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콘텐츠 하나에 수십 가지의 포스터를 제작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국내 드라마・영화 제작사나 OTT 플랫폼에서 5~6개를 제작할 때, 넷플릭스는 20~30개의 포스터를 제작한다고 해요. 전 세계 이용자들의 ‘취향을 저격’해 콘텐츠 시청을 유도하기 위해서죠.
아무리 ‘고퀄’인 유튜브 영상도 썸네일이 매력적이지 않으면 아무도 보지 않는 것과 같아요. 이용자가 콘텐츠를 볼지 말지 결정하기 위해 썸네일에 시선이 머무는 시간은 단 1~2초! 그 안에 이용자 개개인의 눈길을 사로잡는 콘텐츠만이 선택받을 수 있어요.
다양한 시청층을 확보하고 매일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콘텐츠 제작자(혹은 마케터) 라면, 이 글을 통해 썸네일 제작 시 고려해야 할 포인트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럼 넷플릭스 포스터에 어떤 비결이 담겨있는지 알아볼까요?
가장 먼저 할 일은 인물 선정하기! 꼭 주인공일 필요는 없어요. 캐릭터의 성격이나 콘텐츠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인물 한 명, 또는 두세 명이면 충분해요.
첫째, 감정이 드러나는 인물을 택하는 거예요. 감정이 살아있는 얼굴 표정만으로도 이용자들은 궁금증을 느끼고 콘텐츠의 분위기와 톤을 짐작할 수 있겠죠?
둘째, 극단적인 캐릭터를 택하는 거예요. 독보적 이미지를 가진 캐릭터나 특이한 능력을 지닌 캐릭터를 내세우는 것만으로도 콘텐츠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요.
셋째, 세 명까지만 허용하는 거예요. 아무리 중요한 인물이라도 인물의 수가 너무 많으면 콘텐츠에 대한 정보를 한눈에 파악하기 힘들겠죠? 넷플릭스에 따르면 3인 이상이 등장하는 썸네일의 클릭수는 현저히 낮았다고 해요.
다음은 글자를 배치할 차례! 넷플릭스에 접속할 때면 가장 먼저 여러분의 눈길을 끈 포스터 썸네일은 어떤 것이었나요? 스크롤을 내려 가지각색 썸네일들을 훑다 보면, 크고 굵으면서도 두드러지는 색깔의 제목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더라고요. (아래 리뷰는 에디터의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첫째, 텍스트 효과는 과유불급이에요. 장르에 맞게 적절한 텍스트 효과를 더하는 건 좋지만, 어딘가 허전해 보인다고 해서 과도하게 텍스트를 변형시키면 가독성이 떨어져요.
[Good👍]
(1) <아이 엠 낫 오케이> 예민하고 불안정한 사춘기 주인공을 부각시키기 위해 반항심 가득한 아이의 낙서처럼 표현했어요.
(2) <실버 스케이트> 스케이트를 타고 가다가 사랑에 빠지는, 즉 인물의 관계가 시작되는 중요한 계기 ‘스케이트’를 강조하기 위해 빙판 위 스케이트 칼날을 연상시키는 효과를 적용했네요.
(3) <콜> 현시대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의 전화임을 드러내는 ‘콜’의 텍스트 효과는 마치 연기, 유령을 떠올리게 해서 콘텐츠의 장르와 분위기를 받아들이기 쉬워요.
[Bad👎]
모두 콘텐츠의 장르나 분위기를 텍스트 디자인에 반영한 경우인데요. 뒤 배경의 인물보다는 앞 텍스트에 더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아요.
그런데 (1) <가디언스 오브 저스티스> 뒤 배경색과 앞 텍스트의 톤을 일치시키는 바람에 텍스트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어요.
(2) <더 프롬> 외국 고등학생들의 졸업파티를 준비하는 뮤지컬 영화임을 강조한 것은 좋지만 불필요한 디자인과 색을 쓴 나머지 가독성이 떨어지죠.
(3) <페라 팔라스의 밤> 호텔을 배경으로 시간 여행을 하는 시대극임을 텍스트에 녹여낸 세 번째 썸네일 또한 텍스트가 과도하게 변형되어 한 번에 읽히지 않아요.
둘째, 가급적 볼드체를 사용하는 거예요. 의도적으로 얇은 글씨를 써야 하는 게 아니라면 얇은 글씨는 수많은 포스터 썸네일들 사이에서 눈에 띄기 어렵겠죠?
[Good👍]
[Bad👎]
셋째, 강조는 필수예요. 길이가 긴 타이틀의 경우 색을 추가하거나 크기와 형태에 약간의 변형을 줌으로써 텍스트를 강조할 수 있어요. 이는 가독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콘텐츠 내용을 부각시켜 이용자가 짧은 시간 안에 콘텐츠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답니다.
[Good👍]
(1) <돈 룩 업> ‘업’의 크기와 배치를 달리하는 것만으로 훨씬 안정적이고 정돈된 느낌을 줘요. 동시에 혜성 충돌이라는 콘텐츠의 주요 내용 또한 강조되고 있어요.
(2) <종이의 집> 자간이 좁고 부제까지 있어서 자칫 주목도가 떨어질 수 있는데요. 콘텐츠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빨간색으로 ‘집’을 강조하는 그림자를 추가했을 뿐인데 모든 우려를 상쇄 시키네요.
(3)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비교적 길이가 긴 제목으로 가독성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거짓말’을 강조하는 빨간색을 더했죠? 시각적인 집중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극의 어두운 분위기와 긴장감이 확실히 두드러지는 것을 알 수 있어요.
[Bad👎]
(1) <사랑하는 작고 예쁜 것들> 인물의 수가 많고 텍스트 길이도 긴 편인데요. 콘텐츠 분위기와 상반되는 반어적 표현을 사용한 제목을 강조하기 위해 텍스트에 깨짐 효과를 추가했어요. 콘텐츠 분위기를 텍스트에 드러내는 것은 좋지만 크기를 달리해서 가독성을 더 높이는 건 어땠을까요?
(2) <베터 콜 사울> 주인공이 변호사인 이 콘텐츠는 ‘저울’을 디자인 요소로 가미하고 주인공 이름 ‘사울’을 빨간색으로 강조했어요. 하지만 뒤 배경색과 ‘베터 콜’ 텍스트의 톤이 겹쳐 눈의 피로도를 높여요.
(3) <아웃사이드 더 와이어> 콘텐츠의 주요 소재를 텍스트 디자인에 적극 반영한 경우예요. 가장자리가 둥근 폰트에 불필요한 실선과 색이 추가되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어요.
넷째, 텍스트 위치는 인물의 시선에 맞추면 좋아요. 어디 놓아야 잘 놓았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된다면, 인물의 시선 방향이나 움직임의 진행 방향에 텍스트를 배치하는 건 어떨까요? 가장 쉽고 안전한 방법이랍니다.
유튜브에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는 두 콘텐츠의 썸네일 또한 ‘루킹 룸’을 활용했죠. 깔끔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주죠~
넷플릭스에 이용자별 콘텐츠 추천 시스템이 있다는 건 다들 알고 계실 텐데요. 같은 콘텐츠라도 이용자 개개인에게 보여지는 포스터 썸네일이 다르다는 것 알고 계시나요? 로맨스를 즐겨보는 이용자에게 커플의 모습이나 러브라인을 이루는 캐릭터들의 모습을,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이용자에게 심각한 분위기의 어두운 포스터를 추천한다고 해요.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포스터 썸네일을 단계별로 공들여 제작한다고 해요. AI 기반 알고리즘이 콘텐츠 내 중요한 장면들을 썸네일로 추출하면, 이를 바탕으로 디자이너는 포스터를 제작해요. 이후 넷플릭스의 추천 시스템을 활용해 이용자별 취향을 반영한 이미지를 노출시키는 방식인데요. 이에 그치지 않고 시청 기록이 쌓이면서 이용자가 선호하는 장르, 테마, 출연진 등을 분석해 취향이 변할 때마다 포스터를 바꿔서 노출시키는 거죠. 한번 등록하면 포스터를 바꾸지 않는 여타 플랫폼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부분이죠?
개인화 노출 전략은 같은 콘텐츠도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어요. 어제 못 보고 지나친 콘텐츠가 오늘은 눈에 들어올 수 있는 거죠. 또 좋아하는 장면의 포스터 썸네일이 뜰 때면 저처럼 ‘다시 보기’ 충동을 느끼는 이용자도 있을 거예요.
포스터는 콘텐츠의 ‘첫인상’이기 때문에 시청으로 직결되지 못하면 결국 플랫폼 이탈로 이어질 수 있어요. 시청자가 궁금해할 만한 인물을 선정하고, 한눈에 읽기 쉽게 텍스트를 배치하고, 타깃별로 제작한 다양한 버전의 썸네일을 주기적으로 교체해 노출시켜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 브랜드의 타깃별 선호 썸네일을 파악하는데 용이할 뿐만 아니라 시청자와의 소통 주제로도 활용할 수 있을 거예요. 이렇게 어떤 타깃이 어떤 포인트에 반응하는지 체크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