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좋아하세요?”
에디터는 요즘 ‘농놀’에 진심입니다. 화제의 <더 퍼스트 슬램덩크> 덕분인데요. 얼마나 화제냐면! 누적 관람객이 무려 380만을 돌파했고, 개봉 9주 차임에도 불꽃 같은 인기에 힘입어 오는 4월에는 아이맥스(IMAX) 영화로도 개봉 예정이라고 해요.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고 하니 그야말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죠.
그렇다면 여기서 잠깐! 영화를 보신 독자분, 손!✋ 영화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원작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군중석 곳곳에 숨어있다는 거, 혹시 아셨나요? 이스터 에그인 이 캐릭터들을 찾아내기 위해 원작 팬들은 기꺼이, 몇 번이라도 극장을 다시 찾습니다. 슬램덩크의 흥행 비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같은 작품을 여러 번 관람하는 이른바 ‘N차 관람객’의 파워도 크게 작용했죠.
그래서! 오늘 저는 팬들을 과몰입하게 하는 이 ‘이스터 에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해요.
이스터 에그(Easter Egg)란?
영화, 책, CD, DVD, 소프트웨어, 비디오 게임 등 각종 매체에 숨겨진 메시지나 기능을 말해요.
그렇다면, 각종 매체에서 굳이 이스터 에그를 활용하는 이유는 뭘까요? 깨알 같지만 분명하게, 공들여 만들어 놓고도 대놓고 홍보하지 않는 이유 말이에요.
답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1. 재미있는 데다가 2. 효과적이기 때문이에요. 일종의 보물찾기처럼, 직접 찾아내는 순간, 만족도가 큰 흥미를 유발합니다. 이스터 에그를 찾는 ‘참여’ 자체가 하나의 허들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이런 허들은 오히려 팬(덕후)를 효과적으로 군집시키는 역할을 하죠.
이런 이유로 이스터 에그는 마케팅 기법으로도 주목받고 있어요. 기업이 자신의 브랜드에 이스터 에그를 적용한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제품이나 브랜드의 면면을 파고드는 열성 팬들의 참여를 끌어 낼 수 있겠죠!
👤 : 작품도 아닌데 이스터 에그를 어떻게 넣는다는 거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누구나 아는 포털 사이트, 구글의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볼게요. 검색창에 askew, do a barrel roll 등의 키워드를 입력해보면,
검색창이 기울어지거나 회전하는 등, “이게 왜 진짜…?”스럽지만 재미있는 기능이 드러납니다. 꽤 유명한 구글의 이스터 에그죠.
또 하나의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볼게요. 이번엔 더욱 친숙할 만한 국내 기업, 카카오입니다. 카카오톡 유저라면, (특정 시즌 한정으로) 채팅창에 관련 키워드 입력 시 배경이 변했던 경험해보셨을 거예요.
키워드별로 내용에 맞는 이모티콘이 다르게 노출되기 때문에 ‘이 단어도 되려나?’, ‘그럼 이건?’하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것저것 검색해 보게 되죠.
구글과 카카오 모두 숨겨놓은 장난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해서 자연스레 서비스 체류 시간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스터 에그를 통해 유저에게 예상치 못한 재미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전략적으로 서비스에 대한 인식을 높였어요.
대표 사례를 통해 감을 잡았으니, 본격적으로 ‘경험 브랜딩을 위한 콘텐츠’로써 이스터 에그를 기획한 사례부터 알아볼까요?
춘식이 관찰 일기
계속해서 카카오입니다. 지난 고구마말랭이에서 다뤘던 단독 웹 게임을 통한 경험 브랜딩 사례예요.
<춘식이 관찰 일기>는 카카오프렌즈가 처음 시도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2D와 3D를 적절히 활용하여 일러스트의 따뜻한 느낌을 한껏 살리는 동시에 공간감을 통해 높은 몰입도를 끌어내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로 꼽히고 있죠.
맵 곳곳에 다른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니니즈 캐릭터나 춤을 추는 춘식이 등, 이스터 에그 요소를 숨겨두어 콘텐츠를 더 즐겁게, 더 구석구석 찾아볼 수 있게 했어요.
맹그로브 – 온라인 팝업
이것 역시 고구마말랭이에서 다뤘던, 이스터 에그를 활용한 게이미피케이션 마케팅 사례예요.
신촌에 새로운 하우스 오픈을 앞둔 맹그로브가 공식 오픈 전, 온라인 팝업 스토어를 열었습니다. 온라인 투어를 하며 ‘투어 신청’을 미리 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원하는 날짜에 실제 오프라인 맹그로브 공간에 우선 방문할 기회를 제공했어요. 이때 온라인 팝업에 숨겨진 이스터 에그를 찾아낸 사람에게는 오프라인 투어 시 선물을 제공하는 마케팅을 펼쳤죠.
각 층을 돌아다니다 보면 귀여운 알을 발견할 수 있는데, 누르면 열쇠가 등장하며 ‘이스터에그를 찾았다!’라는 메시지가 나타납니다. 이 화면을 캡쳐한 후, 실제 신촌 맹그로브 오프라인 투어에 방문해 보여주면 투어 메이트 캐릭터가 그려진 굿즈를 받을 수 있어요.
이렇게 이스터 에그는 능동적으로 찾아내는 경험을 통해 브랜딩 인식을 제고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더불어 홍보의 역할까지 확실하게 해냅니다.
왓챠 – 해리포터 마케팅
이제는 왓챠에 해리포터 콘텐츠가 종료되었지만, 지난 2020년 왓챠에서 해리포터를 들여올 때 대대적으로 진행한 이스터 에그 마케팅이 화제였습니다. 구글에 ‘왓챠 해리포터’까지만 쳐도 뒤에 ‘이스터 에그’라고 자동 완성이 붙을 정도로 홍보 효과가 대단했죠.
서비스 내 검색창에 ‘볼드모트’를 검색하면 ‘이름을 불러선 안 돼!’라는 문구가 뜨거나, ‘루모스'(지팡이 끝에서 빛이 나오는 주문)를 검색하면 마우스 커서에서 빛이 나오는 듯한 효과가 나오는 등, 총 5가지의 이스터 에그를 숨겨뒀어요.
팬층이 두터운 작품인 만큼 기획자가 같은 덕후의 마음으로 즐겁게 기획한 것이 느껴져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이었답니다. 장난을 잘 치는 기획자가 곧 일을 잘하는 기획자가 된 셈이었죠.
여기까지, 기획에 초점을 맞춰 마케팅 사례를 훑어봤는데요! 이번엔 그 장난을 구현하는 개발 쪽으로 시선을 옮겨볼게요.
최근 스타트업에서는 OOO OO OO를 통한 ‘개발자 채용’이 활발하다고 하는데요. OOO OO OO은 과연 무엇인지, 센스 좋은 개발자들의 이스터 에그 사례를 지금 바로 알아볼까요?
오늘의집
서비스명인 ‘오늘의집’에서부터 → ‘집사’ → ‘고양이’라는 아이디어 확장 과정을 거쳐 ‘집냥이’라는 고양이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특수기호로 만든 집냥이를 사이트 어딘가에 숨겨뒀죠. 웹 브라우저 이곳저곳 찾아봐도 못 찾으시겠다고요? 맞아요. 그 집냥이는 한 꺼풀 더 숨어 있거든요.
바로 ‘개발자 도구 → 콘솔’에 들어가시면 “누구나 예쁜 집에 살 수 있어”라고 말하는 집냥이를 만날 수 있어요. 하단에는 채용 관련 정보를 모아볼 수 있는 채용 사이트 url을 삽입해서 개발 직군 지원자들에게 센스 있게 브랜드를 어필했습니다.
핀다, 마이리얼트립
같은 경로로 확인 시 각각 ‘FINDA Loves You’, ‘myrealtrip’이라는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하단에 채용 사이트 url을 삽입했어요. 모두 ‘개발자’를 채용하기 위해 ‘개발자 도구 영역’을 활용했다는 점이 군더더기 없고 센스있죠?
개발자 채용을 위한 이스터 에그는 아니지만,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통해 서비스 특징과 기업 가치를 전달하고자 해당 영역을 사용하기도 한 사례도 있는데요.
뱅크샐러드
뱅크 샐러드라는 서비스명이 보이네요! 핀테크 서비스라는 정체성을 특수문자($)를 활용해 드러낸 점이 특징이에요.
티몬
텍스트 기호를 활용해 형태를 보여준 위의 사례와 다르게, 도트 이미지를 통해 티몬의 로고와 캐릭터를 삽입했어요. 비교적 주목도가 더 높아졌죠?
(본체는 디자이너인 에디터…) 기획자도… 개발자도 나왔는데… 디자이너를 위한 이스터 에그가 빠지면 섭섭하겠죠?! 부록으로 디자인 요소에 이스터 에그를 녹여내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해 드리며 아티클을 마무리해 볼게요.
컬러 (HEX 코드)
HEX 코드란 RGB 기반으로 특정한 색상을 코드로 표현하는 방식이에요. # 기호 뒤에 셋, 또는 여섯 자리 숫자(+알파벳)로 표현하죠.
이런 헥스 코드의 특징을 이용하여 알파벳과 숫자 간 형태적 연관성을 통해 은근한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답니다.
실제로! 단어와 코드 간 유사성을 활용한 색상 팔레트를 보여주는… 이런 (웃기는) 사이트도 존재한다는 사실!
로고
로고 속 ‘숨은그림찾기’를 통해 은근하게 메시지를 담는 방법이에요. 유명한 기업 로고 4가지를 추려 소개해 드릴게요.
유명한 미국의 운송 회사, 페덱스의 로고입니다. E와 x 사이에 화살표가 숨어 있어요. 화살표는 속도와 정밀함, 정확함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스위스에서 생산되는 초콜릿 바 브랜드, 토블론의 로고입니다. 삼각기둥 모양이 특징으로, 알프스의 스위스쪽 봉우리인 마터호른을 상징하죠. 뾰족한 삼각산은 로고 디자인에도 들어가 있는데, 그 산 안을 자세히 보시면 곰의 형상이 숨어있답니다. 토블론에서 생산되는 모든 초콜릿은 베른에서 제조되는데, 베른은 ‘곰의 도시’로 불리기 때문이라고 해요.
허쉬에서 제조하는 초콜릿 브랜드인 키세스의 로고입니다. 아래는 평평하고 위로 갈수록 물방울 모양이 되는 것이 특징이죠. 워드 마크를 오른쪽으로 90° 돌려 보면 K와 I 사이에 키세스 초콜릿이 숨어있는 걸 발견할 수 있어요.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의 로고입니다. 워드마크 하단에는 ‘미소 짓는 입’처럼 생긴 화살표가 A와 Z를 연결하고 있는데요. 이는 A to Z, 즉 처음부터 끝까지를 의미한다고 해요. 미소를 통해 친근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은유하면서 세상의 모든 제품을 보유하고 배송한다는 의미까지 담았습니다.
폰트
폰트를 사용하다 보면 웬 그림이야? 하는 그림 문자를 종종 발견할 수 있는데요. 이는 ‘딩벳’이라고 합니다. 조판 시에 사용하는 장식용 문자나 공백을 뜻하죠. 이 딩벳을 활용해 이스터 에그를 숨길 수 있는데요.
배달의 민족에서 만든 상업용 무료 서체 ‘한나체 Pro’는 음식 이름을 치면 그 음식 모양의 딩벳이 나와요.
폰트박스에서 만든 상업용 무료 서체 ‘SB 어그로체’는 ‘샏’을 입력하면 샌드박스 로고 모양의 하트 딩벳이 나온답니다.
준비한 사례는 여기까지! 여러 가지 경우를 함께 살펴보며 서비스의 성격에 맞는 달걀을 준비하고, 그 달걀을 ‘어디에’, ‘어떻게’ 숨길지 알아봤습니다. 위트와 센스는 소비자에게 브랜드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각인시키는 힘이 있죠. 브랜드 인식을 높이는 방법으로 소비자를 슬그머니 웃음 짓게 하고, 능동적으로 찾아 움직이게끔 만드는 이스터 에그를 적극 활용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럼 저는 다음에 더 쉽고, 알찬 아티클로 돌아오겠습니다. 안녕!