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세대’ 에 대한 언급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MZ세대보다 더 중요하게 눈여겨봐야 하는 세대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데요. “90년대생이 온다”며 MZ세대를 이야기한지 4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90년대생은 떠나가는 것인가 싶습니다.
이제 막 MZ세대 타게팅에 대한 감을 잡은 것 같아 아쉽지만, 다가올 트렌드를 미리 알아 두는 것이 마케터의 덕목 아니겠습니까! 물론 정확한 분석과 연구에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알파세대’ 타게팅에 대비할 수 있도록 특징들을 톺아보겠습니다.
‘알파세대’는 Z세대의 바로 다음 세대로 2010년대 초반부터 202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세대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스마트폰, 유튜브, 키오스크, 태블릿, IoT 등 우리에게는 큰 변화로 느껴지던 IT 기기와 기술들이 이미 존재할 때에 태어난 것인데요. 그래서 모바일은 물론이고 AI 기술까지도 친숙하게 받아들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물론 MZ세대도 모바일, AI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해 거부감은 없습니다. 다만, Z세대까지는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지켜보고 변화에 적응한 입장이라면, 알파세대는 태어나자마자 딸랑이 장난감과 함께 스마트폰을 아주 당연하게 쥐었습니다. 그 결과 알파세대는 다른 세대들과 확실하게 구별되는 특징들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글은 잘 모르는데 UI는 알아요
유튜브 키즈가 출시되기 전까지, 조회수 2,000만 뷰가 넘은 ‘뽀로로’ 유튜브 영상의 댓글들에 온통 알 수 없는 말들이 적혀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영상을 보던 아이들이 이것저것 눌러 남긴 댓글들이죠. 이렇게 한글을 익히기도 전부터 유튜브를 이용하니, 유튜브 앱의 UI와 아이콘이 친숙할 수밖에요. 알파세대는 갓 태어나 누워 있을 때부터 다양한 기기, 앱과 함께해왔습니다. UI와 UX의 개념을 ‘체득’한 세대라고 할 수 있어요.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요, 근데 집중이 잘 안 되네요
어릴 때부터 게임, 개발, 코딩을 놀이처럼 접한 알파세대는 주어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데 익숙하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유튜브 콘텐츠 주제나 개발 문제에 대해 직접 검색해보고 계획을 세운 다음 부모님의 지원을 요청하는 방식인 거예요. 프로 기획자의 자질이 보이는 계획적인 인재들이네요.
알파세대의 자기 주도적 검색 습관이 만들어낸 웃지 못할 특징도 있습니다. 바로 ‘문해력’인데요. 이미지와 영상 검색을 많이 활용하다 보니 글자 해석이 어려워진 것입니다. 대신 이미지와 영상에 관해서는 뛰어난 해석력과 응용력을 보여주는데요. 성장 환경에 따라 알파세대의 핵심 역량이 다르게 나타난 것 같아요.
커뮤니티요? 저는 ‘기가지니’랑 짱친이에요
AI 리모콘, 스피커를 활용해 원하는 것을 검색하고 실행하는 것이 알파 세대들에게는 매우 당연한 일입니다. 부모님이 AI 스피커를 활용하는 모습을 일상에서 접해왔기 때문일텐데요. 저도 유치원을 다니는 조카가 가벼운 배탈이 났을 때, AI 스피커에게 “배 아플 때 배 만지는 방법 알려줘.” 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알파세대의 특성을 반영한 AI 기기 전용 콘텐츠 시장도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국내 에듀 테크 시장 규모는 이미 7조원을 넘어섰는데요. (국내 에듀테크 시장, 2025년 10조원 규모 성장 전망) 국내 통신사 3사가 시장 선점을 위해 앞다투어 노력 중이기도 합니다. SKT에서는 가상교실 시범 서비스 ‘서로’, LG유플러스는 초등 교육 콘텐츠 앱 ‘U+초등나라’를 출시 및 배포했습니다. KT는 초중등 교육 서비스 ‘AI홈런’을 통해 홈스쿨링 사업을 시작했어요.
이따가 7시에 브룩헤븐 은행 앞에서 봐!
알파세대에게 ‘비대면’은 ‘대면’과 동등한 선택사항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팬데믹이 2년 넘게 지속되면서 모든 비대면 활동들이 익숙해졌기 때문이겠지요. ‘메타버스’에서의 만남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홍대입구역 3번 출구 올리브영 앞에서 봐.” 라고 약속을 잡듯이, 알파세대들은 “브룩헤븐 은행 앞에서 봐” 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것이죠.
이전 세대들은 대면 만남을 기반으로 하고, ‘게임’이나 ‘커뮤니티’를 즐기는 비대면 소통은 부수적인 행동으로 생각해왔습니다. 반면 알파세대는 메타버스를 ‘장소’ 개념으로 활용합니다. 메타버스에서의 만남을 친구와 카페에 가는 것과 비슷한 일상의 개념으로 인지하고 있는 거예요.
알파세대가 시장을 주도하는 세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습니다. 소비 중심적인 라이프를 살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 부모들에게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인데요. 알파세대의 용돈 규모는 이전 세대와 차원이 다릅니다. MZ세대만 보더라도 유튜브 채널이나 스마트 스토어를 운영하며 자신의 용돈(보다 사실 더 큰 돈)을 버는 경우도 있죠. 알파세대도 이에 못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벌써 알파세대 대상의 금융상품도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한동안은 MZ세대 타게팅이 마케팅의 주요 이슈일 겁니다. 그럼에도 알파세대를 미리 주목해야 하는 것은, MZ세대를 타게팅한 각종 마케팅 액션과 콘텐츠가 알파세대에게도 함께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알파세대까지 함께 고려하면 향후 마케팅의 핵심 세대가 교체될 때에 시장 선점에 유리하겠죠.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 할 지 간단히 짚어볼까요?
마케팅/서비스/콘텐츠가 위치한 모바일 플랫폼, 앱의 사용성
텍스트보다는 영상과 이미지 해석에 더 특화된 알파세대에 맞춰 서비스의 사용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지금까지의 앱과 웹의 UI는 과거의 웹 환경에서 파생되었기에 텍스트의 비중도 높고, 어휘도 어려운데요. 대비되는 색상 등 비주얼 요소와 스와이프 기능으로 더 직관적인 UI로의 변화가 기대됩니다. 작은 행동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불러올 수 있는 UI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콘텐츠, 60초 미만의 쇼츠도 너무 길다, 더 짧아질 것
1인 1유튜브 시대. 유튜브 채널 1개를 보유하고, 브이로그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비중이 늘었습니다. 알파세대도 예외는 아닌데요. ‘틱톡’ 에서 60초 미만의 브이로그를 업로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tlog라고도 하는데, 60초 정도로 자신의 일상을 다 보여주는 ‘짧고 굵은’ 콘텐츠를 선호하는 모습이에요. 콘텐츠 길이가 더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나중에는 30초 tlog가 유행할지도?
AI 기기까지 활용한 접근성과 확장성을 고려
AI 스피커나 음성인식 리모콘을 쉽게 활용하는 알파세대들에 맞춰, 서비스와 콘텐츠의 포맷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청각 서비스의 중요성이 더 높아질 수밖에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에 적합한 ‘시각적 노출’과 ‘페이지 이동(유입)’이 이전 성과 측정의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음성’을 통한 정보 탐색과 전환에 대한 측정 지표도 포함하게 될 것입니다.
참여 비중이 높은 게이미피케이션 요소 부여도 가능하다
메타버스를 일상의 범주에 포함하는 알파세대를 타게팅할 때는, 현재 수준보다 더 높은 수준의 게이미피케이션을 고려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게이미피케이션이란 동기부여를 목적으로 비게임적인 맥락에 게임 요소를 적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상품 할인 쿠폰이라는 비게임적인 맥락에 쇼핑몰을 3번 이상 방문하는 게임형 미션을 부여하는 것이죠.
알파세대는 게임에 대한 피로도가 적고, 직접 게임을 만들고자 할 정도의 적극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로그인하기, 공유하기 등 쉬운 구매 행동에 보상을 부여해왔다면, 메타버스나 미니게임 등 적극적인 액션들을 기획할 수 있겠습니다.
새로운 세대의 등장은 어떤 분야에서든 긴장과 변화를 불러오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관점과 해석을 접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아동 또는 청소년인 ‘알파세대’를 정확히 알고 타게팅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연구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경제활동을 시작할 나이에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예측하기 어렵기도 하고요. 하지만 10대일 때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구매력을 확보하고, 메타버스를 현실처럼 사는 알파세대의 모습에서 새로운 마케팅 방법과 서비스, 콘텐츠가 등장할 것임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