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수동에 낯선 외관의 건물이 하나 생긴 걸 아시나요? 도심 위에 착륙한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 건물이 다름 아닌 ‘아이아이컴바인드’의 신사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화제를 모았는데요. 아이아이컴바인드라는 이름이 조금 낯설 수도 있지만, 젠틀몬스터·탬버린즈·누데이크의 모회사라고 하면 금세 감이 오실 거예요. 이 세 브랜드는 단순히 아이웨어, 프래그런스, F&B를 넘어 ‘힙’의 정석이라 불리며 MZ세대에게 확고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브랜드니까요. 이번 아티클에서는 지금의 아이아이컴바인드를 만들어낸 세 브랜드의 대표 캠페인 사례들을 통해 그들의 브랜딩 방향성을 분석해보려 해요.
🕶 젠틀몬스터, 세상을 놀라게 하는 중
공간에서 느껴지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2011년 정식 론칭한 젠틀몬스터는 이제 MZ세대를 중심으로 대표적인 아이웨어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신선한 캠페인을 선보이며 늘 화제를 몰고 다니죠. 안경과 선글라스가 본질이지만, 젠틀몬스터는 공간 연출과 다양한 형태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하게 각인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요.
젠틀몬스터의 쇼룸을 떠올리면 제품 진열보다도 공간이 주는 독특한 분위기가 먼저 생각나지 않나요? 젠틀몬스터는 쇼룸을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닌 몰입형 예술 설치와 스토리텔링이 어우러진 장으로 활용해왔기 때문이에요. 매장마다 독특한 테마와 시각적 연출을 통해 브랜드의 미래지향적이고 실험적인 이미지를 전달해왔죠. 또한 이런 공간 디자인은 방문객의 감각적 경험을 자극하며 소셜 미디어 콘텐츠로 자연스럽게 확산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젠틀몬스터의 공간 활용은 체험형 마케팅으로도 이어집니다. 대표 사례로 2024 옵티컬 컬렉션 출시를 맞아 선보인 팝업스토어 <젠틀 고등학교>가 있어요. 학교라는 콘셉트로 이색적인 가상의 고등학교 공간을 하우스 도산에 구현했는데, 거대한 백팩 조형물부터 교복 착용, 학생증 발급 체험까지 브랜드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구성이 돋보였어요. 브랜드를 하나의 경험으로 설계해 방문객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했죠.
뮤즈 ‘제니’와의 만남
젠틀몬스터를 이야기할 때 뮤즈 ‘제니’와의 협업을 빼놓을 수 없어요. 제니는 단순한 광고 모델이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과 감도를 함께 설계해나가는 파트너에 가까운 존재였거든요. 2020년부터 시작된 제니와의 파트너십은 공동 컬렉션 개발로 이어졌고, 실제로 제니는 디자인 회의에 여러 차례 참여하며 제품 콘셉트에 의견을 내는 등 깊이 있는 협업을 보여줬습니다.
첫 협업은 2021년 ‘젠틀 홈(JENTLE HOME)‘ 컬렉션이었는데요. 제니의 어린 시절 추억을 테마로 한 티저 영상은 160만 뷰를 돌파하며 브랜드 노출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렸어요. 그리고 지난해 공개된 세 번째 협업 ‘젠틀 살롱(JENTLE SALON)‘은 트렌디한 커스터마이징 포인트를 더해 더욱 주목받았죠. 아이웨어에 참(Charm)을 달 수 있도록 디자인해 ‘백꾸’, ‘텀꾸’에 이은 ‘안꾸’ 트렌드까지 확장한 거예요. 제니가 좋아하는 리본, 카피바라 모티브의 참도 포함되었고요.
결과적으로 젠틀몬스터는 블랙핑크 제니의 글로벌 영향력을 활용해 브랜드 가시성을 극대화했을뿐만 아니라, 제니의 패션 아이콘 이미지를 브랜드의 혁신적 디자인과 결합해 국내외 젊은 타깃층 사이에서 브랜드 가치를 크게 끌어올렸습니다. 비록 제니와의 협업은 올해 종료되었지만 이는 경쟁 브랜드의 모델 활용 전략 변화를 촉발한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거예요.
다양한 브랜드와의 실험적인 콜라보
젠틀몬스터는 제니 외에도 패션·엔터테인먼트·게임 등 국내외 다양한 분야와의 실험적인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해왔습니다. 브랜드 초창기에는 알랙산더 왕, 오프닝 세레모니와 같은 디자이너 브랜드와 손잡으며 브랜드의 기반을 다졌고, 이후에는 메종 마르지엘라, 몽클레어 등 럭셔리 브랜드와 협업해 고급 패션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강화했는데요. 그런데 특히 눈에 띄는 건 게임과 토이 등 서브컬쳐 영역과의 협업입니다.

예를 들어 2024년에는 <철권8>과의 콜라보를 진행하며 캐릭터 ‘카즈야’에서 영감을 받은 아이웨어 ‘Inferno CS1’을 출시했어요. 제품 출시와 함께 서울, 도쿄, 상하이, 베이징 등 4개 도시에서 열린 팝업스토어는 게임 속 세계를 오마주한 공간 연출로 몰입감을 높였고, 거대한 카즈야 오브제와 AR 필터 포토부스, 철권 CD팩 커스터마이징 체험 등으로 현장 경험의 즐거움을 극대화했죠.

2025년에는 접어서 휴대할 수 있는 폴딩 아이웨어 ‘포켓 컬렉션’을 선보이며, 미국 인형 브랜드 ‘브랏츠(Bratz)’와 협업을 진행했습니다. 두 브랜드는 ‘자기 표현’과 ‘스타일 감각’을 중요시한다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브랏츠 인형 전용 미니 선글라스와 액세서리가 포함된 한정판 패키지를 출시했는데요. 이 제품은 토이 팬덤과 패션 마니아층 모두를 겨냥해 오픈런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접이식 아이웨어라는 독특한 제품 특성에 토이 감성이 결합되며 브랜드의 감도 높은 실험성이 다시 한 번 주목받은 순간이었죠. 젠틀몬스터는 이처럼 예상치 못한 협업과 실험적인 콘텐츠로 MZ세대의 취향을 정조준하며, 매번 새로운 화제와 기대를 만들어내는 브랜드로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어요.
🤍 공감각적 경험을 지향하는 코스메틱 브랜드, 탬버린즈
아이아이컴바인드의 두 번째 브랜드 ‘탬버린즈’는 2017년 가로수길 플래그십 스토어로 출범했습니다. 주로 프래그넌스 제품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코스메틱 브랜드 사이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죠. ‘향’이 주 무기인 만큼 브랜드와 제품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접목한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후각을 시각화한 공간 구성
탬버린즈 또한 젠틀몬스터와 마찬가지로 팝업스토어나 플래그십 스토어 같은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제품을 더욱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해요. 단순히 향을 시향해보는 데 그치지 않고, 몰입형 설치와 테마가 있는 공간 디자인을 더해 제품이 사용되는 상황과 장소를 예술적으로 구현해내는 방식이죠.

대표적인 사례로는 2024년 자동차 전용 디퓨저 컬렉션 출시 당시, 성수동 매장을 아예 자동차로 탈바꿈시킨 팝업스토어가 있습니다. 가죽으로 매장 전체가 둘러싸인 고급스러운 자동차 콘셉트를 통해 외관부터 ‘자동차 디퓨저’라는 신제품의 특징이 느껴질 수 있도록 연출했죠. 또 매장 곳곳에는 자동차와 관련한 요소를 배치해 마치 차 안에 있는 듯한 경험을 제공했고요. 덕분에 제품의 콘셉트인 ‘이동 중 위안’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공간이 완성됐습니다.
전시로 극대화하는 후각

후각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오히려 더 강렬하게 기억되는 감각이에요. 특정한 장소, 분위기,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데 더없이 좋은 요소이기도 하죠. 그래서인지 탬버린즈는 제품을 각인시키기 위해 후각 중심의 브랜드 메시지를 다양한 전시 콘텐츠로 풀어내고 있어요. 2022년 첫 향수 컬렉션 출시 당시 선보인 <SOLACE:한줌의 위안> 전시는 컬렉션 테마인 ‘위안’을 중심으로 손 크림과 캔들을 예술 설치로 재해석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각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아트 사운드의 청각적인 요소까지 결합해 공감각적 요소를 극대화했죠.

올해는 여기서 더 나아갔습니다.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오페라 <Sun & Sea>를 초청해, 성수동 탬버린즈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공연을 선보였는데요. 실제 해변처럼 구성된 공간에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퍼포머들의 모습, 그리고 이를 감싸는 음악, 건축, 향기 요소를 통해 새로운 컬렉션 ‘블루히노키’의 테마인 ‘끝나지 않는 여름 비치’를 구현한 거예요. 여기에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관람 형식으로 몰입도를 한층 높였고요. 이러한 전시 경험은 곧 제품에 대한 인상으로 이어지며 브랜드 메시지를 더욱 선명히 전달해내고 있을뿐만 아니라, 브랜드 철학인 ‘감각적 아름다움 추구’를 효과적으로 각인하는 수단이 되고 있어요.
🥐 패션과 아트 사이의 디저트, 누데이크
아이아이컴바인드의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는 베이징의 ‘마스 카페’, 상하이 ‘오이스터 바’에서 실험적인 비주얼의 디저트를 선보인 뒤 2021년 하우스 도산(현 하우스 노웨어 도산)에서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며 정식 오픈했습니다. 특히 먹물 페이스트리 안에 말차 크림이 가득 들어간 ‘피크 케이크’가 SNS를 뜨겁게 달군 이후 매번 파격적인 신메뉴로 주목을 받으며 디저트 업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오고 있죠.
미각 외 감각으로 즐기는 F&B 스토어

누데이크 매장의 특이한 점은 보통의 카페에 비해 좌석이 매우 적다는 점이에요. 제품 하나 하나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공간에 많은 여백을 두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거든요. 특히 하우스 도산점은 ‘테이스트 오브 메디테이션(Taste of Meditation)’이라는 테마로 방문객이 제품을 ‘명상’처럼 음미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한 바 있어요. 여기에 미디어 아트와 사진 작품을 활용한 연출로 시각적·감정적 경험까지 더해줬죠.

한 편의 전시를 보는 것 같은 누데이크의 공간 구성은 중국 상하이 플래그십 스토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체육관이라는 콘셉트 아래, 빵과 각종 피트니스 도구가 합쳐진 오브제들을 전시해둔 위트 있는 스토어인데요. 한국 플래그십 스토어와 유사한 전략으로, 많은 좌석을 배치 하기보다는 다양한 요소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더욱 집중했습니다. 이러한 방문객의 깊이 있는 경험을 우선시 한 전략 덕분에 웨이팅이 있음에도 높은 방문율을 이끌어냈어요.
K-pop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
누데이크는 디저트 브랜드로는 이례적으로 K-pop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꾸준히 이어가며 글로벌 팬덤을 공략하고 있어요. 젠틀몬스터의 감각적 브랜딩을 계승하듯, 누데이크 역시 디저트를 단순한 식품이 아닌 오브제로 포지셔닝한 덕분에 아티스트의 스타일과 브랜드의 미학을 제품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거든요.

2022년 12월에는 뉴진스와 함께 팝업스토어 <OMG! NU+JEANS>에서 ‘버니 케이크’를 선보였어요. 뉴진스 특유의 청춘 콘셉트가 담긴 파스텔 톤 디저트에 토끼 오브제를 더해 팬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죠. 심지어 겨울 시즌과 맞물린 덕분에 크리스마스 시즌 대표 케이크로도 입소문을 탔습니다. 여기에 한정판 포토카드와 포장 패키지를 더해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했고요.

이후 제니와의 협업에서는 그녀의 솔로 앨범을 기념해 <Nudake❤Jennie> 팝업스토어를 열었어요. 인스타그램 계정명인 ‘JENNIERUBYJANE’에서 착안한 케이크부터, 제니의 다양한 무드를 표현한 7단 케이크 오브제까지 제니의 새 앨범을 상상해 볼 수 있는 요소가 곳곳에 숨어있었습니다. 팬들이 제니의 세계관을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이처럼 누데이크는 팝업과 한정판 제품을 통해 팬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K-pop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의 감도 높은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확장하고 있어요. 단순한 디저트 브랜드를 넘어 트렌드와 취향을 함께 제안하는 방식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쌓아가고 있는 셈이에요.
오늘 소개해드린 젠틀몬스터, 탬버린즈, 누데이크의 구체적인 전개 방향은 브랜드 마다 차이가 있지만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갖고 있어요.
✅ 기능보다 인상을 남기는 방식: 제품의 스펙보다 브랜드가 전하고 싶은 감도와 이미지를 먼저 설계합니다.
✅ 제품보다 경험을 전하는 공간 설계: 구매 채널이 무수히 다양해진 지금, 이들은 플래그십 스토어를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닌 브랜드의 가치를 ‘경험’하게 하는 장소로 재정의 해요.
✅ 콜라보 통한 입체적인 브랜딩 : 모델이나 브랜드 간 협업을 공간 연출·이벤트·캠페인 영상 등으로 확장해 브랜드가 어떤 세계관과 감도를 추구하는지를 다채롭게 풀어냅니다.
최근에는 올해 새롭게 출범한 헤드웨어 브랜드 ‘어티슈‘, 테이블웨어 브랜드 ‘누플랏‘까지 아이아이컴바인드의 영역은 더 넓어지고 있는데요. 각 브랜드가 어떤 방식으로 카테고리를 재정의하고 고유의 감도를 설계해나갈지도 앞으로 기대해볼 만합니다. 낯선 것을 더해 우리 브랜드를 새롭게 정의하고, 기존의 초식을 벗어난 마케팅 액션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번 아티클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라요!
*외부 필진이 기고한 아티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