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C와 PPL을 두고 고민하고 있나요?
미디어 변화와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TVC 집행이 크게 축소됐습니다. 예전과 같은 깊은 몰입을 부르는 스토리, 꽉 찬 영상미의 TVC를 보기 힘들어졌어요. (광고쟁이로서는 아쉬움이 큽니다.😥) 웃돈 주고 유튜브 프리미엄이나 넷플릭스를 사용하는 저 같은 사람들은 TVC 1편도 못 보는 경우도 많죠. 그래서 많은 브랜드가 유튜브 PPL로 눈을 돌리는 걸까요? 어쨌거나 지금 이 순간에도 TVC, 인스트림, PPL을 가리지 않고 인사이트 넘치는 광고인들의 예술이 담긴 광고물이 속속 온에어되고 있습니다. 그럼 두 콘텐츠의 대결을 비교해 보고 TVC와 PPL, 어느 것을 집행할지 결정해 볼까요?
(*본 아티클에서 TVC의 정의는 TV 광고로 온에어되는 15초 광고물과 디지털 환경에서 집행된 인스트림 광고를 포함했습니다.)
새해마다 에디터가 가장 주목하는 마케팅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바로 영어! ‘야, 너두 영어할 수 있어‘의 야나두 마케팅 사례를 잇는 스픽과 말해보카의 대결이 이번 새해에도 펼쳐졌어요. 영어 교육 앱 양대 강자의 광고 대결을 보시죠.
[PPL] 스픽&리쥬라이크
지난 연말, 故 신해철의 목소리를 AI로 구현한 스픽의 광고는 광고계와 네티즌 모두를 들썩였죠. ‘틀려야 트인다!’는 스픽의 캠페인 슬로건은 다시 봐도 정말 인상 깊어요. 그런 스픽의 새해 광고는 어땠을까요? 역시 연간 예산을 새해에 집중하는 영어 교육 카테고리 답게 수많은 PPL을 펼쳤는데요. 특히 아래 PPL을 보고 이마를 탁 쳤어요.

👀 어떤 광고죠?
사랑스러운 유준이와의 육아 브이로그로 큰 사랑받고 있는 리쥬라이크 채널! 영상에서는 부부의 새해 목표를 알콩달콩 공개합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주제 아닌가요? 작년에 세웠던 목표를 다시 점검하고, 왜 실패했는지 남편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작년에 영어 학습지 공부에 실패했던 경험도 솔직히 이야기하며, 올해는 스픽으로 다시 도전해보겠다는 새로운 다짐을 선보입니다. 마침 스픽에는 ‘엄마빠 영어 코스’ 프로그램이 있어서 직접 체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워낙 잘 어울리는 주제라 거부감 없이 시청하게 되는데요. 엄마로서 유준이에게 자주 할 수 있는 말이 담긴 스픽의 수업을 실제로 시연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더욱 설득력을 가지게 됐습니다.
🤔 에디터의 생각은?
‘새해 첫날하면 새해 다짐… 새해 다짐하면…? 영어잖아.’ 이렇게 어울리는 콘텐츠 꼭지와 클라이언트라니! 이 PPL을 성사시키고는 리쥬라이크 채널 담당자도 스픽 마케팅 담당자도 물개 박수를 쳤을 것 같아요. 어거지로 이은 광고는 채널에도, 광고에도 반감을 주니까요. 보통 마케터들이 PPL을 기획하는 로직은 “이 채널이 알고리즘 탔네?”, “어느 브랜드가 여기서 PPL하고 매출이 대박났다던데?” 등 채널의 인기 지표를 확인한 후에, 그 채널에 내 브랜드가 어울리게끔 우겨넣게 됩니다. 이때 생기는 이질감으로 인해 시청자로부터 거부감을 받기도 하는데요, 이 PPL 광고는 채널과 영상의 주제와 브랜드 핏까지 완벽하게 맞아떨어져 매우 조화로워요!
[인스트림 광고] 말해보카 2025 브랜드 캠페인
그렇다면 말해보카는 어떤 새해 전략을 펼쳤을까요? 말해보카도 멋들어진 캠페인 슬로건을 가져왔습니다. 바로, ‘짬날 때 해보카, 말해보카’! 스픽에 비해 PPL보다는 인스트림 광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함께 볼까요?
👀 어떤 광고죠?
‘영어 스피킹=스픽’으로 스픽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시장에서 말해보카는 자신만의 영역 표시를 분명히 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것 같습니다. 사실 말해보카와 같은 위치라면, 깊은 이야기보다는 짧은 화제성에 집중하는 PPL은 스픽 대비 불리할 수 있습니다. 반짝! 하고 사라지는 PPL 임팩트 대신에, 말해보카 특징을 어필하는 소재를 만들고 매체비에 집중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되죠!
시상식에서 뜻밖의 영어 소감을 선보여 화제가 된 배우 이정은을 모델로 삼고, 배우 일상 틈틈이 말해보카를 사용하는 현장감 있는 시나리오를 통해 바쁜 생활 속에서도 충분히 영어 공부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분장실에서 대기하는 중에도 짬짬이 말해보카를 하고, 산책하는 중에도 짬짬이 말해보카를 하는 모습 말이죠. 말해보카는 자신의 영역을 ‘발화하지 않고도 공부할 수 있기에 짬날 때 할 수 있는 영어 앱’으로 명확히 하며 스픽으로만 쏠릴 수 있었던 주목을 차단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스픽과 말해보카 중에 고민하게 만들었네요.
🤔 에디터의 생각은?

모델 선정부터 포지셔닝, 카피라이팅까지 오랜만에 명석한 광고인들의 합작품을 만난 것 같습니다. ‘이 광고 보니 새해엔 짬내서 영어공부 하고 싶어지네요’라는 댓글이 이 광고를 말해주네요. 부족함 없는 이 광고 플랜에 제 작은 아이디어를 하나 더 한다면, 짬을 더해 영어 단어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아는 것에 대한 의미를 부여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단어를 5천 개 알아야 입이 트인다는데…” 라는 도입부 같은 식으로요.
[PPL] LG전자&숏박스

👀 어떤 광고죠?

LG전자는 숏박스 채널에서 노트북 ‘그램’ PPL을 했어요. 재택근무 직장인, 사무실 출근 직장인, 육아하는 친구, 연애하는 친구 등 각기 다른 상황에서 펼쳐지는 여자 단톡방이 주제인데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화제가 빠르게 바뀌는데도 적재적소에 PPL이 자연스럽게 들어가 어색하지 않았죠. 예를 들어, AI가 무릎 위나 조용한 곳 등 장소에 따라 듀얼쿨링팬 속도를 조절해줘서 발열과 소음을 줄여준다는 제품의 USP도 직장인 친구와의 티키타카를 통해 잘 녹여냈어요. 보통 제품 특장점을 계속 보여주는 PPL은 거부감이 들기 마련인데, 하이퍼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공감과 웃음을 유발하는 숏박스 채널의 특성에 잘 녹아들며 오히려 신선함과 재미를 유발했죠. 이렇듯 각 채널마다 잘하는 게 있잖아요? PPL할 때는 브랜드 이름만 알리고 싶은 건지, 이미지를 바꾸고 싶은 건지, 아니면 제품 특징을 확실히 보여주고 싶은 건지 등 그 목적을 확실히 정하고 이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채널을 고르는 게 중요하답니다!
[PPL] 삼성전자&너덜트

👀 어떤 광고죠?

삼성도 같은 방식을 선택했어요! ‘광고를 녹이는건 진짜 예술의 경지다’ 라는 댓글이 딱 맞는 말이네요. 너덜트 역시 숏박스처럼 현실을 반영한 재밌는 스케치 코미디 채널이라서 그런지, 광고인 줄 알면서도 공감과 몰입을 불러일키는 에피소드를 보여줬어요. 조용히 가고 싶은 외국인 탑승객과 어떻게든 대화하고 싶은 택시 기사님의 귀여운 밀당 대결! 그러다 갤럭시 버즈3로 AI 실시간 통역을 시작하니까 외국인이 결국 포기하게 되는 웃참 에피소드. 덕분에 자연스럽게 제품 기능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더라고요. TV 광고는 제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지만, 이러한 유튜브 채널과 협업하면 기존에 잘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에 광고까지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어 더 효과적일 수 있죠. 재미있는 스토리도 만들고 PPL도 하고, 일석이조네요!
심금을 울리는 순간은 고객에게 ‘광고’를 넘어 ‘기억’이 되죠. 지금도 십수 년 된 좋은 광고들은 아직도 우리 뇌리 속에 남아 있으니까요. 다만 아주 어려운 고급 기술이라는 문제만 있습니다. 감동도 담으면서 마케팅 효과를 노리려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여기 그 스토리텔링 대가들을 소개할게요. 광고를 본 시청자의 댓글들을 먼저 보면 ‘대체 어떤 이야기를 담았길래?’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도 댓글 먼저 보고 광고를 시청해 보세요!

[인스트림 광고] SK이노베이션 ‘이노 잡화점의 기적’
👀 어떤 광고죠?
‘EP. 1 고맙습니다 편‘은 SK이노베이션 구성원들의 실제 이야기를 각색해 만든 스토리인데요. 이는 사람 사이의 관계는 작은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로 모아집니다. 해외에서 돌아온 직원이 새로운 팀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조금의 배려와 간단한 인사가 어떻게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식으로요. 손님들에게 작은 기적을 선물해주는 특별한 잡화점 ‘이노 잡화점’은 ‘SK이노베이션’을 뜻하죠. 직원 사이에 오가는 작은 마음으로 EP. 1을 풀었다면, EP. 2부터는 SK이노베이션이 지역 주민을 위해, 세상을 위해 실천한 일들을 담았습니다. EP. 3은 매년 전국 발달장애인 음악축제(GMF)를 개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이야기를 펼쳤고요. 아마도 이런 식으로 에피소드들이 앞으로 이어지겠죠? 딱딱하거나 자칫 뻔해 보일 수 있는 ESG 활동을 한 편의 동화처럼 연출해 기업의 진심을 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 에디터의 생각은?
제가 요즘 느끼는 고객들은 예전보다 더 감동에 목마른 것 같습니다. 워낙 자극적인 이슈가 가득하고 개인화가 가속화되어서일까요? 게다가 지극히 상업적이고 전환율 중심의 광고가 주류를 이루다 보니 따뜻한 이야기를 던지는 브랜드나 기업에 대해 이전보다 높은 주목이 쏠린다고 느낍니다. 에디터는 이 광고의 내용을 떠나, 오랜만에 만나는 이런 따스한 톤앤매너의 광고물을 만들었다는 그 자체로 좋은 전략으로 보입니다. 이야기는 던지는 타이밍과 분위기도 중요하잖아요. 브랜드가 던져야 하는 이야기를 어떤 톤앤매너로 광고에 담아낼지도 중요한 전략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광고가 온에어되는 시점에 주를 이루는 광고물들의 톤앤매너와 반대의 길을 걸어보세요!
[제작 지원] 여기어때&채널십오야 ‘맛멋대대’
👀 어떤 광고죠?
여기어때는 채널 십오야의 맛멋대대(맛따라 멋따라 대명이따라 대만따라)라는 재밌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있어요. TV 프로그램 끝날 때 보이는 그런 제작 지원 배너처럼, 맛멋대대도 끝날 때마다 여기어때 로고가 딱! 나온답니다. 근데 여기어때가 왜 PPL도 아니고 일반 광고도 아닌 이런 방식을 택했을까요? 바로 김대명 배우랑 나영석 PD를 활용해서 여기어때만의 특별한 대만 여행 코스를 소개하고 판매하려는 거예요. 보통 여행 서비스는 자기들만의 특별한 여행 코스를 만들고 알리느라 엄청 고생하는데, 여기어때는 똑똑하게도 인기 프로그램 제작비를 지원하는 대신 여행 코스 홍보와 유명인 모델까지 한방에 다 얻어낸 거죠!
예전처럼 15초 이내로, TV 프로그램들 틈새에만 노출하는 딱딱한 제약은 모두 사라진 지금! 광고 초수부터 형태, 광고 노출 모먼트까지 모두 기획할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 그만큼 크리에이티브의 폭은 더욱 넓어진 것 같아요. 내 브랜드에 맞는 채널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더불어 조금 더 열어두고 소재 자체도 새롭게 도전해보기 좋은 시점 같습니다. 우선 에디터부터 아직 전통 광고 틀에 굳어진 머리를 새로 깨워봐야겠네요.🤣
*외부 필진이 작성한 아티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