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는 좋은데, 설득하기 어렵다면? 1N년 차 마케터의 보고 꿀팁!

아이디어는 좋은데, 설득하기 어렵다면? 1N년 차 마케터의 보고 꿀팁!

야구팬으로서 응원 구단의 내리 연패를 분해하는 것만큼 마케터로서 내 아이디어의 내리 반려도 분합니다. 반려한 결재자도 원망스럽지만 자신의 보고 능력에 대해서도 의문이 듭니다. 분명 이번 아이디어도 머릿속에서는 기똥찼는데 기획안으로 옮기고 나면 무언가 초라해 보이고, 보고 현장에서는 브리핑하면서도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걱정이 되죠. 내 아이디어 전달력을 높이고, 반려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기안자와 결재자 모두 같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합니다. 아이디어 프리패스를 위해! 동상이몽 방지책 3가지를 대령합니다.

✏️ 동상이몽 방지책 : 이미지 뿌리기

🧑 담당자 : (스누피를 떠올리며) 귀여운 캐릭터 톤으로요~ 이렇게 저렇게요~
👩 팀장님 : (뽀로로를 떠올린다)

‘귀여운 캐릭터’라는 표현에 스누피와 같이 따뜻하면서 섬세한 톤이 떠오를 수 있고, 누군가는 원색의 통통 튀는 3D 뽀로로를 떠올릴 수 있죠. ‘말’의 뉘앙스는 개인의 경험에 따라 다르게 전달되기 때문에 말에만 의지하는 대신, 사용 가능한 전달 도구를 모두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몸짓, 이미지, 노래 등 무엇이든 말이죠. 저희 회사에도 TVC 콘티를 실감 나게 설명하고 싶었던 한 담당자가 TVC BGM을(무려 아이유의 3단 고음) 부사장님 앞에서 열창한 사례가 있어요. 가무에 약한 저는 아이디어 설명을 위한 이미지를 제작하여 전달력을 높입니다. 예전에는 내 아이디어와 적합한 레퍼런스를 찾는데 많은 품을 들였지만 이제는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아이디어 핵심 컨셉, 톤앤매너, 타이틀 등 중요한 요소는 이미지의 도움을 받아보자.

저는 보고서 준비 과정에서 인스타그램 광고 소재도 함께 준비합니다. 내 아이디어를 압축하여 미리 DA 광고 소재를 만들고, 그 소재를 예시로 보여줬을 때 상사의 이해도가 급상승하는 경험이 많았거든요. 광고 소재는 타겟과 핵심 콘셉트, 그리고 톤앤매너까지 압축된 콘텐츠이기 때문에 1천 자가 빼곡히 담긴 보고서보다도 쉽고 빠르게 내 아이디어를 압축해서 보여줄 수 있습니다.

피드나 릴스 사이즈의 단 컷 이미지를 만드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포인트는 ‘내 아이디어는 고객에게 이렇게 보여일 거다’를 결재자에게 보여주는 겁니다. 내 아이디어의 승산 가능성을 결재자가 직접 고객 입장이 되어 느끼게끔 말이죠. 예를 들어, 강아지 뉴스레터 서비스를 기획한다면 뉴스레터 아이디어 설명에 그치지 않고 이 뉴스레터가 고객들에게 어떤 매력으로 다가갈지 광고 소재를 예시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강아지의 행복을 위해 정보를 찾는 견주들에게 매력적일 것’이라는 설명을 위 이미지처럼 ‘한 장의 광고 소재’를 곁들인다면 전달력이 높아지겠죠.

저처럼 PPT를 통해 간단한 스토리보드 형식으로 만들어도 충분합니다. 조금 더 양질의 이미지가 필요하다면 Canva나 챗GPT와 같은 AI 툴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팝업스토어 부스처럼 공간과 관련된 아이디어는, 그야말로 결재자와 기안자 각자의 경험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으므로 이미지를 곁들이면 좋습니다. 경험 요소를 강조한 브랜드 팝업 부스를 주로 방문했던 기안자가 좌측 이미지를 떠올리며 ‘귀여운 느낌의 펫 브랜드 팝업 부스’라고 간단히 말한다면 전시와 고객 상담이 중심인 B2B 기반의 팝업 부스에 주로 방문했던 결재자는 우측 같은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으니까요.

Tip!

1N년의 회사 경험에서 생긴 팁은 생각보다 많은 결재자들이 의견을 보태고 싶어 한다는 거예요. 내 아이디어의 10%는 팀장님의 의견을 담을 자리로 열어두면 좋아요.

🙋‍♀️ : “여름 시즌 테마를 살리고 싶은데 모래 사장을 구현할지, 시원한 바다 느낌을 강조할지 고민돼요!”

✏️ 동상이몽 방지책 : 배경지식 심기

🧑 담당자 : (휴대폰 사진첩을 열며) 저 주말에 탐조 프로그램 듣고 왔어요. 이 새가~
👩 팀장님 : (탐조 활동하는 사람들이 진짜 있네)

트렌드 센싱이 빠른 마케터들은 항상 어렵고 낯선 트렌드를 들고 오기 마련입니다. 결재자 입장에서는 생전 처음 듣는 트렌드일 가능성이 높죠. 예를 들어 ‘탐조 트렌드’처럼요. 하루 8시간 이상을 회사에 앉아 있는 일상을 10년, 20년 하다 보면 트렌드에서 멀어지는 것이 정상입니다. 결재자를 향해 “타겟이 아니세요.🙏”라고 말하기 전에 (범인은 접니다.) 아이디어 보고 전부터 최선을 다해 공감대 형성을 해보세요.

❗️아이디어 보고에서 가장 중요한 스텝은 결재자와의 공감대 형성입니다.

평소에 새 생각이라고는 조금도 하지 않는 팀장님을 갑자기 찾아가 “요즘 탐조가 트렌드입니다. 탐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리조트도 많고 탐조 굿즈나 책들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라고 보고를 시작한다면 반려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누가 새를 보러 새벽에 일어나? 내 주변에 그런 사람 없는데?” 라는 공격을 당하기 전에 평소에 썰을 풀어보세요.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단계부터 점심시간이나 회의 브레이크 타임에 가벼운 아이스 브레이킹 소재처럼 탐조 트렌드를 흘리는거죠. 에디터의 경우에는 결재자와 대면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아이디어와 관련된 뉴스레터나 기사가 보이면 보고 이전부터 수시로 상사를 포함하여 부서 전체에게 좋은 아티클 묶음처럼 공유하고는 합니다.

아이디어 보고 사전에, 공감대를 심기 위해 객관적인 증빙(?)들을 뿌려두는 겁니다. 티 좀 나도 상관없습니다. 아이디어 통과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반려는 더 쉽지 않을걸요? 낯선 투자자를 찾아가 예산을 따야 하는 상황도 아닌데 뭣 하러! 엘레베이터 피치의 위험을 감수하나요! 이 팁은 프로젝트 중간이나 이후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참여자가 몇만 명’이고 ‘ROAS가 몇 %’라는 이야기는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상사 입장에서 보면 나와 똑같이 성과 어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요? 특별해 보이기는 쉽지 않죠. 이럴 때는 유관 부서의 피드백이나 바이어의 피드백을 인용하거나 고객의 리뷰, 외부 뉴스레터 등 플랫폼에 소개됐다면 이 역시 아이스 브레이킹 소재처럼 가볍게 흘려보세요.

✏️ 동상이몽 방지책 : 데이터 내밀기

‘내 아이디어 좋음! 내 아이디어는 성공할 것!’이라는 나만의 자기 확신을 결재자에 심기 위해 가장 쉽게 선택하는 방법은 바로 ‘레퍼런스 내밀기’죠. 근사한 레퍼런스는 확실히 현혹하기에 좋은 장치이지만 실행 과정에서는 ‘레퍼런스와 다르잖아!’라는 장벽에 갇힐 수 있습니다. 게다가 똑같은 레퍼런스를 보고도 서로 주목하는 포인트가 다를 수 있죠. 기안자는 레퍼런스의 캠페인 프로세스 자체만을 예시로 설명한건데 결재자는 레퍼런스의 때깔이 마음에 들었을 수 있거든요. 내 아이디어에 확신을 갖도록 설득하기 위해서는 레퍼런스 자체를 인용하기보다는 레퍼런스에 담긴 데이터를 내미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나 내 아이디어에 담긴 낯선 요소가 있다면 결재자의 의문은 데이터로 쉽게 해소할 수 있습니다. 마땅한 낯선 요소가 생각나지 않아서, 과거에는 낯설고도 신박한 툴이었던 QR코드를 예시로 들어볼게요. QR코드를 찍는 행위 자체가 낯선 상황이라면, 아마도 결재자는 ‘QR코드를 찍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며 관련 아이디어를 반려하기 쉬울 겁니다. 이럴 때 우리는 레퍼런스를 내밀게 되죠. QR코드를 찍는 A 캠페인이 화제 돼서 기사도 나고 칸 광고제 상도 받았다는 설명과 함께 A 캠페인의 브리프 이미지를 보여주는 식으로요.

이럴 경우, 결재자는 브리프 이미지에 크게 강조된 캠페인 타이틀이나 장소와 같은 작은 요소에 꽂힐 수 있기 때문에 A 캠페인의 데이터만 가져오는 것이 보다 안전합니다. ‘A 캠페인의 QR 코드 인식률은 18% 수준이고 이로 인해 25%의 추가 매출이 발생하였으니 이를 빗대어 보면 우리 캠페인은 OOO명이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OOO만원의 추가 매출을 노려볼 수 있다’고 말이죠. 레퍼런스를 활용할 때 주의점은, 다른 요소에 주목하려는 결재자의 시선을 내가 원하는 지점으로 정확하게 꽂아야 한다는 겁니다.

외부 협업 시에도 이 ‘데이터 내밀기’는 유용합니다. 내부 보고는 기안자의 평소 레퍼런스와 퍼포먼스에 기반하여 OK되는 경우가 많지만 협업 등 외부와의 미팅 자료라면 더더욱 탄탄한 설득 자료로 다듬어야 하죠. 오로지 아이디어로만 승부해야 하니까요. 핵심은 미팅에 나온 외부 담당자도 결국 내부 상사에게 아이디어를 설명해야 하니 누가 설명하더라도 아이디어가 변질되지 않도록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필하고 설명 없이 장표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탐조 트렌드를 외부 협업 자리에서 꺼내야 한다면 아래와 같은 데이터들로 트렌드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검색량과 언급량으로 트렌드 크기 설명하기

❗️상품 수, 연관 키워드, 검색 연령 등 타겟 빙의시키기

해당 트렌드를 즐기는 사람들에 대한 데이터를 최대한 끌어와서 소개해 보세요. 타겟에 빙의할 수 있도록 어떤 연령대와 성별의 사람들이 무슨 키워드를 검색하는지, 이 사람들은 관련 상품으로 무엇을 구매하고 있는지, 그래서 이 시장에 몇 개의 상품이나 등록되어 있는지 등 타겟을 생생하게 설명하면 좋습니다. 타겟에 빙의하는 만큼 우리 아이디어에 대한 이해력도 높아질 테니까요!

❗️다양하고 깊이있게 데이터 얻기

다시 야구 팬의 입장으로 돌아가보면 응원하는 야구선수의 승률 모니터링만큼 중요하게 마케터로서의 내 아이디어 보고 승률도 관리해보기를 추천해요. 보고 과정에서 얻은 신뢰는 아이디어가 진행되는 과정에도 격려로 이어질거예요!

*외부 필진이 기고한 아티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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