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미디어가 트렌드를 선도하고, 소비의 아이콘이 되자 업계의 숙제는 우리 브랜드를 대변할 인플루언서를 찾는 것이 되었습니다. F&B 브랜드라면 먹방 크리에이터를, 코스메틱 브랜드라면 뷰티 크리에이터와 협업하는 것이 해답이라고 여겨졌죠. 인플루언서 팬덤과 브랜드 타깃층이 유사하다 보니 입지를 확고하게 다질 수 있고, 브랜드 메시지를 친근하게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굳건해 보였던 이 흐름에 새로운 기류가 피어 올랐습니다. MZ세대가 브랜드와 어울리지 않는, 아니 어울릴 줄 몰랐던 그림에 호응을 보내면서요. 이들은 의외의 포인트에 반응합니다. 밀가루 회사와 이색 콜라보를 선보인 편의점 맥주가 불티나게 팔리는 것처럼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만남은 오히려 바이럴 포인트를 자극, 대세감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최근 하나생명은 모바일 케어 서비스 앱 ‘원큐라이프체크’를 선보였는데요. 해당 서비스는 모바일에 익숙하고, 다양한 라이프케어 서비스 활용에 능숙한 보험 가입 잠재 고객인 밀레니얼 세대가 타깃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나생명의 기존 고객층은 보험상품 가입률이 높은 중장년층이었죠. 때문에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했어요.
업종 특성상 캐주얼한 이미지로 브랜딩하기 쉽지 않았으나, 뮤직 크리에이터 ‘오땡큐’와의 협업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는 주로 유명인이나 영화 캐릭터의 분위기를 곡으로 풀어내며 구독자 20만 명을 달성했는데요. 뛰어난 작곡 실력과 트렌디한 멜로디라인을 자랑하는 싱어송라이터로 탄탄한 매니아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생명과의 만남 역시 힙했죠.
브랜드송이라 하면 보통 브랜드명을 반복해서 가사로 담는 후크송이나 완성된 곡을 부르는 뮤직비디오를 떠올리기 십상인데요. 이 콘텐츠는 사뭇 다릅니다. 반복적인 가사보다는 세련된 멜로디가 주(主)이며, 영상은 곡의 제작 과정을 담고 있죠. 오땡큐는 앱을 사용하는 모습뿐만 아니라, 떠오르는 영감을 멜로디 요소와 가사로 넣는 작업을 보여주었는데요. 단순 CM송 뮤직비디오보다 하나의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로 보이게끔 기획, ‘CM송이 이렇게 힙할 수 있나’라며 우호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CJ대한통운의 공식 유튜브 채널 <택배와따> 내 ‘왓츠인마이박스’(what’s in my box) 시리즈는 출연진의 근황과 함께 내돈내산 택배 목록을 공개하는 브랜디드 콘텐츠입니다. 화제성이 높은 인플루언서가 출연하며 팬덤이 유입되고, 유튜브 쇼츠를 활용한 예고편으로 기대감을 높이므로 매회 높은 인터랙션을 기록하죠.
최근 눈에 띄는 영상은 1인 미디어 플랫폼 아프리카TV 게임BJ ‘릴카’의 회차입니다. 그는 유튜브 구독자 수 110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2022년 1월 기준) <택배와따>는 그 인기를 고스란히 흡수하고자 했습니다. 릴카가 자체 채널 외에 출연하는 경우가 드물어 해당 콘텐츠는 신선한 떡밥을 던져주었죠. 쇼츠로 예고편을 공개하며 더 많은 팬덤을 유입할 수 있었습니다. ‘릴카 프랑스어 발음에 치이고 미모에 치인다’며 덕질 포인트를 잘 공략했거든요.
브랜드와 접점이 없는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은 노출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인플루언서가 출연한 브랜드와 색깔이 다른 만큼 그의 팬덤도 브랜드와 접점이 없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위 사례를 대입해볼까요. 게임BJ인 릴카의 팬들은 게임 브랜드에 대해 익숙하겠지만, 공통의 관심사가 아닌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개인마다 편차가 클 것입니다. CJ대한통운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시청자에게도 확실히 각인할 수 있다는 말이죠.
여러분이 관광·숙박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라면 어떤 인플루언서에게 홍보를 맡기실 건가요? 이미 대부분이 그러하듯 여행/일상 분야 크리에이터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입니다. 누구보다 우리 시설을 고급스럽고, 감성적으로 소개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지난여름, 한화호텔&리조트는 이 관념을 뒤집고 맛집 소개 크리에이터 지뉼랭가이드와 협업했습니다. 그는 유명한 맛잘알(맛을 잘 아는 사람)로, 주로 숨은 맛집이나 가성비 맛집을 소개하는데요. 그의 콘텐츠는 여타 호텔과 차별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바로 ‘맛집’으로서 한화리조트로 말이죠. 단순 여행이 아닌 먹방 여행으로 콘셉트를 잡고, 한화리조트 부산지점 내 뷔페부터 조식, 카페, 파인다이닝까지 맛집과 함께하는 ‘가성비’ 호캉스 루틴을 선보였습니다.
그의 콘텐츠는 전문적인 설명으로 인해 광고보다는 진정성 넘치는 추천처럼 느껴지는데요. 이는 실제 댓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산여행 가서 맛집 돌아다니느니, 한화리조트에서 다 해결하는게 훨씬 낫겠다”, “좋은 정보다”, “리뷰가 영양가 있어 알고리즘에게 감사하긴 처음이다” 등 광고 콘텐츠를 유용한 정보로 인지하고 있죠. 결과적으로 한화리조트는 ‘가성비 호텔’, ‘맛집’으로도 포지셔닝을 성공한 셈입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핵심 포인트는?
의외성이 두드러지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주 목표는 타깃 확대에 있습니다. 팬덤이 곧 콘텐츠 시청자가 되기 때문에 자연스레 접점을 형성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우호적으로 각인할 수 있고요. 실질적인 고객으로 유입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가령 라이프케어 앱이나 보험상품을 불필요하게 여겼던 이는 오땡큐의 브랜드송을 들으며 해당 앱을 긍정적으로 인지했을 겁니다. 한화리조트가 고급스러운 줄만 알았던 이는 지뉼랭가이드의 콘텐츠를 보고 ‘가성비’, ‘친근함’을 느꼈을 테고요. CJ대한통운은 릴카 팬들의 마인드셰어를 선점했습니다. 뻔하지 않기에 신선한 접점. 새로운 고객을 부르고 대세를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