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하반기를 책임질 디자인 연례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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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시간을 빨리 감기 한 것도 아닌데, 벌써 올해도 거의 다 지났네요. 하지만 너무 아쉬워 마세요! 하반기를 화려하게 장식해줄 디자인 행사가 줄줄이 찾아올 예정이니까요!٩( ᐛ )و

디자인 연례행사는 다채로운 디자인 결과물을 한자리에서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주목할만하지만, 그 이전 단계인 기획부터 살펴보면 더욱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답니다. ‘디자인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어떻게 매년 다른 이야기를 풀어나갔는지’, ‘어떤 식으로 행사의 포맷을 확장했는지’와 같은 전략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디자이너란 그래픽, 제품, 패션, 공간 등 모든 분야를 아울러, 무형의 것을 유형의 것으로 만들어 내는 사람이기에 이런 인사이트는 아주 귀한 자산이 된답니다. 물론! 디자이너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기획자들 또한 실체 없는 아이디어를 다양한 포맷으로 구체화하는 것이 일이니까요.

자, 그럼! 디자이너와 기획자, 모두를 위해 디자인 관련 하반기 연례행사 3가지를 살펴보고, 본격적으로 맞이할 준비를 해볼까요? 팬데믹 이전 시점인 2019년부터 올해인 2022년의 행사까지 짚어보며, 매년 어떻게 주제를 기획-변주하고 행사의 규모를 확장했는지 함께 살펴봅시다.

1. 타이포잔치(=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타이포잔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 문화진흥원에서 주관하는 국제 디자인 행사로, 2001년에 시작해 2011년부터는 국제 비엔날레로 정례화되었어요.


타이포잔치는 격년으로 개최하며 홀수 연도에는 본행사인 비엔날레를, 짝수 연도에는 프리비엔날레를 진행합니다. 매회 예술감독을 배정하여 타이포그래피(문자)와 주제를 엮어 다른 테마로 전시를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죠. 프리비엔날레는 감독의 재량에 따라 강연, 공연, 워크숍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집니다.

출처 타이포잔치

2018-2019년의 주제는 ‘타이포그래피와 사물’입니다. 문자와 사물의 공통적 특징인 ’조합’을 키워드 삼아 기획의 기반을 다졌어요. 프리비엔날레에서는 17가지의 리서치와 그와 연계된 16종의 강연, 3가지의 워크숍을 진행했죠. 비엔날레에서는 총 6개의 사물을 선정해 소주제를 구성했는데요. ‘만화경, 다면체, 시계, 모서리, 잡동사니, 식물들’처럼 문자와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물들의 이름을 필두로 타이포그래피가 사물과 만나는 여러 방식을 풀어나갔습니다. 대표적으로 ‘만화경’을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관점으로 말이죠!

🔎 만화경 : 움직일 때마다 다른 무늬의 색 조각을 만들어 냄
타이포그래피 : 몇 개의 기호 (ㄱ, ㄴ, ㄷ / a, b, c)를 움직여 다양한 모양(문자)을 만들어 냄

출처 타이포잔치

이어서 지난 2020-2021년의 주제도 쭉 이어서 살펴볼게요. 주제는 ‘문자와 생명’이었는데요. 프리비엔날레에서는 ‘문자’와 ‘생명’이라는 단어의 조합을 통해 표현할 여러 가능성을 6번의 토크와 3번의 워크샵을 통해 탐색했어요. 본 행사의 제목은 ‘거북이와 두루미’로, 생명이 지닌 ‘생성과 소멸의 순환 구조’에 주목하고 인간의 ‘존재하고자 하는 욕망’을 ‘장수를 기원하는 이름-문자’로 가시화했죠. 기획 의도에 적힌 ‘문자 뒤에 숨은 지극히 인간적인 욕망을 다룬다’라는 맥락에 걸맞게 삶과 맞닿아 있는 위트가 담긴 작품이 주를 이뤘어요.

출처 인스타그램 @typojanchi

마지막으로! 올해의 주제는 바로 ‘타이포그래피와 소리’입니다. ‘사물화된 소리, 신체화된 문자’라는 제목으로, 디자인 분야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창작자들이 모여, 소리가 시각화 혹은 사물화되는 과정과 문자가 신체화되는 과정을 펼쳐보며 그 안에서 타이포그래피의 과거, 현재, 미래를 훑어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죠. 최근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답니다.

여기서 잠깐! 1. ‘소리 -> 시각화/사물화’가 뭐고, 2. ‘문자 -> 신체화’는 뭐야? 하는 분들을 위해 조금 더 설명해 드리자면, 1. 소리가 시간성에 구애받지 않고 ‘받아쓰기-타이핑/인쇄/코딩’과 같은 과정을 거치며 형태를 지니는 것을 의미해요. 2. 문자는 ‘재생/낭독/공연/퍼포먼스’ 등의 행위를 통해 신체화 되어 다양한 형태로 발화되는 것을 의미하고요.

활자 디자인보다 문학과 음악, 시각 예술을 중심으로 끌어와 ‘문자와 소리의 관계’를 조금 더 색다르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한 점이 흥미롭죠? 이번에 진행한 프로그램이 더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서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인스타그램 @typojanchi

이처럼 타이포잔치는 해마다 다른 주제를 통해 서체가 가진 문화적 저력, 예술적 가능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탐구하여 보다 나은 디자인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어요. 2023년에 찾아올 비엔날레가 벌써 기대되지 않나요?

2. 언리미티드 에디션(=서울 아트북 페어)

독립 서점인 ‘유어마인드’가 주관하는 아트북페어로, 2009년에 시작된 행사입니다. 2015년부터는 ‘서울아트북페어’라는 수식어를 병기하고 있죠. 주로 ‘언리밋’, ‘UE(+회차)’ 등의 별칭으로 불립니다.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스스로 “작가 스스로 기획하고 작업한 책을 매개로, 관람객에게 자신의 작품을 알리고 홍보하는 자리”라고 소개하는데요. 꼭 책의 형식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음반, 문구, 잡지 등 소규모로 제작되는 독립출판물 전반을 다룹니다.

무엇을 하는 행사인지 직관적으로 알기 어려운 이름과 추상적인 포스터를 통해, ‘제목과 표지로 내용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려운 독립출판과 아트북의 특성’을 행사 전반에 녹여낸 것이 특’징이에요.

연도별로 행사의 주제 혹은 테마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수많은 팀이 모이는 아트북 페어의 특성상 그 주제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콘텐츠에 대한 주제가 명확히 정해지면 결이 다른 팀은 행사에서 배제되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이번에는 ‘주제를 어떻게 변주했는가?’가 아닌, 행사의 포맷을 어떻게 확장하고 유연하게 운영했는가?에 대해 살펴보려고 해요.

언리밋은 디자인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장날’인 셈인데요. 그 표현처럼 많은 팀과 방문객이 비대면으로 한데 모여 소통하는 것이 기본값(2019년 UE11 기준-3일간 누적 방문객 22,000명 이상)이었어요.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2020년과 2021년은 온전히 비대면 행사로 진행할 수 없었죠. 2020년인 UE12는 온라인으로, 2021년에 열렸던 UE100은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진행됐습니다. 그럼 연도별로 하나씩, 찬찬히 뜯어볼까요?

출처 월간미술

UE11 (2019) : 팔찌 형태의 입장권과 함께 구매한 책을 담아갈 수 있는 부직포 가방을 증정했어요. 층별로 각종 팀의 직접 판매 부스와 특별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부스를 나눠 행사 동선을 구성했죠. 관심 있는 팀의 출판물을 구경하다 보면 직접 제작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어요. 바로 이 점이 ‘소통의 장’, 언리밋의 대표적인 장점입니다.

출처 The Floorplan

UE12 (2020) : 처음으로 온라인으로만 진행한 행사였죠. 창작 워크샵이나 토크 프로그램도 모두 온라인으로 대체됐고요. 웹사이트를 통해 책을 구매할 수 있게 기획했는데, 이 웹사이트가 꽤 재미있습니다. 메인 페이지에 ABOUT, SHOP 버튼 외로 각양각색의 표지들이 타일처럼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이 구성은 새로고침과 동시에 계속 바뀌며 ‘다채로움’을 시각화하죠.

출처 [DRMVSN] DESIGN STUDIO

책을 분류하는 방식 또한 눈여겨볼 만한데, 정렬 방식이 크게 5가지로, 표지/참가팀/제목/키워드/커스텀 포스터로 세분화 되어 있어요. 참가팀과 책만 우선으로 보여주는 기능에서 한 차원 더 파고들어, 같은 콘텐츠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며 온라인으로도 방문객의 취향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한 점이 눈에 띕니다.

출처 UE100

UE100 (2021) : 왜 13이 아니라 100이냐고요? 100팀의 새로운 책 100종을 소개하는 의미를 담았기 때문이에요. 온라인과 오프라인 행사를 병행하지만 2020년 이전처럼 ‘직접 판매 부스’는 없어요. 하지만 ‘임시 서점’으로서 총 100권의 책을 전시 공간에 배치하고, 관람객이 직접 열람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사전 프로그램으로 라이브 방송, 뉴스레터 발송, 이벤트를 진행해 홍보했죠. 특히 신선했던 기획은 UE100 커스텀 박스였는데, 참여팀들이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종이 박스를 커스터마이징하고, 이 모습을 실시간으로 관람객에게 송출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박스는 추후 온라인으로 구매된 책들을 발송할 때 랜덤으로 사용됐어요.

출처 UE14

UE14 (2022) : 드디어! 온전히 대면으로 진행하는 행사입니다. 지난 6월 중으로 참가 신청을 마쳤죠. 3년 만에 열리는 본격 오프라인 행사인 만큼, 많은 사람이 설레는 마음으로 이번 행사에 주목하고 있어요!

초창기에는 ‘독립 출판물 페어’답게, 작은 규모로 시작했지만 해가 지날수록 점점 그 규모가 커지고 인지도도 높아지는 언리밋! (본캐는 디자이너인) 에디터가 유독 가을을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답니다.

3.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은 디자인하우스가 주최하고 월간 <디자인>이 주관하는- 국내외 디자인 분야 네트워크 기반-디자인 전문 전시로, 2002년에 시작되어 20년째 이어져 오는 장수 행사입니다. ‘디자이너 프로모션’을 모토로, 디자이너+디자인 브랜드+기업과 함께 국내 디자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어요.

2022년 기준 누적 관람객 118만여 명으로, 디자인 관련 행사 중 가장 큰 규모이자 인지도도 제일 높아요. 신진 디자이너부터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디자인 거장까지, 말 그대로 국내 디자인 동향을 한데 모아 관람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죠.

출처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위에 소개해 드린 전시 중 가장 상업성이 짙은 전시이기도 하고, 행사 자체의 포맷이 매년 거의 고정인 점+(언리밋과 마찬가지로)연도별 행사 테마가 뚜렷하지 않은 특징으로 인해, 이 항목에서는 올해 행사에 대한 정보를 간략하게 공유해 드리며 아티클을 마무리하고자 해요.

누군가는, ‘빵빵한 디자인 데이터와 든든한 후원이 있는데, 잘 되는 게 당연하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맞는 말이죠.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가진 것이 많더라도, 보여주는, 혹은 이야기하는 방식이 진부하다면 덩달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까지 평가절하되기에 십상이라는 사실을요.

디자이너나 기획자, 그 외의 다양한 직군의 독자 여러분 모두, 이 아티클을 읽는 동안 ‘어떻게 하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더욱 신선한 관점으로, 가치를 담아, 지속 가능한 형태로 건넬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됐기를 바라요. 그리고 이제 다가올 UE14와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 2022를 더 가까운 마음으로, 온전히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타이포잔치 2023도 잊지 마시고요!) 그럼 저는 다음에 더 알찬 아티클로 돌아올게요 🙂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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