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콘텐츠의 문법을 바꾼 회사 [메타코미디 인터뷰]

유튜브 콘텐츠의 문법을 바꾼 회사 [메타코미디 인터뷰]


모든 이야기는 ‘‘에서 출발합니다.

이야기를 만들고, 그 안에 역할을 세운 뒤, 그 역할에 어울리는 인물을 찾습니다.

영화든 드라마든 예능이든, 콘텐츠를 만드는 기본적인 규칙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메타코미디는 조금 다릅니다.

이야기보다 사람을 먼저 보죠.

그 사람이 뭘 잘하는지 보고, 가장 잘 놀 수 있는 판을 짭니다.

재능에서 출발해 세계관으로 확장하는 구조.

한 사람의 캐릭터는 IP가 되고,

IP는 견고한 기반이 되어 모든 콘텐츠를 지탱하는 세계관으로써 그 영역을 점차 넓혀갑니다.

수년간 유튜브 판에서 굵직한 히트작을 만들어온 메타코미디의 방식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메타코미디 Meta Comedy
정영준 대표 CEO
크리에이티브 매니지먼트팀 김성구 리드 Lead
서울 메타코미디 사옥, 2026년 2월 12일

상상을 콘텐츠로, 획을 그려 나가다

ㅡ 메타코미디라는 회사를 소개할 때 스튜디오나 에이전시가 아닌 ‘레이블’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제작사나 소속사와는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어떤 회사라고 보면 될까요?

한마디로 ‘코미디를 만드는 집단‘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여기서 만든다는 게 단순히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코미디언이라는 아티스트를 중심에 두고 그 주변에 필요한 밸류 체인을 함께 설계하는 구조에 가깝죠.

그 기반에는 상상력이 있습니다. 이 아티스트가 5년, 10년 후에 어떻게 될지에 대한 상상, 그러려면 회사가 어떤 도움을 줘야 하는지에 대한 상상, 그로 인해 콘텐츠가 어떻게 확장될지에 대한 상상. 이런 상상들을 같이 만들어가는 매니지먼트 조직이 AM(Artist Management), BM(Business Management), CM(Creative Management)입니다.

ㅡ 그중 CM, 크리에이티브 매니지먼트팀 콘텐츠 기획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수행하는 업무는 함께하는 아티스트나 제작하는 콘텐츠에 따라 매번 달라지겠지만, 본질은 아티스트와 매니저의 관계입니다. 아티스트가 하고 싶어 하는 코미디를 콘텐츠로 잘 구현할 수 있도록 보조하고, 최종적으로는 슈퍼스타가 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커리어를 설계하는 기획자예요.

기획(企劃)에서의 ‘획’은 ‘그림 화(畵)’와 ‘칼 도(刀)’를 함께 담고 있어요. 즉 기획자는 날카롭게 선을 그어가며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티스트가 영상 드라마 시리즈를 만들고 싶다고 하면 드라마 작가처럼 IP 제작에 참여해요. 공연을 하고 싶다고 하면 공연 기획이나 PM 역할을 맡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조직들과 필요에 따라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역량도 중요하고요.

ㅡ 콘텐츠 하나를 제작하는 데에도 아티스트를 비롯해 많은 팀들이 관여하게 될 텐데, 여러 조직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 안에서 최종 의사 결정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요?

보통 의사 결정이라고 하면 컨펌을 지칭할 텐데, 저희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구조에 컨펌이라는 단어는 잘 어울리지 않아요. 음악 방송 PD가 특정 가수에게 “이 노래는 다른 가수가 부르는 게 낫겠다”고 말하지 않잖아요. 콘텐츠 제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보다 연기자는 연기자대로, 연출자는 연출자대로 각자의 역할을 하는 협업 방식이죠.

모든 채널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레이블에서 컨펌 구조는 순효과보다 역효과가 크다는 게 솔직한 판단이에요.

캐릭터가 ‘세계관’을 이루기까지

ㅡ 단건 콘텐츠만으로 관심과 애정을 유지하기는 어렵지만, 콘텐츠 속 캐릭터들이 하나의 세계관을 이룰 때 그 생명력이 연장되곤 하죠. 특히 메타코미디의 콘텐츠는 여러 캐릭터가 겹치며 시리즈처럼 다양한 IP를 구축해 확장되는 구조로 보입니다.

우선 모든 IP는 끊임없는 관찰과 공감에서 나옵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말투, 행동 패턴, 복장 같은 것들을 코미디언과 함께 자주 이야기하고 테스트해 콘텐츠로 만들어요. 실제로 명절 어른들의 잔소리 같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다가 탄생한 것이 〈한사랑산악회〉였고요. 부캐와 세계관 열풍은 코로나 시절 사람들의 분리된 일상, 당시 유행했던 ‘마블’ 콘텐츠 세계관 같은 흐름이 영감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이런 콘텐츠 IP들이 서로 연결되며 만들어지는 세계관도 중요하지만, 사실 회사 자체가 세계관을 갖는 것도 중요합니다. 팬들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를 궁금해하는 구조가 필요해요. 연예인들이 토크쇼에서 말하는 연습생 시절 에피소드에 관심이 가는 것처럼요. 메타코미디도 창업 초기부터 코미디언끼리의 만남이 궁금하게 만들고자 했고, 이런 목적으로 만든 게 〈메타코미디클럽〉이었습니다.

ㅡ 그런데 어떤 IP는 세계관 안에서 더 깊게 엮이고, 어떤 IP는 비교적 빠르게 독립하기도 합니다. 그 방향성은 어떻게 결정되나요?

첫째는 대중의 판단, 둘째는 창작자의 도전 욕구에 달려 있습니다. 아무리 노래가 좋아도 한 곡만 계속 듣지는 않잖아요. 이처럼 콘텐츠가 사랑받을 수 있는 수명을 고려해요. 지금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흐름에 이어 박차를 가할 것인지, 혹은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할 타이밍인지 기획자로서 냉정하게 판단합니다.

방송국에서는 그 새로운 시도가 ‘파일럿’ 형태로 이루어지곤 했죠. 정규 편성 전에 테스트로 몇 편만 제작 및 방영해 반응을 살펴보는 방식으로요. 하지만 유튜브 콘텐츠는 발 빠른 기동력과 실행력이 특징인 만큼 이런 도전 과정이 파일럿이라는 단어를 쓰기 민망할 정도로 계속돼요. 기획 단계에서 재미있을 것 같았지만 막상 찍었더니 의도와 다를 때, 혹은 제작 과정에서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는 바로 다른 방향으로 틀어서 도전해 보기도 합니다.

재능이 곧 경쟁력인 시장

ㅡ TV에서 유튜브로, 미디어의 중심이 되는 플랫폼이 변화하며 코미디 시장은 어떻게 달라졌다고 보시나요?

예전에는 방송사 공채 시스템이 있었고, 배우를 ‘공채 탤런트 몇 기’라는 말로 지칭하는 것이 흔했어요. 배우를 키워내고 매니징하는 조직이 방송국 안에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이런 인프라가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즉 사기업으로 넘어와 자리 잡은 지도 벌써 오랜 시간이 흘렀죠.

코미디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미디언을 배양하고 키워내는 역할이 방송사에서 사기업으로 넘어왔어요. 그리고 앞으로는 회사뿐 아니라 개인이 직접 스스로를 프로모팅하는 경우도 훨씬 많아질 거라고 봅니다. 유튜브나 틱톡 같은 뉴미디어가 그 통로가 되고 있고요.

ㅡ 개인 크리에이터의 규모가 많이 커지면서 유튜브 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죠. 이런 환경에서 메타코미디만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 알려지지 않은 재능들을 발굴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드라마나 예능 등 콘텐츠를 만들 때 일반적으로 기획을 먼저 짜고 그에 어울리는 연기자를 찾죠. 하지만 메타코미디 콘텐츠는 반대예요. 아티스트가 고유하게 가진 재능에서 출발해 기획을 발전시키는 방식이 저희의 접근 방식입니다. “이 사람은 이걸 잘하네? 그럼 이 재능을 더 잘 보이게 할 수 있는 콘텐츠는 뭘까?”하는 상상력이 필요하죠.

말하자면 큰 그림을 정해놓고 퍼즐을 맞추는 방식이 아니라, 재능이라는 조각에서 출발해 그림을 만들어 가는 구조인 셈입니다. 물론 실제 콘텐츠에서 그 재능이 사람들에게 와닿아야만 좋은 결과로까지 이어질 수 있지만요.

ㅡ 그렇다면 좋은 결과를 낸 콘텐츠는 어떻게 판단하시나요? 콘텐츠의 성공을 측정하는 지표가 궁금합니다.

가장 기본이면서 유효한 지표는 아무래도 구독자 수조회수겠죠. 이 두 가지를 놓치면 다른 비즈니스 요소들까지 제대로 보기가 어려워지기도 하고요.

이런 것들이 유튜브 안에서의 정량적 지표라면, 최근에는 유튜브 밖에서 콘텐츠가 퍼져나가는 파급력도 중요하게 보고 있어요. TV 시절에도 방영 이후 언론 기사가 얼마나 나오는지로 사람들의 반응을 가늠했잖아요. 지금은 그 역할을 하는 채널들이 훨씬 다양해졌어요. 인스타그램에서 흔히 ‘매거진’이라고 부르는 파워 채널들처럼요. 이런 곳들에서 얼마나 자주, 어떤 맥락으로 다뤄지는지를 눈여겨봅니다.

그리고 유튜브의 채널 멤버십 같은 기능도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미디어에서의 언급량이 대중 기반의 확산 지표라면, 멤버십은 팬덤 확장을 보여주는 지표거든요. 유튜브가 앞으로 만들어낼 새로운 기술들을 생각하면 이런 종류의 지표들은 더 다양해지겠죠.

더 널리 닿는 코미디를 만들기 위해

ㅡ 아무리 미디어가 빠르게 변화한다고 해도 모든 플랫폼을 다 커버할 수는 없을 텐데요. 메타코미디는 어떤 기준으로 플랫폼을 선택하고 있나요?

모든 변화는 기회이자 위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맞춰야 할 변화의 흐름에는 따르되, 흘려보낼 것은 과감히 흘려보내는 선택과 집중이 더 중요하죠. 예컨대 플랫폼 자체의 규모보다 플랫폼과 장르 사이의 궁합을 먼저 보는 것처럼요.

이런 맥락에서 틱톡은 주도적으로 도전하지 않고 있습니다. 코미디는 플랫폼을 선점하기에 유리한 장르는 아니고, 보수적인 플랫폼을 택했을 때 최적의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틱톡은 전 세계적으로는 광범위하게 사용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주요 유저층이 한정적이죠.

ㅡ 지금까지는 영상 기반 플랫폼을 주축으로 성장해왔다면, 앞으로 더 확장하고 싶은 영역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근 참여형 연극 〈슬립노모어(Sleep No More)〉가 뉴욕에서 공전의 히트를 치고 한국에서도 흥행한 것, ‘경찰과 도둑’ 같은 이벤트들이 주목받는 흐름을 보면서 체험형·전시형 콘텐츠에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영상 콘텐츠가 여전히 1순위인 건 달라지지 않겠지만, 온라인이 포화되면서 오히려 오프라인이 다시 부각되는 흐름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런 체험형 이벤트들을 코미디의 문법으로 해석하면 어떤 그림이 나올 수 있을지를 지금 열심히 고민하고 있어요.

조금 더 넓게 보면, 재능을 가진 사람이 콘텐츠와 브랜드를 만들고 나아가 플랫폼까지 직접 구축하는 흐름이 앞으로 더 빨라질 거라고 봐요. 일본 개그맨 콤비 ‘다운타운’이 OTT 플랫폼 ‘DOWNTOWN+(ダウンタウンプラス)’를 직접 만든 것처럼, 사람을 중심으로 하나의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구조가 한국에서도 본격화될 겁니다.

그런 재능을 누구보다 먼저 모으고 키워내기 위해 최근에는 ‘메타코미디 아카데미‘를 설립하기도 했죠. 메타코미디는 재능에 가까울수록 유리해지는 시장에서 그 재능을 발굴하고 키워나가는 역할로 포지셔닝해 나갈 겁니다.

🎙 Editor’s Comment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지만, 트렌드 변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면서 콘텐츠를 업으로 삼는 것이 점점 더 험난해지는 듯 합니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없어서 못 판다던 ‘두쫀쿠’가 이제 남아돈다고 하는 것처럼요.

메타코미디는 그 속도에 맞서는 대신 속도에 영향받지 않는 것을 먼저 찾았습니다. 트렌드가 아니라 사람의 재능에서요. 재능에서 캐릭터가 나오고, 캐릭터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하나의 세계관을 이룹니다. 트렌드는 유효기간이 있지만 세계관은 새로운 콘텐츠가 나올 때마다 더 단단해지죠.

결국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서도 메타코미디가 계속해서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흔들리지 않는 메타코미디만의 철학이 기반에 있기 때문입니다. 변화에 휘둘리지 않는 경쟁력이 필요한 지금. 내 일에서 결코 변하지 않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먼저 찾아보면 어떨까요?

수수 아바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