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챠부터 스쿱마켓까지, Z세대가 랜덤 소비에 빠진 이유

가챠부터 스쿱마켓까지, Z세대가 랜덤 소비에 빠진 이유

가챠샵, 랜덤박스, 스쿱마켓, 인형뽑기까지. 요즘 Z세대의 소비를 들여다보면 유독 ‘확률’에 돈을 쓰는 장면이 자주 보입니다. 원하는 걸 확실하게 살 수 있는데도 굳이 결과를 알 수 없는 소비를 택하는 이유는 뭘까요? “왜 저러지?” 싶다가도 막상 가챠 앞에 서면 손이 먼저 움직이게 되는 이 아이러니한 소비 방식.😅 이 흐름은 단순한 유행이라기보다, 결과보다 과정과 감정을 먼저 소비하려는 Z세대의 소비 감각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일지도 모르죠. 그렇다면 이들은 왜,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확률 소비’에 끌리고 있는 걸까요? 함께 알아보시죠!

🧐 요즘 가챠, 진짜 많이 보이지 않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챠는 일본 애니메이션 굿즈나 어린이용 장난감 이미지가 강했어요. 동전 몇 개 넣고 돌리는, 소소한 놀이 정도였죠. 하지만 최근 가챠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이제 가챠는 전문 매장이나 팝업스토어 형태로 쇼핑몰의 핵심 동선에 자리 잡고 있어요. 특히 잠실처럼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팝업 형태로 등장해, 구경 자체부터 소비 경험의 일부로 인식되기도 하죠. 가격대 역시 눈에 띄게 높아졌어요. 예전처럼 1~2천 원 수준이 아니라, 5천 원, 1만 원, 심지어 2만 원대 가챠까지 등장했거든요. 그럼에도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캡슐을 돌립니다. 자신이 원하는 상품이 나올 거라는 기대와 함께 말이죠.

🎁 가챠·랜덤피규어·랜덤박스, 결과보다 개봉 과정이 더 중요한 소비

이러한 변화는 가챠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에요. 불확실성에 대한 소비 심리는 가챠뿐만 아니라 랜덤피규어나 랜덤박스 형태에서도 꾸준히 관찰되고 있어요.

출처 유튜브 Mani Land * 마니랜드 *

랜덤피규어는 하나의 패키지 안에 여러 캐릭터가 포함돼 있고, 구매자는 어떤 캐릭터를 받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박스를 열게 돼요. 가챠와 방식은 다르지만 어떤 캐릭터를 받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개봉하는 순간까지 기대감이 쌓인다는 점이 비슷합니다. 특히 히든 피규어나 인기 캐릭터는 낮은 확률로 설정돼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나올 것 같다’는 기대가 생기고, 이 기대감이 반복 구매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곤 하죠.

한편, 랜덤박스는 가챠나 랜덤피규어보다 한층 더 높은 불확실성을 지닌 구조예요. 구성품 전체가 사전에 공개되지 않은 상태로 판매되기 때문에, 소비자는 개봉 전까지 가격 대비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죠. 그만큼 기대와 실망의 편차도 클 수 있지만, 마치 복권처럼 ‘작은 투자로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심리가 작용해 기꺼이 돈과 시간을 쓰게 만들어요.

세 가지 사례 모두를 살폈을 때 소비의 포인트는 결과보다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 공통적이에요. 이러한 경험을 설계해 소비자가 흐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것이죠. 단계별로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어요.

1️⃣ 선택 전의 망설임과 기대감

  • 가챠 머신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어떤 시리즈를 고를지 고민하는 순간
  • 랜덤피규어나 랜덤박스의 구성 힌트와 후기를 확인하는 시간

2️⃣ 결과 직전의 긴장과 개입 감각

  • 가챠 레버를 돌리기 직전의 짧은 망설임
  • 택배 도착 알림을 확인하는 순간

3️⃣ 공개 순간과 즉각적인 반응

  • 캡슐이나 박스를 여는 찰나 원하는 결과가 나왔을 때, 혹은 그렇지 않았을 때의 감정 반응

이 모든 과정은 소비자에게 하나의 ‘이벤트’로 기억돼요. 그래서 혹여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래도 재밌었다”라는 반응이 나오고, 실패 경험조차 콘텐츠처럼 소비되곤 하죠. 이 지점에서 가챠, 랜덤피규어와 랜덤박스, 가챠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구조를 넘어, 기다림과 긴장을 설계한 경험형 소비로 작동해요.

다만 최근에는 이런 구조가 소비자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투자한 금액 대비 일정 수준 이상의 가치를 제공할 것을 사전에 제시해 최소한의 만족을 보장하는 전략을 가져가는 브랜드도 늘고 있답니다.

🧸 인형 뽑기, 실패해도 웃고 넘기게 되는 이유

인형 뽑기는 확률 소비 중에서도 가장 직관적인 형태예요.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는 걸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사람들은 크레인 앞에 멈춰 섭니다. 인형의 위치를 한 번 더 확인하고, 각도를 바꿔보며 ‘이번엔 다를지도 모른다’라는 감각에 기대게 되죠. 여기서 중요한 건 결과 자체라기보다 조작하고 있다는 감각이에요. 기계를 만지고 있는 순간만큼은 내가 결과에 개입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인형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실패가 아니라 성공으로 가는 과정으로 인식하게 되죠.

출처 유튜브 런닝맨 – 스브스 공식 채널

인형뽑기는 성공과 실패가 명확하게 갈리지만, 그 시도가 짧게 반복되며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어요. 그래서 한 번의 실패로 소비가 끝나지 않고 다음 시도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이 구조 안에서 확률 소비는 부담이 아닌 가볍게 도전하는 놀이처럼 작동해요. 이 경험은 소비자에게 하나의 작은 이벤트처럼 남습니다. 무엇을 얻었는지뿐만 아니라, 도전을 반복했던 순간과 그 짧은 긴장감이 함께 기억되는 방식이죠.

🪣 스쿱마켓, 결과보다 ‘뜨는 순간’을 기다리는 소비

스쿱마켓은 확률형 소비 트렌드 속에서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판매 방식이에요. 가챠나 랜덤박스가 ‘무엇이 나왔는지’라는 결과 중심의 불확실성을 전제로 한다면, 스쿱마켓은 결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노출한다는 점에서 구조가 달라요. 구매자는 몇 스쿱을 살지만 결정할 뿐, 실제 구성은 판매자가 스쿱으로 떠서 포장하는 순간에 정해지죠. 이때 어떤 물건이 담기는지, 어떤 순서로 스쿱이 움직이는지까지 전 과정이 영상으로 공유되면서, 소비자는 단순히 결과를 기다리는 입장을 넘어 결과가 형성되는 장면에 함께 참여하는 경험을 하게 돼요.

이 지점에서 스쿱마켓은 확률 소비의 초점을 결과에서 과정으로 옮깁니다. 무엇이 나왔는지 확인하는 것보다 판매자가 스쿱을 뜨며 배송할 상품이 결정되는 과정을 소비 경험의 중심에 두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스쿱마켓에서 가장 오래 소비되는 순간은 결과 공개가 아니에요. 비즈를 퍼 담는 소리, 스쿱의 속도, 색과 형태가 섞이는 과정, 그리고 포장이 완성되기까지의 짧은 시간이 오히려 더 강하게 기억에 남죠. 이 모든 장면이 영상으로 노출되면서, 소비자는 결과를 기다리는 관객이 아니라 이미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상태가 됩니다. 확률의 불확실성과 함께 지켜보는 경험으로 소비 포인트를 전환한 사례라고 볼 수 있죠.

이때 스쿱마켓에서는 결과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기대가 형성되고 감정이 소진되는 시간이 존재해요. 포장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설렘과 긴장이 앞당겨 소비되고, 확률은 결과에 대한 불안을 키우기보다는 이 감정을 유지하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결국 스쿱마켓은 ‘무엇을 샀는지’보다,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함께 지켜본 경험을 중심으로 설계된 소비 방식에 가깝다고 볼 수 있어요.

📱 확률 소비가 ‘구경 콘텐츠’가 되는 방식

이 흐름을 빠르게 확산시킨 건 숏폼과 유튜브 콘텐츠예요. 랜덤깡, 가챠 개봉, 랜덤박스 언박싱 영상은 이제 하나의 독립적인 콘텐츠 장르로 자리 잡았죠. 원하는 아이템이 나오는 순간의 환호뿐 아니라, 실패했을 때의 허탈한 반응까지 모두 영상의 일부로 소비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성공과 실패 그 자체가 아니에요. 열기 직전의 긴장감과 결과를 마주한 순간의 반응이 그대로 콘텐츠가 된다는 점이죠. 실제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은 영상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댓글에는 “다음엔 나올 것 같아요”, “여기서 멈추기엔 아쉽죠” 같은 반응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결과보다 과정과 반응이 더 오래 소비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에요.

이 구조는 가챠나 랜덤박스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인형뽑기 영상 역시 버튼을 누르는 순간, 인형이 살짝 움직였다가 멈추는 장면, 실패 직후의 반응까지 전 과정이 소비됩니다. 결과보다 ‘될 뻔했던 순간’이 더 강하게 기억에 남는 방식이죠. 스쿱마켓 역시 무엇이 담겼는지보다, 스쿱을 뜨는 장면과 포장 과정이 더 오래 시청되고요.

이처럼 영상으로 소비되는 확률 소비는 실제 구매보다 훨씬 가볍게 인식돼요. 가격이나 반복 구매에 대한 부담은 드러나지 않고, 개봉 직전의 긴장과 반응만 강조되기 때문이죠. 그 결과 랜덤 소비는 위험한 선택보다는 한 번쯤 참여해볼 만한 놀이처럼 받아들여집니다. 실패한 결과조차 하나의 이야기로 남고, 웃고 넘길 수 있는 콘텐츠가 되며 다음 소비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거예요.

🎯 그래서 Z세대는 왜 ‘확률’을 소비할까?

이 지점에서 확률 소비는 더 이상 합리적이냐, 비합리적이냐의 문제로만 설명하기 어려워요. Z세대가 반복해서 소비하는 대상은 랜덤한 결과 그 자체라기보다, 결과가 결정되기 전까지 이어지는 경험의 흐름에 더 가깝기 때문이죠. 기다리는 시간, 열기 직전의 긴장, 그리고 그 순간에 터져 나오는 반응까지. 이 모든 과정을 하나의 완성된 소비 경험으로 인식됩니다.

이 경험은 혼자서 끝나지 않아요. 언박싱 영상과 후기 콘텐츠를 통해 소비 장면은 자연스럽게 공유되고, 감정은 빠르게 전달됩니다. 성공이든 실패든 상관없이, 이 소비는 개인의 선택을 넘어 함께 지켜보고 반응하는 하나의 이벤트로 작동하죠.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확률이 아니에요. 확률은 하나의 장치일 뿐이고, 실제로 작동한 건 참여의 순간부터 반응까지 이어지는 감정의 흐름이었습니다. 이 아티클이 던지고 싶은 질문도 바로 여기에 있어요. “확률 소비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반응했다면 우리는 제품 구매나 이벤트 참여, 공간 방문 같은 다양한 접점에서 이런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볼 수 있을까?”라는 것이죠. 결국 우리가 고민해야 할 건 어떤 흐름으로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어떤 감정을 남길 것인가예요. 즉 확률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 하나의 사례일 뿐이고, 이 감정의 구조는 훨씬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외부 필진이 기고한 아티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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