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한테 치킨 기프티콘을 받았습니다. 좋아하는 메뉴가 아닌 터라 다른 메뉴로 시키려고 보니 자체 앱 주문만 가능하더군요. 처음으로 치킨 브랜드 앱을 설치하면서 생각해 보니, 요즘은 이렇게 자체 앱을 개발하는 브랜드가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치킨이나 햄버거 같은 F&B뿐만 아니라 유통, 패션, 문구류 등 전 분야에서 말이죠. 대부분은 “앱 설치 할인 쿠폰”을 뿌리며 자사 앱에서 쇼핑하기를 권유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해야 할인 쿠폰을 쓰러 들어온 소비자를 더 오래 붙잡을 수 있을까요? 더 나아가 어떻게 해야 삭제하지 않고 꾸준히 방문하게 할 수 있을까요? 이런 고민을 해결할 실마리를 금융 앱에서 찾아봤습니다.
최근 신용카드를 만들며 이런저런 금융 앱을 설치했는데 ‘이체’만 하고 앱을 휙 꺼버리던 날과 달리 요즘은 앱에서 놀고, 다른 친구에게 앱 화면을 공유하기까지 했거든요. 정말 딱 필요한 기능이 정해진 금융 앱에서 이렇게 오래 놀 수 있다면 다른 산업군에서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직접 사용한 경험을 담아 이야기 해드릴게요.
카카오뱅크
최근 카카오뱅크에서 ‘굿모닝 챌린지2‘를 진행했습니다. 매일 1원씩 송금해 주는 방식으로 고객에게 푸시를 보내고, 고객이 앱에 접속하면 출석 도장을 찍어주는데요. 매일 접속한 고객을 대상으로 상금을 나눠주는 이벤트입니다. 또 ’최애적금‘을 시작하여 덕질 하는 많은 덕후를 새로 카카오뱅크로 모으고 있고요. 저는 이 두 가지 마케팅에 모두 넘어갔습니다. 이렇게 카카오뱅크에 자주 접속하던 어느 날 ‘돈이 되는 이야기’ 탭을 발견했어요. 눌러보니 각종 금융 정보가 가득한 서비스였습니다.
‘청약 신청부터 꿀팁까지! 주택 청약 따라하기’
늘 주택 청약을 하라는 말을 들어왔던 터라 이 아티클 제목에 끌렸습니다. 저 같은 사회 초년생이자 경제 무지렁이에게 쉬운 언어로 주택 청약을 설명해 주더군요! 알아두면 좋은 팁까지 알려줘서 다이어리에 체크리스트로 적어놓았고요. 이 글을 시작으로 다른 글은 무엇이 있는지 훑어보았습니다.
반전세랑 월세는 무엇이 다른지, 경기 침체와 경기 불황은 뭐가 다른 용어인지 같은 상식을 알려주는 ’필수 경제 상식‘. 자영업을 하는 사장님을 위한 절세 달력, 폐업 신고 방법 등 정보를 담은 ’사장님을 위한 이야기‘. 돈 고민을 해결해 주는 <경제, 무물> 시리즈까지 준비되어 있었어요. 경제 초보는 물론, 자주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자영업자, 믿을 수 있는 재테크 정보를 원하는 사람까지 붙잡을 수 있는 큐레이션이었습니다.
이런 콘텐츠들 덕에 텍스트를 읽는 시간만큼 고객이 앱에 머물게 되고, 필요한 내용을 여러 번 확인하기 위해 다시 접속할 거예요. 덧붙여 금융 앱에서 나의 절약과 경제 활동을 도와주니 브랜드를 향한 신뢰도 생기기 마련이겠죠?
우리 앱에 들어오는 고객이 궁금할 정보를 담은 콘텐츠를 발행해 봅시다.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는 타겟의 연령대나 성별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까지 고려하면 좋아요. 그렇게 고객을 구체적으로 세분화하고, 그에 맞는 콘텐츠를 잘 묶어서 제공하는 거죠. 20대 자취생에게는 어떤 정보를 더 주면 좋을지, 자녀가 있는 50대 고객은 어떤 정보를 원할지 고민해 봅시다. 더 뻗어나가 정보성 콘텐츠를 다 읽은 고객에게 맞는 자사 상품까지 추천하면 전환이 되게 만들 수도 있겠죠?
현대카드
드디어 신용카드를 만들었습니다. 현대카드 다이브 콘텐츠를 자주 보던 터라, 고민 없이 현대카드를 만들었어요. (맞아요. 문화에 관심 많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현대카드를 만들고, 현대카드 앱을 설치하니 이곳에도 새로운 콘텐츠가 가득했습니다.
현대카드 앱에는 중간중간 띄워주는 현대카드 다이브 콘텐츠 외에도 흥미로운 콘텐츠가 많았습니다. 스크롤을 휙휙 내리다 보니 ’재밌는 거 없나?’라는 제 속마음.. 아니 팝업이 떴습니다. 클릭해 보니 오늘의 운세를 보는 탭으로 안내해 주더군요. 처음 접속 한 날엔 농구공을 던져서 운세를 확인했는데, 글을 쓰는 지금은 행운 상자를 눌러 운세를 확인하네요. 운세는 매일 달라지니 매일 접속을 유도하고 싶다면 활용하기 좋은 콘텐츠입니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운세를 좋아할 것 같은 기성세대만큼이나 Z세대도 운세를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많죠. 운세를 보여준 다음 귀여운 그림을 담아 오늘의 부적을 만들어 주는 콘텐츠도 좋은 반응을 보일 거예요. 게다가 소비자가 직접 공유하기에도 좋고 말이죠.
또 내 자산감 테스트, 소비 성향 테스트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나를 해석해 주고, 분석해 주는 콘텐츠는 참을 수 없죠! 게다가 자신감은 있고, 자산감은 없던 저에게 자산감을 알려준다지 않습니까. 두 가지 테스트를 모두 해보고 친구들에게도 결과를 공유했습니다. 레이블링 테스트는 여전히 먹히는 콘텐츠 소재죠. MBTI로 나눈 결괏값을 넘어 우리 브랜드 전문성에 기반한 콘텐츠일 때 새로움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앱 상단의 제 이름을 눌러보니 ’내 활동‘이라는 탭으로 이동합니다. 돈을 얼마나 썼는지 알려줄 줄 알았는데, 내가 현대카드를 얼마나 오래 썼는지, 앱에 얼마나 접속했는지, 앱에서 얼마나 다양한 활동을 했는지에 따라 배지를 주고 있었습니다. 어떤 배지를 받을 수 있나 구경하는 사이 내 자산에 계좌나 투자, 보험을 연결할 수 있다는 서비스 정보까지도 알아버렸고요. 현대카드 사용자가 앱을 더 자주 사용하고 싶게 만드는 콘텐츠겠구나 싶었습니다. 저는 지금 배지가 몇 개 없는 상태인데요, 방금 레이블링 테스트를 끝내면서 새로운 배지를 받았습니다.
토스
지하철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동시에 같은 모바일 화면을 보는 순간을 목격했습니다. 궁금해서 흘낏 보니 뭔가 적립을 하는 것 같았어요. 친구가 말하길 토스에서 하는 ’방문해서 100원 받기‘가 활성화되는 곳이라나요? 게다가 주변에 토스를 켠 사람이 있으면 또 소액을 받을 수 있대요. 토스는 이렇게 돈을 입금하거나 이체하는 상황이 아니라도 수시로 토스를 이용하게 만들었습니다.
걷기를 활용한 마케팅은 많이 이뤄지고 있죠. 걷고 소액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특정 오프라인 장소에 오도록 유도할 수도 있고, 걷기 미션과 비슷한 보상 금액을 제시해 광고를 보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일정 걸음 걷기를 성공한 후 누군가에게 공유할 수 있도록 ‘내 걸음 수 공유하기’ 기능을 제공하는 것도 포인트예요. 내 미션 성공 여부를 알리며 지인에게 승리욕을 자극하고, 추가적인 참여를 끌어낼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놀거리는 앱의 주기능을 이용하는 순간이 아닐 때도 앱을 사용하게 만들어요. 놀거리를 제공할 때 생각하면 좋은 포인트는 바로 ‘공유’입니다. 레이블링 테스트를 한 후 친구에게 결과를 공유하고, 앱을 여럿이 함께 켜서 놀 때 받는 혜택이 크면 적극적으로 공유하게 되죠. 혼자 노는 것이 가능하되, 같이 놀 때 더 재밌는 콘텐츠를 생각해 봅시다! 경쟁심을 자극하거나, 커뮤니티가 열려도 함께 노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현대카드
제가 현대카드를 쓰기 시작했다 말씀드렸죠. 앞서 말씀드린 콘텐츠 외에도 재밌는 콘텐츠가 있었습니다. ‘현대카드 더 똑똑하게 쓰는 법’. 홈에서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마주치는 탭인데요. 카드 형태로 된 탭이 가로로 쭈루룩 넘길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살펴보면 ’소비 방어의 시작‘ ’2022 연간 명세서’ ‘날짜별 소비내역’ ‘내 숨은 자산’ 같은 것들이 있어요. 처음엔 카카오뱅크처럼 정보성 콘텐츠인가? 싶었는데요. 눌러보니 이미 있는 현대카드 앱 서비스를 큐레이션 해서 꺼내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내 소비내역이 궁금하지 않았는데도 ’날짜별 소비내역‘을 보라고 하니 괜히 궁금해졌습니다. 여기서 더 궁금해지는 콘텐츠가 있는데요 바로 ‘파이어족이 되고 싶다면’ 입니다. 파이어족이 되고 싶어서 눌렀더니, 냅다 불 멍을 때릴 수 있는 콘텐츠였어요. (파이어긴 하네) 이렇게 소소한 콘텐츠와 여러 서비스를 꺼내 메인 화면으로 친절하게 보여주는 큐레이션으로 소비자는 헤매지 않고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거예요.
하나 덧붙이자면 ‘소비 방어의 시작’은 소비자가 지정한 이용 금액을 넘으면 앱 푸시로 내가 설정해 놓은 메시지가 떠 알림을 주는 기능입니다. 트위터에서 이 기능으로 화제가 되었는데요. 앱 마케팅에서 늘 고민하는 ‘앱 푸시를 허용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아주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지금 10만 원 넘는 금액을 한 번에 쓰면 뉴진스 하니가 나타나 잔소리를 해주는데요. 분명 잔소리인데도 괜히 하니 한 번 더 보니 기분 좋기도 해요…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는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 위주로 앱 위젯을 편집할 수 있어요. 소비자마다 자주 찾는 서비스가 다를 테니, 선택지를 열어둔 거죠. (별걸 다 꾸미길 좋아하는 Z세대의 취향도 저격했겠네요.) 아직 홈 화면 편집을 하기 전이라면 어떤 서비스가 있는지 추천해 줍니다. 단순히 서비스명을 보여주는 건 아니고요. ‘돈 되는 정보 여기 있어요’, ’춘식이와 걸어볼까요?‘같은 문장으로 솔깃하게 만듭니다. 기본으로 설정 되어 있는 카카오페이 머니나 송금, 결제 기능 외에도 다양한 서비스가 있음을 알리는 거죠. 게다가 위젯 설정을 하면서 어떤 서비스가 있나 확인하는 절차를 밟으니, 앱을 모두 둘러보게 만들기는 어려워도 한 번에 많은 서비스를 알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겠지요.
기존에 브랜드가 하고 있던 다양한 서비스를 소비자가 하나씩만 더 써도 앱 사용 시간이 늘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앱에서 가장 중요한 서비스를 먼저 다루다 보니 분명 소비자를 위해 만든 서비스가 있는데 소비자가 모르는 경우도 허다해요. 이럴 때 큐레이션을 활용해 내세워 보세요. 페인포인트를 녹여 소비자가 본인도 몰랐는데 꼭 필요한 기능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카피는 필수!
브랜드 앱에 소비자가 더 오래 체류하게 만들고, 여러 번 들어오게 만들려면 콘텐츠가 꼭 필요합니다. 이 콘텐츠는 필요한 정보가 담겨있거나, 재미있거나,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만들어야 합니다. 금융 앱으로만 예를 들어, 어떻게 적용하면 될지 헷갈리나요? 다른 산업군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간단하게 설명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나이키
나이키는 운동선수와 진행한 인터뷰, 건강한 운동을 위한 식단, 올바른 달리기를 위한 코치 등 다양한 주제의 글을 보여줍니다. 나이키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좀 더 긍정적이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죠. 이런 콘텐츠를 보여줌으로 나이키가 말하고 싶은 건강함을 더욱 느끼게 만듭니다.
리멤버
직장 생활, 채용과 관련한 콘텐츠를 유저가 직접 올리고 서로 반응해 주는 ‘인사이트’ 탭을 운영해요. 어떤 회사의 어떤 사람이 글을 쓰는지 알 수 있어 선택해서 읽을 수 있죠. 이처럼 브랜드에서 글을 쓰기 어렵다면 유저끼리 콘텐츠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장을 열어주는 것도 좋아요. 커뮤니티 기능이 활발해지면 앱이 활성화되는 건 당연하겠죠!
알라딘
알라딘은 창작 플랫폼 ‘투비컨티뉴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알라딘 앱을 탐색하다 보면 ‘투비컨티뉴드 추천 노트’를 발견할 수 있어요. 카드 이미지로 추천하는 글을 선택하면 투비컨티뉴드 웹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서비스에 따라 앱이 분리되어 있지만, 결국 한 브랜드에서 진행하는 경우에 이런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알라딘은 글이 읽고 싶은 욕구를 자극해 추천했듯이, 필요하다면 지금 플랫폼에 들어 온 사람의 어떤 상태를 이어서 자극할 수 있는지 고민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