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까지 잠이 오지 않을 때 수면 유도를 위한 ASMR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빗소리나,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통해 묘한 쾌감을 느껴보신 경험은요? ASMR은 몇 년 전부터 유튜브에서 핫하게 떠오르는 카테고리로, 마니아층이 특히 강한 콘텐츠인데요.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해 또는 기분 좋은 청각적 자극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ASMR을 찾고 있죠. 마니아층에게만 인기 있던 이 카테고리가 점점 다양한 시청자들에게 노출이 되면서 하나의 대중적인 콘텐츠로 자리 잡게 되었고, 여러 브랜드에서 광고로 활용하기도 했어요.
대표적으로 경동제약의 “그날엔 ASMR”이 있는데요. 광고 속에서 아이유가 속삭이는 듯한 위로 멘트와 함께 제품이 개봉되는 소리를 들려주고 있죠. 바스락거리고 소곤거리는 소리로 편안함을 주며 아픈 나를 위로해 주는 광고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어요. 실제로 위 광고는 그날엔의 유튜브 채널인 ‘그날엔돌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영상이며 약 444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어요.
그런데 최근 ASMR처럼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는 새로운 콘텐츠 카테고리가 눈에 띄는데요. 바로 OSV(Oddly Satisfying Video)과는 과유불급이에요.입니다. 여러분 혹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하면서 다음 광고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바로 명상 앱 Calm의 광고인데요. 광고 속에서는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모션이 나오며 보는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있어요. 이 광고와 같은 영상을 바로 OSV라고 해요.
앞서 언급한 ASMR과 무슨 차이냐고요? 간단히 정의하면 다음과 같아요!
· ASMR은 청각적으로안정감을 주는 콘텐츠
· OSV는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콘텐츠
제목 그대로 광고에서 침대 얘기 안 하는 시몬스가 이번에도 신선한 광고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어요. 시몬스 로고가 정중앙에 박혀있는 거 외에는 브랜드와 관련 있는 요소가 광고에 전혀 등장하지 않는데요. 공이 굴러가는 모습, 여자들이 발을 첨벙거리는 모습 등 OSV를 광고로 만들어서 보여주었어요. 대체 침대랑 무슨 관련이 있나 싶지만, 자꾸 보게 되는 중독성 있는 영상으로 화제가 되었죠.
시몬스는 광고를 자사 유튜브 채널에도 업로드했는데요. 영상의 제목은 Oddly Satisfying Video. 말 그대로 이상하게 만족스러운 이 비디오는 공개한 지 한 달이 넘어간 지금 무려 약 2,000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어요. 물론 시몬스 브랜드의 영향력도 있지만 OSV가 얼마나 인기 있는 콘텐츠인지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었죠.
이미 외국에서는 OSV가 아주 핫한 영상 카테고리인데요. 인스타그램의 릴스, 틱톡, 유튜브를 하면서 위와 같은 영상 본 적 있으시죠? 슬라임이나 각에 딱 맞게 색을 칠하는 영상, 기계가 딱 맞게 무늬를 찍는 영상 등 해외의 많은 OSV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었어요
OSV가 인기 있는 이유는 불 멍, 물 멍을 좋아하는 이유와 같아요. 단순하고 반복적인 영상을 아무 생각 없이 보면서, 사람들은 편안함을 느끼고 있죠. 특히나 바쁘게 살며 피로감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힐링, 소확행 등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힐링을 주는 OSV 콘텐츠를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답니다.
실제로 시몬스 OSV 콘텐츠의 댓글들을 살펴볼게요. ‘자기 전에 소리만 들어도 평온하다’, ‘바쁜 일정으로 정신이 없었는데 힐링 받고 간다’, ‘티비 광고 보고 찾아왔다’ 등 사람들이 힐링을 위해 시몬스의 OSV 콘텐츠를 찾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이처럼 시몬스의 OSV는 단순히 광고로 사람들에게 일방향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직접 찾아보는 콘텐츠로 성공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시몬스 이외에 다른 브랜드에서는 어떻게 OSV를 광고에 활용하는지 살펴볼게요.
주로 식품 업계에서는 제조 과정을 담은 OSV를 많이 보여주었는데요. 그 첫 번째로 CU의 ‘씨유튜브’는 마카롱이 제조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OSV를 공개했습니다. 해당 영상은 조회 수가 약 161만 회로 ‘씨유튜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상 중 하나예요. 알록달록한 색의 크림이 섞이는 모습, 기계에서 반복적으로 꼬끄를 짜는 모습 등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쾌감을 주고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제조 과정을 공개하며 ‘깨끗한 곳에서 만들어지네요’, ‘하나하나 섬세하게 만들어서 맛이 있었군요’ 등의 댓글이 달리면서 CU의 브랜드 신뢰도 또한 상승하는 효과를 주었어요.
CU에서는 제조 과정을 직접 촬영하여 보여주었다면 맥도날드는 맥머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애니메이션처럼 보여주고 있어요. 맥도날드도 마찬가지로 색감과 반복적인 패턴을 강조했는데요. 재료들의 몽글몽글한 색감과 일정하게 찍히는 계란후라이 등 맥머핀 제조 과정을 보여주었답니다. 특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다 보니 패턴이나 각이 일정하게 딱딱 맞는데요. 이런 점으로 맥도날드의 해당 광고는 기하학적 안정감을 잘 보여줬다는 평과 함께 지난 2019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동상을 받기도 했어요.
앞서 보여드린 제조 과정을 담은 OSV 사례처럼 제품을 완성하는 영상뿐만 아니라 무엇인가 파괴되는 영상도 OSV의 한 종류인데요. ‘Satisfying Crushing’라고도 불리는 이 영상들은 부수면서 만족감을 느낀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뷰티포인트’ 화장품 부수는 영상들이 있어요. 특정 사물이 부서질 때 보이는 이미지와 평소 개인이 하지 못하는 행위를 대신해 준다는 대리 만족에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실제로 한 번쯤은 화장품을 부셔보고 싶지만 아까워서 시도해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뷰티포인트’의 영상들은 묘한 쾌감을 주고 있어요. 화장품들의 색감이 더 화려할수록 섀도우나 립스틱이 더 뭉개질수록 중독성 있는 영상이라고 해요. 물론 사람들은 화장품에 대한 정보보단 쾌감을 위해 해당 영상을 시청하겠지만, 아모레퍼시픽의 제품을 사용하면서 노출이 되므로 간접적인 홍보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CU의 마카롱이나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처럼 직접적으로 내세울 만한 제품이 없는 브랜드에서는 어떻게 OSV를 활용할 수 있을까요?
금융업계는 실물로 보여줄 제품이 없고, 색감이나 질감을 표현할 만한 개체가 뚜렷하지 않죠. 하지만 다소 어렵고 딱딱할 수 있는 금융 전망 콘텐츠를 MZ세대들에게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OSV 콘텐츠는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콘텐츠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금융업계에서는 색다른 아이디어로 OSV를 활용했는데, 바로 ASMR과 OSV를 합했어요!
KB 국민은행은 자사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이색 ASMR+OSV 콘텐츠를 공개했는데요. 바로 진짜 은행에서 들려주는 은행 볶는 소리와 영상입니다. 은행 볶는 것을 보여주는 은행 유튜브라니,, 정말 금융 업계에서만 할 수 있는 재치 있는 콘텐츠인 것 같아요🤣
두 번째 사례는 SC 제일은행의 “돈 꿈 꾸는 밤”이라는 ASMR+OSV 콘텐츠예요. SC그룹의 본사가 영국에 있는 점을 착안해 지독한 컨셉을 보여주었는데요. 영국인 성우가 영어 발음의 ASMR 콘셉트로 리포트를 읽어주고 있고 화면에는 화폐를 세는 모습, 수표인자기에 정보가 인쇄되는 장면, 대여금고에 직원이 출입하는 장면 등 은행 영업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모습을 반복적인 패턴으로 보여주고 있답니다. 정말 보면 돈 꿈을 꿀 것 같은 영상이에요.
OSV가 주는 편안함은 결국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 증진에도 도움이 돼요. OSV를 통해 느끼는 힐링, 만족감이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로 이어지는 것이죠. 따라서 장기적으로 보면 더욱 깊숙한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답니다. 시몬스의 경우엔 광고에서 ‘침대가 편하다’라는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진 않았지만 영상과 소리가 주는 ‘편안함’이 시몬스 침대의 편안함으로 이어지듯이요.
점점 멘탈 관리도 자기 계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명상 앱이나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가 증가하고 있고 따라서 OSV에 대한 관심도는 계속해서 커질 것으로 예상되어요. 브랜드의 화제성과 호감도가 필요하다고요? OSV로 사람들을 묘하게 내 브랜드에 빠지게 해보는 건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