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현업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며 요즘 회사에서 제 이름보다 생성형 AI를 찾는 일이 더 잦은 것 같아요.💦 이에 주변 마케터들의 반응도 제각각인데요. 20년 차 베테랑 선배는 “이제야 마케팅 좀 알겠다 싶은데, 갑자기 AI라니… 다시 신입이 된 기분이야.”라며 푸념을 늘어놓고, 반대로 어떤 동료는 “그건 AI로 하면 돼~ 금방 끝나! AI 최고지!”라며 매일 찬사를 날리더라고요. 저요? 챗GPT가 뚝딱 캠페인 콘셉트를 짜고 그럴싸한 카피까지 내놓는 꼴이 못마땅합니다. 솔직히 AI가 제 자리를 대체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요.
하지만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마케터의 감까진 따라오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마케팅은 단순한 정답보다 ‘새로운 관점’에서 출발할 때 더 강한 힘을 가지니까요. 그러니 AI가 잘하는 일을 인정하되, 마케터만이 할 수 있는 영역도 분명히 남아있다고 봅니다. 이번 아티클은 저처럼 약간의 적대감과 걱정으로 AI 활용을 망설이고 계신 마케터 분들을 위해 준비했어요.
📚 첫 번째 레슨 : 챗GPT에 불닭 캠페인 의뢰하기

최근 저는 ‘불닭’의 글로벌 캠페인들을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요. 문득, 이렇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불닭 브랜드 활동을 챗GPT에 의뢰한다면 어떤 답을 받을까 궁금해졌습니다. 덴마크에서 판매 중지되었던 불닭의 컴백을 알린 ‘불닭 스파이시 페리 파티‘나 코첼라 관객들의 엉덩이에 불을 쏘며 날려 보낸 ‘불닭 론치 부스‘ 같은 독특한 사례들을 기대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챗GPT에 불닭 브랜드 캠페인을 의뢰한 결과 이런 모범적인 답변을 받았습니다. 에디터가 볼 땐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연관성 높은 스토리와 콘텐츠는 곧잘 생성했지만,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참신함은 살짝 부족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불닭 스파이시 페리 파티’ 같은 아이디어가 나오려면, “판매 재개 소식 자체를 불닭답게 표현하겠다”라는 명확한 방향성과, “불닭은 수입 브랜드니까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돌아오는 콘셉트는 어떨까?” 같은 구체적인 인사이트가 필요하잖아요. 이런 건 여전히 마케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AI 만능 시대가 도래할수록 마케터는 더욱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AI가 훌륭한 도구임은 분명하지만, 뾰족한 방향성이 없으면 평범하고 모범적인 결과만 내놓기 쉬우니까요. 훌륭한 광고대행사도 어떠한 클라이언트와 일하는지에 따라 아웃풋이 크게 달라지듯, 마케터인 우리가 핵심 인사이트와 포맷까지 제시하며 RFP를 쓰듯 구체적인 지령을 주는 것이 중요해요.
에디터의 경우에는 방향성을 펼치는 단계부터 AI를 적극 활용합니다. “엉덩이라는 키워드를 불닭의 고유 아이덴티티로 가져가 보자. 그러려면 어떤 활동이 필요할까?”, “세상에 화폐가 없어지고 불닭으로 거래가 된다면? 이 스토리를 표현하기 좋은 콘텐츠 형태는 뭘까? TVC? 방탈출?” 등 여러 갈래의 방향성을 먼저 챗GPT에 제시하고, RFP처럼 타겟이나 예산을 논의하면서 아이데이션을 구체화해나가죠.
이처럼 역할을 명확히 나누면 빠르게 다양하고도 상세한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고, 우리는 그중에서 가장 강력한 한 수를 골라낼 수 있답니다. 이 훌륭한 ‘광고대행사’를 현업에 활용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아쉬운 일이 아닐까요?
💡 추천 도구 : 챗GPT, Gemini
팀 동료와 편하게 대화를 나누며 아이디어를 도출할 때는 챗GPT와 제미나이 같은 채팅 형식을 추천해요. 지금까지는 챗GPT가 압도적인 대중 인지도를 쌓았지만, 최근 2.5 버전으로 업데이트된 제미나이는 구글 검색 기반 리서치 기능이 강화되면서 사용자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어요. 제가 둘 다 써보니 제미나이가 출처가 확실한 레퍼런스를 제시해줘서 아이데이션하기 좋더라고요!
📚 두 번째 레슨 : 오늘부터 내가 C레벨이다
생성형 AI 덕분에 1명의 마케터가 다룰 수 있는 데이터와 업무의 양이 많아지면서 이제 충분히 혼자서도 프로젝트 전반을 ‘리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조금 더 비약하자면, 이제는 마케터 한 명 한 명이 각자의 AI와 함께 하나의 작은 마케팅 조직이 되어 움직일 수 있게 된 거죠. 아니, 움직이고 사고해야만 하는 세상이 되었다고 보는 게 맞을지도요.
제가 회사에서 담당하고 있는 브랜드 또한 유관 부서만 15개 팀이 넘어가는데요. 사실 이제는 마케터 혼자서도 AI를 통해 수만 개의 온라인 리뷰를 순식간에 크롤링하는 건 물론, 제품력에 대한 긍·부정 여론을 분석하여 부정 포인트는 개발팀에 보완을 요청하고 긍정 포인트는 부각해 보도자료까지 뚝딱 만들어낼 수 있어요. 10여 평의 광고 홍보 밭을 집중 관리하던 마케터에게 생산력 높은 고오급 기계가 주어진 셈이죠. 이젠 혼자 브랜드를 진단하고 기획과 실행까지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이 됐네요.(살려주세요😭)
그러니 업무 범위가 넓어졌다는 푸념을 하기보단, 이 상황을 잘 이용해봅시다. 기존에는 ‘보고-지시’ 체계로 업무들이 생겨나고 진행됐다면 이제는 우리 스스로 발의하고 실행하는 시대라는 뜻이니까요. 저는 이 상황을 ‘회사에서 내려온 프로젝트를 그대로 받아 수행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의 종류를 스스로 제안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받아들이고 있어요. 이제는 여러 유관부서나 협력업체 없이도 우리 스스로 브랜드를 진단하고 문제를 정의한 후 해결 아이디어까지 제시할 수 있는 거죠.
저의 행복회로일 수도 있긴 한데, 강제로 주어진 일을 좋아하지 않는 저 같은 성향의 마케터는 오히려 더 잘 맞는 것 같기도 해요. 원하는 방향으로 먼저 일을 벌리고(=구체적인 지시가 내려오기 전에 선수친다는 뜻입니다✌️), 포트폴리오를 주도적으로 쌓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오늘부터 챗GPT와 제미나이에게 담당 브랜드 정보를 아낌없이 나눔하고, 전담 광고대행사 혹은 유관부서처럼 육성해 보는 건 어떨까요?

💡 추천 도구 : 챗GPT, Gemini
챗GPT는 GPTs라는 기능으로, Gemini는 Gems이라는 기능으로 ‘나만의 AI 비서’를 만들 수 있어요. 이 기능을 통해 담당 브랜드 정보를 지속적으로 교육시켜 보세요!
📚 세 번째 레슨 : AI의 그림과 말발로 설득력을 높여보자
내 피와 살 같은 소중한 아이디어가 단박에 반려되는 상실감이란…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아이디어를 디벨롭하는 과정보다 아이디어를 보고하는 과정 자체가 더 중요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내 기획이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된다면, 상사의 기분에 따라 결정되지 않도록 아이디어 전달력을 높이는 데에도 애정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죠. 최애를 영업할 때 빈손으로 가지 않고 다양한 팬아저 짤과 최애만의 매력이 드러나는 일화를 잔뜩 들고 가는 것처럼요.

이처럼 아이디어 어필을 위한 비주얼 자료와 간단한 카피라이팅에도 AI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행용 세탁세제 출시를 준비하는 마케터라면, ‘미니 사이즈의 호텔 어메니티 사이에서 혼자 우뚝 솟은 세탁 세제’나 ‘짐으로 꽉 찬 캐리어에 간신히 적재한 세탁 세제’ 이미지를 통해 이 제품의 필요성을 어필할 수 있겠죠. 이걸 길게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간단히 이미지로 보여준다면 이 아이디어를 처음 접한 상사도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럴 때 캔바 AI가 쉽게 이미지 생성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무엇보다 UX가 너무 쉬워요!)

AI와 함께라면 이런 그림 뿐만 아니라 말발도 세울 수 있습니다. 말발 영역은 노션 AI를 추천해요. 아이디어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이미 카피에 대한 기본 뼈대와 핵심 메세지가 떠올랐을 텐데요. 그 내용을 그대로 노션에 입력하고 원하는 길이대로 줄여 쓰기나 늘려 쓰기를 선택한 후 일정한 톤으로 교정까지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운 좋게도 책을 집필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가장 큰 도움을 받은 AI도 이 노션 AI였어요!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덜 AI스럽고 인간미가 녹아난달까요? 이전까지는 상사의 상상력을 기대하며 어필했다면, 이제 AI들을 거느린 마케터로서 내 아이디어의 편을 들어줄 이미지와 카피들을 함께 제시해 보세요.
💡 추천 도구 : Canva AI, Notion AI
비주얼 자료는 캔바 AI, 간략한 카피라이팅은 노션 AI를 추천해요. 간단한 카피라이팅도 준비해 보세요!
📚 네 번째 레슨 : 닥터 스트레인지의 능력이 주어졌습니다
🤔 기획자 : 배너 배경색이 고민된다… 빨주노초파남보 중에 뭐가 제일 나을까?
🤷♂️ 디자이너 : 무슨 소리야 이 시안은 무조건 노란색이야.
🤔 기획자 : 하지만 빨주초파남보도 괜찮을 수 있잖아?
정답이 없는 마케팅 특성상, 수많은 것을 결정하고 최적의 결과를 내야 하는 기획자는 끊임없이 많은 후보를 받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비단 배너의 배경색뿐만 아니라 카피, 버튼 위치, 크기 모든 것이 고민이다 보니 결정을 해두고도 자꾸 돌아보게 되죠. 하지만 이제 우리는 광고 대행사나 디자이너를 괴롭히지 않고도 많은 경우의 수를 내다보고 판단할 수 있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될 수 있습니다. ‘예산이 부족해서’, ‘대행사가 없어서’, ‘디자이너에게 미안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포기했다면 이제는 AI를 통해 마음껏 테스트하고 최적의 답을 찾아나가 보세요.
특히 이 팁은 SNS 운영에도 유용합니다. 브랜드에 있어서 SNS가 중요한 채널임이 분명함에도 생각보다 많은 브랜드들이 쉽게 운영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운영에 필요한 공수가 생각보다 훨씬 크기 때문인데요. 월별로 제작하는 잡지 광고로도 인력난에 시달리는데 거의 날마다 콘텐츠를 뽑아내야 하는 SNS는 확실히 리소스가 많이 필요하겠죠.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AI 툴로 인해 생산성이 크게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SNS 채널을 운영하는 브랜드들도 비약적으로 많아질 것이라 생각해요. AI를 불신하던 저도 요즘은 수시로 챗GPT나 그록을 불러내고 있거든요. 특히 그록은 X 게시물 중심으로 아이데이션해주기 때문에 보다 날 것으로, 밈 최적화되어 추천해 주더라고요.

💡 추천 도구 : 챗GPT, Grok
프롬포트 팁! 당연하겠지만 구체적으로 요청하고 제한도 많이 줄수록 뻔하지 않은 답을 줘요. 평범한 질문에는 포털 검색 결과 첫 페이지처럼 인지도 높은 답을 주기 마련이니까요. 만약 폭염이 연일 뉴스화되고 있다면 SNS 담당자는 폭염과 관련된 콘텐츠를 고민하게 될 텐데요. 그럼 뷰티 카테고리 담당자의 경우 폭염과 관련된 뷰티 콘텐츠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여러 방향의 프롬포트를 테스트한 결과 위와 같은 프롬포트 구조일 때 가장 유니크한 콘텐츠 추천을 받을 수 있었어요.
요즘 ‘AI를 잘 다루는 전문가’는 몸값이 치솟는다고 하죠? AI를 잘 다루는 것 자체는 거부감과 어색함만 이겨내면 생각보다 쉬운 일입니다. 여전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고객의 심리를 읽어내고, 사회 현상과 고객 변화의 맥락을 잡고, 우리 브랜드로 끌고 오는 ‘인사이트’에 있습니다. AI가 마케터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AI를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고 아이디어의 완결성을 높일 수 있어요. 제가 드린 팁과 함께 한번 힘내보자고요!
*외부 필진이 기고한 아티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