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시리즈가 쏘아 올린 요리 예능 열풍 속에 24년 12월, 5년 만에 돌아온 <냉장고를 부탁해>가 전성기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게스트의 집에서 실제 사용하던 냉장고를 스튜디오로 그대로 가져와 그 안의 재료들로 셰프들이 단 15분 만에 요리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인데요. 이번 아티클에서는 5년이라는 공백이 무색할 만큼 예전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냉장고를 부탁해>의 성공 비결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1️⃣ 15분이라는 ‘거대한 숏폼’ : 모듈형 구조의 승리

요즘 예능은 호흡이 느린 관찰형이 주를 이루고 있죠. 편안하게 보기엔 좋지만 때로는 목적 없이 흘러가는 전개에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냉장고를 부탁해>는 ‘냉장고 공개 → 15분 타임어택 요리 → 시식과 승패’ 로 이어지는 명확한 모듈형 구조로 강력한 몰입을 만드는데요. 시작부터 갈등, 위기, 반전, 결과까지 촘촘하게 짜여 있어 짧은 시간 안에 기승전결이 명확하게 전개되죠. 특히 짧은 호흡 속에서 즉각적인 보상과 확실한 재미를 제공하는 포맷은 그 자체로 숏폼 중심의 시청 패턴에도 적합한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프로그램의 조미료: 감다살 편집
<냉장고를 부탁해>는 단순 요리 대결을 넘어 방송 편집과 연출 속에서 적재적소에 센스 있는 연출과 자막을 녹여 장면마다 보는 재미와 신선한 포인트를 만들어냅니다. 아래 사례를 통해 자세히 볼까요?
📺 로고를 활용한 디테일

로고는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프로그램의 분위기와 톤을 결정하는 장치이기도 한데요. <냉장고를 부탁해> 제작진은 이 로고에 디테일을 더해 시선을 끌었습니다.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들이 다수 합류하면서 그 흥행 흐름을 이어받은 만큼 예고편 로고에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상황을 재치 있게 녹여냈죠.

또한 김준면 배우가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목소리의 울림에 맞춰 로고가 함께 흔들리는 편집으로 웃음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에 시청자들은 “귀엽다”, “로고가 신나 보인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 평범한 상황 + 자막 = 재미
제작진은 재치 있는 편집으로 자칫 루즈해질 수 있는 평범한 장면까지 가볍고 재미있게 풀어냅니다. “레몬청이 필요하다”는 최현석 셰프의 한 마디에 다른 셰프들이 차례로 고개를 돌리는 장면이 대표적인데요. 이때 각 셰프의 나이를 자막으로 보여주며 자연스레 ‘막내 찾기’ 상황을 만들어 냅니다. 이어 막내인 권성준 셰프에게 ‘나잖아!’라는 자막과 함께 황급히 뛰어가는 모습을 강조하죠. 마지막에는 레몬청을 건네받은 최현석 셰프에게 “성준이 발이 보이더라”는 자막을 더해 웃음을 자아냈고요. 촬영 당시에는 말 한마디에 불과했을 장면이 자막과 편집을 통해 하나의 코미디 장면으로 다시 태어난 사례라고 볼 수 있죠.

특히 셰프들의 나이를 함께 보여주는 편집 덕분에 시청자들은 출연진의 관계와 정보를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었는데요. “최현석 셰프가 72년생이네, 김성주랑 동갑이었구나”, “75년생부터 78년생까지 다 있구나” 같은 반응이 이어진 것처럼 몰랐던 정보를 센스 있게 끼워 넣으면서 장면의 맥락과 재미가 한층 배가되는 효과를 냈습니다.
✨ 최신 트렌드와 밈을 반영한 편집
제작진은 최신 밈을 반영한 편집도 자주 보여주는데요. 예를 들어 지난 해 유행했던 ‘내 골반이 멈추지 않는 탓일까‘ 밈을 요리 상황에 맞게 ‘내 칼질이 멈추지 않는 탓일까’로 바꿔 원래의 음악과 편집 방식을 그대로 재현해 웃음을 만들어냈고요. 또 김풍 작가가 손종원 셰프에게 지시하는 장면에서는 소소하거나 어이없는 성취를 나열하는 형식으로 유행했던 ‘내가 이룬 것들‘ 릴스 포맷을 차용해 상황을 풀어내기도 했죠. 이렇게 익숙한 밈을 상황에 맞게 변주해 사용하는 연출은 제작진이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밈을 적재적소에 활용한 편집은 시청자들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유행어를 남발하다 보면 자칫 유치해지거나 흐름을 끊기 쉬운데 댓글에서는 “과하지 않게 밈을 얹는다“는 반응이 이어졌어요. 이는 제작진이 단순히 유행을 좇는 게 아니라 시청자들이 어떤 포인트에서 재미를 느끼는지 정확히 꿰뚫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요즘 예능 중 편집이 제일 좋다”는 반응은 곧 제작진의 감각이 시청자의 눈높이와 완벽하게 일치했다는 증거이기도 하죠.
3️⃣ 출연진의 캐릭터성과 관계성
<냉장고를 부탁해>는 셰프를 단순히 요리 전문가로만 소비하지 않고 각자를 하나의 강력한 캐릭터로 브랜딩했어요. 거기에 서사가 담긴 관계성까지 더하며 시청자를 프로그램에 더욱 몰입하도록 했죠.
🤩 N인 N색 셰프들의 매력
김풍 작가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김풍 작가는 독특한 캐릭터로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해요. 김풍 작가는 요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조합을 시도하거나 실수를 수습하며 결과를 만들어가는데요. 이 과정 자체가 하나의 재미로 작용하죠. 이렇게 만들어진 요리를 맛본 출연자들이 “이게 왜 맛있지?”라며 웃음이 터지는 순간 ‘김풍 매직’이 나타납니다. 요리가 완성되기까지 예측 불가능한 과정과 먹은 뒤 의외로 맛있다는 반응이 동시에 웃음을 만들어내면서 김풍은 ‘암흑요리사’라는 별명과 함께 프로그램의 수문장 같은 캐릭터로 자리 잡았어요.
정호영 셰프
정호영 셰프는 메뉴 이름을 외치며 춤을 추는 ‘댄싱머신’ 캐릭터로 프로그램에 유쾌한 분위기를 더하고 있는데요. 연말 어워즈에서 2026년 목표로 “춤을 좀 더 잘 추는 것”을 꼽을 정도로 춤에 진심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실제로 그의 댄스 장면만 모아 편집한 영상이 따로 올라올 만큼 프로그램의 또 다른 재미 요소가 되었답니다.
최현석 셰프
최현석 셰프는 원래 ‘허셰프’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허세 가득한 캐릭터로 유명했는데요. 프로그램에서 최연장자가 되면서 할아버지 캐릭터가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늙좋’, ‘할아버지 폼 미쳤다’ 같은 자막이 더해지며 두 캐릭터가 유쾌하게 공존하는 모습이 독특한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죠. 실제로 초등학생 시청자에게 편지를 받을 정도로 폭넓은 호감을 얻고 있기도 합니다.
손종원 셰프
손종원 셰프는 ‘느좋’(느낌 좋음)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섬세한 요리 실력과 다정한 태도, 훈훈한 외모가 어우러져 시청자들에게 편안하고 호감 가는 이미지를 주는 것이 특징이죠.
박은영 셰프
박은영 셰프는 특유의 각 잡힌 말투와 함께 4차원적이고 당당한 모습이 특징이에요. 차분하게 요리를 설명하는 듯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행동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죠. 최근에는 안광 없는 눈빛과 함께 선보이는 독특한 춤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어요.
이 외에도 ‘성자’ 셰프에서 ‘송곳니’ 셰프로 흑화한 샘 킴, 먹방과 유쾌한 리액션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윤남노, 여러 셰프들과 티키타카를 보여주는 권성준 셰프 모두 각자의 독특한 캐릭터로 <냉장고를 부탁해>만의 다채로운 구성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 서사 맛집 <냉부해> 추천 조합
각 셰프들이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만큼 이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관계성 역시 프로그램의 또 다른 재미 포인트로 자리 잡고 있어요. 서로의 개성을 부각시키면서도 묘하게 얽히는 관계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고 있죠. 아래에서 그 케미를 더 자세히 살펴봅시다!
공풍증
‘공풍증’은 윤남노 셰프와 김풍 작가 사이에서 형성된 일종의 밈입니다. 윤남노 셰프가 김풍 작가와의 대결에서 유독 패배하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김풍 공포증’이라는 의미로 불리게 된 표현이죠. 이런 패턴이 쌓이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형성됐고 시청자들은 윤남노 셰프가 마침내 이길 날을 함께 기다리며 대결을 지켜보고 있어요.
말량광이 여주와 엘리트 왕자
‘말괄량이 여주와 엘리트 왕자’는 김풍 작가와 손종원 셰프의 조합에서 드러나는 관계성인데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김풍 작가에게 손종원 셰프가 자연스럽게 풍며드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은 이를 하나의 서사로 즐기고 있습니다. 특히 손종원 셰프가 김풍 작가에게만 보여주는 애교 있는 모습, 멜로 눈빛 등에 사람들은 ‘연애 프로그램을 볼 필요가 없다’며 손풍 커플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죠.
공식 댄싱머신 vs 차기 댄싱머신
프로그램의 공식 댄싱머신 정호영 셰프의 자리를 위협하는 인물이 생겼는데요. 바로 ‘완자 퀸카’로 화제를 모은 박은영 셰프입니다. 공식 댄싱머신 vs 차기 댄싱머신이라는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면서 요즘 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은 웃음을 주는 케미로 떠오르고 있어요.
이와 더불어 연말 어워즈 같은 자체 콘텐츠로 프로그램의 다채로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시상 부문을 통해 셰프들의 관계성을 한층 쌓아올리는 방식이 특징인데요. ‘베스트 커플상’에 손풍 커플이, ‘베스트 퍼포먼스상’에 김호영 셰프가 수상하면서 시청자들이 프로그램 속 캐릭터와 케미에 더 깊이 몰입하게 만들고 있어요.

프로그램 밖에서도 이들의 관계성은 계속됩니다. 출연진들이 SNS에서 서로 댓글을 주고받으며 장난스레 티키타카하는 모습에 시청자들 역시 크게 반응하고 있는데요. 방송 콘텐츠만큼이나 출연진의 관계성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요즘, 캐릭터와 케미 구축이 프로그램 흥행의 핵심 요소임을 잘 보여주는 사례죠.
<냉장고를 부탁해>의 경쟁력은 요리 대결이라는 소재 하나에서 오는 게 아니에요. 15분 모듈형 구조, 웃음을 더하는 편집, 셰프들의 개성과 관계성, 방송 밖까지 이어지는 세계관까지 모든 요소가 하나의 흐름으로 맞물려 있거든요. 시청자는 한 회차를 보고 끝내는 게 아니라 그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다음을 기다리게 됩니다. 콘텐츠를 기획할 때 ‘시청자의 몰입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 한 번쯤 고민해 보면 어떨까요?
*외부 필진이 기고한 아티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