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국민 브랜드. 어쩌면 많은 브랜드들이 꿈꾸는 지향점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외식 산업에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이름을 알린 후에 오히려 더 치열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탕후루나 요거트 아이스크림처럼 유행하는 카테고리가 눈 감았다 뜰 새 변하는 일도 흔하고요. 성수나 용리단길처럼 떠오르는 상권에 따라 작은 개인 식당이 핫플로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런 신흥 강자들과 경쟁 구도에 놓였을 때, 소비자들에게 친숙해진 브랜드가 신선함이나 대세감에서 어떻게 우위를 점해야 할까요? 데이드는 보쌈 브랜드의 대명사, 원할머니 보쌈족발의 TVC 제작을 위해 유행을 좇는 것보다는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단, 요즘 소비자들에게도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을 만큼 새로운 기법으로요.
유명 향수 브랜드처럼 프랑스어 메인 카피를 내세우고, 무용수가 격정적으로 춤을 추는 모습을 흑백으로 담아낸 보쌈 광고. 상상이 되시나요? 다소 파격적이기도 한 바로 그 TVC를 함께 살펴봅시다.
49년 역사, 익숙함에 가려져 있던 호감을 되살릴 때
원할머니 보쌈족발은 론칭 49주년을 맞이한 전통 있는 브랜드입니다. 무수히 많은 맛집 정보 사이에서 이미 낯익은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강점을 확실하게 내세울 수 있는 필승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전략이 소비자의 인식을 환기할 수 있는 ‘각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격변하는 푸드 트렌드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아는 브랜드인 만큼 이미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잠재된 특정 포인트를 자극해 관심을 끄는 것이죠.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내세워야 할 키워드는 명확했습니다. 보쌈 No.1. “보쌈은 역시 원할머니지!”라는 인식 환기와 함께,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던 보쌈의 맛을 상기시키는 것입니다. 트렌드가 아무리 빠르게 변화하더라도 꾸준히 업계 1위라는 타이틀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50년 가까이 지켜온 맛의 오리지널리티였으니까요. 그래서 가장 먼저 TV 광고를 통해 맛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제대로 정의하고, 이야기를 만들고자 도출한 콘셉트가 “Peau, Ça me No.1”이었습니다.
보쌈과 클래식의 조합이 주는 신선한 충격
“Peau, Ça me No.1”은 프랑스어로 “살결, 넌 내게 넘버원이야”라는 의미입니다. 보쌈의 부드러운 맛이라는 USP를 은유적으로 드러내되, ‘No.1’이라는 브랜딩 포인트는 명확하게 소구하고, ‘보쌈’과 유사한 발음으로 언어유희 요소까지 더한 것인데요. 영상의 전체 내레이션 멘트 또한 프랑스어로 구성해 독특하고 이국적인 인상을 완성했습니다. 메인 콘셉트를 응용한 멘트인 “Oh! Peau, Ça me”는 여러 번 반복하여 전달력을 높였고요.
각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브랜드 이미지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게는 생소한 이미지로 크리에이티브 요소를 구성했습니다. 기존 이미지가 친근하고 따뜻한 느낌이었다면, 이번 영상은 흑백 연출을 활용해 고급스러우면서 시크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여기에 무용수의 점차 고조되는 춤사위, 그리고 격정적으로 치닫는 클래식 BGM까지 더해 강렬한 이미지를 각인시켰죠. 메인 광고 모델로 발탁한 이찬원 역시 영상의 톤앤매너에 맞춰 팜므파탈 콘셉트로 등장시켰습니다. 기존 방송이나 타 브랜드 광고에서 자주 보여주던 귀여운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말이죠.
보쌈 브랜드에서 내놓은 향수 굿즈?
TV 광고가 신선한 충격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잠재 인식을 깨웠다면, 이것이 관심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더 많은 사람에게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단계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택한 것은 향수 굿즈 출시였습니다. TV 광고 영상은 원할머니 리미티드 에디션 향수 출시를 예고하며 마무리되는데요. 영상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슈화를 위해 이색 굿즈를 고려했고, 이것이 실제 출시로도 이어져 폭발적인 반응을 모았습니다.
그중 보쌈 브랜드에서 향수를 선보이는 일은 드문 만큼 어떤 향일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소비자가 많았습니다. 바로 보쌈의 원재료 중 하나인 생강에서 영감을 받은 진저우디 향입니다. 제품의 원재료인 만큼 브랜드와의 연관성도 높고, 실제 향수 브랜드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재료이기에 트렌디하고 호불호 없이 다가갈 수 있는 향이죠.
‘No.1’을 공고히 하기 위한 이미지 변신
보쌈은 유행을 타지 않는 스테디셀러 메뉴입니다. 외식 메뉴 트렌드는 물론이고 계절 변화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죠. 그만큼 일상적인 메뉴로 친숙한 보쌈 브랜드에서 향수를 내놓는 것이 꽤 파격적인 시도였던 만큼 향수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굉장히 뜨거웠습니다. 그 덕에 기존에 제작한 한정 수량 이후 추가 제작도 염두에 두게 되었고, 전체 수량이 품절될 만큼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사실 이번 캠페인 이전 원할머니 보쌈족발에는 7년의 마케팅 공백이 있었습니다. 모든 업계가 그렇지만, F&B 업계는 유독 유행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7년은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 고착화되어 있던 것과는 다른 이미지로 접근했기 때문에 더 극적인 신선함을 부여하고, 소비자의 인식을 환기시키는 계기로 삼을 수 있었죠.
이때 핵심은 크리에이티브 전략은 혁신적으로 반영했지만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오리지널리티는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입니다. 계절이 변하면 새 옷을 꺼내입더라도 옷을 입는 주체인 ‘나’는 변하지 않는 것처럼, 마케팅 전략 또한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옷을 입더라도 본질은 변하지 않아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