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가 모이는 온라인 탑골공원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앗, 그 전에 ‘온라인 탑골공원’에 대해 먼저 설명해야겠네요. 탑골공원은 서울에 존재하는 공원으로, 노인들이 모이는 곳으로 유명해요. 그런데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니, 도대체 어떤 곳일까요?
바로 2019년에 런칭한 SBS 공식 유튜브 채널인, ‘스브스뉴트로’이에요. 케이팝과 탑골공원? 생소한 조합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도 있으시겠지만, 이 채널은 중장년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어요. 자사 음악방송인 ‘인기가요’의 1990~2000년대 방영분을 24시간 내내 재생하는 유튜브 스트리밍으로요! 스트리밍 영상에 모인 중장년층은 실시간 댓글로 그 시절 추억을 공유했고, 네티즌들은 이러한 상황을 ‘온라인 탑골공원’이라고 불렀답니다.
이후 ‘00의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말은, 00세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모여 옛날을 그리워하는 상황을 뜻할 때 사용되고 있어요. 그런데 여기, 중장년층뿐 아니라 Z세대가 모이는 온라인 탑골공원도 있다고 해요. Z세대의 온라인 탑골공원은 어디일까요? Z세대는 어떤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을까요?
Z세대의 온라인 탑골공원은 바로 ‘가슴 뭉클해지는 투니버스 리즈시절 만화 주제가 모음’이라는 이름의 유튜브 영상이에요. 투니버스는 <명탐정 코난>, <달빛천사> 등 2000년대를 주름잡은 애니메이션을 방송하던 TV 채널입니다. 사실상 Z세대의 어린 시절을 책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다 큰 성인들이 갑자기 웬 투니버스?’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해당 영상의 댓글 창을 열면, 이제는 어른이 된 Z세대가 모여 애니메이션을 보던 어릴 적 그때를 추억하고 서로 위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아무 걱정 없이 애니메이션 보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이 시절이 너무 그립다’는 댓글이 주를 이루고 있지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특히 지금 젊은 세대들은 어려운 현실에 놓여있기 때문에 고민이 없었던 시절의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는 애니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본다”고 이야기했어요.
Z세대는 학교 입학부터 졸업, 취업 준비 등 왕성하게 사회 활동을 해야 할 순간에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세대예요. 이때 느꼈던 불안함과 힘듦을,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콘텐츠를 소비하며 해소하고 위로받는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인지, 이러한 Z세대의 현상을 의식한 콘텐츠나 상품도 많이 나오고 있어요. 지난 3월, 인기 예능 <놀면 뭐하니?>가 보이그룹 ‘틴탑’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 것, 기억하시나요? 틴탑의 히트곡 중 하나였던 ‘To you’를 유재석과 멤버들이 함께 커버하는 등, 생각보다 길고 비중 있는 프로젝트였어요.
그런데, 여기서 깜짝 퀴즈! 틴탑은 언제 데뷔했을까요? 바로, 2010년입니다!
놀랍게도 틴탑은 데뷔한 지 13주년이 된 아이돌입니다. 게다가 콜라보 곡이었던 ‘To you’는 2012년에 발매한 곡이었고요.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처럼 음원차트에서 역주행한 곡도 아니었는데, 왜 데뷔한 지 13년이나 지난 아이돌과 함께 11년 전 곡으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을까요? 바로 틴탑이 ‘Z세대의 어릴 때를 떠올리게 하는 아이돌’이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놀면 뭐하니>의 공식 유튜브 댓글을 보면, ‘내 어릴 적을 책임져 준 아이돌인데 다시 봐서 좋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어요.
이처럼 꼭 최근에 유행하는 아이템뿐 아니라,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Z세대의 추억을 자극하는 아이템을 활용하는 것도 Z세대를 타겟으로 한 하나의 마케팅 전략이 될 수 있는데요. 이번 아티클에서는 애니메이션이나 케이팝 가수 외에도, 그 시절 Z세대라면 무조건 반응할 수밖에 없는 여러 아이템을 소개해 볼게요.
1. 니가 내 별이다! ‘인소’를 아십니까?
인소는 ‘인터넷 소설’의 줄임말로, 말 그대로 인터넷에서 연재하는 소설을 뜻해요. 인소의 작가와 독자는 대부분 10대였는데, 그래서인지 하이틴 로맨스가 주를 이뤘죠. 다음은 실제로 인기를 끌었던 인소 <하루만사랑해>의 대사 중 일부예요. 한번 읽어 볼까요?
”언제부터 나 기다린거야?”
”1분”
”거짓말”
”5분”
”내가 바보냐? 언제부터 기다린거냐구!”
”신호등이 182번 바뀔 동안…”
혹시, 이런 표정을 짓고 계신가요?😅 물론, 지금 보면 유치하고 오글거리게 느껴질 거예요. 하지만 그때 학생이었던 Z세대에게는 인기 드라마 대사보다 더 임팩트 있었던 ‘인소 명대사’로 통했답니다. 이러한 ‘인소 명대사’들은 저장하고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짤’로도 생산되었어요. 당시에 인기가 많았던 얼짱의 사진 혹은 감성 사진과, 인소 속 대사를 합치면 간단하게 완성!
Z세대에게 인소가 얼마나 대중적인 콘텐츠였는지는 유튜브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올해 초, 유튜브 크리에이터 ‘사내뷰공업’은 2010년을 살아가는 Z세대 중학생 ‘황은정’(1996년생이라는 설정)의 일상을 담은 가상의 다큐멘터리 ‘다큐 황은정’을 만들었는데요. 진짜 2010년에 만든 게 아닌가, 싶은 뛰어난 현실고증으로 호평받았지요.
마지막 편<인터넷 소설에 푹 빠진 은정이>에서는 전자사전으로 인소를 보며 오열하는 은정이의 모습이 담겼는데, Z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냈어요. 인소에 울고 웃던 자신의 추억을 떠올리거나, 명대사를 패러디하는 댓글이 많은 좋아요 수를 받았고요.
2. 세계서열 1위 엑소 오빠들이 나를 좋아한다고? ‘카스썰’에선 가능해!
카카오스토리 아는 사람? 지금은 ‘엄마아빠가 사용하는 SNS’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2013~2015년 카카오스토리는 10대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SNS였어요. 이때 주 이용자인 1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놀이문화가 있었는데, 바로 ‘카스썰’입니다.
원래 카스썰은 댓글로 자신이 경험한 연애, 빌런, 공포 등 다양한 종류의 ‘썰’을 이야기하는 문화였어요. 그러나 2013년 여름부터 보이그룹 ‘엑소’가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엑소’의 멤버들과 가상의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로맨스 소설이 늘어났는데요, 앞서 말한 단순한 일상 경험 공유에서 팬픽으로 변화했다고 볼 수 있겠죠.
카스썰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가상 카카오톡 대화 형식’을 사용한다는 점이에요. 카스썰은 댓글로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형식이에요. 그럼 댓글이 달리는 글에는 단순히 카스썰의 제목만 적고 끝날까요? 당연히 아니죠! 위의 사진처럼, 해당 썰의 내용 일부를 가상 카카오톡 대화로 만들어 제목과 함께 첨부했어요. 본인이 연재할 카스썰이 어떤 내용인지에 대해 살짝 알려주는, 일종의 ‘티저’라고 할 수 있겠죠.
인소와 마찬가지로, 카스썰의 창작자와 소비자들은 10대 학생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래서인지 맞춤법도 많이 틀리고, 무려 ‘세계서열 1위(!)’라는 설정이 등장하는 등 유치하고 오글거리는 면이 많았죠. 이러한 점이 극대화되어, ‘레전드 카스썰’로 전해져 내려오는 것도 있어요. 바로 포털 사이트에 ‘박찰리’까지만 쳐도 자동완성이 나오는 카스썰, ‘박찰리찰리’입니다.
해당 카스썰은 그 시절 Z세대 사이에서 서양의 분신사바로 통했던 귀신, ‘찰리찰리’를 소재로 했어요. 예전에 죽었던 여주인공의 남자친구(엑소 멤버 ‘찬열’)가 찰리찰리가 되어 복수한다는 내용인데, 급전개에 맥락 없이 할 말만 하는 대사가 사람들의 웃음 포인트를 자극했답니다. 심지어 여기서 찰리찰리 역으로 등장하는 찬열이 본인도 이 카스썰을 알고 있다고 밝혀, Z세대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어요.
1. 스티커 안 붙이면 죽는 병 걸림
요즘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셀카 꾸미기 스타일에 대해 아시나요? 인스타그램에서 한 번쯤은 봤을 AI프로필, 얼굴만 대면 자동으로 스티커를 붙여주는 인스타그램 필터가 대표적이지요. 하지만 AI도, 인스타그램도 없던 어린 시절의 Z세대는 어떻게 셀카를 꾸몄을까요?
주로 포토샵이나 ‘픽스아트’같은 편집 앱을 활용해 직접 스티커를 만들어 붙였어요. 인터넷에는 자신이 만든 픽스아트 스티커를 공유하거나, 스티커 만드는 법과 관련된 글이 인기를 끌었고요. 그중에서 가장 많이 활용했던 건 노이즈 낀 삼각형을 얼굴에 붙이거나, 코 부분에 낙서를 하는 방식이었어요. 이른바 ‘싸이월드 보정법’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지요. 지금 보면 ‘저게 뭐지?’싶지만, 그 당시 중고등학생들의 눈에는 정말 예뻐 보였답니다. (🍠: 중학생이었던 Z세대 에디터의 눈에도요…)
앞서 이야기했던, 사내뷰공업이 만든 가상의 캐릭터 ‘황은정’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들이에요. 그 시절에 유행하던 보정법을 완벽하게 재연한 이 사진들을 보며, 많은 사람이 ‘혼자만 타임머신 타고 갔다 왔냐’, ‘나도 저랬는데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며 그 시절 보정 방식에 대해 공감했어요.
2. Y값 100%농도의 황사필터
요즘은 색 있는 필터를 쓰지 않고, 기본 카메라로 찍은 후 자연스럽게 보정하는 ‘기본 카메라 감성’이 유행이라면, 2010년대 초중반에는 노란 기가 도는 셀카 필터가 유행했어요. 굳이 Z세대의 옛날 사진첩을 뒤질 필요 없이, 2010년대 초중반에 활동했던 연예인들의 셀카만 찾아봐도 노란 필터의 인기를 알 수 있답니다. 그 시대에 활동했던 아이돌뿐만 아니라, 요즘 활동하는 Z세대 아이돌의 과거 사진에서도 이 필터를 발견할 수 있어요.
하지만 미적 감각이 바뀌기 시작한 2010년대 후반에는, 노란 필터가 내 아이돌의 미모를 가린다며 ‘황사 필터’, ‘오줌 필터’(…)라는 오명 아래 철저히 외면당했어요. 심지어 ‘오줌 필터 빼는 법’과 같은 보정법이 아이돌 팬들 사이에 꿀팁으로 돌아다니기까지 했답니다.
3. 그 시절 인싸들은 다 이거 했다, 픽스아트 합성배경
2010년대 초중반, 카카오스토리를 중심으로 ‘픽스아트 합성배경’이 유행했어요. 위에서 언급했던 사진 편집 어플 ‘픽스아트’를 이용해 만든 합성배경이에요. 얼굴 없이 몸만 그려 놓은 프레임을 제작해 공유하면, 자신이나 친구, 애인의 얼굴을 합성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얼굴을 합성하는 사람들도 많았답니다.
좌측의 합성 배경에, 걸그룹 레드벨벳의 멤버 ‘예리’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이에요.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귀엽게 합성한 짤이 큰 인기를 끌었답니다.
간단하고 귀여운 그림체이지만, 이 합성 배경은 생각보다 전문적이고 종류가 많았어요. 혼자 쓸 수 있는 1인용, 커플이나 친구끼리 주로 사용하는 2인용, n명까지, 상황에 따른 여러 가지 합성 배경이 등장했답니다. 커플들은 2인용 합성 배경에 자신들의 얼굴을 합성해 SNS 프로필 사진으로 활용했고, 인원이 여럿인 모임에서는 N명용 사진에 얼굴을 합성해 단체 사진처럼 활용했어요.
이 배경 사진으로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소소한 재미는, 바로 그 시절에 유행하던 패션 스타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이에요. 테니스치마, 콧수염 티셔츠, 형광 반바지 등 정말 그때 쇼핑몰에서 인기 상품으로 내놓았던 옷들이라, 보면서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거예요. (🍠: 실제로 그 시절 에디터의 옷장에 다 있던 옷이랍니다…)
오늘 알아본 Z세대의 그 시절 감성, 어떠셨나요? ‘맞아, 저랬어’, ‘그땐 그랬지’라며 공감하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생소하거나 조금 유치하게 느껴질지도 몰라요. 10년이 더 지난 지금의 눈으로 보면 분명 어딘가 어설프고 오글거리는 건 사실이지만, 그게 바로 Z세대가 그리워하는 어린 시절의 감성이 아닐까요? Z세대의 시선을 사로잡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면 이러한 ‘Z세대의 레트로’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지도 몰라요.
*외부필진이 기고한 아티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