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힙(hip)한 분위기와 독보적인 비주얼
✅ 자신의 분야에서 빛을 발하는 본업 천재
✅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당당한 애티튜드
요즘 밀레니얼과 Z세대 ‘워너비’의 특징을 나열해 봤습니다. 들어맞는 인물이야 많겠지만, 저는 가장 먼저 배우 한소희가 떠올랐어요. 혼자만의 생각만은 아닌가 봅니다. 업계 불문 다양한 브랜드가 처음 또는 차기 모델로 한소희를 기용하고 있거든요. 이름과 로고가 버젓이 있는 브랜드에 한소희라는 얼굴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 단순히 워너비라서는 아니고요. 저마다 그 목적과 타깃이, 좀 더 파고들면 선명한 지향점이 있습니다.
“H는 묵음이야” 2021년, 길림양행은 HBAF의 리브랜딩과 함께 스타 배우 전지현의 TVCF를 집행했습니다. 빅모델의 파급력에 짧고 명료한 카피로 약 170%의 매출신장을 이뤄냈는데요. 전지현과 재계약 대신 새로운 광고 모델인 한소희와 함께 돌아왔습니다. 왜일까요? 전지현의 HBAF가 대중을 위한 인지라면, 한소희의 HBAF는 타깃을 겨냥한 각인입니다.
“Unlimited HBAF(한계 없는 바프)”
1️⃣ 견과류 수입사로 시작한 길림양행은 ‘허니버터아몬드’를 통해 건강식에서 스낵류로 포지션을 전환했습니다. 그에 맞춰 밀레니얼과 Z세대를 타깃으로 설정, 세븐일레븐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거나 드러그스토어에 입점하며 접근성을 강화했습니다.
2️⃣ 두 편의 캠페인 영상에서는 그 점이 두드러집니다. 중독성 강한 BGM을 배경으로 한소희가 자기 얼굴 위에 과감하게 직접 그라피티를 그려 넣거나, 벽면에 포스터를 부착합니다. 도전적인 모습은 기존에 얽매이지 않고 매번 신선한 맛을 내놓는 HBAF를 연상케 합니다.
3️⃣ 후드를 뒤집어쓴 캐주얼한 모습은 트렌디하면서 쿨합니다. 이는 결국 HBAF가 향유하는 가치관이 젊은 세대의 그것과 같다는, 일종의 공감대 형성으로 이어집니다.
중고차 시장의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2020년대에 들어서며 20대 그리고 여성이 주타깃으로 떠올랐는데요. 아직 소비자의 불만과 우려가 큽니다. 전반적으로 중개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은 데다, 여전히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대면 거래를 선호합니다. 스타트업 중고차 플랫폼 ‘헤이딜러’는 정면 돌파를 선언했습니다.
“우리가 바라던 내 차 팔기”
1️⃣ 차 상태는 좋은지, 가격은 합리적인지, 정보나 경험이 부족한 소비자를 이용하지는 않을지. 헤이딜러는 타깃의 우려에 “우리가 바라던 내차 팔기”라는 카피로 답합니다.
2️⃣ 그리고 메시지를 한소희와 김혜수의 입을 빌려 전하는데요. 그 방식이 꽤 매력적입니다. 여성의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이미지를 살린 광고 영상을 시청하고 오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를 떠올리게 하는 연출과 시스터후드가 돋보입니다.
3️⃣ 이 방식이 유요한 이유 중 하나는 모델의 히스토리에 있습니다. 한소희는 과거 타투와 흡연 사실이 이슈가 되자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모두 나인데 어떤 게 나쁘다거나 틀렸다고 할 수 없다”라고 답한 바 있죠. 소신 있고 당찹니다. 데뷔 37년 차 김혜수가 쌓아온 이미지야 설명이 필요 없고요.
4️⃣ 두 배우는 ‘잘못된 관행을 뒤집겠다’는 헤이딜러의 가치와 이질감 없이 어울립니다. 특히 여성 타깃에 강한 신뢰감을 줍니다.
명품 브랜드는 언제나 외줄타기를 합니다. 고급스럽되 올드하면 안 되고, 트렌디해도 대중적일 수는 없죠. 그래서 2021년 발렌시아가는 공식 인스타그램 이미지를 모두 내렸습니다. 노출 빈도가 높아짐에 따라 브랜드 헤리티지가 훼손될 것을 우려한거죠. 그만큼 시장 반응에 민감한 발렌시아가가 한국인 최초로 한소희를 글로벌 앰버서더로 선정했습니다.
“첫 한국인 글로벌 앰버서더”
1️⃣ 밀레니얼과 Z세대는 발렌시아가를 어떻게 정의할까요? 보통은 스피드러너, 트리플S 같은 시리즈나 로고 플레이된 티셔츠를 떠올립니다. 대표 제품은 알아도 브랜드를 설명하는 건 어려워합니다.
2️⃣ 글로벌 앰버서더(기업의 핵심 활동에 참여하는 홍보대사)는 바로 이때 필요합니다. 앰버서더의 이미지는 ‘독특한, 혁신적인’이라는 수식어를 대체하고, 행보는 곧 마케팅이 됩니다. 블랙핑크 지수의 단아함은 디올을 연상케 하고, 제니의 데일리룩은 샤넬의 룩북처럼 소비되는 것처럼요.
3️⃣ 한소희는 밀레니얼과 Z세대 사이에서 비주얼적인 선호도가 높고, 일거수일투족이 바이럴을 일으킬 만큼 파급력도 있습니다. 연결성을 잘 다져간다면, 앞으로 소비자는 자연히 배우와 브랜드를 동시에 떠올리게 될 겁니다.
4️⃣ 여기에 그가 라이징 스타에서 고유의 이미지를 가진 톱스타로 가는 과도기에 있다는 점도 한몫합니다. 배우의 가능성은 곧 브랜드가 그와 함께 그려갈 그림이 다양하다는 걸 의미합니다.
앞서 살펴본 케이스는 타깃에 맞춰 모델의 선호도나 화제성을 점검했고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지를 고려했습니다. 그래서 같은 모델을 선정했지만, 저마다 다른 메시지와 세계관을 향유하고 있네요. 어쩌면 모델은 ‘인물’이 아니라 그가 가진 스토리, 이미지, 커뮤니티 즉 ‘콘텐츠’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