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가 아닌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라는 말은 광고 업계 사람이라면 모두가 익숙할 텐데요. 큰 예산을 들여 브랜디드 콘텐츠나 캠페인을 만들어도 도파민이 넘치는 이 세상에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건 쉽지 않죠.😭 그래서 광고인들은 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최근 몇 년간 가장 핫한 키워드는 단연 ‘생성형 AI’죠! 초창기에는 새로운 기술이라는 이유만으로 ‘AI로 만들었다더라’ 하며 이슈가 되었지만, 이제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AI 덕분에 수많은 크리에이티브가 등장하며 화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지브리 프사 만들기’가 온 세대를 휩쓸며 SNS를 점령했고요. 이어 정서불안 김햄찌 같은 AI 인플루언서가 등장하고, 한국 할머니와 외국인 청년이 대화를 나누는 야나두의 영어 학습 콘텐츠처럼 재밌는 브랜드 숏폼도 주목받고 있죠.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발전하고 있는 AI를 어떻게 활용해서 어떤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낼 것인가라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은데요. 이번 아티클에서 국제 광고제에서 수상한 AI 캠페인 사례를 통해 그 힌트를 얻어보고자 합니다. 기술 그 자체를 넘어 브랜드 메시지를 확장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한 크리에이티브의 순간들을 통해서요!
AI를 통해 전달한 사회적 가치
✅ 칸 라이언즈 그랑프리 수상작 : 도브(Dove) – AI 시대, 재정의된 도브의 리얼뷰티
아름다운 여성을 생각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나요? 실제로 AI 이미지 생성기에 ‘자신감 있는 여성’ 혹은 ‘아름다운 여성’을 입력하면 대다수의 이미지가 날씬한, 글래머, 금발의, 젊은 여성의 모습으로 생성됩니다.

지난 20년간 나이, 연령, 신체 조건 등과 상관없이 아름다움의 다양성을 포용하며 리얼 뷰티 캠페인을 펼쳐온 도브는 브랜드 콘텐츠에서 AI를 활용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죠. 대신, 획일화된 미를 제시하는 AI를 “교육” 하는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도브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과 개인은 AI를 사용할 테니 말이죠. 그래서 AI가 보다 다양성과 현실성을 담아낼 수 있도록 ‘리얼 뷰티 AI 프롬프트 가이드라인’을 무료로 공개했습니다. AI 이미지 생성 시 “according to Dove Real Beauty ad”라는 문구를 입력하면, 다양한 연령·체형·인종의 여성이 등장할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이 캠페인이 주목받았던 이유는 브랜드의 철학을 AI 시대라는 문제적 맥락 속에서 가장 설득력 있게 전달했기 때문이에요. AI를 활용한 결과물로서의 크리에이티브가 아닌, AI가 가진 편향과 한계를 교육이라는 접근으로 풀어내며 브랜드 메시지를 확장하는 무대로 삼았다는 부분이 크리에이티브의 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칸 라이언즈 골드 수상작 : O2 – 데이지 vs 사기꾼(DaIsy vs Scammers)
보이스 피싱 전화를 받아본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으실 텐데요. 이번에 소개할 캠페인은 AI를 활용해 실제 보이스 피싱에 대응한 사례입니다. 영국 통신사 O2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영국인의 73%가 피싱 전화를 경험했다고 하는데요. 이를 계기로 O2는 사기꾼을 역으로 속이는 AI 할머니 ‘데이지(DAIsy)’를 만들어냈습니다. 데이지는 78세 영국 할머니를 모델로 한 생성형 AI 스캠베이터로, 노인의 목소리·말투·성격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사기꾼들이 자주 쓰는 피싱 대본 수천 건을 학습해 실제 인물처럼 능청스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O2는 데이지의 번호를 스팸 명단에 전략적으로 심어두고, 피싱범이 먼저 전화를 걸도록 유도했습니다. 전화받은 데이지는 남편 이야기, 레몬 머랭 파이 레시피 같은 일상적인 대화로 40분 가까이 시간을 끌며, 심지어 가짜 개인정보와 은행 정보를 흘려 피싱범들을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그들의 시간을 낭비시키며 범죄 활동을 방해한 것이죠!

이 통화 영상은 미디어와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에서 폭발적인 화제를 모으며 10억 회 이상의 조회수와 1,800건 이상의 보도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실제 고객 만족도 역시 10% 이상 상승하며, 이 캠페인은 칸 라이언즈에서 골드를 수상했습니다. 기존 보이스피싱 대응이 주로 ‘조심하세요’, ‘전화를 끊으세요’에 머물렀다면, O2는 오히려 사기꾼을 역으로 유인하는 방식으로 기존 방식을 비틀며 크리에이티브를 도출한 점을 재밌게 볼 수 있었는데요. 무엇보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라는 부정적 시선이 있는 시대에서 이 사례야말로 사람들이 기다리던 AI의 역할이 돋보이는 캠페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AI를 통해 실질적 사회적 문제를 적극 해결한 캠페인이라는 점에서요!
초개인화된 결과물로 만들어낸 자발적 확산
캠페인 준비를 하다 보면 ‘실제 이 캠페인을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할까?’, ‘비용 대비 화제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죠. 특히 소셜 미디어가 가장 중요한 요즘에는 소셜 상의 화제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해 중점적으로 고민을 하고 있는데요. 아래 두 사례는 이런 고민을 잘 해결했습니다!
✅ 칸 라이언즈 브론즈 수상작 : 스니커즈(Snickers) – Snickers AI
스니커즈는 젊은 소비층 사이에서 점유율이 감소하는 추세 속에서 유럽축구선수권대회(Euro 2024)를 계기로 타겟층에게 한 발 더 다가가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공식 스폰서가 아니었기 때문에 단순 광고만으로는 팬들과의 연결 고리를 만들기 어려워, 팬 문화 속으로 직접 들어가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경험하게 만들 방법을 고민는데요. 배가 고플 때 엉뚱한 실수를 한다는 스니커즈의 기존 슬로건(“You’re Not You When You’re Hungry”)에 맞춰, 축구 팬들이 저지른 ‘자책골’ 같은 실수들을 유머러스하게 지적하는 방식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캠페인의 핵심은 축구 팬들에게 친숙한 전설적인 감독 조세 무리뉴(José Mourinho)를 AI로 복제한 것이었습니다. 무리뉴의 허가를 받아 AI 딥페이크 기술로 음성·말투·표정까지 실제와 유사하게 구현한 ‘AI 무리뉴’를 만들어냈는데요, 팬들은 왓츠앱(WhatsApp) 메신저를 통해 AI 무리뉴에게 친구가 실수한 경험담의 메시지를 보내면, 친구를 놀리는 듯한 맞춤형 영상 응답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축구 경기에서 벌어지는 ‘자책골(own goal)’ 같은 실수를 패러디하며 “지금 필요한 건 스니커즈일지도 모른다”라는 메시지를 위트 있게 전달했죠.
팬들은 단순히 광고를 보는 것이 아니라 무리뉴와 소통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요. 대화를 통해 만들어진 초개인화 콘텐츠는 WhatsApp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실제로 4억 회 이상의 노출을 기록하고 TikTok 타깃 소비층에서 스니커의 구매 의향이 상승함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스니커즈는 경기 중 팬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이해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어요. 팬들이 좋아하는 유명인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챗봇을 만들고, 개인에게 꼭 맞는 맞춤형 영상까지 준비했죠. 그 결과, 팬들이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싶어 하는 초개인화 경험을 만들어 냈고, 이는 광고비를 뛰어넘는 자발적 확산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 쇼티 어워즈 파이널리스트 : 캐드버리(Cadbury) – 나의 캐드버리 시대(My Cadbury Era)
캐드버리는 200주년을 기념해 브랜드의 오랜 광고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인터랙티브 캠페인 “나의 캐드버리 시대(My Cadbury Era)”를 선보였습니다.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이 아니라, 소비자 스스로가 캐드버리의 빈티지 광고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브랜드의 역사’를 ‘개인의 경험’으로 확장한 것이죠.

사용자가 자신의 셀카를 업로드하면, 생성형 AI가 이를 과거의 캐드버리 광고 포스터 속 인물로 합성해줍니다. 원하는 포스터, 피부색, 성별, 스타일을 직접 고를 수 있도록 설계해 다양성과 포용성을 반영했으며, 누구나 자신만의 캐드버리 순간을 만들어볼 수 있게 했습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주인공이 된 카드버리 광고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SNS에 업로드했고, 이는 곧 카드버리 200주년을 알리는 가장 바이럴한 메시지가 되었습니다. 캠페인 참여에 내 사진만 올리면 된다는 쉬운 참여 방식, 그리고 내 얼굴이 담긴 브랜드 광고물이라는 점이 많은 참여와 강력한 공유 동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올 초부터 이어진 지브리, 피규어, 픽셀 프로필 만들기 등 내 얼굴을 담은 AI 생성형 이미지는 계속해서 인기를 끌 것 같습니다. 나를 귀엽고 멋지게 만들어준 이미지는 내 SNS에 공유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빅데이터, 그리고 AI
‘빅데이터’라는 키워드가 한참 핫할 때가 있었는데 기억나시나요? AI 시대에서는 이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해석해서 결과물까지 만들어내는지 볼 수 있습니다. 해석을 넘어 데이터를 맥락 있는 메시지와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말이죠.
✅ 클리오 어워즈 AI Specialty Award : 포드(PODS) – 세계에서 가장 스마트한 광고판 (The World’s Smartest Billboard)
미국의 이삿짐 및 보관 서비스 브랜드 포드는 자사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저장 컨테이너를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광고판으로 바꾸는 캠페인을 선보였습니다. 포드는 뉴욕 전역 299개 동네에 맞춤형 카피를 집행해야 했는데요. 기존 방식대로라면 수개월이 소요될 작업이었으나, 생성형 AI Gemini와 협업하며 단 12일 만에 모든 맞춤형 메시지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광고판은 단순히 정적인 카피를 노출하는 수준을 넘어, 위치와 시간에 따라 교통 상황·날씨·지역 뉴스를 읽고 실시간으로 문구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습니다. 덕분에 트럭에 실린 포 컨테이너는 뉴욕 시내를 돌아다니며 6,000개가 넘는 하이퍼로컬 맞춤형 광고를 사람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이 캠페인의 성과는 분명했습니다. 뉴욕 지역 웹사이트 세션이 60% 증가, 견적 요청은 33% 상승하며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해당 캠페인은 수개월 걸릴 작업을 단 12일 만에 끝낸 효율성의 혁신과, 맥락을 읽어내어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생성한 크리에이티브의 혁신을 보여주었습니다. 결국 AI가 규모 있는 개인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도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앞으로 브랜드가 개인화된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AI를 필수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클리오 어워즈 브론즈 수상 : 안나하르 신문(AnNahar Newspaper) – 새로운 대통령 (The New President)
레바논은 수년간 대통령 선출에 번번이 실패하며 정치적 혼란이 이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 불신은 커지고, 시민들은 대안을 찾지 못한 채 정치적 무력감에 빠져 있었죠. 레바논의 안나하르 신문이 해당 문제를 사회적으로 환기하고, 시민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AI 대통령’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안나하르 신문은 지난 90년간 축적한 자사의 공정한 보도 기록을 빅데이터로 학습시켜, 편견 없이 국가 현안에 대해 답할 수 있는 AI 기반 대통령 후보를 개발했습니다. 시민들은 ourpresident.AI 웹사이트에서 AI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지고 정책적 제안을 받을 수 있었고, 안나하르 신문은 AI가 제시한 주요 정책들을 특집 신문판으로 제작해 배포했습니다.
이 결과 안나하르 신문 구독자는 28% 증가했고, 언론 노출로 환산된 미디어 가치만 약 2,5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웹사이트에서는 이미 100,000건 이상의 질문과 응답이 오갔으며, 이 정책들을 담은 특집 신문판은 브랜드 역사상 가장 많이 읽힌 호(issue readership 최고) 중 하나로 기록되었습니다. 90년간의 공정 보도를 학습해 가장 이성적이고 편견 없는 AI 대통령 후보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재밌는 크리에이티브였습니다. 또 나아가서는 브랜드 아카이브 자체가 AI를 통한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인사이트를 볼 수 있었습니다.
진짜 AI 캠페인을 위한 체크리스트
역시 글로벌 수상작들을 살펴보니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는데요. 지금 담당하고 있는 브랜드에서 AI 캠페인을 고민하고 있다면 대입해서 아래 질문에 고민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 발전할지 모르는 AI 기술로, 광고인들의 더 놀라운 크리에이티브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 정말 AI가 아니면 구현할 수 없는 방식인가?
AI 기술을 사용한 기술적 확장이 아닌 AI를 활용해서 크리에이티브 확장성에 기여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AI로도 되지만’이 아니라 ‘꼭 AI 기술이어야만 가능한 크리에이티브인가?’에 답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보세요!
✔ 사회적인 가치를 전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가?
AI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역설적으로 진정성, 리얼함이 담긴 ‘휴먼 콘텐츠’가 주목받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AI 캠페인에서 휴먼 콘텐츠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인간에게 이로운 사회적 가치를 전달하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AI의 기술력을 통해 사회적 문제도 해결하는 멋진 캠페인을 고려해 보세요!
✔ 캠페인 경험 후 ‘나만의 것’이라고 느낄 수 있는 초개인화된 AI 경험/결과물이 있는가?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내 SNS에 올리고 싶은 브랜드 경험/결과물을 제공한다면, 개개인의 SNS가 미디어인 시대에 저비용 고효율로 화제성을 만들어낼 수 있어요. 이미지, 음성, 영상, 대사, 메시지… 어떤 초개인화된 결과물을 만들어 볼지 고민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