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효율을 넘어 확장을 만든다: 제작 크리에이티브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

AI는 효율을 넘어 확장을 만든다: 제작 크리에이티브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

낯선 기술 앞에서 반복되는 반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현업은 흔들린다. 필름을 손으로 잘라 붙이던 선형 편집(Linear Video Editing)이 주를 이루던 시절에도 그랬다. 비선형 편집기(Non-Linear Editing, NLE)가 처음 등장했을 때, 현업의 반응은 “내가 직접 잘라 붙이지 않았으니 가짜다”, “손맛이 없는 편집은 의미 없다”와 같았다.

“남이 만든 색 보정을 가져다 쓰는 건 내 작품이 아니다”, “감독이 직접 색을 다 만져야 한다”와 같이 LUT(LookUp Table, 룩업 테이블)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이 도구들은 크리에이티브의 확장이었다.

NLE로 인해 필름이나 테이프를 실제로 자르거나 붙이지 않으니 원본 손상이 사라졌으며, 복제본을 여러 번 만들어도 품질 저하가 없었다. 또, 되돌리기와 수정이 무한해져 실험적이고 크리에이티브한 시도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LUT은 각각의 작업자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의 컬러 사용법에 대하여 서로 공유가 가능하게 되어 색에 대한 감각을 매우 넓은 범위로 확장시켰다.

출처 에디터 제공

그 결과 신기술에 거부감을 느끼던 사람들과 달리 이제는 NLE, LUT이 주류가 되었다. 지금의 AI도 똑같다. 거부하거나 외면한다면, 결국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AI가 열어낸 크리에이티브를 받아들일지 외면 할지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 선택을 아직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아티클을 쓰게 되었다.

AI를 거부하면 크리에이티브를 포기하게 되는 이유

AI는 기존 방식에서는 불가능했던 시도를 가능하게 한다. 촬영 현장에서 느꼈던 재미 요소들을 영상에 다 담지 못해, 편집 과정에서 구상했던 연출을 모두 표현하지 못할 때면 때때로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AI를 활용하면 내가 생각하고 그려왔던 연출을 시각적으로 더욱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 AI를 활용한 브이로그

🟩 AI 도입 전후 브랜드 콘텐츠 사례

기획부터 납품까지, AI로 제작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제거한다.

이제부터는 사전 기획, 촬영, 후반 작업, 납품/진행의 네 가지 파트를 중심으로 AI 도입 전후를 비교해 보고자 한다. 마지막에는 핵심만 깔끔하게 정리한 표도 함께 첨부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Pre-Production (사전 기획)

🟨 기존 방식

콘셉트·스토리보드 단계에서 정해진 아이디어가 촬영 결과물을 크게 제한하며 명확한 비주얼을 보여주기 어려워 커뮤니케이션에 난항을 겪는다. 잘못 잡힌 콘티나 컷은 촬영 후 수정이 거의 불가능하여 재촬영이 필요하다.

🟦 AI 활용

AI 이미지/영상 생성으로 가상 로케이션이나 가상 캐릭터를 활용해 사전 비주얼라이징이 가능하다. 그리고 클라이언트 피드백을 반영해 콘티 단계에서 최종 결과물에 가까운 비주얼을 확인할 수 있다.

  • 효과 : 스토리보드 구성에서 명확한 비주얼을 보여줄 수 있어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현저하게 줄이고 영상의 방향성을 확실하게 잡을 수 있어 재촬영 위험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Production (촬영)

🟨 기존 방식

실제 배우, 세트, 로케이션이 모두 필요하므로 제작 스태프의 인건비가 발생하며, 촬영은 환경·날씨·스케줄에 크게 제약을 받는다. 촬영 현장에서는 장비 파손 등 예기치 못한 특이 사항도 수시로 발생한다. 위 이미지는 실제 메신저 내용 일부로, 11일 비 예보로 일정을 13일로 변경하였으나 정작 11일에는 날씨가 좋았다고 한다… 이처럼 환경 변수로 인해 촬영에 큰 지장이 생기면 누락된 컷은 다시 확보하기 어렵고, 재촬영이 불가피해질 경우 투입되는 비용과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 AI 활용

출처 에디터 제공

실제 촬영 시 발생하는 환경적 제약을 모두 뛰어넘을 수 있으며, 전문 장비나 스턴트가 필요한 장면, 혹은 고도의 CG가 요구되는 장면도 AI가 완전히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게 된다. (예: 생성형 AI로 가상의 배경·인물 컷 제작)

  • 효과 : 환경에 따르는 제약을 전부 없애고 촬영에서 채우지 못한 부분의 CG나 VFX(Visual Effects, 시각 효과) 의존도를 확연히 낮춰 제작 소요 기간을 줄인다.

Post-Production (후반 작업)

🟨 기존 방식

촬영본을 기반으로 편집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부족한 컷은 용납되지 않는다. 색 보정과 CG 작업 역시 전적으로 전문가의 수작업에 의존하며, 수정 요청이 들어오면 원본 촬영물의 범위 안에서만 대응할 수 있다.

🟦 AI 활용

출처 에디터 제공

AI는 촬영본에 존재하지 않는 컷도 새롭게 생성해 낼 수 있다. 텍스트 프롬프트나 기존 컷을 변형해 신규 장면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위에 첨부한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흐린 바다 위로 빛이 내려오도록 분위기를 바꾸거나(0:00), 미흡한 미술 요소를 자연스럽게 보완하고(0:05), 겨울의 앙상한 나무를 가을 풍경으로 전환하며(0:09), 흐린 하늘을 노을빛 하늘로 대체하는(0:18) 등의 다양한 연출이 가능해진다.

편집 과정 또한 자동화된다. AI가 컷을 분류하고 장면을 추천하며, 자동 자막·더빙까지 처리한다. 특히 컷 분류와 자동 자막 작업은 AI가 먼저 수행한 뒤, 제작자가 이를 기반으로 부제나 구성을 빠르게 다듬을 수 있어 작업 속도가 대폭 단축된다. 실제 현업 기준으로 3일 이상 소요되던 작업이 약 4시간 내로 마무리될 정도다.(에디터 실사용 기준이며 개인별 차이는 있음)

출처 에디터 제공

Delivery (납품/집행)

🟨 기존 방식

AI 도입 전, 영상 납품은 ‘최종 단계’라기보다 끝나지 않는 수정의 시작에 가깝다. 촬영본이 절대적 기준이기 때문에, 편집 이후 발생하는 수정 요청은 대부분 재촬영이나 재편집으로 이어졌다. 새로운 컷을 추가하거나 내러티브를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고, 제작자는 이미 완성된 타임라인 위에서 한정된 재료를 재배열하는 수준에서만 대응할 수 있었다.

최종 검수와 승인까지는 보통 수 주, 길게는 수개월이 걸렸다. 광고주나 클라이언트가 “이 장면의 느낌을 조금 다르게 바꿔보자”, “이 컷이 너무 어둡다”, “마지막 문장을 좀 더 임팩트 있게 마무리해달라”와 같은 요청을 하면 촬영된 소스 안에서 대체 장면을 억지로 찾거나, 없으면 재촬영을 검토해야 했다. 결국, 납품 단계에서의 수정은 시간과 비용, 피로감이 모두 누적되는 단계였다. 제작자는 이미 완성된 영상을 다시 붙잡고 조정해야 했고, 새로운 스타일 변주나 추가 아이디어를 시도할 여유도 없었다. 말 그대로 ‘마감’은 작업이 끝나는 시점이 아니라 제한된 조건 안에서 어떻게든 절충하는 과정이었다.

🟦 AI 활용

AI가 도입된 이후 납품 과정은 단순한 후반 검수가 아닌 창작이 한 번 더 확장되는 단계로 변했다. 해상도나 비율 변환처럼 반복적이고 기술적인 후반 작업은 AI 리사이징·포맷 전환 기능으로 자동화되었고, 제작자는 더 이상 9:16 / 16:9 / 1:1 같은 제작 규격 차이에 매달릴 필요가 없게 됐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후반 작업과 촬영의 경계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없는 컷은 만들 수 없다”는 말이 당연했지만, 이제는 프롬프트나 이미지 레퍼런스만으로도 새로운 컷을 즉석에서 생성하고 기존 장면에 자연스럽게 이어 붙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클라이언트가 “주인공이 한 번 더 웃는 장면을 추가해달라”고 요청하면 AI는 기존 영상 속 인물의 표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웃음 컷을 생성해 삽입할 수 있다. 조명·색감·피사체의 방향까지 기존 씬과 매칭되기 때문에, 재촬영 없이도 자연스러운 결과물을 낼 수 있다. 또한 AI 기반 스타일 변환은 LUT이나 단순 색보정의 수준을 넘어선다. 영화적 톤, 브랜드 룩, 캠페인 무드보드 등 까지도 반영해 납품 직전까지 톤앤매너를 다시 재창조할 수 있다.

즉, 납품은 더 이상 ‘마무리’가 아니라 마지막 한 번의 크리에이티브 조율로 진화한 것이다. 이로써 납품 단계에서의 수정 요청은 더 이상 스트레스 요인이 아닌, 결과물을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이 되었다. 작업 속도는 빨라졌고, 퀄리티 역시 높아졌다. 후반 작업과 촬영이 동시에 진행되는 하이브리드 제작 방식도 가능해지면서, 마감은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창작 출발점이 되었다.

AI는 효율뿐 아니라 크리에이티브의 도구다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은 처음엔 언제나 낯설고, 내 자리를 위협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그 기술이 표현의 폭을 넓혀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이디어를 더 빠르게 실험하고, 놓쳤던 컷을 되살리며,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장면까지 구현할 수 있게 해준다. 이건 단순히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창작의 언어가 하나 더 생긴다는 의미다. 이제 고민의 초점은 ‘AI를 쓸까 말까’가 아니라 ‘AI로 무엇을 더 시도해 볼 수 있을까’다. 기술은 결국 선택의 문제지만 한 번만 받아들여 보면 느낄 것이다. AI는 대체의 기술이 아니라 확장의 도구라는 걸.

은철 아바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