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은 기억과 감정을 가장 빠르고 선명하게 환기시키는 감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특정한 향을 맡는 순간 과거의 장면이나 감정이 떠오르는 현상을 ‘프루스트 효과’라고 부르기도 하죠. 이런 특성 덕분에 향은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오래 각인시키고, 정서적으로 연결되기 좋은 매개로 활용됩니다. 최근 많은 브랜드가 후각을 통해 브랜드 경험을 강화하는 ‘향기 마케팅’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그렇다면 브랜드와 향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 확인해 볼까요?
향기로 공간을 기억하게 하기 🎪
특정 공간에서만 맡을 수 있는 독특한 향기는 그 자체로 브랜드를 대변하는 요소가 되곤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교보문고는 매장 특유의 향기가 방문객으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아 이 향을 담은 디퓨저를 판매하고 있고, 룰루레몬은 시그니처 향으로 세계 어느 매장을 가든 비슷한 향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이처럼 향을 브랜드의 고유한 자산으로 설계하면, 소비자가 브랜드를 떠올리는 방식에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태연 콘서트 – 무드 프래그런스

가수 태연이 혜리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밝힌 콘서트 준비 과정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태연은 콘서트를 준비할 때마다 조향사와 함께 공연 콘셉트에 어울리는 새로운 향을 제작한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는 팬들이 공연의 기억을 더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장치로, 매 공연마다 느껴지는 추상적인 감정과 분위기를 후각적 경험으로 남기기 위한 시도라고 해요.

팬들의 반응에 힘입어 콘서트 굿즈로 향수를 출시하기도 했는데요. 콘서트는 끝나더라도, 향을 통해 그날의 추억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팬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어요.
▪️ LG 아트센터 – 향기 136

LG아트센터 서울은 공연장의 향기와 질감을 담은 ‘향기 136’ 시리즈를 선보였습니다. 2022년 10월 마곡지구에 새롭게 개관하며 관객에게 보다 입체적인 경험을 제공하고자 고유의 향기를 개발했는데요. 해당 향은 디퓨저와 캔들 등 다양한 프래그런스 제품으로 출시되었습니다. 특히 캔들 케이스 역시 LG아트센터의 외관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시각적으로도 공간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 헤이딜러 – 내 차 조향소

또 다른 사례로는 향기 제품을 매개로 브랜드 접점을 확장한 헤이딜러의 ‘내차조향소‘ 캠페인이 있습니다. 중고차 거래 플랫폼 헤이딜러는 화장품 전문 기업 아모레퍼시픽과 협업해, 차량 번호를 입력하면 디퓨저를 받을 수 있는 자판기를 제작했어요. 앞선 사례가 공공의 공간에서 경험을 설계했다면, 이 캠페인은 ‘내 차’라는 개별 공간에서 브랜드를 떠올리도록 연결점을 만든 것이 특징이죠. 자차를 보유했거나 운전에 대한 관여도가 높은 이용자가 많다는 플랫폼 특성을 고려해, 차량 내부에 비치할 수 있는 소품으로 브랜드 경험을 극대화한 것입니다. 운전 중 디퓨저를 마주할 때마다 헤이딜러를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만들고, 중고차 판매가 필요한 순간 브랜드를 떠올리도록 설계한 사례라고 볼 수 있죠!
브랜드를 대변하는 독자적인 향을 개발할 경우!
- 자주 방문하는 고객들은 ‘후각’을 통해서도 브랜드를 각인
- 브랜드 선호도가 높아질 경우, 향기 관련 제품을 출시해 접점 확대
제품과 브랜드의 연장선으로 향기 활용하기 ✨
장소를 모티브로 한 향을 개발 후 부차적으로 제품 판매도 진행하는 앞선 사례와 달리, 브랜드 아이덴티티나 제품을 상징하기 위해 향기 관련 상품을 개발하기도 합니다.
▪️ 해태 – 바밤바 향수

첫 번째 유형은 제품 고유의 향을 프래그런스 상품으로 확장한 방식입니다. 해태가 선보인 ‘바밤바 향수‘는 수차례 완판을 기록한 ‘폴라포 향수‘의 후속작으로, 바밤바 특유의 달콤하고 고소한 밤 향을 향수로 구현한 제품입니다. 특히 아이디어스와의 협업을 통해 공모전 방식으로 출시되며 사전 기대감을 높였는데요. ‘이게 왜 진짜지?’라는 의외성이 주는 재미와 제품 고유의 향을 담아낸 점에서 브랜드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한 펀슈머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 평가할 수 있어요.
▪️ 원할머니보쌈 – 오 드 뽀 싸므 넘버원

두 번째 유형은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향기 굿즈로 구현하는 방식입니다. 원할머니보쌈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향수로 풀어낸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50주년을 맞아 브랜드가 지닌 따뜻함과 정성이라는 이미지를 향기로 재해석해 ‘오 드 뽀 싸므 넘버원’을 출시했습니다. ‘보쌈’을 프랑스어식으로 변주한 위트 있는 네이밍과 달리, 향은 고기 향이 아닌 베르가모트·재스민·우디 노트로 구성돼 브랜드의 감성을 세련되게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죠.
▪️ 글입다 – 북퍼퓸

한편 독서 용품 브랜드 글입다는 책에 뿌려 사용할 수 있는 ‘북퍼퓸’을 선보였습니다. 향에 대한 영감은 시대를 대표하는 국내외 고전 작품의 주인공이나 작품 속 공간이 지닌 분위기에서 출발했는데요. 예를 들어, 조국 상실의 슬픔을 임과의 이별과 그리움으로 형상화한 한용운의 ‘님의 침묵’은 강렬했던 사랑의 기억을 부드러운 과일 향에 톡 쏘는 시트러스 노트로 표현했습니다. 작품의 의미와 감정을 향으로 확장해 독서를 보다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한 점에서, 독서인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어요.
우리 제품과 관련한 향을 만들 때!
- 제품이 갖고 있는 향을 바로 제품화해도 좋지만, 제품·브랜드가 갖고 있는 ‘이미지’ 떠올리기
- 신체가 아닌 ‘책’에 뿌리는 북퍼품처럼, 제품의 사용 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 만들기
향기와 콘텐츠를 연결해 감각을 확장하기 👃
제품·브랜드를 후각이라는 감각을 통해 확장했다면, 반대로 프래그런스 전문 브랜드가 향기를 출발점으로 삼아 다른 감각으로 경험을 확장한 사례도 있습니다.
▪️ 그랑핸드 – 문예공모전

향수 브랜드 그랑핸드는 ‘문예 공모전’을 개최했습니다. 그랑핸드는 그동안 모든 향에 고유한 서사를 부여하고, 향의 노트 설명보다는 향을 맡았을 때 떠오르는 분위기와 장면을 글로 풀어내는 방식으로 브랜딩해왔는데요. 대표 향인 ‘수지 살몬’ 역시 ‘달콤한 과일을 먹은 뒤의 낮잠’이라는 테마 아래, 향이 주는 감각을 텍스트로 경험하도록 했죠. 이러한 브랜드 방향성에 기반해, 지난 3월 한 달간 시와 소설, 에세이 등의 문학작품을 모집하고 수상작을 선정해 출판물로 제작했습니다.

이 외에도 그랑핸드는 사생대회와 사진대회 등 다양한 공모전을 통해 향에 대한 감각을 여러 예술 형태로 확장하고 있어요. 향기는 강한 기억을 남기지만 형태가 없기에 사람마다 서로 다른 인상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그랑핸드는 이러한 특성을 사진·그림·글과 같은 시각적 표현으로 재해석하며, 고객이 향을 더욱 풍성하게 경험하도록 만들고 있죠.
▪️ 탬버린즈 – Sun&Sea 오페라 퍼포먼스

아이아이컴바인드의 프래그런스 브랜드 탬버린즈는 후각을 전시와 음악 등 다양한 감각으로 확장해 재해석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진행한 ‘Sun&Sea 오페라‘ 내한 공연은 여름날의 해변을 구현한 퍼포먼스로, 탬버린즈 성수 스토어에서 진행됐는데요. 신제품 ‘블루 히노키’ 출시와 맞물려, 여름의 향기를 후각에 그치지 않고 시각적 장면으로까지 함께 경험하도록 설계한 거예요. 이는 향을 단순히 ‘맡는 제품’이 아닌, 하나의 장면과 기억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공간과 예술 경험을 결합해 브랜드 세계관을 각인시키고, 신제품 론칭을 고관여 브랜딩 경험으로 확장한 전략으로 볼 수 있죠!
후각 경험을 확장하고 싶다면!
- 시각·청각 등 다른 감각과의 결합을 통해 향을 더욱 선명하게 인지하도록 설계
- 이벤트나 전시 등 물성이 있는 체험으로 연결해, 향을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전환
오늘 소개해 드린 사례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포인트를 염두 해서 향기 마케팅을 기획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 향기와 ‘즐겁고 행복한 브랜드 경험’ 연결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서 맡은 향이나 공연을 관람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공간의 향은, 모두 기분 좋았던 순간의 기억을 불러오는 매개체가 됩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향은 단독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축적된 긍정적인 브랜드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 향기 제품을 사용하는 상황 설계
헤이딜러는 중고차 거래 플랫폼이지만 ‘자동차’라는 개인 공간에 디퓨저를 연결했고, 책 속 인물과 배경을 재해석한 북퍼퓸은 독서 경험을 더욱 깊게 확장했습니다. 이처럼 어떤 상황에서 향을 경험할 때 브랜드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을지를 기준으로, 사용 맥락을 세밀하게 설계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 후각을 다른 감각과 연계해 브랜드 경험 확장
브랜드·제품을 떠오르게 하는 향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프래그런스를 시각·청각·미각적 경험과 결합하는 방식 역시 브랜드 경험을 풍성하게 만듭니다. 향기와 전시, 음악과 향기, 맛과 향기처럼 감각을 넘나드는 조합을 통해 우리 브랜드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이색 조합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외부 필진이 기고한 아티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