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어떤 고민을 했을까요? 한 문장의 인사이트로는 정리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인터뷰로 전달합니다. → 더 많은 인터뷰 보러 가기
전세사기 피해를 직접 겪고 그 경험을 웹툰으로 풀어내며 많은 사람의 공감을 끌어내었던 작가를 기억하시나요? 그녀는 ‘루나파크’ 혹은 ‘루나’라는 캐릭터로 활동하며 인스타툰을 통해 일상 속 소소한 즐거움부터 때론 아픔과 고충을 담담하게 그려내 왔습니다. 특히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고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어요.
하지만 루나는 이보다 훨씬 깊고 넓은 세계를 구축해 온 창작자입니다. 본명 홍인혜, 그녀는 단순한 일상 만화 그 이상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던져주며 어느새 카피라이터이자 시인, 에세이 작가, 크리에이터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우리에게 보여지는 모습은 가볍고 친근하지만, 그 안에는 광고업계에서 단련된 날카로운 통찰과 누구보다 깊은 고민이 녹아 있죠.
스스로를 ‘창의 노동자’라 자처하며 광고, 만화, 시 등 끊임없는 창작을 통해 대중과 소통해 온 그녀가 올해 새롭게 선보인 ‘일력’에서는 또 어떤 메시지를 담았을지 궁금해지는데요. 이번 인터뷰에서 루나파크가 그동안의 삶과 경험 속에서 어떻게 창작을 이어왔는지, 또 일상에서 어떤 마음으로 대중과 교감하는지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루나파크가 창작자로서 쌓아온 이야기, 함께 만나볼까요?
카피라이터, 만화가, 시인 등 다양한 수식어가 있지만 본인은 스스로를 ‘창의 노동자’라고 부르신다고요.
제가 하는 일들이 각기 달라 보이지만, 결국엔 아이디어를 통해 임금을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거든요. 그래서 ‘창의 노동자’라는 표현이 딱 맞다고 생각했어요. ‘창의’는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는 모든 활동을 뜻하고, ‘노동자’는 말 그대로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사람이잖아요. 저는 그런 일이면 뭐든지 해요. 물론 아무도 저를 이렇게 부르진 않지만요. 하하.
하지만 임금을 받지 않던(웃음) 어린 시절부터 ‘창의 활동’이 자연스러우셨을 것 같아요.
네 맞아요.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일기 쓰기 숙제에 지칠 때 시를 쓰곤 했어요. 시를 쓰면 일기보다 분량이 적어도 선생님이 넘어가 주시더라고요. 그런 분량 때우기용 얌체 작문이었는데, 어느 날 선생님께서 제 시가 좋다고 교내 방송으로 낭독해 주셨어요. 전교생이 내 글을 듣고 있다니! 그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창작에서 비롯된 첫 희열이 ‘대중에게 발표하고 그 반응을 목도하다’여서일까요? 그날의 경험이 오늘의 저를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광고 카피나 칼럼, 수필을 써서 책을 출간하는 것 모두 대중과의 소통을 염두에 둔 글쓰기니까요.
루나 님이 어린 시절 썼던 시라니, 궁금해지는데요.
‘삐약삐약 병아리’라는 시가 있었어요. 그 당시 박목월 시인의 ‘다람다람 다람쥐’라는 시에 깊이 빠져 있어서인지 비슷하게 써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전문은 기억 안 나지만, “노랑노랑 노랑 털, 포근포근 스웨터”라는 구절이 기억나네요. 병아리의 보송보송한 털이 꼭 스웨터처럼 느껴졌나 봐요.
그림도 어릴 때부터 그리셨나요?
그림 역시 손에 필기구를 든 순간부터 숨쉬듯 그리고 있었어요. 모든 노트 구석에는 늘 만화가 그려져 있었죠. 친구들이 ‘나 그림 좀 그려줘’하고 노트를 내밀던 중학생 시절을 지나고, 또래 오덕들과 만화 동아리에서 의기투합했던 고등학생 시절을 거쳐 지금의 제가 되었답니다.
어린 시절 분량을 채우기 위해 쓴 짧은 시가 교내 방송에 나가고, 친구들 노트에 그림을 그려주던 그 기쁨이 지금의 루나파크를 만들어낼지 누가 알았을까요.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시작이지만, 그 첫 반응의 짜릿함을 놓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왔다는 점이 인상 깊어요. 하지만 창작이 일상이 된 지금은 그저 즐기기만 할 수는 없을 듯했습니다.
지금까지 긴 시간 창작을 해오셨는데, 때때로 지치거나 고갈될 때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저의 모든 창작은 일종의 ‘덕질‘이랍니다. 저는 만화 덕후, 시 덕후, 그리고 광고 덕후거든요. 요즘도 친구들과 함께 TV를 보면 프로그램 중간 광고 시간에 저만 넋을 놓아요. 다들 ‘너 아직도 광고 사랑하냐’며 놀릴 정도로요. 세상에 덕질보다 힘이 센 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덕심이 시들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쓰죠. 장르를 바꿔 리프레시해 보거나, 새로운 도전을 해서 긴장감을 주는 식이에요. 프리랜서로서 너무 진력이 날 것 같은 작업은 아예 거절하고요. ‘좋아함’은 강하면서도 연약해서 쉽게 시들 수 있거든요.
‘좋아함’과는 별개로 창작의 고통은 있으셨을 것 같아요. 작가님만의 창작 팁이 있나요?
최근 다이어리를 만들며 중간 삽화에 ‘아이디어가 서 말이라도 적어야 보배다’는 문구를 넣었어요. 창작이라는 게 ‘이제부터 창작하자’ 한다고 바로 떠오르는 게 아니거든요. 과거 경험이나 메모에서 힌트를 얻어야 발상이 시작돼요. 그래서 메모가 정말 중요합니다. 저는 요즘 ‘나와의 카톡하기’에 온갖 것을 끄적이며 산답니다. 만화 소재나 글감이 될법한 문장들을 수시로 메모해두고 작업 책상에 앉아 후루룩 훑어봐요. 가끔 술 취해 적은 문장들은 맨정신에 보면 뭔 소린가 싶기도 하지만요. 하하
일기왕이라는 수식어도 기록하려는 습관에서 비롯된 거군요.
맞아요. 학생 때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 카메라 광고 카피를 보고 광고인의 꿈을 꾸게 되었거든요. 인간의 뇌 용적은 한계가 있고, 모든 순간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잖아요? 그럴 때 일기 같은 기록이 빛을 발하지요. 제 소소한 통찰부터 우연히 떠오른 아이디어, 오늘의 깨달음, 지금의 정서 같은 것들은 ‘기록해야’ 내 역사로 남는 것 같아요. 일상 기록장은 아이디어를 낼 때의 보물 창고이기도 하고요.
대중과의 소통에서 얻은 기쁨이 다양한 창작 활동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는 많은 분이 공감하실 텐데요. 여기서 더 나아가 창작을 ‘덕질’로 여겨왔다는 고백에선 무언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보여주는 열정과 꾸준함이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루나파크는 대중과 어떻게 소통해 왔을지, 그녀의 창작에 얽힌 에피소드를 들어봤습니다.
저는 삶의 통찰을 담을 때 가장 짜릿해요. 모두가 어렴풋이 느끼고 있지만 명확하게 규정하지 못한 부분을 건드릴 때요. ‘어, 나도 이런 생각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정확하게 내 마음을 표현했지?’ 같은 반응이 나올 때 말이죠. 그런 절묘한 인사이트가 담기면 반응이 가장 좋기도 하고요.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을까요.
제가 무려 2006년 데뷔 초에 그린 만화 중에 ‘나는 슈크림 상태’라는 표현을 한 적이 있어요. 평상시 우리 마음은 바게트 빵처럼 거칠고 단단하지만, 이따금 마음이 슈크림 빵처럼 약하고 물러질 때가 있잖아요. 얼마 전 제가 저의 우울을 고백하는 콘텐츠를 올렸더니 ‘루나님 슈크림 상태군요’라는 댓글이 몇 개 있더라고요. 세상에 내놓은 지 무려 18년이 된 문구인데 아직도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게 창작자로서 너무 짜릿했어요.
독자가 오래전 ‘슈크림 상태’라는 표현을 기억하고 오늘날까지 이어갈 수 있다는 건 루나파크의 작은 통찰이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남아있다는 증거겠죠. 그의 이야기가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하나의 상징으로 남는 순간이 아닐까 합니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시는데, 요즘 소셜미디어는 ‘알고리즘’을 타야 성장한다는 말이 많아요. 작가님의 콘텐츠도 그런 영향을 받았나요?
사실 저는 웹툰이라는 장르가 태동한 완전 초기부터 활동한 고인물이라 이제 와서 알고리즘을 타고 흥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루나의 전세역전’ 콘텐츠 이후 부쩍 팔로워가 부쩍 늘었고, 특히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이후 더 많은 분이 찾아와주셨어요. 불행한 일이지만, 요즘 전세사기가 워낙 많아졌기 때문에 그에 대한 콘텐츠를 한발 앞서 다뤘던 점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그럼 ‘전세역전’ 콘텐츠에 대한 반응은 예상치 못하셨겠군요.
맞아요. 가뜩이나 사기를 당하는 일은 우울하고 특수한 사연이라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실 거라고 생각 못 했거든요. ‘너무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라 아무도 안 봐주면 어떡하지?’라거나 ‘이런 특수한 사연에 사람들이 관심이나 가질까?’하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연재를 접지 않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창작 인생에 시즌 2를 열어준 작품이니까요.
많은 콘텐츠 중 ‘루나의 전세역전’이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요.
‘루나의 전세역전’을 구상할 당시, 이미 인스타툰 시장은 포화상태였어요. 그래서 그냥 평범한 일상 이야기는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했죠. ‘그렇다면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전세사기 당한 경험을 떠올리게 되었어요. 당시엔 너무 힘들어서 묻어두고 싶은 기억이었는데, 이 이야기는 지금 시대에 필요하고 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니 복기해보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불안을 돌파해 내 이야기를 꺼냈더니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웠어요. ‘내 보증금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을까’는 모든 세입자의 공통적인 불안이었고 제가 만화를 연재하고 난 후 전세사기 사건이 많이 보도되기 시작했거든요. 즉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제일이고 그것이 ‘시대의 이슈와 합이 맞을 때’ 파괴력이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내 이야기’라서 어려웠던 점은 없을까요?
에세이툰은 만화 속 인물이 곧 저라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아요. 당장 만화의 등장인물들이 실제 인물들이기도 하고요. ‘루나의 전세역전’에서 전세사기를 친 집주인을 묘사하면서 솔직히 두려웠어요. 이 사람은 저와 전세 계약을 한 사람이기에 제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갖고 있잖아요? 게다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기까지 하니까요. 다행히 지금까지 문제는 없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건 어느 정도 사생활 노출을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존재한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대중에게 풀어낸다는 건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해요. 특히나 전세 사기 같은 이야기는 더욱이요. 하지만 불행했던 순간의 어두운 이면까지도 가감 없이 드러낸 진솔함과, 그 안에서 얻은 통찰은 그녀의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어요. 한편으로는 광고회사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국장까지 재직했던 경험이 이러한 통찰을 세우는 데에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고인으로 일했던 경험이 크리에이터 활동에 도움이 되었나요?
사실 광고는 대중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유튜브에서 강제 광고가 뜨면 반가워할 사람은 없고, 영화관에서 광고가 나오면 지루해하니까요. 그렇기에 그 외면을 감당하기 위해 광고는 갖은 노력을 합니다. 재미도 줘보고, 의미도 실어 보고, 감동도 담아보는 등 누군가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다각도로 고민하죠.
그렇게 오래 일하다 보니 저도 모든 창작물을 독자의 시선으로 먼저 보게 돼요. “이렇게 쓰면 지루하지 않을까?”, “이렇게 그리면 눈길이 덜 가지 않을까?” 하는 식으로요. 광고인으로 일하며 대중과 유리되지 않는 창작을 하는 법을 익혔다고 생각해요. 감사하게도 제 만화나 글은 ‘술술 읽힌다’, ‘몰입이 잘 된다’는 평을 종종 듣는데요. 이 역시 광고 회사에서 획득한 창작 체력 덕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루나님의 콘텐츠가 더 쉽게 다가오는군요. 특히 ‘전세(戰勢)역전’은 간단한 표현만으로도 명확한 메시지가 느껴졌어요.
이것 역시도 광고, 마케팅 업계에서 쌓은 짬바같아요. 모든 창작물에 통찰, 즉 인사이트를 담고자 하는 거요. 특히나 ‘모든 말을 짧고 명징하게 하기’가 체화된 것이 다른 창작을 할 때 큰 도움이 되더군요. 만화도 그림이 ‘주’인 장르 같지만 실은 텍스트가 핵심이에요. 결국엔 서사 싸움이죠. 짧은 대사를 쓰더라도 카피라이터로서의 경력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오랜 광고와 창작 경력 속에서 ‘이건 내가 정말 잘 잡아냈다’ 할 만큼 강하게 인사이트를 얻었던 순간이 있었나요?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표현이나 특별한 스토리텔링 방식처럼요.
몇 년 전, 아웃도어 브랜드 광고를 맡았을 때 고민이 많았어요. ‘사람들이 야외 활동을 즐기게 해달라’는 미션이었는데, 저는 알아주는 집순이거든요. 하하. 그래서 며칠간 머리를 싸매다 “그래, 밖으로 나가보자!”라는 생각으로 집 밖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외향인들은 대체 무슨 재미로 그렇게 돌아다니는 걸까 궁금했죠. 그러다 깨달은 게 ‘내가 안전하게 누리던 행복은 집 안에 있지만, 내가 몰랐던 짜릿한 세상은 집 밖에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쓴 카피가 “세상은 문밖에 있다”였죠. 아웃도어(outdoor)라는 말을 그대로 옮긴 표현인데, 이 슬로건이 몇 년간 사용되었어요.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문구라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작가님의 콘텐츠가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아마 이러한 ‘절묘한 인사이트’ 덕분일 겁니다. 광고인으로서 쌓아온 경험은 크리에이터 루나파크로서 독자들과 더욱 섬세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왔어요. 이를 통해 독자들이 단순한 재미 이상으로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퇴사 전 크리에이터로서 얻은 경험이 회사 생활에 도움이 된 적도 있었나요?
제가 하는 창작은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콘텐츠를 올렸을 때 대중 반응을 꽤 잘 예측할 수 있어요. “이런 표현은 논란이 되겠다”, “이렇게 하면 주목을 끌겠다” 같은 감이 생겼달까요? 광고를 만들 때도 이런 감각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가끔 광고 카피가 시대와 맞지 않아 논란이 되곤 하는데, 저는 20년간 일하면서 그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답니다.
오랜 회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완전히 크리에이터로 전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저는 제 퇴사를 ‘졸사’라고 불렀어요. 일할 만큼 했고, 회사 생활을 시니어로까지 이어갔으니 이제 졸업한다는 의미였죠. ‘퇴사’는 마치 과업을 다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느낌이잖아요.‘졸사’라는 말는 제대로 주파해내고 당당히 끝내는 느낌이라 제 마음에 힘이 되었어요.
회사원이 된 지 15년이 지났을 무렵에 문득 ‘나는 광고업을 진득하게 사랑했고 매진했고 이제 다른 삶을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미 개개인 창작자로서 삶도 병행해 왔기 때문에 이제 그쪽으로 전념해보자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여전히 광고 마케팅 일을 하고 있긴 하네요. 하하하. 그래도 혼자 일하면서 스케줄링도 자유롭고, 클라이언트의 존중도 커져서 훨씬 가뿐하고 행복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회사 생활을 하지 않으시지만 고구마팜 구독자분들 중에는 직장인이 많아요. 선배로서 회사 생활 팁을 준다면?
소위 말하는 ‘사회생활’과 ‘일반적인 인간관계’의 선을 잘 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회사에서 만난 사람은 그저 동료지 친구가 아니야’라고 단정 지을 필요는 없어요. 저도 회사에서 평생 친구로 남을 몇몇을 만났거든요. 다만, 회사는 이익집단이란 생각을 항상 가지는 게 필요하죠. 누군가에게 너무 기대거나 의지하지 않도록 말이에요. 저도 한때 회사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 그건 회사 내 관계를 일반적인 인간관계처럼 여겼기 때문이었어요. 회사는 영혼보다 숫자가 우선인 곳인데 말이에요.
상호 모순적인 이야기지만, 회사 생활은 결국 이익과 효용을 추구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모둠 활동이기 때문에 너무 큰 정을 쏟지 말고, 회사 내 인간관계에 너무 몰입해서 자신을 괴롭히지 말자고 말하고 싶어요. 그럼에도 그 가운데 휴머니티는 살아있기 때문에 우리는 친구도 만들 수 있고, 사회생활을 뛰어넘는 관계도 찾을 수 있다고 믿어요. 이 선을 잘 타는 것이 저에게도 평생 과제입니다.
혹시 수많은 직장인을 대변해서 반대로 부장님, 팀장님 등 상사에게 한마디 해주실 수 있을까요(웃음)
직급이 올라갈수록 주변에 웃으며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미소 뒤에 피로가 숨어있지는 않은지를 면밀히 살피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도 나이 들수록 경험치가 많아지고, 자기 고집이 생기다 보니 어떤 사안에 있어서 ‘나’라는 에고가 수시로 튀어나와서 놀라곤 하거든요. 하지만 대화하면서 ‘나는’, ‘내 경험은’, ‘내 생각은’ 하고 숨 쉬듯 ‘나’를 찔러 넣는 나사랑꾼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답니다. 그래서 ‘너’에 대해 더 많이 들으려는 노력, ‘나’를 지워내려고 노력해야 해요!
루나파크의 창작 여정은 일상 속 작은 순간들을 남다른 시선으로 포착하고, 그 안에 담긴 위로와 통찰을 대중과 함께 나누는 과정이었습니다. 카피라이터와 창작자로서 그녀가 다듬어온 짧고 강렬한 문구들은 많은 사람에게 작은 기쁨과 위로를 주었죠. 그런 그녀가 이번에 선보인 일력에는 일과 삶 속에서 얻은 깊이 있는 메시지들이 한 장 한 장 녹아들어 있습니다. 하루를 열며 작은 미소와 응원을 전하는, 루나파크의 다정한 메시지로 가득한 일력을 소개합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일력이 정말 귀여워요. 한 번 소개해 주세요.
이번 ‘일력’을 만들면서 가장 공을 들인 건 테마를 잡는 일이었어요. 광고회사에서는 ‘컨셉’이라고 하죠. 저는 ‘매일매일 심력 충전’이라는 주제를 선택했습니다. 사실 제가 좀 ‘심약캐’라서 마음의 힘이 조금이라도 붙기를 바라거든요. 그래서 딱 넘겨봤을 때 웃음이 번지고, 기운이 솟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어요. 오늘은 무슨 문구가 나올까, 내 생일엔 어떤 문구가 있을까 설레며 확인하는 재미도 있고요. 제가 카피라이터다 보니까 짧은 문구 쓰는 것에 직업병적으로 몰입하거든요. 365개의 유의미한 말들을 담기 위해 노력해 보았습니다.
요일별 부적 카드도 인상 깊어요.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하길 바라시나요?
금요일 오후 상사에게 기획서를 제출해야 한다면, 그 출력물 맨 위에 금요일 부적 카드를 올려서 드리면 어떨까, 상상해 보았어요. 금요일 문구는 ‘금광 같은 금요일’인데요. 말하자면 ‘피차 황금 같은 금요일이니 어서 일 마치고 들어갑시다’라는 의미일까요. 하하하
저 같은 경우는 맘에 드는 카드를 카드 지갑에 넣고 다녀요. 물론 진짜 부적은 아니지만, 그렇게 하면 어쩐지 진짜 부적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월요일에 출근하기 힘든 친구에게 월요일 카드를 선물해도 좋겠고, 회사 모니터에 붙여두는 것도 방법이겠네요.
루나파크의 ‘일력’은 단순히 날짜를 표시하는 도구를 넘어, 각자에게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말을 전하는 ‘마음의 나침반’과도 같았습니다. 일력과 함께라면, 바쁜 하루 속에서도 잠깐의 미소와 쉼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루나파크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작은 위로의 메시지가 일상에 따뜻하게 스며들길 바라며, 마지막으로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신다는 문구 TOP 7을 뽑아봤습니다🥰
루나파크가 뽑은 일력 메시지 TOP 7
1월 1일 ‘나는 평생 성장캐’
1월 18일 ‘눕기는 최고의 레저다’
4월 13일 ‘헛후회로 새는 영혼을 아껴보자’
6월 19일 ‘내 멋에 겨워 살래. 남의 멋에 겨워 살 순 없잖아’
7월 25일 ‘하이볼은 여름 밤의 꽃’
8월 24일 ‘오늘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애랑 놀래. 그건 바로 나’
12월 14일 ‘마음이 지칠 땐 억지로 힘내지 않기’
루나파크가 모두에게 전하는 메시지
요즘 뭔가를 싫어하기 참 쉬운 시절 같아요. 그런 때일수록 내 ‘좋아함’을 소중히 여기며 살자고 말하고 싶어요. 저의 직업들—만화가, 시인, 광고인—모두 하나의 ‘덕질’에서 비롯되었고, 순수한 애정에서 나온 것이었거든요. 만약 제가 만화와 시를 또 다른 직업이나 새로운 돈벌이로만 여겼다면 이토록 오래 사랑하며 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래서 여러분도 본인의 호불호에서 ‘호’에 집중하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가’를 한 번쯤 생각해 보시길 바라요. 그 마음은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르니까요!
*해당 아티클은 ‘미디어창비’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