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시대의 끝이 도래했다
인공지능도 이기는 상위 0.1% 멘탈 갖추는 법
AI 찬양자의 사내강연
이 문장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바로 AI를 주제로 한 콘텐츠의 제목이라는 것, 그리고 세 개의 콘텐츠에 모두 전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이 출연한다는 점입니다.
시청자들이 이런 제목에 반응할 수밖에 없는 건 AI와 인간의 ‘경쟁 구도’를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AI라는 기술을 치켜세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한계, 혹은 AI가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로 발전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같은 감정을 건드리는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콘텐츠에 출연한 이세돌의 역할은 꽤 상징적입니다. 우선 인공지능 알파고와 1:1로 승부를 겨루며 누구보다 먼저 AI를 눈앞에서 마주한 인물이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알파고에게 값진 1승을 거두게 해준 ‘신의 한 수’를 통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창의성, 그리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직관적 선택의 의미를 몸소 보여준 인물이기도 하니까요.
경험의 힘은 강력합니다. 마치 소비자가 화려한 광고보다 직접 제품을 써본 사람의 후기에 더 귀 기울이는 것처럼, 이세돌의 통찰에는 단순한 지식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무게가 있죠. AI를 직접 경험하고 매일 AI와의 공존을 고민하는 그만이 할 수 있는 솔직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까요?
- 前 프로 바둑기사, 現 UNIST(울산과학기술원) 특임교수
- 2016년 알파고와의 대국을 통해 AI 시대의 전환점을 알렸습니다. 바둑기사 은퇴 이후에는 작가이자 UNIST 특임교수로 활동하며 기술 발전과 인간의 역할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Q. 2016년 3월에 있었던 알파고와의 대국을 다시 돌아보면, 많은 대중이 기계와 대결에서의 승패에만 집중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지금 시점에서 그 사건을 회고하자면 어떤 의미가 남아 있을까요?
그 대국은 저 개인적으로도, 바둑계 전체에도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승패를 떠나 인공지능의 한계, 나아가 인간의 창의력과 상상력에 대한 본질까지 돌아보게 되었으니까요. 표면적으로는 바둑 경기였지만 바둑을 두는 방식뿐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사건이었죠.
다만 아쉬운 점은 알파고가 우리에게 준 충격이 더 깊은 논의로는 이어지지 못했다는 겁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사건이었음에도, 우리 사회는 그 의미를 충분히 짚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냈죠. 챗GPT가 나오기 전까지 실질적인 논의나 대비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Q. 그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논의였지만 충분히 짚지 못했던 본질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I가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결국 본질은 ‘중간 과정’을 대체한다는 데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기존에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니 어떤 일의 시작점을 만들지는 못하죠. 하지만 시작과 끝, 그 사이의 절차를 인공지능이 빠르게 처리하면서 많은 직업과 산업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파고 대국 당시 드러났습니다. 바둑처럼 명확한 룰이 존재하는 영역에서는 AI가 굉장히 강력하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줬으니까요.
그러나 당시 우리는 결과만 소비했습니다. ‘AI가 바둑에서 인간을 앞질렀다’라는 사실에만 주목했을 뿐, 그보다 더 본질적인 의미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챗GPT가 처음 공개됐을 때도 기술적 한계만 보고 가볍게 넘겼는데요. 알파고 사건이 남긴 교훈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면, 챗GPT가 몇 년 만에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을 때도 더 일찍 대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Q. 이제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일상 깊숙이 들어왔습니다. 이런 변화를 마주할 때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지금 많은 사람들이 AI를 단순히 ‘이용’하는 데 머물러 있습니다. 문서나 발표 자료를 빠르게 만드는 식으로 업무 시간을 줄이는 정도죠. 물론 편리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AI를 이해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활용’하는 겁니다. 다시 말해 편의만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기반으로 독창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려는 태도가 필요한데요.
저도 ‘이용’과 ‘활용’의 차이를 직접 경험해 보았습니다. 보드게임 제작에 AI를 사용했을 때 처음에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질문을 달리하고 AI와 계속 대화를 이어가니 조금씩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더군요. 이 과정을 통해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협업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질문을 어떻게 던지고, 답변을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그 가능성이나 시너지가 전혀 달라지니까요.
Q. 창의력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여겨왔지만, 이제는 창작까지 AI가 대신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마케터들이 자신의 일이 대체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어떤 시각을 가지면 좋을지 조언을 주신다면요?
제가 최근 책을 집필하면서 여러 AI 글쓰기 도구들을 사용해 보았습니다. 글 자체는 놀라울 만큼 매끄럽게 만들어주지만, 이것을 인간 고유의 ‘개성’이 들어간 결과물이라고 하기는 어려웠는데요. AI가 다양한 글쓰기 스타일을 흉내 낼 수는 있어도, 저마다 다른 사람들의 독창성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었죠.
결국 AI는 창작자의 개성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영감을 보완해 주는 존재이고, 그래서 우리가 AI를 위협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줄 파트너로서 접근하는 것이 더 현명하죠. 다양한 AI를 경험해 보면서 자신만의 개성과 결합할 때 창의성이 오히려 확장되기도 하고요.
즉, 중요한 것은 “AI가 나를 대신할까?”라는 질문에서 벗어나, “AI와 함께라면 무엇을 더 만들어낼 수 있을까?”라는 관점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2016년 알파고 대국이 바둑계의 전설로 끝난 것이 아니라,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AI와 협업하며 인간의 고유한 가치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 흥미롭지 않나요?
AI가 만드는 결과물 앞에서 주눅 들기보다는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며 개성을 더하는 태도. AI로 인해 자신의 일자리가 대체되지는 않을지 한 번이라도 고민해보셨다면, 실질적이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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