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책도 좋아하고 마케팅도 좋아해요. 점심시간마다 산책 겸 교보문고 광화문점으로 걸어가 평대에 놓인 마케팅 신간을 찾는 재미가 큰 즐거움이죠. 하지만 작은 책장 탓에 대부분 금새 읽고 후배나 동료에게 나눔하곤 합니다. 두고두고 반복해서 읽고 싶은, 한 글자 한 글자 그대로 흡수하고 싶은 책만 남기고 있어요.
최근 오랜만에 자발적으로 발의해서 시작한(왜 그랬을까요…) 신규 서비스 런칭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내가 기획하는 서비스 방향이 맞는지 재차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커뮤니티마다 바뀌는 트렌드, 주간마다 새로 치고 올라오는 트렌드를 열독하다 보면 뇌가 엉망진창으로 꼬이는 것을 느낍니다. 이럴 때 내가 하려는 ‘일의 why’, ‘아이디어의 줄기’ ‘관점의 재정비’를 찾게 되는데 그때 저의 반려 책들이 매번 큰 도움을 주더라고요. 오늘은 여러분의 아이데이션 과정에도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제 추천 도서 목록을 공유 드려요!

📖 일의 감각 – 조수용
✅ 본받고 싶은 좋은 선배 마케터를 찾고 있을 때
✅ 사수가 따로 없는 분에게
✅ 좋은 리더가 되고 싶은 고연차 마케터에게
저의 유일무이한 재구매 책이에요. 이 책만 무려 14만 원어치 구매했습니다. 출간 즉시 온라인에서 품절되는 바람에 재고가 남아있던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 옆 동네까지 넘어갔었는데요. 어렵게 구한 이 책을 밤새 읽고는 선배들에게도 공유하고 싶어 재구매하게 됐죠. 이 책은 바로 네이버의 대표적인 심볼 ‘초록 검색창’을 만들고 국내 최초의 브랜드 다큐멘터리 매거진 ‘매거진 B‘를 창간한 조수용 님의 첫 책입니다. ‘네임드 마케터’라는 수식어가 정말 잘 어울릴 정도로 마케터 사이에서 뛰어난 감각을 지닌 인물로 알려져 있어요.
이 책에는 트렌드 센싱이나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노하우보다는 일을 마주한 마케터의 자세와 일을 바라보는 관점, 다짐에 대한 기록이 담겨있습니다. 조수용의 일하는 과정을 선명하게 담아내어 책을 읽고 나면 마치 존경하는 사수나 리더의 곁에서 함께 프로젝트를 완수한 기분이 들어요. 요즘처럼 도제 관계가 희미해지고 각개전투로 치열한 회사 생활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경험이죠.
유관부서에게 냉정하고, 후배에게 무관심하고, 리더 지시를 대충 듣는 저를 인지할 때마다 이 책을 펼쳐 다시금 일의 본질로 돌아가 보려 합니다.(쉽지는 않지만요) 직장에서의 일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거나 혹은 일은 무엇인가 고민이 된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 자기신뢰 – 랠프 윌도 에머슨
✅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을 때
✅ 조직에서 갈등을 겪고 있을 때
바락 오바마라는 추천인부터 시간이 느껴지는… 무려 2015년에 출간된 책인데요. 게다가 제목 또한 도덕책스러워서 선배의 추천에도 외면했던 책입니다. 고구마팜 독자 여러분들도 책 표지에 벽을 느끼신 적 있지 않나요? 1n년차의 마케터 생활 동안 소소한 고비만 있다가 연초에 인생에서 가장 큰 업무적 괴로움을 겪었었는데요. 우연히 이거라도 읽어볼까 꺼냈다가 읽고난 후에는 노트북 바로 옆에 상비하게 된 책입니다.
큰 캠페인을 앞두고 긴장되는 마음이나 뜻대로 풀리지 않아 괴로울 때, 주변 시선에 자기 확신이 흐려질 때 이 책이 도움이 될 거예요. 책에서 던지는 질문과 문장들이 제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보게 만들고 제 자신을 치얼업 해주더라고요. 원래 마케팅은 기세거든요. 그야말로 <자기신뢰>가 필요한 업무 시기가 도래할 때, 이 책을 꺼내보세요!

📖 스타벅스 웨이 – 조셉 미첼리
✅ 브랜딩과 SNS 마케팅을 담당한다면
✅ 담당 브랜드가 있는 마케터에게
✅ 내 브랜드를 어디까지 분석하고 어디까지 알아야 할지 고민된다면
마케팅 아이디어를 기획할 때 우리는 외부로 시선을 뻗기 쉽습니다. 최신 트렌드, 해외 사례, 바이럴 토픽 등으로 말이죠. 하지만 제 경험 상 반짝 주목을 넘어 브랜드의 자산으로 쌓이는 마케팅 아이디어는 그 브랜드의 핵심을 깊이 이해할 뿐 아니라 시시콜콜한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알고 있는 사람에게서 나올 확률이 높은 것 같아요. 그야말로 브랜드 덕후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이요.
이 책은 DCX 관련 강의로 만난 채널톡 양효진 님의 추천으로 읽게 됐는데요. 책의 절반 이상의 분량에서 스타벅스가 어떤 브랜드인지, 매장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왜 이런 음료가 개발된 건지 등 브랜드의 내밀한 맥락까지 파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고 있어요.
이 포인트는 특히나 브랜드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이들에게 유효할 것 같아요. 브랜드에서 메인으로 내세우는 제품과 스토리 외에도 마케팅 영역이 아닌 디자이너나 개발자의 고심 등 덕질 과정에서 발견한 의외의 정보가 있을 때(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정보) 비로소 브랜드 SNS 채널은 스스로 오리지널리티를 띄며 바이럴 파급력을 갖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 오모테나시, 접객의 비밀 – 최한우
✅ 한 명 한 명에게 인상적인 고객 경험을 남기고 싶다면
✅ SNS/CS 등 고객과 직접 커뮤니케이션 해야하는 마케터에게
저는 이 책으로 ‘오모테나시’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읽어볼수록 인상적인 고객 경험(CX)과 맞닿은 단어 같아요! 오모테나시(일본형 접객)에 대한 소개 글을 그대로 발췌해봤습니다.👇
SNS 마케팅과 커뮤니티 마케팅을 담당하는 저로서는 종종 ‘업무 방식이 너무 비효율적이지 않나’, ‘회사와 브랜드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을까’ 고민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이 책을 꺼내 마음을 다잡습니다. 저자가 일본 비즈니스를 경험하며 정의한 오모테나시와 그 디테일한 사례들이 고객과 최접점에 있는 마케터들에게 분명히 도움이 될 거예요!

📖 무인양품은 90%가 구조다 – 마쓰이 타다미쓰
✅ 새로운 프로젝트 없이도 매일같이 바쁠 때
✅ 프로젝트 리더 혹은 팀장에게
쏟아지는 아이디어, 새로운 리더의 지시, 끝없이 넓어지는 R&R 사이에서도 업무 퀄리티를 타협하지 않고 달리려면 결국 갈려지는 건 본인의 체력과 정신 건강입니다.😢 이상(아이디어)과 현실(실행)의 간극, 한 몸처럼 움직여지지 않는 동료들로 인해 고민인 분들께 본 책을 일만 번 추천합니다. 특히 업무의 가이드를 정립해야 하는 리드 마케터라면 더욱이요.
무인양품에는 어마어마하게 세세한 가이드북이 존재한다고 해요. 어느 매장에 가도, 어떤 카테고리의 제품이어도, 심지어 디지털 채널조차 한결같은 무드를 자아내는 비결이죠. 브랜드의 활동이 커질수록 채널별로, 담당자별로 조금씩 이격이 발생하게 되는데요. 무인양품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제품 개발부터 매장 인사말까지 세세하게 가이드화하여 관리했고, 그 결과 모두가 브랜드와 한 몸이 된 것처럼 움직이는 건 물론 의사 결정으로 인한 시간도 아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관리만을 위한 가이드가 아닌 팀의 고질적인 업무를 덜어내고 팀원 한 명 한 명이 더욱 의미 있는 고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가이드라면 저도 대환영이에요. 제가 리더가 된다면 이 책부터 다시 읽어볼 것 같습니다.

📖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 – 유선경
✅ 새싹 같은 아기 마케터들에게
제 경험상 함께 일하는 신입 마케터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문장력인 것 같아요. 기상천외한 밈이나 일상의 단어 위주의 광고 소재, 숏폼은 쉽게 기획하는데 조금 더 긴 문장의 기획전이나 상세 페이지 같은 콘텐츠는 힘들어하더라고요. 같은 고민을 가진 인턴을 위한 책을 고민하다가 교보 매대에서 발견한 이 필사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 아티클에서도 추천해 봅니다.

📖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 전우성
✅ 새싹 같은 아기 마케터들에게
경제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당장의 매출이나 경영 성과와 직결되는 퍼포먼스를 요구하는 회사들이 많아지게 돼죠.(매출 소리에 갇힌 마케터 여기 있어요) 그래서인지 저연차 마케터들과 커피챗을 해보면 공통적으로 ‘브랜딩’에 대해 어려워 하더라고요. 실제로 한 후배 마케터는 꼭 가고 싶었던 회사와 면접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브랜딩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말문이 막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고 해요. 그 친구에게 다음날 바로배송📦한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삼성전자, 네이버를 거쳐 29CM의 브랜딩 초석을 다진 것으로 유명한 전우성 마케터의 책인데 ‘브랜딩 교본’이라고 표현한 리뷰에 공감해요. 브랜딩이라는 개념을 어려워하거나, 브랜딩 활동 기회가 적은 저연차 마케터에게 브랜딩에 대해 쉬우면서도 통찰력 있는 의견을 담은 이 책을 추천합니다.
마케팅은 정답이 없고, 언제나 새로워야 하니까 늘 불안하고 외롭죠. 저 역시 일하다 막막할 때마다 책을 통해 누군가의 관점과 다짐을 빌려 힘을 얻곤 해요. 지금 여러분이 아이디어에 확신이 없거나, 업무의 본질을 다시 붙잡고 싶거나, 혹은 브랜드를 깊이 이해하고 싶은 시점이라면 오늘 소개한 이 책들이 작지만 단단한 길잡이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외부 필진이 기고한 아티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