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예능 레전드 장면’은 무엇인가요? <무한도전>의 진기명기, <런닝맨>의 ‘시간을 거스르는 자‘ 이처럼 유명 방송인이 만든 장면도 많지만,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일반인과의 짧은 인터뷰가 ‘레전드’로 돌아다니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어요.
MBC엔터테인먼트 유튜브 채널 콘텐츠 중 하나인 ‘오분순삭’에서는 아예 ‘무한도전 일반인 레전드 모음’이라는 이름으로 영상을 만들기까지 했어요. 게다가, 새로 생긴 유튜브 채널이 일반인과의 간단한 인터뷰 하나로 몇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어요. 도대체 어떤 인터뷰를 했길래, 이렇게 큰 반응을 몰고 왔던 걸까요? 놀랍게도 질문은 단 하나였습니다.
💬: “저기, 지금 무슨 노래 듣고 계세요?”
이 간단한 질문이, 2022년 최고의 밈으로 등극했어요. 해당 인터뷰를 진행한 유튜브 채널도 급속도로 성장했고요. 제대로 흥한 일반인 인터뷰 하나가,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효과를 낸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예 일반인 출연자와의 인터뷰를 메인으로 다루는 방송도 많아졌어요.
하지만, 이처럼 ‘반응 터지는 인터뷰’는 철저히 계획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에요. 그렇다고 기획자가 마냥 손 놓고 있어야 할까요? 그럴 순 없죠! 고구마팜이 준비한 오늘의 아티클은, 일반인 인터뷰 콘텐츠를 준비하는 기획자를 위한 종합선물 세트랍니다🎁 사람들이 일반인 인터뷰를 보는 이유부터, 성공적인 인터뷰를 위한 질문과 각종 디테일까지. 한번 알아볼까요?
“아이돌이나 연예인 인터뷰보다 시민의 이야기를 듣는 게 본질의 매력이 아닐까” ”일반 시민분 나오는 게 훨씬 재미있다”
연예인보다 일반인의 출연을 더 반기는 반응이 대부분인 이곳. 바로, SG워너비의 멤버 이석훈이 진행하는 길거리 토크쇼 ‘썰플리’의 영상에 달린 댓글입니다. 사람들은 왜 연예인이 아니라, 이런 일반인 인터뷰를 더 좋아하는 걸까요?
1️⃣ 평소 궁금했던 걸 해결할 수 있어요
썸네일만 봐도 손이 근질거립니다. 대문짝만하게 적힌 ‘직장인 현실 연봉’이라니…! 지나치기 힘든 문구인데요. 해당 영상을 제작하는 유튜브 채널 ‘캐치TV’는 일반 직장인에게 재직 중인 산업군, 직무와 연차, 그리고 실제 수령하는 연봉 금액을 물어보는 콘텐츠를 메인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누구나 궁금해하지만, 실은 친한 사람들끼리도 민감한 주제인 연봉. 캐치TV는 이처럼 보편적으로 궁금해하는 주제지만, 대놓고 물어볼 수 없는 것을 직접 물어보며 사람들의 궁금증을 대신 해결해 인기를 얻었어요.
2️⃣ 공감하며 웃을 수 있어요
연예인이 이야기하는 셀럽의 삶은 언제나 호기심의 대상입니다. 화려한 집과 옷을 보는 것도, 평소 쉽게 접하지 못하는 각종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미있지요. 하지만, 지나치면 독이 됩니다. 사람들의 호기심 충족이 아니라, 괴리감과 ‘현타(현실 자각 타임)’를 느끼게 하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일반인 인터뷰 콘텐츠는 다릅니다. 일반인 인터뷰에서는 사회생활이나 대중교통처럼, 일반인 대다수가 겪어 본 이야기가 많이 나오거든요.
앞서 언급했던 ‘썰플리’는 ‘사회생활 썰’편에서 ‘일머리 없지만 착한 후배vs일은 잘하지만 성격이 나쁜 후배’라는 밸런스 게임을 질문으로 제시합니다.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은 본인의 현실 경험을 이야기하며 답변했고, 댓글창에서도 시청자들은 ‘~~이라고 대답한 분 말에 공감한다’며 저마다의 경험을 나누고 소통했어요.
물론, 꼭 재미와 논쟁을 유발하는 질문이 아니어도 돼요. 조금은 진지하게 느껴지는, 철학적이고 감성적인 질문도 공감을 얻기 충분하답니다. 유튜브 JAYKEEOUT은 ‘어릴 적 꿈과 지금의 직업은?’이라는 질문으로 시민과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나의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감성적인 질문이 담긴 이 영상의 댓글창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어릴 적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 따뜻한 한 마디를 덧붙이는 훈훈한 모습이 펼쳐졌답니다.
카메라 앞에 서면 얼어버리는 사람? 저요🙋♂️ 연예인과 달리 일반인은 방송에 능숙하지 않아요. 카메라 앞에 서면 긴장해서 본인의 성격과 개성이 나오기가 쉽지 않은데, 이럴 땐 인터뷰이가 편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죠! 과연 어떤 질문을 해야, 어색함을 떨치고 편하게 이야기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까? 요즘 뜨는 길거리 인터뷰 질문을 유형별로 나눠 분석해 봤어요.
1️⃣나를 평가해 보자! 자체평가형
인터뷰이가 본인에 대해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점수를 주는 유형이에요. 나에 대해 설명하는 것과 남에 대해 설명하는 것 중 무엇이 더 쉬울까요? 당연히 ‘나에 대해 설명하는 것’일 거예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외모나 능력에 대해 생각하고, 나름대로 평가를 내려 봤으니까요. 이처럼 타인이 아니라 본인에 대해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편하게 답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인 질문이에요.
💬“본인의 외모를 평가한다면 10점 만점에 몇 점?”(유튜브 CAST U)
이 질문은 최근 유튜브, 인스타 릴스 등에서 ‘지금 무슨 노래 듣고 계세요?’의 뒤를 이을 질문으로 꼽히고 있어요. 인기 유튜브 채널인 ‘피식대학’에서도 패러디할 정도니, 하나의 밈으로 떠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해당 채널은 길거리에서 화제성을 모을 수 있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간단한 자기소개와 자신의 외모를 평가할 수 있는 질문 몇 가지를 던지는 방식이에요.
🎤 자신의 외모를 평가한다면 10점 중 몇 점?
🎤 10억 받고 얼굴 랜덤 돌리기vs그냥 살기
🎤 인스타 공개 가능하신가요?
처음에는 수줍어하던 인터뷰이도, 질문에 답하며 조금씩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게 이 인터뷰의 매력으로 통하고 있어요.
포인트 1. 구체적인 수치를 활용해 질문하자!
이 질문에서 눈여겨볼 점은 바로 ‘10점 만점에 n점’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활용해, 인터뷰이가 답하기 편한 질문을 만들었다는 것이에요. 만약 ‘내 외모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요?’처럼, 기준을 정해두지 않았다면 빠른 대답이 나왔을까요? 아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감이 잘 오지 않았을 거예요.
💬“나의 패션 레벨은 10점 중 몇 점?”(유튜브 온더룩패션)
패션 유튜브 ‘온더룩패션’은 패션 꿀팁과 신상 소개 등, 흔히 패션 유튜브 하면 떠오르는 여러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어요. 길거리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본인의 패션에 대해 인터뷰하는 ‘패션 레벨 테스트’ 콘텐츠도 마찬가지입니다. 길거리에서 만난 일반인에게 본인의 패션에 대해 소개해달라고 이야기하죠. 하지만, 이 인터뷰의 진행 방식은 일반적인 것과 다릅니다. 한번 살펴볼까요?
🎙 패션 레벨 테스트 진행 방식
1. 인터뷰이에게 묻는다. “본인 패션은 10점 중 몇 점인가요?”
2. 인터뷰가 끝나면, 인터뷰이에게 동의를 구하고 사진을 찍는다.
3. 다음 인터뷰이에게 묻는다. “본인 패션은 10점 중 몇 점인가요?”
4. 그리고, 이전 인터뷰이의 사진을 보여주며 묻는다. “이 패션은 10점 중 몇 점인가요?”
5. 1~4를 계속해서 반복한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눈치채셨나요? 인터뷰이에게 본인의 패션에 대해 ‘10점 중 몇 점?’이라고 물어보는 건 같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아요. 본인의 패션에 대한 자신의 관점과 남의 관점을 함께 보여줍니다. 자신의 평가와 타인의 평가가 엇갈리는 부분이 영상의 킬링 포인트로 꼽히기도 해요.
포인트 2. 질문에 변주를 주어 서브 콘텐츠를 챙기자!
나에 대해 설명하는 ‘자체 평가’라는 콘텐츠 하나로 그치지 않고, ‘패션을 보는 관점의 차이’라는 서브 콘텐츠를 챙겨 갔어요. 가끔 평가가 엇갈릴 때 나오는 웃음은 덤이고요. 이처럼 자체 평가 유형에 변주를 주어 두 가지 콘텐츠를 얻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2️⃣내가 제일 잘나가, 전문성 어필
조금 올드하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죠. (어쩌면 강아지도…)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인이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질문하며, 자연스럽게 어필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준다면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요?
이처럼 일반인이 본인의 실력을 뽐낼 기회도 함께 만들어 주는 길거리 인터뷰는, 예전부터 유튜브나 인터넷 방송에서 자주 쓰이던 소재였어요. 노래를 잘 부르거나 춤을 잘 추는 일반인을 즉석에서 모집해, 실력을 보여준 후 인터뷰를 진행하는 방식이지요. 그런데, 요즘은 춤이나 노래 같은 예능이 아니라 무려 ‘공부 실력’을 어필하는 유형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데…! 과연 사실일까요?
💬”정답 시 5만 원입니다!”(유튜브 미미미누)
바로, 1020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유튜버 미미미누가 제작한 콘텐츠, ‘길거리 수학 챌린지’입니다. ‘5수 끝에 고려대학교 간 유튜버’로 유명한 미미미누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부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진행합니다. 그 중 인기 콘텐츠는 바로 길거리 수학 챌린지 대치동, 목동 등 학군으로 유명한 장소의 길거리 한복판에서 어려운 수학 문제에 도전하는 방식이지요. (정답 시 5만 원💰)
그리고, 해당 문제에 도전한 학생들과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학교와 성적부터 공부 스타일, 진로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해 물어보며 인터뷰이의 뛰어난 역량을 어필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죠.
포인트 3. 인터뷰이의 캐릭터를 잡고, 다그치기보다는 다독여 주자
앗! 만약 문제를 틀리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누군가 문제를 틀릴 때, MC인 미미미누는 구경하던 학생들이 ‘괜찮아’를 외치도록 유도해요. 찍었는데 맞힌 학생에게는 ‘운도 실력이다’라며 칭찬하고요. MC가 인터뷰이의 캐릭터를 잡아 주고, 잘 반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는 부분이에요.
인터뷰의 핵심은 질문이지만, 과연 질문 하나만으로 인터뷰의 성공을 노릴 수 있을까요? 인터뷰는 현장뿐만 아니라 기획도 중요한 법! 잘 된 기획 하나가 현장에서의 변수를 줄이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인터뷰를 만들 수 있어요. 인터뷰 기획 시 고려해야 할 디테일, 과연 뭐가 있을까요?
흔히 일반인 대상 인터뷰를 ‘길거리 인터뷰’라고 말하지만, 실제 영상을 업로드할 때 ‘길거리’라고만 제목을 붙이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유명한 무언가가 있다거나, 특정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00의 상징’과 같은 수식어를 붙이며 인터뷰 장소를 강조하는 모습을 더 많이 봤을 거예요.
💬”서울대 몇 등급으로 합격했나요?” (유튜브 진학티비)
‘우리나라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모인 대학교’라는 이미지를 가진 서울대학교에 가서, 서울대생들에게 상식 테스트, 합격 등급 등 지식과 관련된 질문을 하는 게 대표적인 예시라고 볼 수 있겠죠.
서울대학교는 ‘한국 최고의 대학’이라는 상징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상징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앞서 이야기했던 길거리 수학 챌린지가 교육열로 유명한 동네에서 진행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지요.
포인트 4. 상징성이 있는 장소에서 인터뷰를 진행해 보자!
00로 유명한 곳, 혹은 특정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처럼 ‘상징성이 있는 장소’로 인터뷰 장소를 택하는 건 어떨까요? 해당 장소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는 타겟의 호기심을 대신 충족시켜줄 수 있을 거예요.
2️⃣컨셉 설정
바야흐로 컨셉팅의 시대입니다. 이제는 단순히 ‘잘한다’말고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죠. 평범한 인터뷰에서 벗어난, 색다른 컨셉으로 차별화를 두는 사례도 많아졌어요.
💬”혹시 솔로인가요?”(유튜브 스튜디오 룰루랄라 디랩 – SLLDLAB)
TVN 예능 <지구오락실>과 유튜브 ‘피식대학’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개그맨 이은지가 단독으로 진행하는 웹예능이 있습니다. 바로 ‘헌팅걸’인데요, 술집에서 20대 남녀를 헌팅해 매칭을 성사시키는 방식이에요. 해당 예능은 ‘헌팅 의뢰를 받는다’는 컨셉으로, 술집을 돌아다니며 인터뷰이를 섭외해요.
매칭을 위해 처음 보는 사람에게 냅다 ‘솔로인가요?’라고 물어보고, 애인이 있거나 결혼을 했다고 하면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컨셉에 충실한 MC 이은지의 리액션도 몰입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매칭이 성사되면 두 남녀의 만남과 데이트 과정을 지켜보는데요, 일반인 인터뷰 콘텐츠에 요즘 유행하는 짝짓기 예능의 포맷을 추가했다고 볼 수 있겠죠.
💬”산타 할아버지한테 선물 뭐 받고 싶어요?”(유튜브 JAYKEEOUT)
우리가 ‘인터뷰’하면 생각나는 일반적인 이미지를 바꾸는 것도 좋아요. 대부분의 인터뷰에서 질문은 어른이 합니다. 어른이 어른을 인터뷰하거나, 어른이 어린이를 인터뷰하죠. 하지만 유튜브 ‘JAYKEEOUT’은 이를 거꾸로 활용해, 어린이가 어른을 인터뷰하는 컨셉으로 영상을 찍었어요. 해당 영상은 146만 회에 이르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아이가 너무 귀엽다’라는 코멘트가 쏟아졌어요.
포인트 5. 컨셉을 잡을 거면 확실하게
일반인 인터뷰 콘텐츠가 점점 늘어나는 시장에서는 차별화되는 확실한 컨셉을 잡는 게 중요해요. 인터뷰와 아예 관련이 없어 보이는 다른 프로그램의 포맷을 결합하거나, 역으로 MC에게 질문을 던지는 등 기존의 틀을 살짝만 비틀어 보는 거예요. 컨셉을 수행하는 MC의 과몰입과 뻔뻔함이 가미된다면 더 좋겠죠?
화려하고 빛나는 연예인의 이야기보다, 일반인의 짧은 인터뷰가 흥하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내가 발 붙이고 있는 현실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 거예요. 일반인 인터뷰가 흥하려면 바로 이러한 ‘현실’을 잘 공략해야 합니다. 모두가 궁금하지만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는 ‘현실 궁금증’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질문을 하거나, 내가 겪고 느꼈던 ‘현실 경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주제를 잡는 게 방법이 되겠죠.
또, 타겟을 뾰족하게 잡아서 그에 맞춘 인터뷰를 기획하는 것도 좋아요. 특정한 직업군이나 연령대 등 타겟의 범위를 좁히고,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선망의 대상이 되는 장소 등을 생각하며 인터뷰를 기획해 보는 건 어떨까요?
*외부필진이 기고한 아티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