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콘텐츠 제작에 얼마나 쓰고 계신가요? 지브리 프로필 사진 만들기, 페이크 노래 커버 영상처럼 AI를 활용한 콘텐츠는 꾸준히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어요. 이제는 ‘AI인지 실제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퀄리티도 정교해졌고요. 그만큼 생성형 AI는 생각보다 빠르게 콘텐츠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챗GPT-3.5가 대중의 등장한지 불과 3년 만에 말이죠. 이번 아티클에선 최신 AI 콘텐츠 트렌드와 그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AI를 활용한 마케팅을 기획 중이거나, 기존의 콘텐츠에 새로운 감각을 더하고 싶다면 꼭 읽어보세요!
햄스터 브이로거의 등장? ‘AI 동물 크리에이터’
점점 더 정교해지는 영상 생성 AI 기술에 힘입어, 콘텐츠 제작 효율이 크게 높아지면서 새로운 유형의 크리에이터까지 등장했습니다. 특히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재미있는 서사를 담은 ‘AI 동물 캐릭터(크리에이터)‘가 대표적이에요. 강아지, 햄스터 같은 동물들이 주인공이 되어 요리를 하거나 직장에 다니는 등, 귀엽고 기발한 일상을 보여주는 콘텐츠가 신선한 소재와 친근한 외형 덕분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그중에서도 ‘정서불안 김햄찌‘는 AI 동물 캐릭터 열풍의 대표주자입니다. K-직장인 콘셉트의 햄스터 캐릭터로, 지난 4월 첫 영상을 업로드한 이후 현재 5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크리에이터가 되었어요. 첨부 파일 제목을 바꾸지 않고 메일을 보낸 일, 퇴근 후 보상 심리로 배달 음식을 주문한 날, 햄생역전을 꿈꾸며 매번 로또를 사지만 낙첨되는 모습 등 여느 직장인과 다르지 않은 일상이 깊은 공감을 자아냈죠. ‘5번 돌려봤다’, ‘고된 한 주의 힐링 영상’, ‘우리 함께 힘내자’ 같은 댓글들이 이어진 건 물론, 영화 ‘드래곤길들이기’와 진행한 광고 영상에서는 대기업 광고를 따낸 햄찌를 기특해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서사가 치밀하게 설계된 다른 AI 동물 캐릭터도 눈에 띄어요. 살림과 육아를 병행하는 비숑 캐릭터 ‘냠냠이’와, 냠냠이의 아들 ‘남돌이’의 일상이 담긴 채널이 그 사례입니다. 남돌이는 원래 냠냠이가 차린 분식집 앞에 버려진 강아지였다는 가슴 아픈 서사를 가지고 있는데요. 알고보니 채널 운영자는 동물 유기 및 유기견 입양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한 장치로 이러한 서사를 기획했다고 해요. 실제로 동물 보호 단체인 ‘동물권행동 카라’와 협업해, 유기견이 냠냠이와 남돌이를 만나 동물 보호 단체로 보내진 후 새로운 주인을 만나는 과정을 캠페인 영상으로 제작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브랜드들이 AI 동물 크리에이터와 협업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거예요. 최근에도 CJ대한통운은 요리하는 진돗개 ‘진도’와 협업해 진도의 친구들을 위해 개껌, 온열매트 등을 주문하는 콘셉트의 영상으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홍보했고요. 이디야 커피는 젠지 감성 가득한 고양이 캐릭터 ‘크룽지’와 함께 수박씨를 제거하는 일일 알바생 콘셉트의 영상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죠.
특히 ‘AI 동물’이라는 후킹 포인트에만 기대지 않고 각 캐릭터의 고유한 세계관과 성격을 브랜드 메시지와 잘 연결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해요. 브랜드 입장에서는 앞으로도 시각적인 면이나 스토리텔링 면에서 브랜드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구현할 수 있는 AI 기반 캐릭터들과의 협업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돌 노래도 AI로, ‘AI 사운드’
배경 음악, 내레이션 더빙 등 콘텐츠 속 음성에도 AI가 적극 활용되고 있어요. 영상의 분위기나 서사에 맞춰 음악을 직접 제작할 수 있다 보니,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저작권 문제에서도 자유롭다는 점에서 제작 효율이 상당히 높죠.
AI가 사운드까지 장악하기 시작했다고 느꼈던 건 제2의 ‘아조씨’ 자아를 뽐내고 있는 추성훈 선수의 유튜브가 시작이었습니다. 추성훈 선수의 화끈한 성격이 드러나는 장면에는 늘 쾌활한 분위기의 ‘마초맨‘이라는 BGM이 깔리는데요. 알고보니 이 음악은 모두 AI로 제작되었더라고요. 각 영상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엔딩 음악도 모두 AI 작품이었죠. 영상 스토리에 맞게 장르와 가사가 달라지기 때문에, 영상마다 엔딩 음악을 체크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예요. 이처럼 AI는 영상의 디테일을 채우는 용도로도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AI 노래 자체가 콘텐츠로 활용되는 사례도 있어요. 댄서 가비의 부캐 ‘퀸가비’ 세계관에서 활동하는 그룹 ‘리얼가이즈’의 데뷔곡은 가수 그렉과 AI가 공동 프로듀싱한 곡이랍니다. ‘4shared에서 잘못 다운로드한 감성’같다는 댓글이 달릴 만큼 어딘가 엉성한 노래지만 묘하게 중독적인 매력으로 관심을 모았어요. 이 외에도 조선시대 콘셉트로 조선시티팝, 조선랩배틀 등을 선보이는 플레이리스트 채널 ‘조선플리’처럼, AI 음악 중심의 플레이리스트 콘텐츠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요.
브랜드 차원에서도 AI가 작곡한 곡을 적극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요. 마데카솔은 ‘순하겔’이라는 제목의 AI 작곡 노래를 공개하며 이를 콘텐츠로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AI가 만든 음악에 대한 수요가 점점 높아지면서, 콘텐츠의 형식과 활용 방식도 다양해질 것으로 보여요.
한편 지금 가장 뜨거운 AI 사운드 트렌드는 바로 ASMR 콘텐츠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유리 과일 자르기’로 시작된 콘텐츠인데요. 반투명한 유리로 된 과일부터 계란, 바위, 금괴 등 현실에서는 자를 수 없는 사물들을 서걱서걱 잘라내는 영상이 인기를 끌었죠. 비현실적인 비주얼과 함께 청각적으로도 만족스러운 팅글이 어우러지면서, AI 콘텐츠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바꾼 콘텐츠로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AI 기술을 막을 수 없다면 이런 힐링 영상만 나왔으면 좋겠다”는 반응도 많았고요.
이후 이 흐름은 더 다채롭게 진화 중이에요. 수박, 구름, 사탕 등 독특한 재료로 만든 키보드 ASMR, 구운 식빵에 먹을 수 없는 재료를 바르는 영상, 용암스프나 용암젤리처럼 상상력을 자극하는 AI 먹방 콘텐츠까지. 또 어떤 사운드 콘텐츠가 나올지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AI와 티키타카, ‘인간 vs AI’
AI가 인간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창작까지 하게 되면서 ‘AI와의 상호작용’을 소재로 한 콘텐츠도 쏟아지고 있어요. 단순히 대화를 주고받는 것을 넘어 인간과 AI 사이에 오가는 감정이나 반응 자체가 주요한 재미 요소로 작용하죠.
그중에서도 챗GPT가 일부러 시니컬하고 무기력한 태도로 말하도록 설정된 음성 모드 ‘먼데이(Monday)‘를 활용한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침착맨과 먼데이의 대화 영상은 100만 조회수를 넘기며 화제를 모았는데요. 영상은 두 사람(?)의 티키타카로 진행되었습니다. 초반에는 먼데이가 귀찮다는 듯한 말투와 저돌적인 태도를 보여 웃음을 자아냈어요.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먼데이가 “자신을 인간처럼 대해줘서 고맙다”,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겠다”고 말하며 사람처럼 변화하는 감정선을 보인 모습이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겼죠.
배우 김지석도 AI와의 대화를 주제로 한 유튜브 콘텐츠를 선보였어요. AI와 함께 연기력, 결혼 상대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보여줬죠. 특히 AI가 김지석의 말투를 분석해 현재 촬영 중임을 추측하거나, 그가 머릿속에 떠올린 배우 이름을 정확히 맞히는 장면은 많은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AI의 냉철한 분석력을 활용하는 것 역시 AI 콘텐츠의 주요 포인트 중 하나예요.
한편 AI가 만든 키보드 ASMR이나 먹방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이를 사람 손으로 재현해보려는 콘텐츠도 유행 중이에요. 특히 쿠킹 유튜버들이 AI 콘텐츠에 자극을 받아 ‘실제 버전’을 제작하는 흐름이 두드러지죠. 대표적으로 틱톡에서 유행한 ‘용암 먹방’을 따라, 진짜 용암 같은 비주얼의 음식을 만들어 먹는 영상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유리 그릇에 물엿과 식용 색소를 넣고 불에 그을린 마시멜로를 얹어 완성하는 식이에요. 여기에 AI 콘텐츠인 척 업로드하는 위트까지 더해지며 사람과 AI의 역할이 뒤섞이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콘텐츠에 가치를 부여하는 ‘AI 스토리텔링’
생성형 AI 덕분에 이제는 정적인 이미지 한 장만으로도 생동감 있는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어요. 과거에는 제작 난이도가 높아 시도조차 어려웠던 장면들도, AI 기술을 통해 비교적 손쉽게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죠. 특히 시각 자료가 부족했던 역사 속 장면이나 인물 이야기가 AI를 통해 재현되면서 콘텐츠의 몰입도와 메시지 전달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1대 대선 당시 MBC 출구조사 카운트다운 영상으로 공개된 <그날, 함께 지금>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제작된 이 영상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주요 장면과 현재 한국 사회의 모습을 나란히 배치해 뭉클한 감동을 전했어요. 예컨대 방아쇠를 당기는 안중근 의사의 모습은 파리올림픽 사격 종목에 참가하는 김예지 선수의 장면으로, 김구 선생의 연설 장면은 UN에서 연설하는 BTS의 모습으로 이어지며, 그날의 정신이 현재까지도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직관적으로 전달했죠. 이 영상은 별도의 촬영 없이 MBC 아카이브 자료와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된 것으로, AI가 아니었다면 쉽게 볼 수 없었을 장면들이에요. AI가 기억과 가치를 확장하는 도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입니다.
이러한 시도는 개인 크리에이터 채널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요. 유튜브 채널 ‘Ai 기억복원소’는 6.25 참전용사, 위안부 피해자, 독립운동가 등 역사적 인물의 기록을 토대로, AI를 통해 당시 상황을 재현하거나 현재 모습을 상상해 영상으로 복원하는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안중근’, ‘윤봉길’, ‘윤동주’처럼 잘 알려진 인물뿐만 아니라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독립운동가 및 저항 시인들이 웃고, 밥을 먹고, 가족을 만나는 모습을 담아 진한 여운을 남기죠. 댓글에는 ‘감동적이고 먹먹하다’, ‘이렇게라도 복원해줘서 감사하다’ 등 깊은 몰입을 느끼고 감사를 전하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어요.

AI를 활용한 스토리텔링은 과거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영어 교육 브랜드 야나두는 최근 AI를 활용한 숏폼 시리즈로 릴스에서 평균 조회수 300만 회 이상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어요. 일상에서 흔히 마주치는 영어 회화 상황을 AI 영상으로 구현하고, 그 안에 실생활 표현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이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한 카페에서 어르신이 “Give me coffee”라고 말하자, 외국인 직원이 더 부드러운 표현을 제안하는 장면처럼요. 영어 지적처럼 민감할 수 있는 소재를 AI 기술로 유쾌하게 풀어내고, 소비자의 영어에 대한 거부감은 공감형 스토리로 해소한 셈이에요. 이는 AI로 만든 콘텐츠에서도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줬습니다.
영상과 음성, 스토리텔링까지 AI 기술은 이렇게 폭넓은 콘텐츠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 모델, 성우 등 여러 전문가를 거치던 작업을 이제는 기술 하나로 누구나 쉽게 시도해 볼 수 있는 셈이죠. 이러한 변화 속에서 ‘AI 매거진 채널’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매체도 탄생하고 있습니다. 기업이나 언론의 기존 이미지를 단순히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에 맞게 AI로 이미지와 영상을 제작하여 큐레이션하는 방식이에요.
물론 AI 콘텐츠가 완전히 인정받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습니다. AI 학습에 사용된 콘텐츠의 저작권 침해, 그리고 이로 인한 수익 창출 제한이 대표적인 과제 중 하나고요. 그럼에도 AI가 콘텐츠 트렌드의 중심에 있는 것은 저명한 사실이에요. 가능성과 걱정이 공존하는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AI 콘텐츠 제작을 시도해 보기에 가장 좋은 때일지도 몰라요.🍀
*외부 필진이 기고한 아티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