시멘틱 에러> 부스는 다른 부스보다 콘텐츠에 몰입해 있는 팬들로 북적였습니다.
굿즈는 소비자 일상에 스며듭니다. 캐릭터 그려진 패키지를 뜯어 빵을 먹으며, 책을 모티브로 만든 컵에 음료를 담아 마시며 브랜드와 함께하죠. 소비자의 일상에 침투하고, 브랜드 우호도를 높이고 싶다면 굿즈 제작은 괜찮은 선택입니다. 소비자는 잘 만든 굿즈를 알아보고, 잘 만든 굿즈는 ‘좋은’ 브랜드를 만듭니다.
굿즈 만들기 전에 해야 할 일
1️⃣ [브랜드 방향성 점검]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은지 정하기
2️⃣ [브랜드-상품 접점 탐색] 브랜드, 서비스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물품은 무엇인지 고민하기
3️⃣ [전달 방식 확정] 어떻게 소비자에게 전달할지 고민하기 ex. 이벤트 상품, 추가금 받고 판매
4️⃣ 브랜드 이미지와 딱 맞는 굿즈 제작해 소비자에게 사랑받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