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덕후로서 요즘은 플랫폼 마케팅 사례들을 즐겁게 구경하고 있습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런칭하며 대규모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네이버, 언제나 감도 높은 컨텐츠로 승부하는 29CM, 인플루언서 활용 꿀팁을 솔선수범하는 여기어때, 콜라보 마케팅의 격전지에서 이제 콜라보를 주도하는 올리브영까지! 특히 이들은 트래픽과 전환율에 누구보다 민감한 플랫폼 브랜드인만큼 마케팅 보법이 다른 것 같아요. 같이 뜯어 볼까요? 🔍
💚 NAVER : 네임드는 저예요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출격을 앞두고 시장에서 큰 기대감과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기대감 속에서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 엄태구, 노재원을 모델로 기용하며 화려하게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데뷔를 알렸는데요. “겁도 없이 그럼 그냥 쏴 버려. 쿠폰”, ”믿을 수 없겠지만 선생님은 단골이십니다” 등 임팩트 강한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워 TV광고부터 릴스까지 대대적인 광고를 집행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전통적인 ATL 마케팅이죠.

대규모 ATL 광고로 신호탄을 울렸지만 사실 네이버는 그 전부터 탄탄하게 초석을 다져왔습니다. 특히 지난해 11월, 네이버는 컨퍼런스 ‘DAN(단) 24’에서 별도의 쇼핑 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출시하겠다는 사전 선포를 했죠. 갑작스러운 발표에 경쟁사들은 물론, 네이버 쇼핑에 입점된 많은 브랜드를 긴장하게 만들었고요. 과연 별도의 쇼핑 앱 전략이 유효할 것인가에 대해 여러 예측과 기사들이 나오며 이 소식은 점차 퍼져나갔습니다. 공식 컨퍼런스에서의 발표는 스스로 날아가 씨앗을 퍼트리는 민들레 홀씨와 같은 역할을 한 셈이에요.
네이버의 행보를 주목하게 만든 콘텐츠는 또 있습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콕 찝어 홍보한 컨텐츠는 아니지만 브랜드가 변화한 이유와 배경을 진솔하게 오픈한 공식 콘텐츠 ‘팀네이버 작전타임‘이에요. AI를 비롯한 변화하는 시장에서 위기 의식을 가지고 치열하고 솔직하게 고민을 털어놓으며, 시장에 맞는 방향을 정립하기까지의 과정을 볼 수 있었죠.

이렇게 쇼핑 앱 별도 출시라는 전략에 대한 이유와 배경을 사전에 정갈하게 쌓아둔 뒤 앱 출시 1주일 전, 대규모 바이럴을 일으킬 이벤트를 내놓습니다. 앱 사전 예약 기간에 앱 오픈 알림을 신청하고, 오픈 알림을 받은 후 7일 안에 앱을 다운로드하면 100명 한정 네이버페이 포인트 100만 원을 지급하는 이벤트였죠. 파격적이면서 가벼운 메시지로 시작된 이 이벤트는 여러 블로그, 카페, 커뮤니티로 순식간에 퍼져나가며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에 대한 VOC와 검색량을 빠르게 끌어올렸습니다.
그리고 네이버는 런칭 이후에도 내실 탄탄한 혜택들을 대기시키며 고객의 관심을 오래토록 붙잡기 위해 노력했어요. 네임드다운 파격적인 쿠폰 발급은 물론, ‘다이슨’, ‘시디즈’, ‘헤드앤숄더’ 등 카테고리별 찐 인기템을 전면에 내세운 대대적 할인으로 고객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켰거든요. 결과적으로 출시 한 달만에 앱 다운로드 500만을 넘기며 신규 앱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습니다.
즉 네이버는 1️⃣ 컨퍼런스와 사전 예약 서비스를 통해 기대감을 쌓고 2️⃣ ATL 마케팅을 통해 런칭 시점에 주목도를 끌어올리고 3️⃣ 입점 브랜드와의 사전 협의를 통해 탄탄한 프로모션과 혜택을 제공하며 런칭 이후까지 성공적으로 고객을 붙잡았습니다. 고객에게 접근하는 이 3단계 설계는 제품 마케팅에도 유효할 것 같아요.
저를 포함한 많은 마케터들이 신제품 런칭 이벤트를 준비할 때 얼마 없는 예산을 쪼개기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런칭 시점에 예산과 리소스를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미디어믹스 차원에서는 분배가 부담스럽더라도 요즘처럼 바이럴 파워가 중요한 시대에는 기대감을 형성하고, 그 기대감을 유지시키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29CM : 저는 저만의 매력이 쩝니다
오픈마켓 전성 시대 이후로 많은 커머스 채널이 할인 경쟁을 펼치다가 이제는 자신만의 큐레이션, 선런칭, 단독 제품 확보에 피튀기는 경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유독 할인이나 프로모션이 아닌 브랜딩과 콘텐츠로 승부하는 29CM의 행보는 마케터의 눈을 사로잡죠.

29CM의 활동 하나 하나가 새롭고 독특하지만 주로 취향에 집중하는 고감도 마케팅을 펼치며 대표적인 큐레이션 쇼핑몰로 자리잡았어요. 이러한 방향성은 2023년 오픈한 프리미엄 리빙 플래그십 스토어 ‘TTRS’에서도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29CM가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국내외 프리미엄 리빙 브랜드를 선별해 자신의 취향대로 공간을 꾸미고 싶은 ‘라이프 세터’들이 직접 즐길 수 있도록 했죠. 특히 1:1 방문 상담 서비스를 비롯한 오프라인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을 더해 차별화된 큐레이션을 완성했습니다.
고구마팜 독자라면 이미 아실만한, 문구 페어도 29CM답게 새롭고 예기치 못한 마케팅이였어요. 지난 3월 개최한 문구 페어 ‘인벤타리오‘는 티켓을 구하는 글들이 쏟아질 정도로 화제였는데요. 결과적으로도 이 문구 페어를 통해 29CM의 문구 카레고리는 신규 고객을 가장 많이 확보했다는 기록을 남겼고 패션 중심 커머스 플랫폼이라는 이미지에서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큐레이션 쇼핑몰이라는 이미지로 확대할 수 있었습니다.
29CM에서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중에 ‘29브랜드코멘터리‘ 또한 큐레이션 스토리를 콘텐츠화하며 인기를 끌고 있어요. 이 콘텐츠 마케팅의 포인트는 감도 높은 브랜드들의 매력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29CM에 대한 매력 또한 덩달아 배가되는 점에 있는 것 같아요. 이 영상에 소개되는 브랜드는 매출 평균 202% 상향할 정도로 강력한 커머스 결과까지 이끌고 있다고 합니다.
❤️ 여기어때 : 인플루언서 마케팅? 저를 주목해 주세요
인플루언서 마케팅하면 #광고, #협찬, 혹은 ‘OOO Pick’이 떠오르지 않나요? 하지만 여행 플랫폼 여기어때는 그런 뻔한 방법에서 벗어나, 인플루언서와 팬이 함께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여행 상품 ‘버킷팩‘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 중엔 249만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과 함께한 사례도 있답니다! 여기어때가 판을 깔아주는 역할이었다면 인플루언서 빠니보틀은 본인의 팬들과 해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 ‘수상 액티비티’를 중심으로 여행 프로그램 전반을 기획합니다. 버킷팩 프로그램이 공개되면 빠니보틀의 팬들은 여기어때 앱에 접속해서 응모하는 방식이에요. 그리고 이 과정이 모두 여기어때와 빠니보틀의 채널을 통해 콘텐츠로 기록됩니다.
지난 4월에도 유병재와 함께 떠나는 제주 버킷팩이 열리면서 여기어때 블로그에 그 과정이 상세히 공개됐어요! 읽다 보면 .코스 그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훌쩍 들 정도죠. 아무래도 인플루언서 또한 팬들과 떠나는 여행인 만큼 일반적인 협업 콘텐츠보다 코스 하나 하나에 진심을 담아 기획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여행에 동참하고 싶은 팬들도 응모 단계부터 이벤트를 자발적으로 바이럴하게 되고, 실제로 다녀온 팬들은 벅찬 감정과 애정을 담아 자신의 채널에 콘텐츠를 기록하게 되면서 선순환의 구조가 만들어지고요. 이처럼 여기어때는 인플루언서의 가장 큰 자산인 ‘팬심’을 똑똑하게 활용한 전략을 보여줬습니다.
💚 올리브영 : 저는 콜라보 뷔페 차렸습니다

IP 콜라보의 격전지로 가장 뜨거운 올리브영! 이번에는 올리브영에서 태닝 산리오라는 테마로 콜라보 판을 직접 주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올리브영은 카테고리별로 브랜드를 다양하게 선정하여 총 32개의 브랜드와 함께 ‘산리오캐릭터즈 태닝 에디션’을 선보인거죠. 이너뷰티, 기초화장품, 색조화장품, 마스크팩, 선케어, 헤어케어, 바디케어 등 상품 수만 해도 약 200여 개나 된다고 합니다.

올리브영이 여름 뷰티템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열었던 콜라보판의 결과는 어떨까요? 출시 후 올리브영 전체 랭킹 50위를 살펴보니 태닝 산리오 콜라보 에디션 제품만 무려 15개나 랭킹되어 있습니다! 태닝 산리오 에디션 자체만으로 고객 관심이 쏠리면서 참여 브랜드들의 만족도도 높다는 후문도 들렸고요. 추가로, 에디터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되는 활동은 9월 20일에 여의도에서 열릴 ‘산리오X올리브영 큐티런 2025 서울’ 이벤트예요. 10km 단일 코스로 운영하고, 티켓 가격은 1인당 8만 원이라고 합니다. (8월 20까지 올리브영에서 티켓팅할 수 있어요!)
각 브랜드가 개별적인 콜라보 제품을 선보이는 것과 달리 플랫폼이 주도해서 하나의 콜라보 라인업을 완성한 모습이 저에게는 연말 시상식이나 MAMA 무대처럼 화려해 보였어요. 이번 올리브영 주도의 콜라보는 또 하나의 올영Pick!같은 아이코닉한 행사가 되어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지지 않을까, 사심 섞인 예측을 해보게 됩니다.
플랫폼은 수많은 브랜드와 소비자가 만나는 허브이기에 제품력만큼이나 ‘어떤 서사로, 어떤 방식으로 고객을 끌어들일지’가 성패를 좌우합니다. 그만큼 런칭 전후 기대감 설계, 콘텐츠를 통한 브랜딩, 파트너십의 확장성까지 소비자와 접점을 마련한 여러 가지의 설계를 찾아볼 수 있었어요. 플랫폼 마케팅 뿐만 아니라 브랜드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알리고 오래 사랑받게 만들고 싶을 때도 이번 아티클이 도움이 될 거예요!
*외부 필진이 기고한 아티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